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성연은 주방에 내려가 직접 많은 음식들을 만들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주방장이 도와주려 하다가 성연에게 쫓겨났다.음식을 할 때 성연은 직접 식재료를 다듬는 것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자기 자신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다른 사람이 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할 게 뻔하다.집사는 성연이 혼자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자청해서 성연을 도와주었다.“작은 사모님, 제가 반찬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성연의 옆에는 또 많은 재료들이 늘어져 있었다. 과연 언제 다 처리할 수 있을지.집사의 목소리에 성연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집사님, 채소들을 좀 씻어 주시면 돼요.”집사가 능숙하게 생선을 다듬었다. 모든 동작들이 민첩하게 채소들을 썰었다.채소를 다듬는 동안 풍성한 음식들을 보던 집사가 호기심에 물었다.“작은 사모님, 오늘 사모님과 도련님에게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평소의 두 사람이라면 성연은 절대 이렇게 많이 하지 않았을 타.아까운 게 아니라 그저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특별한 날 아니에요.”성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저 음식을 한 지 너무 오랜만이라 일시에 흥이 났고, 이런 음식들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무진이 좋아하는 식성에 맞는 음식들을 여러 개 만들었다.평소 무진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회사에서 하루 종일 지쳐서 돌아왔다가 이 음식들을 보면 무진이 매우 즐거운 마음이 들겠지?집사는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성연을 위해 모든 재료들을 깨끗이 다듬는 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음식을 다 만들고 나자, 마침 무진이 퇴근할 시간이었다.성연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연 자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동작에 간절함이 담겼다.전화를 걸자 무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성연이 목을 가다듬은 후에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집에 와서 식사할 거예요? 일 다 끝나지 않았어요?”무진은 몰랐지만 성
무진은 퇴근 후 바로 소씨 집안으로 소지연의 부모를 만나러 갔다.소지연의 부모는 무진을 열렬히 환대했다.음식은 모두 두 사람이 준비를 다 해 놓은 상태였다. 무진이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았다.소지연이 그릇과 수저를 가져다 놓으며 옆에서 놀렸다.“무진 오빠, 오빠 온다고 하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셨어요.”다분히 놀리는 말에 소지연의 엄마가 책망하듯이 소지연을 쳐다보며 말했다.“얘, 엄마 아빠를 놀리기나 하고! 무진아, 네 집이라고 생각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무진이 이곳에 얼마 만에 왔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무진을 대하는 소씨 부부의 태도는 변함없이 좋았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식사하는 동안 아주머니는 감탄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무진이 너와 우리 지연이 둘 다 이렇게 자랐어. 지금 무진이와 지연이 너무 바쁘구나. 이렇게 밥 먹는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다음에 꼭 안 회장님 뵈러 가야겠다. 안 그러면 사이가 서먹서먹해질 거야.”“그래, 무진아, 이제 예전과 많이 달라. 회사를 경영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이 다 사람들 눈에 띄게 돼. 그러니 항상 삼가 조심하고 경솔해서는 안돼.” 소씨 아저씨도 옆에서 충고했다.아저씨, 아주머니 두 분의 애틋한 말을 듣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익숙했다.그리고 자신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말하지만, 이 돈이라는 게 벌려면 끝도 없어. 지연이 말이 무진이 너 몸이 안 좋다고 하던데, 역시 건강에 주의해야 해.” 아주머니가 염려 섞인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아주머니를 달래듯이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걱정 마세요. 요즘 약도 계속 먹고 있어요. 벌써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괜찮아요.”“그럼 됐어. 역시 자신의 몸을 잘 돌보는 게 관건이야.”아주머니 관심을 기울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아주머니, 감사합니다.”무진이
강명재, 강명기, 그리고 강진성과 강일헌이 일제히 운봉그룹의 테이프 커팅 현장에 등장했다.은성그룹, 즉 강명기가 사석에서 개설한 회사였다. 둘째, 셋째 일가가 각각 50%의 주식을 아주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여기저기서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고, 각 언론매체들은 서로 앞다투어 제일 앞에서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모두들 자신들이 WS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더 많은 사람들이 둘째, 셋째 일가가 예전에 빛날 수 있었던 것도 강씨 가문의 후광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지금 강씨 가문에서 분리된 것은 자신들이 마치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음을, 이제 별볼일 없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생각한다.비록 강씨 가문을 떠났다 하더라도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여전히 이처럼 기세 등등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모르지만 강씨 가문 내의 인원들은 모두 알고 있다. 둘째, 셋째 일가 배후에 있는 후원자를 믿고 이렇게 날뛰고 있음을.강진성은 밖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속으로 얼마나 득의양양한지 몰랐다.WS그룹에서 자신들은 늘 강무진에게 눌리고 큰집 사람들에게 눌렸다.이제 은성그룹은 자신들의 회사였다.언젠가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 것이다.WS 그룹을 능가할 수 있는 그룹.엠파이어 하우스 안.성연과 무진은 모두 소파 앞에 나란히 앉아서 마침 경제 채널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도 인터뷰 장면을 보았다.성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진의 표정을 힐끗 보았다.무진의 표정은 냉담했다. 저들의 득의양양한 모습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지금 둘째, 셋째 일가는 이미 자신의 골머리를 썩이게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진은 속으로 의혹을 중얼거렸다.‘테이프 커팅 같이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어째서 MS 가문의 미스터 제이슨이 나타나지 않았을까?’‘설마 계속 뒤에 숨어 있겠다는 걸까?’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본 성연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왜요? 저 사람들 테이프 커팅식에
