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강무진의 지시였다.그는 자신이 소지연을 데려간 후 제이슨과 오웬이 틀림없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자신에게 손을 쓰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오웬과 제이슨이 아무도 없는 길에 이르렀다.곁눈질로 뒤에서 검은색 차 몇 대가 뒤따르는 것을 본 오웬이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따르는 제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저거 네 사람이야?”제이슨도 그 말을 듣고 뒤를 따라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 내 사람들 아니야.”이때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음성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알아챘다.그들의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적일 터.지금은 일을 상의하러 온 것이기에 많은 수의 인원을 데려오지 않았다.모두 합쳐서 두 대의 차량밖에 없다.그들의 생각을 입증하듯 뒤따라오던 차들이 맹렬하게 부딪치기 시작했다.제이슨이 오웬의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봉변을 당한 것도 바로 제이슨의 차였다.쾅!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자 차 안에 앉아 있던 제이슨도 덩달아 휘청거렸다.오웬은 고개를 돌려 이런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온몸이 조급해졌다.“제이슨, 지금 어떻게 해야 해?”차가 뒤에서 계속 부딪혀 오자, 제이슨은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그래도 간신히 버티면서 오웬의 말에 대답했다.“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MS가문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위험에 처했다고 말해. 사람을 보내서 찾으라고 통지해야 한다.”“내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 테니까, 너는 나하고 계속 연락해.” 오웬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양쪽에서 차들이 달려와서 그의 차를 향해 부딪치기 시작했다.오웬은 속으로 욕을 퍼부으면서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핸들을 꽉 잡을 수밖에 없었다.두 대의 차가 중간에 갇힌 상태에서 4, 5대의 차량에 연달아 부딪치자 더없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오웬, 그쪽은 어때?” 전화로 제이슨의 약간 희미한 음성이 들려왔다.오웬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또 다른 차가 들이받았다.오웬은 창문에 바로 이마를 부딪쳤
MS 가문에서 소식을 듣고 구조하러 나섰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현장에 도착한 뒤에는 차량 두 대의 잔해만 겨우 찾을 수 있었다.제이슨은 사망을 확인했다. 오웬도 실종 상태가 되어 생사를 알 수 없었다.MS 가문의 최고위 임원 두 명이 사라진 셈.그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칠장로였다.한 명은 자신이 아끼던 아들, 또 한 명은 유능한 사위.이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사고를 당한 것.그 소식을 접한 칠장로는 온몸으로 격노했다.즉시 장로 회의를 열었다.칠장로는 MS 가문에서 아주 권위가 있다.그의 호출에 장로들이 모두 모였다.칠장로는 슬프고 분노한 표정을 지었다.“이런 일을 저지른 자는 틀림없이 강무진입니다. 이는 우리 MS 가문을 정면으로 공격한 겁니다! 여러분 수하에 있는 최정예 인원을 모두 이쪽으로 동원시켜 주시오. 북성으로 가서 WS그룹을 상대해서 내 아들과 사위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칠장로는 정말 이 화를 그냥 삼키고 있을 수가 없었다.‘강무진이 이렇게 악독하다니.’‘절대 강무진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장로들은 서로 쳐다보며 끝으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칠장로, 우선 조급해하지 마시게. 우리 우선 천천히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이번 일을 보면, WS그룹이 간단한 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저들과 맞서려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어떤 방법을 더 생각합니까? 강무진이 우리 머리를 밟아 누를 때까지? 나뿐만 아니라 MS 가문의 여러분도 모두 새파란 애송이에게 도전 당한 겁니다.” 칠장로는 지금 당장 강무진의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그는 정말이지 너무 참기 괴로웠다.“칠장로, 조급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보복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단지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사람만 보내는 것으로 그칠 뿐, 여전히 실패해서 돌아오지 않겠어요?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어떤 장로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모두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러 장로들은 꽤나 긴 시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에 앉아 있던 준수한 외모의 젊은 남성을 추천했다.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젊은 남성은 한눈에 봐도 A국인이다.젊은 남성을 돌아본 후 서서히 몸을 곧추 세우며 얼굴에 슬쩍 미소를 띠는 칠장로. 분명 장로들의 이번 인선에 대해 아주 만족한 눈치다.웃음을 감추지 못한 칠장로가 입을 열었다.“일장로, 평소 품 안의 보물 내놓기를 그리 싫어하시더니 이번에는 어찌 이리 선뜻 내놓습니까?”칠장로의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일장로 또한 따라 웃으며 대답했다.“칠장로 자네가 너무 괴로워하지 않았는가? 비록 이리 내놓는 게 아깝긴 하지만 이 일을 이 아이에게 맡겨야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테니 말일세.”이들이 말하고 있는 젊은 남성은 MS 가문에서 키운 수양아들, 안진검이다.사실 조금만 조사해 보면 안진검이라는 이름이 투자업계에서 이미 아주 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안진검은 이미 A국 내의 많은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태.그러나 지금까지는 A국의 서북 지역에 투자하며 강무진과 직접 맞붙은 적은 없었다. 그동안 MS 가문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이 안진검의 투자로 거둬 들인 것이다.강무진이라는 이름은 그 역시 어느 정도 들은 바가 있다.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안진검은 자신이 S 가문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내버려 뒀다.그가 직접 움직이는 일은 거의 드물다. 오늘처럼 중요한 사안이 있지 않았다면 여기에 나타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일장로는 무척이나 신임하는 안진검의 능력은 MS 가문 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다.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너무 특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위험을 무릎 쓰야 하는 일에 안진검을 내보내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칠장로 역시 안진검에 대해 아주 만족했다.이 일은 과연 안진검이 가장 적임자라는 생각이다.안진검이야 말로 이 일을 가장 잘 해결할 놈이기 때문.만약 안진검이 제대로 해결하지
