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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차차
여형민은 업계에서 꽤나 이름난 변호사였다. 지난 몇 년간은 전문적으로 돈 많은 부자들의 이혼 전문 변호를 맡으며 변호 한 번에 2억 이상씩 받았었다. 거기다 CY 그룹 주주라는 신분까지 있었기에 대구에 집을 사는 건 그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마침 저한테 빈집이 있거든요. 바로 이 근처에 있는 ‘리친시아’예요.”

‘리친시아’는 대구에서 탑 급에 속하는 고급 단지 중 하나였는데 그곳을 살 수 있을 정도면 어마어마한 부자여야 했다.

‘리친시아’는 로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주택가였고 주변에는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있었다.

“정말로 제게 임대해 주시는 거예요?”

심유진은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이죠.”

여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장난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임대하실 생각 있으시면 지금 저희랑 집 보러 가도 돼요.”

“좋아요!”

심유진이 바로 답했다.

호텔 입구에는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허태준과 여형민이 다가가자 운전석에서 누군가가 내리더니 그들의 짐을 트렁크에 실어주었다.

여형민이 심유진 보다 한발 앞서서 부 좌석의 문을 열었다.

“제가 여기에 앉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심유진이 바로 자리를 내주었다.

“타세요.”

두 사람이 말하고 있는 사이에 허태준은 이미 차에 앉아있었다.

그는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싸늘한 음성이 심유진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빨리.”

심유진이 서둘러 뒷좌석에 올라탔다.

허태준은 뒷좌석의 중간쯤에 앉아있었는데 혼자서 두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 닿지 않기 위해 심유진은 차 문에 딱 달라붙어 앉았다.

그녀의 그런 노력에도 그의 얼굴은 무서울 만큼 굳어있었다.

심유진은 혹시 그의 화를 돋우기라도 할까 두려워 허리를 곧게 펴고 숨도 큰 소리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로열 호텔에서 리친시아까지 차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기에 나름 견딜만했다.

차가 한 건물 아래에 멈춰 섰다.

“여기에요.”

여형민이 먼저 내리고 손으로 건물을 가리켰다.

“18, 19층이 모두 제거예요. 매니저님이 임대하시면 19층을 쓰시면 되겠네요.”

그 건물의 모든 집들은 2백 평이 넘는 큰 집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열면 바로 집이 나오는 구조였다.

그들은 먼저 19층으로 향했다.

집은 간단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다. 깔끔하고 단정한 이케아 풍이었다.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여형민이 쓰는 가구들은 이케아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이 집은 인테리어를 마치고 줄곧 비어있었거든요. 여기서 잔 적이 없으니 모든 물건이 새것 그대로예요.”

여형민이 심유진한테 집을 소개했다.

“이곳에는 먹을 것만 빼고 모든 물건이 다 구비되어 있어요. 그저 짐 싸 들고 들어와서 살기만 하면 돼요.”

심유진은 집안을 쭉 둘러보았다. 방의 구조와 디자인 풍격 그리고 주변 환경까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임대료는……”

……아마 비싸겠지.

“한 달에 60만원?”

여형민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숫자를 불렀다.

그는 심유진의 경악스러운 표정과 커다래진 눈을 보고 서둘러 말을 정정했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40만원도 돼요. 제가 밖에서 임대를 해본 적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줘본 적도 없어서 시장가를 잘 모르거든요. 어쨌든…… 알아서 적당히 주세요.”

심유진은 그가 자신의 뜻을 오해했음을 알아차렸다.

“아니 아니 아니.”

그녀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60만원은 너무 싸요.”

이 집을 부동산에 내놓으면 한 달에 적어도 6백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 금액의 십분의 일 정도의 가격을 부른 것이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여 변호사는 정말로 고생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도련님이구나!’

그녀의 답에 여형민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우정의 의미로 디스카운트해드리죠.”

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이 집은 매니저님이 없으면 그냥 비어있는 집이에요. 매니저님이 들어오시면 저를 도와 집을 봐주실 수도 있잖아요. 저는 임대료를 받고 부수입을 벌고요. 어떻게 봐도 제가 더 이득인 것 같은데요.”

그의 논리정연한 말은…… 정말로 빈틈이 없었다.

심유진은 비록 60만원 밖에 안 하는 임대료에 솔깃했지만 여형민이 그녀를 친구로 생각한다고 한 이상 그렇게 부도덕한 일은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하죠.”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한 달에 3백만원씩 드리고 기타 공과금 같은 것들은 제가 낼게요.”

그 금액은 이미 충분히 그녀의 예산을 넘어섰지만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녀는 여형민의 좋은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다. 집도 확실히 그녀의 마음에 딱 들기도 했고.

여형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매니저님, 저를 너무 남처럼 대하는군요.”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던 허태준이 입을 열었다.

“그냥 60만원으로 해. 싫으면 여기서 나가.”

두 남자는 마치 지금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그녀인 것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심유진은 어쩔 줄 몰랐다.

“60만원은 진짜 너무 적어요……”

그녀가 그들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때 허태준이 문을 가리키더니 그녀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말했다.

“나가.”

급해난 심유진이 큰소리로 말했다.

“60만원으로 해요. 60만원!”

그녀는 무려 이틀간 뛰어다니면서 돌아봐도 적당한 집을 찾지 못했었다. 만약 여형민의 이 집을 놓치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낭비하며 집 보러 다녀야 할지 몰랐다.

여형민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걸렸다.

“좋아요. 이따가 제가 직원한테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할게요. 내일 매니저님이 시간 되시는 대로 계약서를 체결하죠.”

그가 심유진에게 출입카드를 건넸다.

“매니저님만 원하시면 오늘 밤에 들어와도 돼요.”

심유진이 출입카드를 가방에 잘 넣었다.

“계약서를 체결한 후에 들어올게요.”

바로 들어오기에는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

“편하신 대로 하세요.”

여형민과 허태준은 이번에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저는 여기 아래층인 18층에 살고 태준이는 20층에 살아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를 찾아오세요.”

여형민이 말을 이었다.

심유진은 그가 예의상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녀 역시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두 사람한테 폐를 끼칠 마음이 없었다.

**

집을 본 후 심유진은 호텔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여형민이 자기 머리를 탁 치더니 괴롭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어떡하지!”

심유진은 당황스러운 그의 모습에 순간 긴장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왜 그러세요?”

“아까 기사님한테 잠깐 밑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는 걸 깜빡했어요.”

여형민이 순식간에 거실을 가로질러 베란다로 향했다. 그가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아. 그러고는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기사님 가셨네요.”

“어디 다른 곳에 갈 일 있으세요?”

심유진이 그에게 물었다.

“제가 차를 불러드릴게요.”

“아니요.”

여형민이 설명했다.

“원래는 기사님한테 매니저님을 다시 호텔로 모셔다드려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이라면 더 해결하기 쉬웠다.

심유진이 곧바로 해결 방법을 말했다.

“여기서 로열 호텔까지 가까워요. 저 그냥 걸어가면 돼요.”

“그건 안 되죠.”

여형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날도 어두워졌고 여기 리친시아에는 사람도 적어요. 매니저님 같은 여성분이 그렇게 다니다가 길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심유진은 대구의 치안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허태준이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한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갔다.

심유진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허태준이 문까지 걸어가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심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심유진은 바로 그의 눈에 비친 불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해 안 따라오고?”

그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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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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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원
아 남주 말투 좀 거슬리네 좋게 말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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