무진의 눈 밑에 드리워진 다크 서클을 바라보는 성연이 눈에 애정 어린 관심을 담고 물었다.“요즘 무진 씨 너무 피곤해요. 긴장을 제대로 풀어야 해요.”‘일이야 뭐, 당연히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게 제일 좋지.’둘째, 셋째 일가의 일이 간신히 지나갔다. 다음에 쉴 시간은 도대체 언제쯤일런지 모르겠다.성연은 우선 무진에게 일을 좀 내려놓으라고 권하고 싶었다.무진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들을게. 마침 소지연이 어제 리조트 한 곳을 언급하던데, 우리 한 이틀 쉬고 오자.”자신이 바쁜 것은 상관없었다.다만 바쁘다 보니 확실히 너무 많은 것들을 소홀히 했다. 성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그러니 이 시간을 이용해서 성연 옆에 꼭 붙어 있어야지.’성연이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리조트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성연은 보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진이 소지연을 언급하는 순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소지연은 유럽에서 돌아온 후 거의 매일 무진에게 붙어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두 사람의 죽마고우 관계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깊었다.처음 소지연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소지연, 보기엔 멀쩡해 보였으니까.’특히 최근 며칠 무진의 입에서 소지연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그게 성연이 반감을 느끼게 했다.자신의 생각이 너무 편협한 지도 모른다고 성연은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그냥 내 생각이 너무 많은 거였으면 좋겠어.’리조트를 언급할 때 성연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무진이 물었다.“왜? 리조트에 가고 싶지 않아?”성연이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갑자기 불쾌한 일이 생각나서 정신이 잠시 나간 모양이에요. 미안해요.”“괜찮아, 만약 리조트에 가고 싶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도 돼.” 무진에게는 성연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뿐.어쨌든 무진이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성연의 마음.“아니요, 그냥 리조트에 가요. 모두
다음날 성연과 무진은 리조트로 향했다.두 사람이 리조트에 도착하니, 소지연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지연은 마치 자신이 리조트의 주인인 듯 신경 써서 무진과 성연을 접대했다.“무진 오빠, 성연 씨, 두 사람 왔군요. 두 사람을 위해 룸을 미리 준비해 뒀어요. 자연친화적 휴양지인 이곳은 시골밥상이 특징이에요. 나오는 음식들 전부 이곳 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친환경 재료들만 사용해요. 맛도 좋고 아주 색달라요.”소지연은 기획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일이 결정되자 마자 바로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준비했다.원래 이런 사람과 함께하면 편안하게 느껴져야 할 테지만, 성연은 왠지 모르게 오히려 좀 불편함을 느꼈다.소지연은 너무 잘해 주었다. 좀 과장되게 느껴질 만큼.“너 제법 신경 썼구나. 우리 두 사람이 놀러 와서 너를 귀찮게 하는 건 아냐?” 무진이 성연과 손을 잡은 채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손은 여기 도착한 이후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힐끗 그 모습을 보는 소지연의 눈에 일순 어두운 빛이 지나갔다. 하지만 소지연은 웃으며 대꾸했다.“무진 오빠잖아요. 성연 씨는 또 제 언니이고. 여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이어서 오라고 한 거니, 두 사람이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지요.”“고마워요.” 성연도 옆에서 감사인사를 했다.줄곧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무진의 행동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언제 어느 때든 무진은 성연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진의 곁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뭘요. 무진 오빠, 요즘 많이 피곤했을 텐데 옆에서 좀 쉬세요. 제가 성연 씨 데리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올게요.”소지연은 성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바로 끌고 갔다.좀 떨어진 곳에 이러서야 소지연이 성연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성연 씨, 무진 오빠와 난 늘 사이가 좋았어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나 때문에 질투라도 한다면 너무 미안할 거예요.”성연도 소지연의 웃음에 답하
