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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굳다

Auteur: KaiKitto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9 23:09:18

비노르카 조나 시점

그와 그의 손길을 거부하려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내게 손을 댈 때마다 심장 속에서 나비가 꿈틀거리듯 야릇한 전율이 일었다. 마치 내 안의 모든 것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 감각이 피어올랐다.

이런 감정이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그 감정에 나 자신을 내던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내 의붓오빠이자, 나를 입양한 사람이었으니까.

“방에서 그냥 나가게 해 준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봐준 거야. 여기서 더 까불면 네 목숨도 보장 못 해.”

단테가 압도적인 기세로 경고했다.

그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나는 불안감에 휩싸여 그를 밀쳐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황급히 도망쳤다.

방에 도착해 문을 쾅 잠겄다. 그가 앞으로도 계속 나를 저렇게 통제하려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조차도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내 몸은 그에게 자기만의 언어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는 열정의 화신이자, 내가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안감으로 나를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존재였다.

나는 옷을 벗어 바닥에 던져 두고, 낡은 내 방에 딸린 작은 욕실로 들어갔다. 소용돌이치는 머릿속을 가라앉히려면 씻어야 했다.

넋이 나간 듯한 이런 상태에서도, 그를 밀쳐낼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힘이 내 안에서 솟아났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나는 샤워기를 틀어 차가운 물이 온몸으로 쏟아지게 내버려 두었다.

제기랄, 이 쌀쌀한 날씨에 가쁜 숨을 가라앉힐 따뜻한 물 한 줄기조차 바라기 힘든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주제에 그는 제멋대로 나를 휘두를 염치를 부리고 있었다.

위선자 같으니라고. 내 삶은 방향을 잃었고, 늘 간접적인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다.

차가운 물이 몸을 식혀 주자 긴장감이 씻겨 내려갔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내 안의 야릇한 전율이 가라앉는 기분은 정말 근사했다.

정신을 차려 보려 했지만, 모든 것이 엉켜 버린 것만 같았다.

생각을 접어 두고 샤워기를 끈 뒤 타월로 몸을 닦았다. 잠옷을 입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 가며, 강렬했던 잔상을 뒤로했다.

눈을 감고 내게 일어난 일들을 잊어버리려 간절히 애썼다.

‘무슨 일이지?’ 어둠이 나를 삼켜 버리자 몸이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저 잠을 청하려 했을 뿐인데.

몸을 움직여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이 낯선 공간에 깔린 짙은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이 어때, 비노르카?”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등줄기에 서늘한 소름이 돋았다.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빠?”

칠흑 같은 심연 속에서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 나는 낮은 숨을 내뱉었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본 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내가 그분들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는 나만이 안다. 아빠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고,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울지 마라, 비노르카.”

아빠가 다정하게 다독였다.

“어떻게 울지 않을 수가 있어요, 아빠? 왜 이러시는 거예요? 어떻게 딸을 이런 곳에 남겨두고 떠나실 수 있어요? 저를 데리고 가지도 않으셨잖아요. 두 분도 없이 제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이지도 않으세요?”

가슴이 부서지고 마구 조여 오는 것 같아 나는 물었다. 고통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단다, 비노. 아빠는 그저 우리 예쁜 딸이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엄마랑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지?”

아빠가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빠가 왜 슬퍼하는 걸까? 슬퍼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안 그래? 두 분이 돌아가신 그날 이후로 내가 겪은 건 고통뿐인데, 왜 이제 와서 나를 아끼고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는 걸까? 나는 지난 10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데.

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시는 걸까?

“알다시피 비노, 달의 여신님은 언제나 모두에게 가장 좋은 것을 내려주신단다. 여신님이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힘겨운 시련일 수도 있지만, 아빠를 믿어라,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보렴. 너의 시간이 곧 올 테니까. 너 자신을 믿으렴, 우리 비노!”

“전 못 해요. 아빠가 단테 부모님을 죽이셨나요? 1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진짜 엄마가 저지른 일이에요? 전 믿지 않지만, 단테는 왜 그렇게 저를 미워하는 건가요?”

나는 10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질문을 마침내 꺼내 놓았다.

그날 우리 부모님과 단테의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나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우리 부모님은 단테의 부모님을 탱크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두 분 다 목숨을 잃게 된 걸까?

그리고 단테는 왜 나에게 그토록 깊은 적개심을 품고 있는 걸까?

나 역시 부모를 잃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이, 어떻게 자기 부모의 죽음만 다그칠 수 있는 걸까?

그에게서 명확한 답을 들은 적도 없었고, 어쩌면 그에게 그것을 따져 물을 만한 힘도, 용기도 내게는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알고 싶어요, 아빠. 저는 두 분을 믿지만, 단테는 왜 믿지 못하는 거죠?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빠는 그 사람과 수년간 함께 사셨잖아요. 단테 부모님하고도 두 분 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셨고요. 가족이나 다름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뀔 수가 있어요? 전 이해가 안 돼요. 그 사람은 절대로 설명해 주지 않아요. 아빠가 대답해 주셔야 해요.”

