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8화

作者: 차차
심유진은 뜻밖의 욕설에 머리가 띵해졌다.

하지만 그녀 역시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은 건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고객도 겪어왔었다.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죄송합니다 서우연 씨. 아마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막 호텔로 돌아온지라 아직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실례지만 잠시만 저한테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내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와 동시에 그녀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로열 호텔은 정규적인 호텔이었다. 이와 같이 사업 규모가 크고 사무가 번잡한 호텔에서 멋대로 사람을 내쫓을 리가 없었다.

보안 요원과 청소부까지 모여있는 걸 보니 그녀를 쫓아내는 일이 거짓말인 것 같지는 않았다.

심유진은 호텔을 통틀어 권력 있고 고객을 쫓아낼 정도의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총지배인을 제외하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막 총지배인한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으려고 할 때 복도 끝 쪽에 있는 방 문이 열렸다.

여형민이 잠옷을 입은 채 걸어 나왔다.

그는 어딘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그의 주위로 허태준과 비슷한 싸늘한 기운이 느껴겼다. 아침에 친절하기 그지없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심유진은 그의 휴식을 방해한 줄 알고 황급히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여형민 씨. 현재 이쪽에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소란스럽게 했다면 저희가 다른 방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여형민이 손을 내젓더니 그녀를 향해 씩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심유진이 당황했다.

이게 괜찮으면 그는 도대체 왜 저렇게 저기압인 거지?

여형민은 곧바로 서우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서우연은 그를 알고 있는 듯했다.

“여, 여 변호사님?”

이전에 보였던 오만방자함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져있었다. 오히려 그녀가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서우연 씨.”

그녀를 대하는 여형민의 태도는 심유진을 대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말투도 각박하기 그지없었다.

“당신한테 퇴실을 요구한 건 허 대표님의 뜻이었습니다. 원인은……”

그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당신이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우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얼굴에 남아있던 핏기가 점점 가시는 것 같았다.

여형민이 말을 보충했다.

“일을 크게 만들어 우스운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퇴실하세요.”

서우연이 입술을 깨물더니 몇 초간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 두 명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쓰고 있던 캡 모자를 푹 눌러썼다. 알이 큰 선글라스와 마스크가 그녀의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서둘러 앞으로 걸었다. 그녀의 매니저들이 각각 트렁크 하나씩 끌고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임무를 마치자 보안 요원들은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고 청소부들이 남아 서우연의 방을 청소했다.

이제 복도에는 심유진과 여형민 두 사람만 남아있었다.

“휴가 아니었어요?”

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물었다.

심유진은 더 이상 그가 어떻게 그녀의 휴가를 알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그한테 달려가 묻고 싶었던 일을 물었다.

“지금 시간 돼요? 당신을 제 변호사로 고용하고 싶어요.”

여형민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가 답했다.

**

심유진은 여형민을 따라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형민은 심유진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고 물었다.

“물 마실래요?”

심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여형민은 옆에 놓인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이혼하시려고요?”

그가 물었다.

일전에 그는 자신을 “이혼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었다. 때문에 심유진의 목적을 추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네.”

마치 만 천하에 자신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처럼 심유진은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리고 다리 위에 올려진 두 손을 꽉 쥐었다.

여형민은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전문가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물을뿐이었다.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는 협상을 마치셨나요?”

심유진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협상이 잘되지 않아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여형민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당신의 전 남편은 어떻게 나눌 생각이던가요?”

심유진은 이혼 협의서의 내용을 대체적으로 한번 알려줬다.

여형민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그게 다예요? 집은요? 나누지 않나요?”

“바로 그게 문제에요.”

집이라는 말에 심유진이 더욱 분노했다. 그녀는 애써 화를 참고 있었다. 어찌나 참았던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이 손톱 모양으로 움푹 패어 들어갈 정도로.

“네?”

여형민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집은 결혼 후에 산 집이에요. 계약금도 제가 물었고 대출도 제가 갚고 있었어요. 하지만 집문서에는 저와 전 남편 두 사람의 공동 명의였죠. 그런데 불과 몇 시간 전, 제 전 남편이 제 사인과 지장이 찍힌 《주택 증여 계약서》를 꺼내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고는 제가 그 집을 자기한테 증여했대요. 거기다 이미 명의 이전을 마치고 본인 혼자만의 집으로 집문서를 고쳤더라고요.”

여형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계약서의 서명은 본인이 직접 사인한 건가요?”

그가 물었다.

심유진이 답했다.

“확실히 제 필체가 맞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계약서에 사인을 한 기억이 없어요.”

여형민이 잠깐 침묵했다.

“우선 필적 감정을 해봐도 됩니다. 그래서 진짜 본인이 사인한 게 아니면 그나마 쉬운데, 만약 정말로 직접 사인한 거라면…… 매니저님 본인은 그 계약서에 대해 아무런 인지를 못 하고 있었다고 해도, 전 남편이 매니저님한테 사기를 쳤다는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그 계약서는 법률적 효력을 가지게 될 겁니다.”

심유진은 마치 커다란 구렁텅이에 빠진 것처럼 아무런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 계약서를 언제 사인한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고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린 다른 방면으로 접근할 수도 있거든요.”

그녀의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낀 여형민이 위로의 뜻으로 미소 지었다.

“그 계약서가 진짜든 가짜든, 그가 명의 이전을 한 절차는 분명 불법적인 루트를 통했을 겁니다. 저희는 그쪽으로 파고들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마 뒷거래를 했던 사람들을 엮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매니저님의 전 남편을 문제 삼을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생기게 되죠. 그때부터는 저희가 손을 쓸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건 좋은 방법이자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심유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들까지 엮어내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조건웅이 잘 지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여형민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걱정 마세요.”

여형민이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심지어 약간 자랑스럽다는 듯이 턱을 치켜올리기까지 했다.

“그 사람들은 저를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요.”

심유진은 그에 대한 신임이 더욱 높아졌다.

“이 일은 저한테 맡기시고 매니저님은 아무 걱정 말고 본인의 일을 하시면 됩니다.”

여형민이 말했다.

이렇게 든든한 방패가 생기자 심유진은 확실히 많이 안심되었다. 마음이 안정되자 그녀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생겼다. 예를 들면 가십거리 같은 것들을.

“허 대표님은 왜 서우연 씨를 로열에서 쫓아냈나요?”

서우연은 인기 있는 연예인이었다. 그런 그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광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공개적으로 로열 호텔을 폄하하면 호텔 투숙객이 적어지는 건 물론이고 이미지도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일부러 와서 소란을 일으킬 사람들까지 수두룩하게 생길지도 몰랐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결코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여형민이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 여자 간땡이가 부어오르다 못해 태준이의 술에 약을 타기까지 했죠. 그 틈을 타서 자신이 그를 침대 위로 쓰러뜨릴 수 있다는 망상을 하면서 말입니다…… 나 참 그녀의 용기에 감탄해야 할지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허태준에게 약을 탄 사람이 서우연이었다니!

이 사실은 심유진을 충분히 놀라게 했다.

“서우연이…… 다른 사람의 술에 약까지 탈 필요가 있었을까요?”

서우연에게 잘 보이고 싶은 남자들이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심유진은 그녀가 이런 일로 자신의 몸값을 깎아내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라면……

“혹시 허 대표님……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