안진검은 이 자리에 모인 여러 장로들에게“저는 강무진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이상 MS가문의 이름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제가 암암리에 나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서북 지역에 있을 때부터 줄곧 강무진을 만나보고 싶었다.강무진과는 내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서로 부딪힌 적이 없는 상태.하지만 만일의 경우 강무진과 부딪혔을 때를 가정한 전략을 세우기 위해 사적으로 강무진에 관한 자료를 많이 수집해 놓은 상태다.그래서 강무진에 대해서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장로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하나 둘 연이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어쨌든 대다수의 장로들은 이 일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터라 그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쪽 일에 정통한 사람에게 맡긴다면 그들 역시 퍽이나 안심할 수 있을 터였다.조금 전 일장로가 안진검의 옆으로 걸어간 행위는 안진검이 자신을 대표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만약 안진검이 이번 일을 말끔하게 해결한다면, 가문 내에서 그의 지위 또한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이며, 자신의 체면 역시 세워질 것이 분명했다.자신이 무척이나 아끼는 수양아들 안진검이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철썩 같이 믿었다.회의가 끝난 후 일장로는 안진검을 자신의 거처로 불러 묵직한 어조로 당부했다.“이번에 네가 가는 것은 너 개인뿐만 아니라 나를 대표하는 것이야.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내 얼굴에 먹칠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일견 안진검에 대한 일장로의 신임이 대단하다. 하지만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 불확실한 요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부득이 안진검을 불러 사전 교육을 할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자신의 수양아들 안진검도 확실히 아주 뛰어난 녀석이다. 그러니 조금만 힘을 써도 강무진을 무너뜨리는 일은 조만 간일 터.강무진이든, 이무진이든, 김무진이든 안진검 앞에서는 전혀 적수가 되지 않을 것이다.다만 안진검이 반감으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하는
무진은 천둥번개가 치듯이 맹렬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소지연을 데리고 국내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소씨 집안과의 우호협력 관계가 무너졌음을 선포했다.소씨 집안은 순식간에 파산 직전의 상태에 놓였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의 채무 독촉, 공급업체들의 납품 거절, 판매 통로의 단절 등 여러 난관에 직면했다.북성에 자리 잡은 소씨 집안 역시 지역의 주요 명문가 중 하나였다.소씨 집안의 가장 큰 우호 세력이 바로 WS그룹이었다.그런데 지금 WS그룹에서 모든 투자를 철회하고 나오는 바람에 소씨 집안이 휘청거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소씨 집안 저택은 짙은 근심으로 차 있었다. 소파 위에 앉은 소지연의 부친과 모친의 얼굴 표정이 무척이나 어둡다.자신들의 딸 소지연이 돌아오자마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무진이 말한 대로 소지연의 목숨은 건드리지 않았다. 되려 그녀에게 아무런 처벌도 내리지 않았다.그러나 소씨 집안을 파산시켰다.집안 분위기가 몹시도 암울했다.머리가 희끗희끗한 부모님들을 보면서 소지연은 두 분을 대할 면목이 없었다.그래서 핑계를 대고 다급히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그러나 극심한 충격에 빠진 나머지 딸 소지연을 상대할 여우가 없었던 부모님들은 그녀의 이상한 반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소지연의 모친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우리 무진이에게 뭐 잘못한 거 없지 않아요? 무진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이건 정말 우리를 사지로 모는 거나 마찬가지예요.”소지연의 부친도 왜 무진이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 역시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무진이가 이러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무진의 심기를 거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우리 두 사람 내내 집안에만 있으며 무진이에게는 윗사람으로서 우리 위치에 맞게 잘 대했잖아요? 어떻게 무진이에게 잘못할 수가 있겠어요?” 짙은 울음이 섞인 소지연 모친의 음성은 몹시도 불쌍하게 들려왔다.“설마... 우리
