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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신생 뱀파이어들의 왕

Author: 초록 개미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31 00:01:33

지율은 퇴근을 하고 아침을 맞이한 카페 루비 아워는 이솔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루비 아워의 매니저인 만큼 이솔은 인간 직원들을 관리하고 카페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있었다.

그만큼, 루비 아워의 사장인 지율은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고 딸처럼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솔은 전혀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솔은 인간 손님을 맞이하기 전 잠시 지우를 불렀다.

“지우씨, 잠시 시간 괜찮아요?”

이솔의 목소리에 지우는 테이블 닦던 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네! 매니저님, 시간 괜찮습니다.”

잠시 다른 직원에게 오픈 준비를 이어 맡긴 뒤, 두 사람은 카페 안쪽 사무실로 들어갔다.

작은 회의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 출근한 직원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무게감이 이솔의 표정에 고스란히 들어났다.

“지우 씨, 제가 내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휴가인 거 알죠?”

지우는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었어요. 잘 쉬고 오셔야죠!”

김매니저는 살짝 웃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은 지우 씨가 저 대신 임시 매니저를 맡아줬으면 해요.”

지우는 잠시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루비 아워에서 근무 했던 경험으로는 무리가 없었다.

“네... 매니저님. 일주일 동안 열심히 해볼게요.”

지우의 활기찬 답변에 이솔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요. 일주일 동안 수고해주고 단톡방에는 제가 공지해놓을게요.”

지우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네! 매니저님 푹 쉬고 다음주에 뵈요.”

이솔과 지우는 서로 파이팅 하며 다시 일하러 나가 각자의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루비 아워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던 그 무렵—

안전 지역을 조금 벗어난 곳, 아침 햇살은 이미 뭉근하게 골목 위로 내려앉아 있었지만, 다세대 주택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 골목은 여전히 밤의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그 어둑한 골목 한가운데, 뱀파이어 무리가 모여있었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청년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눈동자에는 붉은 기운이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다부진 어깨, 굵은 팔뚝, 오래된 청바지에 편한 맨투맨 티를 걸친 한 남자 뱀파이어가 서 있었다.

새벽 공기 속에서도 은근히 퍼지는 담배 연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그는 무심하게 연기를 내뿜었다.

담배 끝에서 번지는 붉은 불빛이 잠시 그의 눈을 비추었다. 그 눈빛은, 인간을 오래 지켜본 짐승 같은 날카로움이었다.

그를 둘러싼 다른 뱀파이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떤 이는 팔을 모으고,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아 조아린 채 긴장된 숨을 내쉬었다.

“형님.... 헌터들과 심판자들의 순찰이 늘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한 뱀파이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담배를 물고 있던 뱀파이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눈동자가 하나씩, 둘씩 주변의 뱀파이어들을 훑었다.

“소식....?”

그는 담배 끝을 툭 떼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헌터들과 심판자들이 왜 순찰을 늘렸는지 그대들은 알고 있지 않나?”

그 한마디에 주변 뱀파이어들 사이로 싸늘한 기류가 스며들었다.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했고, 어깨는 더욱 굳어졌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모두 같은 장면이 떠오르고 있었다.

지난 저녁. 신생 뱀파이어 몇 명이 혈기를 이기지 못한 채 루비 아워로 들이닥쳤다.

안전 지역의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컨트롤되지 않은 본능에 이끌려 카페를 난장판으로 만들려 하던 순간— 헌터들이 들이닥쳤고, 그리고... 심판자인 조해일이 등장했다.

해일의 손짓 한 번에 신생 뱀파이어들의 몸은 불꽃처럼 타올랐고, 비명과 함께 그들은 순식간에 소멸했다.

그 이후로였다. 헌터들, 그리고 고위 심판자들까지 루비 아워 근처를 경계하며 순찰을 더욱 늘린 것은. 담배를 문 뱀파이어는 이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을 비웃는 듯 말했다.

“애들 몇이 혈기 못 이겨서 멍청한 짓을 하니까... 헌터들이 우글우글해진 거다. 단순한 일이지.”

그는 발끝으로 바닥의 담배를 눌러 껐다. 그 소리조차 다른 뱀파이어들에게는 날카롭게 울렸다.

“그러니까—”

그 남자는 천천히, 그러나 무겁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치 없이 날뛰지 말고 상황을 보고 움직여야 할거야. 그 애새끼들처럼 눈치 없이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지 다들 봤을거야.”

뱀파이어들은 고개를 깊숙하게 숙이며 대답했다.

“네... 형님.”

그러나 그 남자의 표정은 여전히 불만스러웠다.

신생 뱀파이어들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움직여 사고를 친 바람에,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진행해오던 그의 계획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를 가장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는 오래된 담배꽁초를 다시 밟아 으깨며 이를 악물었다.

