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실베르는 자신 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전하. 우선 치수부터 재야 하는데, 괜찮으시면 팔을 벌려 주시겠습니까?”
현목은 잠시 실베르의 표정을 살폈다.
자신감이 넘치는 저 미소는, 이미 모든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실베르가 치수를 재겠다고 하자 비서는 조용히 장비 가방을 받아 들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방 안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목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치수라..... 그건 필요하겠지.”
실베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붉은 홍채가 더욱 선명했다.
어딘가 남다른 기품까지 느껴졌다. 마치 상대를 하나의 작품처럼 분석하는 듯, 그의 시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전하의 체격 비율은 소문으로
현목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인기척에 현목은 잽싸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표정을 관리했다.“똑, 똑.”“전하, 기자들 도착했습니다.”문밖에서 들려오는 비서의 목소리에 현목은 목시늉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들어오게.”입가에 감돌던 음습한 미소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는 일국의 전하다운 정갈함과 범접할 수 없는 품위만이 매끄럽게 묻어났다.문이 열리며 비서가 들어섰고, 그 뒤로 카메라와 녹음기를 든 기자들이 머뭇거리며 발을 들였다.현목은 책상 위에 정갈하게 정돈된 서류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은 채, 안경알 너머로 들어오는 이들을 향해 완벽하게 계산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방금 전 서류에 서명하며 감돌던 기괴한 피로감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맑고 기품 있는 얼굴이었다.“바쁜 발걸음 하느라 고생들 하였소.”현목의 기품 있는 인사에 기자들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으며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사방에서 플래시 세례가 터져 나가자, 비서가 “큼!” 하고 얕은 헛기침을 던졌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기자들이 살짝 놀라며 준비된 석상에 급히 자리를 잡았다.“전하, 안녕하십니까.”“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기자들이 저마다 깍듯이 인사를 건네자, 현목은 그 인사를 너그럽게 받아주듯 온화한 미소를 띤 채 그들의 맞은편 상석에 천천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자... 그럼 인터뷰를 시작하지.”기자는 카메라의 영상 녹
실베르는 자신 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전하. 우선 치수부터 재야 하는데, 괜찮으시면 팔을 벌려 주시겠습니까?”현목은 잠시 실베르의 표정을 살폈다.자신감이 넘치는 저 미소는, 이미 모든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의 얼굴이었다.실베르가 치수를 재겠다고 하자 비서는 조용히 장비 가방을 받아 들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방 안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현목은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치수라..... 그건 필요하겠지.”실베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가까이에서 보니 붉은 홍채가 더욱 선명했다.어딘가 남다른 기품까지 느껴졌다. 마치 상대를 하나의 작품처럼 분석하는 듯, 그의 시선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전하의 체격 비율은 소문으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이상적입니다.”그는 말하며 허리에 둘러찬 줄자를 풀어냈다.“어깨선이 곧게 뻗어 있고, 옆구리와 허리의 선도 균형이 좋습니다. 과한 장식을 얹어도 흐트러지지 않을 체형입니다.”실베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좋은 소재를 사용한다면 아주.... 아름다운 실루엣이 나오겠군요.”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름답다’는 말을 내뱉자 현목은 미간을 좁혔다.“나는 과한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과함은 디자인의 의도가 정하는 것이지, 장식의 양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실베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전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지, 전하를 가리는 것이 아니죠.”줄자가 현목의 어깨 위에 얹혔다.
현목이 왕위 승계 서류에 도장을 찍고, 공식적으로 이현명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지정되었다.그 소식은 순식간에 뱀파이어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각종 뉴스 채널과 매체들은 ‘새로운 후계자 탄생’이라는 제목을 달고 속보를 쏟아냈고, 궁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궁 앞에는 수많은 뱀파이어 기자들이 몰려들어 현목을 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었다. “후계자님! 인터뷰 한 말씀만—!”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아우성이 끊이질 않았다.궁정 내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쏟아지는 일정과 준비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황궁 전체가 한순간에 ‘새 국면’의 열기로 달아올랐다.정작 당사자인 현목은 밖으로 나갈 틈조차 없었다.후계자 교육, 서류 검토, 각 부서 보고까지 하루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그는 사실상 사무실에 갇힌 채 쉴 틈 없이 승계 준비에 매달리고 있었다.그때, 비서가 문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들어왔다.“전하...! 오늘은 승계식에 입으실 의복을 맞추기 위해 의상 디자이너와 만나셔야 하고, 뱀파이어 기자단과의 공식 인터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서류 더미 위에 얼굴을 묻고 있던 현목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 밑에는 이미 피곤이 스며 있었고,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이보게... 내 얼굴.... 어때 보이나?”현목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스케줄표를 검토하던 비서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어두운 눈가, 굳은 어깨, 한숨이 밴 표정. 피곤이 얼굴 전체에 새겨져 있었지만, 감히 그 사실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비서는 억지로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멋지십
