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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김이솔 매니저의 속사정

Penulis: 초록 개미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2 00:01:35

이솔은 감았던 눈을 떴다.

지율에게 할 말을 정리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인지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솔은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서 일어나 다시 매장으로 나오니 어둠이 골목 위로 내려앉기 시작하고, 밤이 시작되는 지금 건물마다 하나둘 네온사인이 켜지고, 인간들은 퇴근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루비 아워도 마감 시간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알바생들이 바쁘게 뒷정리를 시작했다.

“매니저님, 오늘도 최고 매출이에요! 이 정도면 보너스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한 알바생의 볼멘소리에 이솔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오늘 사장님 오시면 한번 말씀드려볼게요.”

그의 말에 알바생들은 “진짜요?” 하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이솔은 인간 직원들의 들뜬 표정을 보며 웃어보였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직원들과 마감 청소를 하며 밤에 찾아 올 뱀파이어 손님들을 위해 최대한 인간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환기와 탈취제를 뿌리며 돌아다녔다.

다른 인간 직원들은 그런 이솔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그들은 뱀파이어의 존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표정이었다.

마감 청소를 마무리 한 후 이솔은 매장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런 이솔을 바라보던 알바생 한 명이 이솔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매니저님, 저희 카페 커피 냄새로 향기로운데 환기는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알바생을 바라보며 이솔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음..... 비밀??”

비밀이라는 이솔의 답변에 알바생은 놀란 표정을 해보였다.

“네???? 매니저님.... 비밀이라뇨... 너무해요!!”

알바생의 투정 섞인 말투에 이솔은 웃어보였다.

“사장님께서 환기는 꼭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저도 진짜 몰라요.”

이솔은 사장님의 지시가 있어서 라고 했지만 사실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믿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였고 말이다....

“자~ 자~ 이제 퇴근 시간이네요. 다들 퇴근해요.”

이솔은 주변을 환기 시키며 알바생들을 퇴근 시킨 후 매장에 남아 소울 마켓의 사장인 지율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솔 혼자 남겨진 매장은 조용했고, 커피 향 대신 약간의 세제 냄새가 은은히 감돌았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지율이 곧 도착할 시간이었다.

그가 도착하고 인수인계가 완료되면 인간들의 시간은 끝이나고 뱀파이어들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솔은 매출 전표와 오전 근무를 하며 원두와 테이크 아웃 잔 등 재고를 파아해 둔 종이를 정리해 카운터에 올려 놓았다.

이솔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늘 지율에게 꼭 해야 할 말을 정리했다.

요즘 손님이 많이 늘어 피곤하다는 것과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 등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문 위의 작은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이솔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문을 보았다. 붉은 조명 아래, 지율이 들어섰고 그 뒤로 해일과 은재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뒤따랐다.

“김매니저, 오늘도 수고했어요~”

지율의 밝은 인사에 이솔도 미소를 지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이솔은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자 지율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요, 김매니저.”

그때 해일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의 예민한 감각이 먼저 이상을 감지한 것이다.

“음...? 김매니저,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지율도 그 말에 시선을 돌렸다. 그는 김매니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낮게 물었다.

“그러게... 오늘 좀 힘들었어요?”

김매니저는 잠시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저 오늘 드릴 말씀 있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그 한마디에 지율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 그는 잠시 눈빛을 내리깔았다.

이솔은 루비 아워의 중심이었다 — 능력 있고 성실하며, 인간 직원 중에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인물.

지율은 이솔이 진지한 표정으로 할말이 있다고 하자 순간 긴장했다. 그녀가 그만 둔다고 하면 어쩌지? 월급을 올려줘야 할까? 이솔을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요.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애써 덤덤한 척 말하는 지율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휴게실 안.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묘한 정적이 흘렀다. 공기는 무겁고, 커피 향은 옅었다.

“김매니저, 할 말이 뭘까요?”

지율이 조심스레 웃어보였다.

“나 지금 좀 무서운데..... 내가 생각하는 그런 무서운 그림은 안나왔으면 해요.....”

그의 말투엔 농담이 섞여 있었지만, 그 눈빛엔 진심 어린 긴장이 담겨 있었다.

이솔이 그만둔다면 — 루비 아워는 균형을 잃을 것이다. 지율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 사장님.”

이솔이 어떤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며 말을 꺼냈다.

“요즘 낮에 인간 손님들이 많이 늘었잖아요?”

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한산했던 카페는 이제 SNS 덕에 매일 북적이고 있었다. 인간 직원들이 힘들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월급 인상이나 보너스 지급을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렇죠?”

지율이 짧게 답하자, 이솔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요즘 제가 체력적으로 좀 힘든 상황이라, 연차를 좀 사용했으면 합니다. 저, 휴가가 필요해요. 사장님!!!”

마지막 문장은 거의 절규처럼 들렸다. 지율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군요. 김매니저, 그건... 아주 정당한 요청이에요.”

지율은 속으로 크게 안도했다. 다행히였다. 그가 두려워하던 “그만두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자신은 뱀파이어이기에 체력의 한계를 느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솔은 인간이었다.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루비 아워가 유명해지며 낮에 일하는 인간 직원들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른 상황이었고, 이솔이 자신에게 연차를 사용하고 싶다고 하는 것도 당연했다.

자신이 먼저 이솔에게 연차에 대해 물어봐 주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에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래요, 김매니저의 마음을 이해했어요.”

