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선물을 주러 오는 사람들을 쓱 쳐다보았다.물건을 볼 줄 아는 성연이 보기에 대단한 선물들이 많았다.자수를 놓은 것도, 최상품 다기세트도 있었다. 모두 가격으로만 따져도 대단한 것들이다. 하지만 성연처럼 젊은 사람들이 이런 것들을 좋아할까?이처럼 많은 선물을 원할 리 없는 성연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물은 결국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간접적으로 성연의 손을 빌어 안금여의 환심을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성연의 생일선물로 할 수도 있고.일거양득인 셈.성연은 기분이 썩 개운하지 않았다.그저 18세 생일을 간단하게 보내고 싶었는데.자신의 생일을 비즈니스 모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안금여의 호의라 해도 이런 방식은 여전히 적응이 안되었다.마음이 은근히 불편해졌다.조직에서는 모두 있는 그대로 솔직한 모습들이다. 지금 이들과 같지 않았다.임무 수행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 같아서 좀 짜증이 났다.선물들은 분명 안금여를 생각한 것들이었다.하지만 성연은 여전히 적당한 웃음을 지은 채 응대했다.자신을 위해 애써 이 생일 파티를 연 강씨 집안 사람들을 생각해서.비록 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파티를 무사히 끝낼 생각이다.‘자기 생일을 자기가 망칠 순 없잖아?’눈치 구단인 안금여는 성연의 얼굴에서 참을 수 없어 하는 기색을 읽었다.성연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얘야, 참아. 오늘 이 시간을 참아내면 앞으로 북성에서 아무도 감히 쉽게 너를 건드리지 못할 게야.”안금여는 그나마 가볍게 말한 것이다.강씨 집안이 뒤에 버티고 있는 한 이후 성연이 북성을 가로지른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귓가 들리는 안금여의 말을 듣자 가슴속에 일던 짜증이 순식간에 많이 사라졌다.“할머니, 감사합니다.” 성연도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 이처럼 자신을 신경 쓰는 사람은 더 이상 없으리라 생각했다.강씨 집안에 오게 된 건 예상 못했던 일로 뚜렷한 목적을
임수정과 그들도 초대를 받았지만, 자신들은 성연이 놀림감이 되는 걸 보러 왔던 터였다.게다가, 성연이 때문에 아연이 그런 삼류 학교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해도 쥐어 뜯지 못하는 게 한스러울 정도인데 무슨 선물을 준비한단 말인가.그러나 파티는 자신들의 상상을 초월했다.임수정은 아예 준비하지 않았지만 다른 손님들은 모두 준비해 왔다.게다가, 모두 송성연을 통해 이득 볼 생각을 했다. 송성연이 아무리 그래도 송종철의 딸인 것이다.인정과 도리상 아버지 송종철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모두가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송씨 그룹은 이미 충분히 비참한 상황인데, 여기 있는 모두가 북성에서 한 가락 하는 사업가들이었다.만약 송씨 일가족에 대한 평이 안 좋다면, 앞으로 누가 자신들과 협력하겠는가?사람들이 주시하자 임수정은 눈앞이 캄캄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이를 악문 채 성질을 참으며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를 빼서 성연의 손에 찔러 넣었다.송 씨 집안의 사업은 하루하루가 어려운 형편인데 최근에 또 많은 돈을 썼으니.파티에 하고 온 임수정의 것들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었다.예전에 그녀가 모았던 값비싼 장신구들은 모두 아연을 위해 썼다.이 팔찌 역시 한참을 뒤져 찾은 것이었다.송성연에게 주려니 아까워 죽을 지경이다. 송성연 저것이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것을 사용한단 말인가?‘강씨 집안에 있다고 신분 상승이라도 한 걸로 착각하나 본데, 강씨 집안 사람들이 잠시 신선함에 눈이 끌렸을 뿐이야.’‘강씨 집안 사람들이 성연에게 싫증이 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저 꼴 보기 싫은 송성연을 사정없이 밟아 줄 테다. 오늘의 이 굴욕을 모두 돌려 것이야.’음울한 마음을 가라앉힌 임수정이 고개를 들었다.다정한 엄마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성연에게 미소를 지었다.“성연아, 이건 우리 친정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것이야. 우리 친정어머니가 나에게 물려준 거란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난 골동품이지. 오늘이 네 성인식인데, 내가 급히 오느라 제대
강씨 집안 사람들 누구 하나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었다. 다른 사람은 참을 수 있다해도 운경은 그럴 수 없었다.약한 부분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연은 이미 자신들의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임수정의 이런 행동은 그야말로 자신들 강씨 집안의 체면을 깎는 짓이었다.즉시 그녀의 불 같은 성미가 폭발했다.임수정과 송종철 앞으로 간 운경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은 모두가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분들입니다. 당신 창피하지도 않아요?!”평소 송종철이 사석에서 아무리 성연을 무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노점에서나 산 것 같은 물건을 꺼내 놓다니 정말 구역질이 났다.그동안 저 집안에서 성연이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겨우 몇 만원짜리 물건을 주면서도 아까워하다니, 우리 강씨 집안을 물로 아나?’임수정이 우물우물 변명했다.“이건 정말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팔찌예요. 우리 친정어머니가 주신 거예요.”물론 그녀는 이 팔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몰랐다.하도 많이 사서 모두 잊어버렸다.보고 괜찮다 싶어서 꺼내 착용했을 뿐이다.비록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팔찌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금고에서 꺼낸 팔찌니까 틀림없이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강씨 집안에서 이처럼 강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 뜬 장님으로 보여요?” 운경의 눈에는 온통 경멸이로 가득 찼다.이런 인간을 쳐다보는 것만 해도 더럽게 느껴져 질색이었다.“나, 나도 모르겠어요. 우리 친정어머니가 나에게 이것이 집안 가보로 내려온 팔찌라고 했는데, 설마 가짜라고요?” 능청스럽게 눈물 연기까지 하며 임수정이 돌아가신 분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이러는데 아무도 따지지 않겠지?’임하는 그래도 머리가 좋은 편이엇다.운경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내 생각에는, 적지 않은 액세서리를 봤을 텐데 그런데도 싸구려를 구별할 줄 몰라요?”“내가 보기엔 괜찮은 것 같은데