눈물이 목을 막아 목소리가 가쁘게 떨려 나왔다.

아빠가 답을 해 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아야 했다. 이 모든 세월이 지난 후 마침내 아빠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나에게서, 어쩌면 단테의 가려진 눈으로부터 숨겨져 있던 진실을 위해 10년을 기다려 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함 속에서 나는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적어도 그가 나나 우리 부모님이 관여한 적도 없는 일로 나를 비난하기 전에, 진실을 알 권리는 있었다.

“너 자신을 믿어라, 비노르카. 너 자신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잘못될 수 없다는 걸 잊지 마라.”

아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애쓰고 있어요, 아빠. 정말 노력하고 있다고요.하지만 이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두서없이 쏟아내며 나는 목 놓아 울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견뎌온 고통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었다.

가족이라 믿었던 사람, 의지하고 신뢰했던 사람은 나를 입양하던 바로 그날 내 여린 심장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는 어린아이의 가슴을 끊임없이 조각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심장은 내 모든 숨통을 조여 오는 바로 그 사람에게서 온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살고 싶은 의지조차 없었다. 그저 위안을 얻고 싶을 뿐이었지만, 이 삶은 내게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말 마라, 비노. 우리는 너를 믿는다. 네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는 걸 아빠는 알아. 네 소신을 굽히지 말고, 그 누구도 너를 굴복시키게 두지 마라.”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어둠이 아빠를 삼켜 버렸다. 몸을 일으키려 애써 보았지만 실패했다. “제발요!” 나는 비명을 질렀다.

눈을 뜨자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나는 여전히 똑같은 지옥 같은 공간, 똑같은 방 안에 갇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아침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냥 잠을 청하려던 게 아니라, 실제로 잠이 들어 꿈에서 아빠를 만났다는 뜻일까?

하지만 어떻게 아빠가 나한테 말을 걸 수 있었던 걸까? 모든 게 환각처럼 느껴졌다.

숨을 깊게 내쉬며 스스로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나를 감싸고 있는 불안감을 털어내야만 했다.

3년 만에 그때와 똑같은 감각이 다시 머리를 들었다. 지난 3년간의 삶이 혼란 그 자체였음에도, 그가 떠난 후 나는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평온을 찾았었다.

이제 모든 것이 더욱 복잡해졌고,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나를 안아주며 곁에 있어 주겠다고 확신시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훗날에도 결국 나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웠다.

며칠 뒤면 내 열여덟 번째 생일이 다가온다. 모든 늑대는, 심지어 오메가들조차도 이 날을 애타게 기다린다. 운명의 짝을 찾는 여정이 시작되는 날이자, 모든 늑대가 꿈꿔마지않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 내가 과연 그런 감정을 느껴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마음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내 상처와 눈물, 두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단테가 그런 일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는 내가 행복해하는 꼴을 차마 눈두고 보지 못할 테니까.

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 짝을 찾아야 할 나이에 정작 단테 자신은 짝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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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노르카 조나 시점“어디서 감히!”그가 고함을 치는 바람에 나는 그 자리에서 흠칫 놀라 팔짝 튈 뻔했다.정말이지,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죽이고도 남을 위인이었다.이곳을 벗어나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곳, 적어도 여기보다는 나은 곳으로 달아나기 위해 몇 걸음 더 발을 떼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었다.도망쳐야 했다. 머리로는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몸도 정신도 전부 마비되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버렸다.“씨발!!! 비노르카, 내가 지난번에 한 말 벌써 잊었어?”그가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그가 내뱉은 서슬 퍼런 말의 열기가 감각을 잃은 내 몸 안으로 들끓며 퍼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그가 전에 했던 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지난 3년간 단 하루도, 단 한 밤도 그날의 일을 잊은 적이 없으니까.10년 전 나를 입양했을 때보다도 이 괴물이 내 평온을 더 철저히 짓밟아 놓았던 바로 그날.3년 전의 나는 세상물정을 몰랐을언정 순진하게 당하고만 있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그것이 내가 단테를 거부한 첫 순간이었다.“언젠가 넌 나한테 빌게 될 거야.”그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그가 남긴 말은 그뿐이었다.그 후 그는 아무런 언뜸도 없이 패거리를 떠났고, 나는 그에게 단 한 번도 다른 호의나 밥 한 한 끼조차 구걸하지 않은 채 오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버텨 왔다.“대답해. 당장!”“아악!”등 뒤에서 무언가 거칠게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뒤편이 어떤 지경이 되었는지 뒤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결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일 것이 분명했다.두려움과 불안이 온몸을 감싸 안으며 심장 박동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절망감이 밀려왔다.“나 봐, 비노르카. 지난번에도 분명 말했지. 이런 태도로 계속 나오면 그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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