— 멍청한 것들...

— 기껏 키워 놨더니, 분별도 못 하고 날뛰다니.

그의 눈빛은 짐승보다도 더 깊은 음울함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꿈꾸는 세상은 명확했다.

헌터도, 심판자도, 지금의 질서도 모조리 무너져야 했다.

지금의 뱀파이어 사회는 너무 오래됐고, 너무 낡았으며, 너무 “평화롭기”까지 했다.

그는 오래된 구조를 부숴버리고 자신이 뱀파이어들의 새로운 왕으로 군림하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 그 때문에 그는 조용히 신생 뱀파이어들을 만들어 자신의 세력을 넓혀왔다.

“약물형 전환자”나 “헌터 출신 개조 체질” 같은 복잡한 혈통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에게 복종하는 새로운 세대의 군대를 만들기 위해.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모든 걸 뒤흔들어 놓았다.

루비 아워에서 벌어진 신생 뱀파이어들의 폭주. 그들의 즉각적인 소멸.

그리고 헌터들과 심판자들의 경계 강화. 그 모든 것이 그의 그림자 같은 움직임을 세상 위로 드러내게 만든 것이었다. 담배를 다시 꺼내려던 그의 손이 멈췄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내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군.’

이 평화롭다 못해 구역질 나는 현재의 상황이 그에게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자 굴욕이었다. 뱀파이어 사회는 지나치게 안전했고, 지나치게 질서 정연했다.

자신은 인간들과 평화롭게 흘러가고, 그들과 정책을 세우고 헌터와 심판자들이 지키는 이 안정된 구도는, 그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과는 정반대였다.

그의 계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조금 더 어둡고, 은밀하며, 위협적으로 흘러가야 했다.

피비린내가 더 짙어지고, 혼란이 더 퍼지고, 헌터들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야 했다.

그는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으며 늘어선 부하들을 하나씩 보았다.

“신생 뱀파이어들 관리 잘해라.”

목소리는 위협적이기 그지 없었다.

“말 안 듣고 날뛰는 것들은—”

그는 담배 끝을 바닥에 눌러 끄며 천천히, 잔혹하게 웃었다.

“소멸시켜도 좋아.”

주변 뱀파이어들의 숨소리가 순간 멎었다. 누군가는 목젖이 움직이며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의 ‘소멸’은 심판자처럼 깔끔한 방식이 아니었다.

피가 튀고, 뼈가 갈리고, 비명과 함께 ‘사라진다’는 의미였다.

“내가 만들 세상엔... 약한 것들, 통제 못 하는 것들은 필요 없어.”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짙어진 붉은빛으로 변해갔다.

부하 뱀파이어들은 그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스로도 모르게 더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머리를 조아린 것은 단순한 복종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앞에 서 있는 존재가 풍기는 절대적인 위압감, 그 위압감 속에 숨어 있는 잔혹한 본성이 그들의 척추를 타고 내려갔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손끝이 떨렸고, 누군가는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모시는 ‘형님’은 다른 뱀파이어들과 차원이 달랐다.

헌터에게도, 심판자에게도 마음대로 잡히지 않을— 고대에 가까운 힘과 잔혹성을 가진 존재.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상대가 동료든, 후배든, 신생이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라는 것을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심했다. 형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우리부터 더 잔혹해져야 한다.

그들의 심장은 느리게, 묵직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그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피를 묻히는 도구이자 군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 결심이 서자, 골목의 공기가 서늘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잔혹함을 다짐하는 듯 보이는 그 순간— 어둠의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뱀파이어들 중 몇몇은 고개를 더 깊이 숙인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형님에게 복종하는 부하들이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전달하지? 폐하께 이 상황을 알리지 않으면.... 더 큰일이 터질 거야. 하지만 지금 여기서 눈에 띄면... 우리가 먼저 소멸될 수도 있어.’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 남자가 뱀파이어 사회의 심판자인 지율과 왕에게까지 문제를 일으킬 거라는 사실을.

그의 계획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전체 질서를 뒤집는 전면전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었다.

그들은 형님의 부하처럼 행동해야 했고, 동시에 왕과 해일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했다.

아무도 믿으면 안 되는 위험한 줄타기였다. 숨을 들이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한 뱀파이어는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해일님이라면... 이 분위기를 바로 알아차리겠지. 하지만 우리가 직접 말씀드리지 않으면 늦을 수도 있어.....’

다른 스파이 뱀파이어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폐하께 이 상황을 어떻게 전달해야 하지? 아....놔...... 제 시간에 전달이 안되면 루비 아워뿐만 아니라 인간 구역 전체가 위험하다.’

그들은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각자의 머릿속에서 결론 하나를 굳혔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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