성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의 표정을 지었다.송종철은 분명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까.이 가족의 인성을 자신이 어찌 모르겠는가?자신을 강무진에게 시집보낸 후부터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려 혈안이 된 그들이었다.이득이 된다 싶으면 절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저들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울 터.‘강씨 집안에서 그렇게나 창피를 당하고도 또?’‘만일 강씨 집안이 참지 않고 송씨 집안 회사를 압박하기라도 하면 어찌 감당하려고?’그러나 송종철과 임수정 뒤에 서 있던 아연은 아직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정말 가지고 싶었다.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북성 최고 상류층 사람들이었다.성연이 오늘 저녁에 받은 선물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이었다. 팔면 얼마나 될 지도 모르겠다.예전의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좋은 물건들은 처음이었다.여기에 와서 이런 장면을 보고서야 큰 손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일이 터지고 전학을 가고, 모두 돈으로 해결한 터다.송씨 집안 회사는 이미 상황이 안 좋았다. 그녀의 지출도 대폭 줄었다.명품 백을 본 지도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다.그러나 이 모든 건 송성연의 탓이다.그런데 지금 모든 재앙의 장본인은 자신도 갖지 못했던 명품들을 받았다.‘송성연은 촌뜨기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죽어라 주먹을 말아 쥔 아연이 앞으로 달려가 성연에게 따져 물으려는 충동을 억제했다.뒤에 있는 쌓여 있는 선물과 공주처럼 치장한 성연을 보니 분함으로 눈이 붉어졌다.운경이 그런 아연의 반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송씨 가족의 후안무치에 다시 생각을 바꾸었다.‘몇 만원 선물도 아까워하더니 지금 성연이 잘된 것들만 눈에 들어와?‘어떻게 이런 진상도 다 있을까?’화가 난 운경은 도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안금여는 송씨 가족의 반응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연회가 무슨 뜻인지 모른단 말
그날 밤, 많은 이들이 무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지금 강씨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이가 무진이니 당연히 제대로 아부할 터.무진의 예전 평판이 아무리 나빴어도 자신들에게 이익을 주기만 있다면 상관없는 것이다.게다가, 아무리 그래도 무진은 강씨 집안 사람이었다. 강씨 집안이라는 큰 배경을 얻기만 하면 장차의 사업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리라.“강씨 집안 장손은 정말 훌륭한 인재군요. 선대 회장님에 비견될 정도로 정말 청출어람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금테 안경을 쓴 남자가 무진 앞으로 다가갔다. 눈에 담긴 감탄의 빛은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온 것이었다.운경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과찬이십니다.”“강 대표는 이런 칭찬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지. 오늘 강 대표와 술 한 잔 하는 행운이 있을까?남자는 앞에 있는 와인잔을 흔들며 무진을 향해 웃었다.무진이 눈을 들어 쳐다보았다.그러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위압감에 남자는 뒤로 물러날 뻔했다.다행히 참을 수 있었다.‘과연, 그동안 강씨 집안 사람들 눈이 삐었군. 강무진, 이 사람은 결코 작은 인물이 아니야.’이전에는 강무진과 접촉할 일이 많지 않았다.미움을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입에 올릴 수도 없었다.어쨌든 다행이었다. 이런 사람을 건드렸으면 앞으로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터.“그러죠.” 무진이 턱을 가볍게 쓰다듬은 후 고개를 돌려 손건호를 쳐다보았다.무진의 뜻을 알아차린 손건호가 곧 웨이터에게서 술 한 잔을 가져와 무진에게 건네주었다.무진이 받아 든 술잔을 들어 올리자 남자가 다가와서 무진의 잔과 부딪쳤다.한 모금 마신 무진은 더 이상 입에 대지 않았다. 남자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무진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그리고 무진에게 말했다.“강 대표님, 그럼 마저 볼일 보시죠. 먼저 가겠습니다.”인사는 적당한 것이 좋다. 지나치면 오히려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니까. 두 사람 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무진이 계속 앞으로 지나가자 사람
성연은 운경을 따라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그 중에는 강씨 집안의 어린 세대도 적지 않았는데, 거의 여자들이었다.운경의 지시가 있었는지 성연을 조금도 깔보거나 업신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오랫동안 알았던 이처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들 모두 강씨 집안 본가에 의지하며 살았다.본가에서 이렇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니 당연히 성연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게다가, 강운경도 옆에 있으니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감히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을 터.이때 드레스 차림의 진미선이 다른 쪽에서 걸어오다 마침 성연과 마주쳤다.사업가와 재혼을 했던 진미선은 부유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이 연회에 북성 유명 인사들이 다 모인다는 말을 들은 남편이 많은 공을 들인 끝에 초대장을 받아 오게 된 것이었다.오자마자 바로 바쁘게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관계를 맺기 시작하던 참이었다.