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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계략

Author: 도화
하시윤은 그 남자의 상태를 묻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저 서지혁이 엘리베이터에 타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내려갔다.

서씨 가문 본가에서는 이미 소식을 듣고 하시윤이 지낼 방을 마련했다. 2층 복도 끝에 있는 방이었다.

가정부가 그녀를 문 앞까지 안내했고 하시윤은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이 딸린 아주 넓은 방이었다. 필요한 물건도 모두 갖춰져 있었다.

하시윤이 캐리어 안의 짐을 정리하기도 전에 침대 위에 올려둔 핸드폰이 울렸다. 또 하병우였다.

그녀는 계속 받지 않았다. 전화가 자동으로 끊기면 30초도 안 되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아파트 관리사무소였다.

하시윤은 잠깐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로 관리사무소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시윤 씨, 지금 집에 없어요?”

하시윤이 없다고 답하자 직원이 누군가에게 말했다.

“정말 집에 없네요. 다음에 다시 오세요. 계속 이렇게 소란 피우시면 다른 입주민들한테 피해가 갑니다.”

곧이어 하병우의 고함이 들렸다.

“집에 없긴 왜 없어요? 분명 집 안에 숨어 있을 거예요. 당장 나오라고 해요!”

역시나 집까지 찾아왔다. 속도도 보통 빠른 게 아니었다.

전화기에서 하병우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핸드폰 이리 줘요.”

직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핸드폰을 확 낚아채고는 고함을 질렀다.

“하시윤, 당장 문 열어.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빨리 나와!”

하시윤이 침대 옆에 앉아 덤덤하게 말했다.

“왜요? 와이프랑 딸이 맞아서 마음 아파요? 그럼 내 아이를 판 건 뭐라 변명할 건데요?”

하병우는 조경순처럼 아니라고 잡아떼진 않았다. 다만 뻔뻔한 건 다를 바 없었다.

“팔았다니? 그쪽에서 손주 하나 얻었는데 당연히 돈 내야지. 그리고 그때 서지혁이 끼어들지 않았어도 손 대표가 우리한테 투자했을 거야. 손 대표가 나중에 돈을 안 줬으니 서지혁이 메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왜 우리가 손해를 봐야 해?”

손철민 얘기가 나온 순간 하시윤은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4년 전 하시윤은 약에 취해 손철민에게 보내질 뻔했다.

하씨 가문의 회사인 화성 그룹에 문제가 생겨 자금이 필요하자 하병우는 그녀를 거래 도구로 삼았다.

하지만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시윤은 서지혁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하던 바를 얻지 못한 손철민은 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서씨 가문도 화가 나 있는 상태라 하병우도 감히 돈을 요구하지 못했다.

자금 위기에 처한 화성 그룹은 당시 부도 직전이었다.

후에 회사가 어떻게 갑자기 살아났나 했더니 서정우를 팔아서 돈을 챙긴 것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조경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그래? 당장 문이나 열라고 해.”

곧이어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고 하민지도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시윤 이 빌어먹을 년아. 당장 나오지 못해? 죽여버릴 거야!”

하시윤이 코웃음을 쳤다.

“안 나가. 할 수 있으면 계속 문 부숴. 오늘 그 문 부술 수 있나 한번 보자.”

전화를 끊고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누군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서지혁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정우 깼어. 너 보고 싶대.”

캐리어가 열려 있었고 짐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하시윤은 황급히 캐리어를 덮었다.

“옷 갈아입고 머리 다시 묶은 다음에 나갈게.”

모습이 엉망진창이라 이대로 아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서지혁은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

하시윤은 옷 한 벌을 골라 갈아입고 얼굴을 씻었다. 얼굴에 할퀸 자국이 있었지만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머리를 풀어내리니 흉터가 잘 보이지 않았다.

방에서 나왔을 때 서지혁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복도를 걷다가 계단 입구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서지혁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하지 마. 돈 더 주면 되지, 뭐. 아무 일 없을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은 너희 일이나 잘해.”

그러고는 상대와 몇 마디 더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돌아서자마자 하시윤이 서 있는 걸 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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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문영은 하시윤에게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마침 서경민이 돌아와 결국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성문영은 서경민이 다가온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서경민은 그런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어디 아파?”성문영은 깜짝 놀라며 얼른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아, 아니. 안 아파.”서경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계단 쪽으로 향했다.“아프면 얼른 약 먹어.”성문영은 서경민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혼자 남겨진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방금 그거, 걱정해 준 거야?’하시윤은 그새 밖으로 나가 정원에 도착했다.성문영은 그녀를 뒤쫓아가는 것이 아닌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하시윤이 서 있는 바로 그 정원에서 심태진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성문영은 그를 밀쳐내지 않았다.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저 가만히 심태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당시 정경란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아프다는 건 핑계고 둘만 있을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 것 같았다.즉, 정경란은 이미 그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뜻이었다.성문영은 거실에서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런데 문을 열어보니 서경민이 어디에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바로 다시 발걸음을 돌려 서재로 향했다.똑똑.“들어가도 돼?”...하시윤은 서지혁이 돌아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주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시윤의 옆에는 그녀가 만든 듯한 꽃다발이 놓여있었다.서지혁은 천천히 다가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여기서 뭐 해?”하시윤은 서지혁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병원 가자. 곁에 아무도 없으면 정우가 무서워할 거야.”“그래. 저녁 먹고 바로 가자.”서지혁은 그렇게 말하며 꽃다발을 집어 들었다. 정원에 핀 꽃을 다 꺾기라도 한 건지 꽤 많았다.“여기서 나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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