시간은 쉼 없이 흘러, 봄은 여름으로, 여름은 가을로, 가을은 다시 겨울을 지나 어느덧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했다.큰 사건 하나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나날들이었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현목의 인간 딸과 백도진은 결혼식을 올린 뒤, 궁 안의 밀폐된 공간에서 그녀가 뱀파이어로 변하는 과정을 거쳤고 이후 신혼여행을 떠났다.한편, 그와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지우 역시 뱀파이어로 변하며 이성을 잃고, 본능만 남은 채 죄수들의 사형 집행을 위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 사실을, 이솔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솔은 그저 행복한 것들만을 보고, 듣고, 느끼며 지우의 불행이 같은 시간 위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은재는 IT 개발자이자 사형 집행관으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 모두에 자부심을 느끼며 뱀파이어로서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백도진과 현목의 딸이 결혼한 후 이솔은 지율에게 입양되어 인간이지만 정식으로 뱀파이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해일과 연인이라는 것과 지율이 가장 믿는 인간이라는 것 현목의 딸도 인간이었다는 것 등의 이유가 받아들여지면서 이솔은 지율의 딸로서 앞으로의 미래를 과거 보다 자유롭게 그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해 했다.하지만, 이런 따뜻하고 아무런 사건이 없는 일상은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법이었다.뱀파이어들의 궁에서 고위 관료 뱀파이어들은 갑작스러운 왕의 호출에 모여들기 시작했다.‘왕께서 무슨 일로.....’‘우리 잘못한 것 없는데.... 이보게 우리 뭐 실수한 것 있나?’‘없어.... 최근에는 아무 일도 없이 아주 안정된 날이 이어졌네.’
카페 루비 아워 지하 감옥에서 죄수 지우를 감시한 지도 어느덧 닷새째였다.그동안 해일에게서 쏟아진 온갖 잔소리에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나날을 보낸 도진은, 이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그래서 궁에 전화를 걸어 울먹이며 하소연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말은 하나같이 같았다.‘이번 기회에 해일님께 제대로 배워라.’모두가 모른 척하기 바빴다.“난 왜 공무원이 된 거야.......”도진은 한숨 섞인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노트북 자판을 미친 듯이 두드렸다.“이럴 거였으면 그냥 은재 형 따라 회사나 다닐걸......”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타자를 치고 있던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왔다.“은재가 그렇게 좋으면, 지금이라도 공무원 때려치우지?”도진은 깜짝 놀라 거의 의자에서 튀어 오를 뻔했다.언제 다가온 건지조차 알 수 없게, 해일은 이미 그의 뒤에 서 있었다.해일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도진의 어깨 위에 팔을 얹고, 내려다보고 있었다.“아... 하, 핫.... 해일님!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잔뜩 기합이 들어간 도진의 모습은 어딘가 귀여워 보이기도 했지만, 해일은 오히려 표정을 더욱 굳혔다.그는 천천히 소파에 앉아 등을 깊게 기대고,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그래~~”해일이 느릿하게 웃었다.“당연히 열심히 해야지~!”누가 보더라도 적당히 좀 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해일은 거만함을 온몸으로 드러낸 채 도진을 바라보았다.“죄수 관리는 잘 하고 있지?”
해일은 오토바이를 몰아 루비 아워로 향하며 착잡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아직 이솔을 자신의 뒤에 태워 본 적도 없었는데, 죄수부터 태우게 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아휴... 내 팔자야....”지율이 이 광경을 보면 펄쩍 뛰어오를 게 분명했다. 그 생각에 한숨은 더 깊어졌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루비 아워에 도착한 해일은 기절한 지우를 안아 올려 안으로 들어서자 자신의 예상대로 지율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입을 살짝 벌린채 해일과 지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형.... 뭐야? 지우 씨가 왜 형한테 안겨 있어?”지율의 질문에 오히려 해일 쪽이 더 당황했다.“너, 그 표정 뭐야!!”해일이 버럭 소리쳤다.“난 이솔 씨밖에 없어! 이 죄수는 그냥 기절시킨 거라고!!”지율은 눈초리가 가늘어지기는 했지만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뭐... 형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지하 감옥에 내려 놓고 와.”해일도 지금 여기서 더 설명했다가 꼬이기만 할 것 같아 일단 지우를 지하 감옥에 들여보내기 위해 루비 아워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은재도 뱀파이어 죄수들의 폭주 소식을 듣고 회사에 휴가를 낸 상황이라 루비 아워에서 대기하고 있던 참이었다.그래서, 해일에게 안겨서 들어오는 지우를 보자 헛웃음이 나오기는 했지만 일단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현목에게 전화를 걸었다.“아, 현목님. 루비 아워에 방금 해일 형이 도착했고요. 교도소에서 탈출한 여자 죄수는 일단 루비 아워 지하 감옥에 수감해 두었습니다. 궁 쪽 교도소 정리가 끝나면 오셔서 데려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잠시 후, 현목의 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