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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ผู้เขียน: 차차
“풉!”

물을 마시던 여형민이 그녀의 말에 그대로 물을 뿜었다.

그가 다급하게 일어나 휴지를 뽑아 서둘러 입 주위와 젖은 옷을 닦았다.

“죄송합니다.”

그는 조금 뻘쭘해 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눈매가 씰룩거리는 것이 어쩐지 웃음을 참고 있는듯했다.

그가 다시 자리에 앉더니 짐짓 생각하는 척하며 턱을 만졌다. 잠시 후 그가 정색하며 말했다.

“문제라, 허 대표한테 정말로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심유진이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심각한 결벽증이 있거든요.”

여형민이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한눈에 보아도 그 일로 꽤나 많은 피해를 입었던 것 같았다.

그 ‘병명’이라면 심유진한테 신선감을 주지 못했다. 녀가 직접 그의 결벽증을 겪어보지 못했기에 눈앞의 남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벽증과 서우연을 거절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허 대표의 결벽증이 심하다 못해 다른 사람과 그 어떤 신체적인 접촉을 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비즈니스를 할 때 협력 업체 사람들과 악수조차 하기 싫어할 정도죠.”

여형민의 말에 심유진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허태준이 호텔에 와서 체크인하던 그날 밤. 분명 그녀와 악수를 나누지 않았던가. 심지어 어젯밤에 두 사람은……

당연히 심유진은 자신이 허태준한테 특별한 “예외”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입으로 원래는 그녀한테 “사람”을 불러달라고 할 생각으로 전화했다고 했었다.

때문에 그녀는 허태준의 괴상한 “결벽증”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을 부를지언정 서우연과는 자기 싫다니. 설마 그는 서우연이 돈만 주면 아무나 잘 수 있는 그런 “사람”보다도 불결하다고 생각하나?

여형민은 심유진의 당혹감을 눈치챘지만 뭐라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와 같은 외부인이 나서지 말아야 하는 일도 있었다.

심유진 역시 그 이상은 뻔뻔스럽게 묻지 못했다.

본론은 다 끝났으니 그녀도 더 이상 그 방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기도 하니 그녀는 예의상 그에게 물었다.

“여 변호사님 혹시 저녁 약속 있으신가요? 없으면 제가 밥 살게요.”

여형민은 거절하지 않았다.

“좋죠. 혹시 한 명 더 데려가도 될까요?”

그녀는 그가 데려오겠다는 사람이 허태준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어젯밤 일만 생각하면 그녀는 절대 허태준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는 그녀를 위해 나서서 일을 해결해 줬었다. 그 일에 대해서라도 감사 인사를 하기는 했어야 했다.

“물론입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로열 호텔에는 미슐랭 삼성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곳이라면 허태준과도 같은 신분의 사람한테 밥을 사도 잘 대접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심유진과 여형민은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았다. 삼십분 후 허태준이 느긋하게 도착했다.

여형민의 캐주얼한 옷차림과는 다르게 그는 여전히 셔츠에 정장 바지를 고집하고 있었다. 머리도 정성껏 손질한 것 같았는데 앞머리를 깔끔하게 올려 매끈한 이마가 훤히 드러났다.

“회의가 이제 끝났어.”

그는 간략하게 자신이 늦은 원인을 설명했다.

여형민은 이미 그런 그의 모습에 습관 되어 있었다. 그는 불평 한 마디 하지 않고 말했다.

“앉아.”

웨이터가 그들한테 4인 테이블을 마련해 줬었다. 심유진과 여형민은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자연스럽게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양쪽에 앉았다. 그녀는 허태준이 당연히 여형민 쪽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그녀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그녀 곁에 남아있는 의자에 앉는 것이다.

테이블이 크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가깝게 앉을 수밖에 없었다. 심유진이 팔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허태준에게 닿을 것 같았다.

그녀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아무렇지도 않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어떻게 같이 있어?”

그가 무심히 물었다. 그러나 반쯤 감긴 그의 눈에 싸늘한 냉기가 맴돌고 있었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여형민이 싱긋 웃더니 자연스럽게 그 물음을 심유진에게 넘겼다.

“이건 내 의뢰인의 사생활이라서 말이야. 아무래도 심 매니저가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의뢰인?”

허태준이 그 말의 중점을 잡아내고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의 눈빛이 열정적으로 변해있었다.

“이혼하려고?”

심유진은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이 그렇게 물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뜻밖에도 허태준이 씩 미소를 지었다.

“좋네.”

그가 눈을 내리깔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몰상식한 부모가 낳은 자식이니 당신 전 남편도 뭐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

허태준의 말이 정답이었다.

단지 그때의 그녀가 너무나 어리석었을 뿐이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볼 줄을 몰랐었다. 조건웅의 괴짜 부모를 만나고도 그는 그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믿음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되었고.

고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허태준은 그녀가 그가 한 말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화가 난 그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마침 곁을 지나가던 웨이터를 불러 세웠다.

“앉은 지가 언젠데 물 한 잔 안 가져오는 겁니까? 로열 호텔의 서비스가 이 정도 밖에 안 됩니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손님들한테 값비싼 서비스료를 받습니까?”

욕을 먹은 웨이터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가 황급히 허리를 숙여 사죄하고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물을 가득 따랐다.

심유진도 긴장했다.

“죄송합니다 허 대표님. 이 일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레스토랑 매니저한테 말해두겠습니다. 앞으로 웨이터 교육에 좀 더 신경 쓰도록 잘 말하겠습니다.”

그녀의 사죄에도 그는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할 뿐이었다.

“그쪽은 그쪽이 관리하는 객실이나 신경 써. 괜히 레스토랑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심유진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싸해지자 여형민이 나서서 말렸다.

“됐어 그만해. 빨리 주문부터 하자고. 나 배고파 죽겠어.”

적절한 타이밍에 웨이터가 메뉴판 세 개를 건네고 곁에 서서 주문을 기다렸다.

허태준이 갑자기 심유진에게 물었다.

“듣자니 오늘 이 저녁은 심 매니저가 산다고?”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더 이상 아까와 같이 싸늘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심유진은 어쩐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네.”

그녀가 뻣뻣하게 굳은 목을 움직여 겨우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좋아.”

허태준의 입꼬리가 더 높게 올라가자 심유진의 불안도 한층 더 높아졌다.

허태준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서 가장 비싼 세트를 시키고 백만 원짜리 와인 한 병을 시켰다.

그에게는 일반적인 한 끼일지 몰라도 심유진에게는 3개월치 식비와도 맞먹는 가격이었다.

심유진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어두워진 얼굴과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그녀를 곁눈질해 보던 허태준은 그저 속 시원한 기분이었다. 일전에 쌓였던 불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듯했다.

**

브리딩을 마친 와인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웨이터가 매 사람에게 반 잔씩 부었다.

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물었다.

“심 매니저님, 술 마셔요?”

“네 마십니다.”

심유진이 답했다.

그녀는 객실 부를 책임지는 매니저였다. 회식 때마다 적지 않은 부하 직원들이 그녀에게 술을 권했었기에 술 주량이 제법 셌다.

“그럼……”

여형민은 와인 잔을 들고 그녀를 향해 싱긋 웃었다.

심유진이 서둘러 그가 든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

“앞으로…… 수고스럽겠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 변호사님.”

“당연한걸요.”

여형민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갑자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재산 문제를 떠나서 매니저님이 전 남편과 그 상간녀가 잘 되는 꼴이 보기 싫으시면, 제가 개인적으로 매니저님께 효력 있으면서도 법을 위반하지 않은 여려가지 방법들을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심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예를 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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