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진단서를 보고 난 안금여는 더 화가 났다.참 장하기도 하다. 들은 바로는 강진성과 송아연과 함께 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다고 하던데,만나자마자 아이부터 만들다니.이 모든 게 강씨 집안에서 생긴 일이다.어쨌든 북성의 명문대가인 강씨 집안이 가장 중시하는 게 예절과 규율이다.그런데 강진성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안금여는 의연하게 분노를 눌렀다.그리고 직접 강상규와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건너오라고 불렀다.그리고 집사에게 강씨 집안의 모든 어른들에게도 연락해서 증인이 되게 했다.30분이 안되어 모두들 속속 달려왔다.그러나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온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지만, 서로의 시선에서 망연함만 확인했다.안금여 회장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걸 보면 아마도 무슨 큰일이 난 것 같았다.이때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다.안금여가 자신을 거명할까 봐 두려울 정도다.안금여와 강무진의 무자비한 수단을 사무실에서 이미 보았지 않나?자신들은 강상철, 강상규만큼 밑천이 두둑하지도 않았다.만약 지금 관리하고 있는 한 두 회사의 경영권을 회수한다면, 그럼 그들은 정말 버틸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단정하게 앉은 채로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거실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 조용했다.임수정도 강씨 집안의 엄격한 규율을 처음으로 느꼈다.안금여가 강씨 집안에서 이처럼 위엄이 있을 줄은 몰랐다.외부에서 잘 나가는 이 인사들도 강씨 집안에서는 꽁무니를 사리는 존재일 뿐.여기까지 생각하자 임하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의기양양한 느낌이 들었다.보아하니 이번에 자신이 안금여를 찾으러 온 건 정말 상대를 잘 찾은 듯하다.강진성과 강상규는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안금여가 또 무슨 꼬투리를 잡고 자신들을 난처하게 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오는 것도 좀 귀찮았다.근데 송씨 집안 세 식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본 순간, 안금여가 그들을 돌아오게 한 목
안금여의 말이 끝나자 듣고 있던 일가 친척 어른들 또한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뒤에서 강진성과 강상규를 비난했다.“진성아, 아가씨를 임신시켜 놓고 내 몰라라 팽개치다니 이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냐?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우리 강씨 집안이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니?”“그러게 말이야. 진성아, 셋째 형님, 이번 일은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진성이 저렇게 처신하도록 방임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이 북성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야겠습니까?”“이 일 처리 방식도 타당하지 않습니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밖에서 놀 때 놀더라도, 모두 강씨 집안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마찬가지로 강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들 영욕을 함께 해왔다.설사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 외부 사람들은 단지 강씨 집안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뿐이라 비웃을 터였다.그리고 평소 그리 똑똑해 보이던 강상규가 지금은 어찌 그리 멍청해 보이는지.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강씨 집안의 어린 자손 중에는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다.지금 이 시대에 낙태는 이미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빛 가운데 드러나지 않도록 모두 뒤에서 몰래 처리해 왔다.이 일처럼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게다가 방계가 아니라 본가에 속하는 강상규가 자신의 손자조차도 제대로 단속 못해 다른 방계 친척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했기에 더욱 비난을 받는 것이다.강씨 집안의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항상 깨닫고 있어야 했다.사람들이 모두 이 일에 대해 한 마디씩 하자 강상규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리고 난데없이 무진을 탓하기 시작하며 모든 책임을 무진에게 떠넘기려 했다. 음산하고 괴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 전에 무진이도 송성연과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우리 진성이만 비난하는 겁니까?”무진이는 해도 되는 일을 자기 손자 진성이는 왜 해서는 안되느냐는 뜻이다.
