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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점괘

Author: 도화
서지혁은 하시윤을 살짝 끌어안은 채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서경민 앞에서 멈춰 섰다.

“아빠, 벌써 돌아오셨어요?”

서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도 전혀 풀리지 않았다.

분위기를 눈치챈 하시윤이 먼저 말했다.

“저 먼저 안으로 들어갈게요.”

“나도 같이 가.”

그러고는 서경민을 향해 말했다.

“금방 다시 올게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는 하시윤과 조금 걷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하시윤은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서경민이 조금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에 간신히 입을 다물었다.

현관 쪽 긴 복도에 다다르자 하시윤은 낮게 속삭였다.

“지혁 씨, 뭐 하는 거야?”

서지혁이 되물었다.

“발은 안 아파?”

‘아프지, 왜 안 아프겠어. 하지만 이 정도 거리를 걸어서 못 갈 정도는 아닌데...’

서지혁은 그녀를 안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한효진이 서 있었다.

유민숙 대신 다른 가정부가 곁에서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서지혁이 하시윤을 안고 들어오는 걸 본 한효진은 순간 흠칫했지만 딴지를 걸 정신은 없었다.

“너희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어? 급하게 들어오더니 금방 또 나갔어. 내가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고.”

서지혁은 하시윤을 소파에 앉히고는 맞춤 제작한 외투를 아무렇게나 옆에 던졌다.

“저도 몰라요. 지금 정원 쪽에 계시던데 금방 가서 볼게요.”

그는 가정부를 향해 말했다.

“구급함 어디 있어요?”

한효진이 흠칫했다.

“왜? 어디 다쳤어?”

그녀는 곧바로 소파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어디가 아픈데?”

“아니에요.”

서지혁이 대신 대답했다.

“큰일 아니에요.”

가정부에게서 구급함을 건네받자 서지혁은 익숙하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하시윤의 구두를 벗긴 뒤 그녀의 발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살며시 올렸다.

그리고 요오드로 뒤꿈치가 까진 부분을 소독하고는 조심스레 밴드를 붙였다.

그의 손길은 여유롭기 그지없어 마치 서경민이 밖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듯했다.

하시윤은 괜히 민망해져 중간에 한번 말했다.

“나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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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정이었다.혼자인 걸 보니 아까 서지혁과 같이 움직인 건 아닌 것 같았다.심연정은 하이힐을 신고도 자갈 위를 버둥거리며 걸어오더니 벤치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자리에 앉고는 발목을 돌렸다.“여기서 뭐 해요? 홀에서 곧 공연 시작하는데, 안 가요?”하시윤은 고개를 갸웃했다.“그쪽은 지금 지혁 씨를 못 찾아서 이러는 거죠? 내가 여기 있으니까 지혁 씨도 같이 있는 줄 알고 온 거 아니에요?”심연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그녀는 말을 이었다.“지혁이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갔어요. 나랑 방금 헤어졌고 곧 돌아온다고 했어요.”하시윤은 눈썹을 치켜들었다.“그래요?”그리고 그녀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혹시 여기서 지혁 씨 기다리려고요? 내가 여기 있으면 방해되니까 자리를 옮길까요?”심연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시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됐어요, 됐어. 자리를 옮길게요. 그쪽이 또 따라올까 봐 귀찮네요.”심연정은 서지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려면 하시윤 근처에서 얼쩡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시선도 주지 않았는데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굴었다.하시윤은 다시 분수 쪽으로 갔다.바닥에 물이 튀어 있어 맨발로 밟자 서늘함이 전해졌다.분수 아래층 연못에는 금붕어들이 헤엄쳤고 물 위에는 연잎이 떠 있었다.하시윤이 연잎을 살짝 건들자 금붕어들이 꼬리를 흔들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서씨 가문 저택에서 키우는 금붕어들은 이렇지 않았다. 통통하고 사람 손길에도 익숙해져 손을 내밀면 먼저 다가오곤 했다.그렇게 잠시 서 있다가 뒤에서 심연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하시윤이 뒤돌아봤다.서지혁은 정원 입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심연정이 벌떡 일어서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벌써 끝난 거야?”정원 입구 쪽에 사람들이 몇 명 모여 있었는데 하시윤과 심연정 쪽으로 슬쩍슬쩍 고개를 돌렸다.그런데 서지혁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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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롭게도 그 옆에 서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던 이는 바로 방현석이었다.서지혁을 본 순간 그의 얼굴은 살짝 굳었다.시선이 서경민과 성문영을 훑더니 얼른 몸을 돌렸다.“회장님, 사모님, 대표님, 안녕하세요.”그는 잔을 들고 인사를 하다가 시선이 하시윤에게 닿는 순간 말이 턱 막혔다.모르는 얼굴이라 뭐라고 불러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때 마침 직원이 다가왔다.“손님, 요청하신 물입니다.”트레이에는 샴페인과 와인, 그리고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하시윤은 물잔을 집어 들고 조용히 말했다.“감사합니다.”서지혁이 소개를 덧붙였다.“이분은 하시윤 씨입니다.”방현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시윤 씨, 안녕하세요.”그리고 말했다.“지난번에는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하지만 오늘 올 것 같았어요.”“지난번에요?”성문영이 물었다.“전에 본 적 있었나요?”“네.”서지혁이 대신 말했다.“방 대표님이 심연정이랑 같이 있었죠. 아마 식사 자리였던 걸로 알고요.”방현석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참이었지만 서지혁이 바로 이어서 말을 던졌다.“심연정이 회사 홍보팀 여자 직원 데려왔더라고요. 그런데 식사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그 직원이 방 대표님이랑 같이 자리를 떴었죠.”그 순간, 방현석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졌다.그는 여자를 밝히는 걸로 소문난 사람이었다.서지혁이 말을 돌려서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그때 서경민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톤으로 입을 열었다.“지혁아, 장난도 적당히 해라.”서지혁은 씩 웃더니 잔을 든 채 방현석을 향해 말했다.“농담입니다, 방 대표님.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방현석도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따라 붙였다.비즈니스 판에서 그의 경험은 서지혁보다 많았고 수많은 상황을 겪어온 터라 쉽게 당황해하지 않았다.그는 분위기를 이어가듯 말했다.“그날은 연정 씨가 일이 있어서요. 그 여자 직원분을 제가 데려다줬습니다. 별일 아니고, 그냥 도와준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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