지율이 먼저 알아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듯 민망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뱀파이어라서, 인간인 김매니저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걸 미처 챙기지 못했네요. 그건 내 잘못이에요.”

그 말에 이솔의 어깨가 살짝 풀렸다. 혹시라도 자신의 말을 반려하거나, 휴가를 내는 걸 문제 삼을까 걱정했지만 지율의 태도는 늘 그렇듯 따뜻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솔은 그가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고 연차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준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드디어, 자신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지율은 잠시 탁상 달력을 가져와 날짜를 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럼, 연차는.... 가만 보자.”

그는 손가락으로 날짜를 짚었다.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열흘. 어때요?”

“열흘이요?”

이솔이 깜짝 놀라 크게 뜬 눈으로 지율을 바라보자 그는 활짝 웃어보였다.

“그래요. 생각해보니까 김매니저, 우리 루비 아워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한 지 지금 2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연차도 제대로 못 썼잖아요. 사장인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야 하는데 김매니저가 먼저 말을 꺼내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이솔은 지율의 사과의 말에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했지만 자신의 마음이 전달 된 것 같아 활짝 웃어 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휴식도 일의 일부예요. 그동안 고생해 준 김매니저는 당연히 연차를 사용할 수 있고 사장인 나에게 요구하는 건 당연한 거에요. 힘들면 고민하지 말고 말해야 되요. 알았죠?”

지율은 이솔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돌아올 때는 예전보다 더 밝은 얼굴로 와요.”

이솔은 그의 친절하고 다정한 말투와 환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휴가를 즐기고 오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지율은 그녀에게 뒤이어 중요한 사항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내일 출근하면 지우 씨에게 연차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 열흘 동안은 지우 씨가 임시로 매니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인수인계 부탁드려요.”

“네, 사장님. 알겠습니다.”

이솔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지율은 생각난 듯 ‘아!!’하며 손뼉을 쳤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그동안 우리 인간 직원들 정말 고생 많았잖아요. 이번 월급날 월급과 함께 보너스도 지급될 거라고 지우 씨에게도 꼭 전해주세요~”

이솔의 입가에는 정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방금 직원들이 보너스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 섞인 투정들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역시 사장님이세요.”

지율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이건 사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죠.”

그 말에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휴게실 문이 열리며, 지율과 이솔이 함께 나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아까보다 훨씬 가벼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은재가 눈을 가늘게 뜨며 툭 한마디 던졌다.

“뭐야... 분위기 왜 이렇게 좋아?”

지율이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 왜? 그런 썩은 동태눈으로 쳐다봐도 아무 타격 없거든?”

지율은 은재에게 다가가 이마를 쥐어박았다.

“아야!! 형!!! 썩은 동태눈깔이라니!!”

은재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투덜거렸다. 지율은 피식 웃으며 그의 머리를 한 번 더 쥐어박았다.

이솔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긴장감이 완전히 풀린 듯했다.

지율은 자신의 뒤에서 쿡쿡거리며 웃고 있는 이솔을 바라보며 머쓱한 듯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김매니저,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퇴근하고 내일 아침에 봐요.”

“네, 사장님! 두 분도 오늘 수고하세요~!”

이솔은 한결 가벼워진 웃음과 발걸음으로 퇴근할 준비를 하기 위해 가방을 챙겼다.

“잘 가요~”

해일과 은재도 동시에 손을 들어 인사했다. 잠시 뒤, 문 위의 작은 종이 딸랑— 하고 울리며 이솔이 카페를 나섰다. 그 뒷모습이 골목 끝으로 사라지자, 해일이 지율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지율아~ 김매니저랑 무슨 얘기 했어?”

지율은 카운터 뒤편으로 돌아가 혈청 커피 머신을 켜며 대답했다.

“요즘 주간에 우리 카페에 인간 손님들이 엄청 많이 늘어서 인간 직원들이 바빠서 쉴틈이 없었잖아. 김매니저는 유독 더 힘들었고..... 그래서 휴가에 대해서 이야기 했거든.

다음주에는 김매니저 열흘 동안 휴가 다녀 올거야.”

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렇지, 그렇지. 요즘 낮에는 진짜 미어터지더라.”

지율은 카운터 뒤로 자리를 옮겨 이솔이 정리해 놓은 자료들을 챙겨 놓고 뱀파이어 손님들을 위한 혈청들을 종류별로 정리해 놓으며 은재를 위한 혈청 라떼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 네 몫.”

은재는 신나게 웃으며 커피를 받아 들었다.

“역시 형이 타주는 혈청 커피가 제일 좋아~~!!”

그는 들뜬 표정으로 컵을 꼭 쥔 채 자신의 지정석으로 향했다.

은재에게 지율이 타주는 혈청 라떼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 중 단연 최고였다. 다른 바리스타가 타 준 커피는 거의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자신의 입 맛에는 최고였고, 해일이 타 준 혈청 커피는 믹스로 나온 인스턴트 커피로 타주는 것 이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바로 바로 적용해주는 뱀파이어들은 지율과 해일 뿐이었다.

은재는 커피를 한 모금 천천히 음미했다. 붉은 빛의 액체가 입안에 퍼지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노트북을 켰다. 이제 그의 밤 근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카운터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율과 해일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율아, 저 새끼 변태야....”

해일이 낮게 중얼거렸다. 지율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가장 열심히 일하는 변태 잖아. 안그래?”

두 뱀파이어의 한 숨 섞인 말은 은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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