점심으로 나온 메뉴를 보니 확실히 소지연이 말한 그대로 유기농 시골밥상 차림이었다.모두 이곳 사람들이 직접 재배한 것들이었고, 뒤에는 둘러볼 수 있는 농원도 있었다. 먹어보니 입에 잘 맞았다.평소 집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먹다가 가끔 이런 음식을 먹으니 식욕이 더 당기는 것 같았다.그 때문에 성연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무진은 옆에서 수시로 물잔을 채워주고 반찬을 집어주는 등 식사하는 내내 성연을 신경 썼다.옆에서 지켜보던 소지연, 젓가락을 꼭 쥔 손끝이 새하얗게 변했다.그것도 잠시, 소지연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점심 식사 후, 소지연은 성연과 무진에게 함께 수영하자고 권했다.소지연은 친절하게 성연을 위해 수영복도 미리 준비해 두었는데, 옅은 블루의 수영복은 괜찮아 보였다.수영복을 받은 성연은 오랜 직업병 탓에 수영복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 지 세세히 검사한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수영복을 입었다.수영복을 입은 성연이 밖으로 나가자, 마침 소지연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소지연의 수영복에 비교해서 성연의 수영복은 스커트 모양의 비교적 단정한 스타일이었다.그에 반해 소지연의 수영복은 그녀의 몸매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소지연의 몸매를 본 성연 또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성연의 수하들 중에도 미남, 미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지연처럼 뛰어난 몸매를 가진 이는 정말 극소수였다.소지연과 비교하면 성연은 마치 어린 여자아이 같았다.지금까지 성연은 자신의 몸매를 의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소지연을 눈앞에 두자 마음속에 옅은 열등감이 생겼다.수영복 차림의 소지연이 손에 들고 있던 디저트 접시를 무진 앞에 내려놓았다.“무진 오빠, 여기 디저트도 맛있어요. 심심하면 한 번 맛봐요.”무진은 매너 있게 정면으로 시선을 둔 채 대답했다.“고마워, 난 신경 쓰지 말고 두 사람 재미있게 놀아.” 무진은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소지연과는 비록 좋은 친구 사이이지만, 어쨌든 그는 남자이고 소지연은 여자였다.그러니 선
리조트 내 수영장 역시 자연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옆으로 흐르는 강과 연결된 것이 상당히 이색적이었다.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수영장 내에는 소지연과 성연 두 사람만 들어와 있었다.성연은 이리저리 수영장을 가로지르며 몹시 신이 나서 수영했다. 이렇게 시원하게 헤엄친 게 얼마만인지.조직 안에서 수영은 누구도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소양이었다.그 중에서도 성연은 프로 수영선수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을 자랑했다.다만 소지연 앞이라 그대로 드러낼 생각이 없었지만, 성연의 수영은 꽤 능숙해 보였다.소지연은 성연의 수영 실력이 상당해 보이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성연 씨, 수영을 잘하네요, 따로 배운 적 있어요?” 소지연은 일부러 옆으로 헤엄쳐 와서 성연과 나란히 물을 갈랐다.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화제를 이어가기 어려울 터였다.“아뇨, 옛날에 시골에 살 때, 외할머니와 냇가에 가서 헤엄치며 많이 연습해서 그래요.”성연은 자신이 시골 출신이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지연 앞에서도 솔직하게 그대로 드러냈다.소지연 역시 의외로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성연의 출신을 경멸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다.어찌 되었든 강무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 그냥 만만한 인물이겠는가?“아, 그렇구나. 성연 씨가 살던 곳은 분명 아름다울 테죠?” 소지연의 말투는 옅은 동경의 빛을 담고 있었다.“음, 네, 아름다운 건 확실해요. 시간이 있으면 내가 위치를 가르쳐 줄게요. 그쪽에도 관광지가 많아서 놀러 가기에 괜찮을 거예요.”성연은 작은 시골마을에 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또렸했다.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곳은 이미 성연에게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그리고 소지연과는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터라 아직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성연의 표정이 좀 불편해 보이자 소지연이 눈치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성연 씨, 우리 둘만 여기서 수영하고 있으니 너무 심심하지 않아요? 아니면 우리
그 동안 성연도 이미 수영장 바깥쪽으로 헤엄쳐 왔다. 재빨리 수영장 위로 올라와 무진과 소지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소지연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도 백지장처럼 창백한 것이 진짜 같았다.소지연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려던 무진.하지만 양손으로 가슴 부위를 선뜻 누를 수가 없었다. 무진은 순간 어쩔 줄을 몰라 망설였다.소지연과는 아직 이같이 친밀한 동작을 한 적이 없었다.친구라 해도 성연 이외의 이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들었다.옆에서 무진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던 성연이 먼저 옆으로 가서 말했다.“내가 할게요.”성연은 소지연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소지연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성연이 힘을 다해 누르자, 더 이상 가장할 수가 없었던 소지연이 능청스럽게 입으로 물을 토하며 콜록거렸다.“콜록, 콜록.”그리고 눈을 뜨며 깨어난 척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듯이 무진을 보며 말했다.“다리에 쥐가 난 것까지 기억해요. 무진 오빠가 나를 구했어요?”사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성연에게 공을 돌리고 싶지 않았다.사실 소지연은 무진이 자신에게 인공호흡을 해주기를 기다리던 참이었다.그런데 결국 끝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송성연이 자신의 모든 바램을 깨트려버렸다. 성연을 바라보는 소지연의 눈에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스쳤다.무진은 소지연이 깨어난 것을 보고 안심하며 말했다.“내가 아니라 성연이 너를 구했어. 좀 어때?”“성연 씨가 구해줬구나, 고마워요.” 파리한 안색의 소지연이 팔을 가슴에 얹으며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가슴이 좀 아픈 것 같아. 머리도 어지럽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아.”무진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일부러 자신의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말했다.그러나 무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연이 옆에서 말했다.“소지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물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예요. 시간이 좀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소지연은 두어 차례 억지웃음을 지었다. 속으로 성연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좀 더 가장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