결국 소지연의 부모는 상의한 결과 무진을 찾아가기로 했다.적어도 무슨 까닭으로 자신들을 이렇게 죽일 듯이 잡는지는 알아야 했다.만약 무진이 마음이 약해져서 자신의 회사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테고.차에 올라탄 소지연의 부친과 모친의 표정은 몹시 불안해 보였다.“당신, 무진이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줄 것 같아요?”소지연 부친의 안색이 어두웠다. 무진이 이렇게 그간의 정을 끊으면서까지 한 걸 보면 절대 작은 일이 아닌 게 분명했다.그 역시 자신이 없었지만 아내가 이미 저렇게 초조해하고 있으니, 불 난 집에 부채질할 수는 없는 노릇.그냥 적당한 말로 달랠 수밖에 없었다.“무진이 부모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우리도 나름 도와줬으니, 무진이도 그때를 생각해서 한 번 봐주지 않겠어?”남편의 말에 소지연의 모친은 좀 안심이 되었다.“맞아요, 맞아. 우리가 무진일 도와준 적이 있죠. 무진이 착한 아이이니 분명히 우리에게 기회를 줄 거예요.”부친의 얼굴은 여전히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찾아간다 해도 좋은 소식은커녕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소지연의 부모는 직접 엠파이어 하우스로 무진을 찾아갔다.무진은 그들의 방문을 거절하지 않고 만남에 동의했다.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지연의 부모는 안색이 눈에 띄게 초췌했다.무진은 두 어르신을 보면서 차마 박정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소지연이 한 짓에 너무 화가 났다.소지연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소지연은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다.아래층으로 내려온 무진은 집사를 시켜 소지연의 부모님께 차를 올리게 했다.마주 앉은 소지연의 부모가 무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무진의 안색이 평온해 보였다. 마치 자신들에게 어떤 일을 하지 않은 것 같다.오히려 소지연의 부모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결국 회사의 상황을 생각한 소지연의 부친이 먼저 입을 열었다.“무진아, 만약 우리 소씨 집안에 불만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우리
소지연 부모의 방문과 소씨 집안의 파산 소식에 안금여와 강운경이 모두 깜짝 놀랐다.두 집안은 예로부터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그리고 무진 또한 그동안 소씨 집안의 두 어른과 잘 지내왔는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관계가 변한 건지.안금여는 전화를 걸어 무진을 고택으로 불렀다. 어떻게 된 일인지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볼 참이었다.무진이 강씨 집안 고택으로 갔을 때, 강운경과 안금여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다가 거실에 들어서는 무진을 본 안금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무진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멀쩡하던 사이가 이렇게 된 거니?”무진은 할머니 안금여가 이 일 때문에 자신을 불렀음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이미 대답할 말을 속으로 생각해 두었다. 무진은 두 사람에게 소지연이 성연에게 한 짓을 모두 말했다.무진이 살짝 숨을 내쉰 뒤에 말했다.“할머니, 그래도 제가 지나쳤다고 생각하십니까?”무진의 말을 들은 안금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다른 일은 일단 참고 넘어간다 하지만, 소지연이 성연을 죽이려 하다니. 이 일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다.원래는 소씨 집안과의 정을 생각해서 무진을 만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간의 사정을 똑똑히 듣고 난 안금여는 마음속의 생각을 지웠다.소씨 집안 사람들이 먼저 잘못했으니 그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 마땅한 일.“부드럽고 유해 보이던 소지연이 그런 짓을 벌일 줄은 몰랐구나. 소씨 집안에서 자신들의 딸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야.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대로 당하고 있으면 안되지.” 지금의 안금여는 무진과 같은 태도를 취했다.강운경은 옆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듣기만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씨 집안과의 계약해지는 사실 WS그룹에도 영향을 주었다.그러나 소지연이 그런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그 역시 앞으로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터였다.그럴 바엔 차라리 협력관계를 깨는 게 나을 것이다.성연이 무진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
조수경은 지금 무진의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궤도에 올라선 듯 보였다.무진과의 관계를 이용한 어떤 일도 하지 않은 채 매일 성실하게 출근하는 모습이 마치 진짜 뭐든지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조수경은 이렇게 해야만 강무진과 강운경의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음을 알았다. 또한 그래야만 두 사람이 자신을 진짜 믿게 될 거라는 것도.자신이 진짜 강무진과 강운경을 이용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조수경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다.그런데 회사에 막 도착하기 직전 조수경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 의해 앞이 가로막혔다. 바로 조수경을 찾으러 북성에 온 손민철이었다.손민철을 본 조수경은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왜 여기에 있어요?”손민철이 점점 앞으로 다가서자 조수경은 두려운 듯 뒤걸음을 쳤다.조수경이 하는 양을 보던 손민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수경, 너 정말 날 비참할 정도로 모략했어. 게다가 하마터면 강무진이 나를 들이받게 할 뻔하고. 조수경,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손민철의 어조에는 힐난의 빛이 가득했다.조수경은 손민철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강무진 같은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어?’조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손민철 씨,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요!”자신이 여기에 온 까닭을 결코 손민철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조수경의 말에 손민철이 순간 화를 냈다.사실은 조수경이 말한 것과 달랐다. 손민철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민철이 조수경을 좋아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그런데 조수경이 자신에 대한 손민철의 사랑을 이용한 것이다.손민철이 천리길을 마다하고 북성에 온 까닭은 오로지 조수경이 여기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조수경은 자신의 계획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다가선 손민철이 조수경을 구석에 가두었다. 눈에 짙은 분노를 띄며 말했다.“내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데?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