진미선의 현 남편이 경영하는 기업은 규모가 작아 이런 거물 인사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었기에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려야 했다, 여기 강씨 집안에서 성연을 축하해주기 위해 초대받은 사람들과 마음 가짐 자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기회가 있으면 단단히 잡아야만 했고, 상류 인사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 앞으로 꽃 길만 걸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이름을 알리게 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그렇기에 진미선의 남편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이 연회에 참석하려 노력했던 것이다.하지만 성연은 이 연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에게 떠받들어졌다.사람들 가운데에서 대화하는 성연을 보면서 진미선의 마음은 다소 복잡했다.자신의 딸이 도시로 돌아와 이렇게 좋은 집으로 시집을 갈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애초에 성연과의 관계를 깨끗이 청산했는데, 성연이 그녀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진미선의 남편이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다.남편은 그런대로 잘 생긴 편이었고 슈트 차림에 매우 점잖게 보였다.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는 진미선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뭘 보고 있
진미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성연은 분명 자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성연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성연의 그런 행동을 누구보다 이해하니까.진미선도 굳이 창피하게 성연 옆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나 남편은 이런 기회를 쉽게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어떻게 하면 강씨 집안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지 방법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지금 이렇게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쉽게 놓칠 수 있겠는가?진미선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당신 뭐하고 있어? 딸한테 가서 말 걸어야지. 앞으로 우리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어. 강씨 집안이 송성연을 위해 준비한 이 성인식을 봐. 설마 이 기회를 놓칠 거야?”진미선은 주변을 둘러보며 심장이 뛰었다.비록 부유한 사업가에게 시집갔지만 만족할 만큼 돈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상류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두 번째 결혼임에도 좋은 집안, 남편을 만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이미 무척 만족했다.적어도 지금의 남편은 송종철 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다.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욕구가 있지 않은가?만약 정말 강씨 집안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앞으로 송종철 앞에서도 위세를 떨칠 수 있을 테고.아내가 말을 하지 않자 남편이 더 열을 내며 재촉했다.“모녀가 원수라도 졌어? 좋은 말 한 두 마디 하고 달래.”진미선은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무리 그래도 성연을 키운 사람은 자신 아닌가.어쨌든 이런 체면 정도는 세워주겠지?“알았어 가 볼게.” 성연이 지금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성연은 어릴 때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거의 밖에 있었다. 가끔 외할머니의 재촉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곤 했다.밥을 다 먹고 나면 또 황급히 집을 나가 버렸다. 그래서 자신은 늘 성연과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랑 된다더니. 성연이 어느 사이에 강무진에게 시집가다니, 상상도 못
뒤에 있는 진미선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말을 마친 성연은 나가버렸다.화장실을 나온 성연은 연회 홀로 돌아가지 않고 화원의 한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성연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고 정교한 눈썹은 짙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성연은 지금 마음이 몹시 복잡하고 초조하다.원래 모든 것을 잊은 채 이 사람들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기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확실했다.매번 만날 때마다 그 뻔뻔스러움에 놀라곤 한다.바로 이런 게 현실인 것이다. 돈 있고 권세 있으면 아부하고, 돈이 없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것.애초에 외할머니까지 자신을 포기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지만 자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겠는가?생각해 보던 성연이 쓴웃음을 지었다.그만,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앞으로는 더 이상 이 사람들과 연관이 없는 것이다.이런 짜증나는 것들과 대면해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휴대전화를 꺼내 비밀번호를 푸는데 뒤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날카로운 눈동자도 뒤따라 간다.그때서야 뒤에 고용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용인은 성연의 눈빛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은 채 있었다.성연이 점차 차가운 기운을 벗고 나른한 음성을 회복했다.“여기서 뭐 해요? 소리도 내지 않고?”고용인이 오물거리며 말했다. “저, 작은 사모님께서 혼자 여기 계시길래, 도움이 필요하시면 도와드리려고 대기하고 있었어요.”강씨 집안은 위아래 모두 이 어린 작은 사모님을 소중하게 대한다는 정도는 다들 알고 있었다.그녀가 소리를 내지 않은 이유는 성연을 방해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곁에 있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앞으로 나가 도울 생각이었다.“괜찮아요. 바람 좀 쐬고 들어갈 거예요. 일 보세요.” 다시 몸을 돌린 성연이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상황을 살피던 고용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원을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