모두들 너도 한마디, 나도 한마디 하며 강상규의 말문이 막히게 했다.이렇게 침묵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이미 벌어진 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그래서 안금여는 강상규와 강진성을 바라보았다.“셋째 서방님이 알아서 하세요. 이 일은 서방님이 해결 방법을 찾으세요.”그리고 그녀는 또 임수정과 그 가족을 바라보았다.“부인, 그 쪽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 앞으로 처리하기 좋도록 사람들 앞에서 말씀해 보세요.”강상규와 강진성이 입을 열기 전에 임수정이 바로 말했다.“우리 아연이와 강진성 군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아이까지 생겼습니다. 비록 우리 아연이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우선 두 사람이 약혼이라도 하면 어떨까요? 아연이의 뱃속에 든 아이는 어쨌든 강씨 집안의 혈육입니다. 회장님도 이 불쌍한 아이가 고통받는 걸 그냥 두고 보지 않으시겠지요?” 임수정은 우선 감성팔이를 했다.임수정은 강씨 집안이라는 이 큰 나무에 붙어 위로 오를 작정이었다.누구든 괜찮았다. 강씨 집안을 발판으로 삼기만 한다면 앞으로 자신들의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니.약혼 얘기가 나오니 강진성이 제일 먼저 반대했다.그는 냉담하게 말했다.“나는 송아연과 약혼할 생각 없습니다.”송아연과는 그저 놀기만 했을 뿐이다.게다가 돈에 눈이 먼 이런 여자를 어떻게 곁에 둘 수 있단 말인가?보기만 해도 너무 끔찍했다. 이런 돈독 오른 여자는.송아연과 놀았던 건 단지 데리고 놀리 좋아서였을 뿐이었다.결국 그녀는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강진성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은 아연이 눈물을 흘렸다.“진성 씨, 지난번에 날 가장 좋아한다고 그랬잖아요? 모두 잊었어요?”“그건 그저 달래려고 한 말일 뿐이야, 그걸 믿어?” 강진성은 송아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나는 당신 아이의 엄마예요. 당신은 이 아이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어요.” 아연이 배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사실 그녀도 강진성에 대해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이런 행동 모두가 연기였다.엄마 임수정이 자신의 이익
임수정의 말투에 협박의 뜻이 다소 들어 있음을 안금여는 알아들었다.당초에 성연과 무진이 함께 있을 때도 이 가족은 성연에게서 자기들의 이익을 얻어내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임수정이 요구하는 목적은 모두가 잘 알았다.그러나 안금여가 송아연을 다시 집에 들일 리는 없을 게 분명하다.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아이가 어찌 좋은 아가씨이겠는가?비록 강진성도 잘못이 있지만, 송아연 또한 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이러쿵저러쿵해도 두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었다. 강진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그러나 지금 송아연이 아이를 임신한 것은 확실히 강진성이 욕을 들어야 하는 게 맞다.안금여가 보기에 강씨 집안에는 송씨 집안 딸 한 명만 있으면 되었다. 바로 성연이 한 명만 말이다.성연의 모든 장점과 재능들은 모두 가치가 있었다.그러나 이 기회에 강상규 측을 압박하는 것도 안 될 것은 없었다.아무 말이 없던 안금여는 시선을 강상규에게로 돌리며 말했다.“셋째 서방님,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내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잖습니까? 결국 이 일은 셋째 서방님 네 일이니, 저도 더 말하기가 어렵군요.”강상규는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안금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은 자기들 셋째 일가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서일 테지.송씨 가족이 찾아왔을 때, 안금여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야말로 강상규를 열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가볍게 헛기침을 한 강상규가 가까스로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나는 송씨 집안에 보상을 해 줄 생각입니다. 약혼은 송아연이 아직 어리기도 하니 좀 더 나이가 차면 다시 이야기하지요. 게다가 진성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다 성질도 침착하지 못해서 결혼할 때가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강진성의 아내는 반드시 자신이 엄선해서 정해 줄 터였다. 큰 집에 맞설 때 도움이 될 만한 집안에서 말이다.송씨 가족은 온종일 돈만 생각하며 피를 빨아먹는 이들로 아무 쓸모가 없었다.강상
강상규는 송씨 집안에 20억을 배상하며 송아연이 아이를 지우게 했다. 그리고 수술 비용과 이후 몸조리까지 책임지기로 했다.저 거머리 같은 송씨 집안 인간들만 떼어낼 수 있다면 강상철은 이까짓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혹 떼려다 도리어 혹을 붙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송아연이 쓸모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접근했었으니.결국 재난을 면하려 가산을 탕진할 지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쌍방이 이미 협의한 것을 본 안금여는 테이블 밑에서 계약서를 꺼냈다.“이미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송 선생님과 부인은 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일은 속으로 삼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임수정이 뒤를 돌아보자, 어디서 튀어나왔는 지도 모르는 검은 옷의 경호원둘이 자신들의 앞을 막고 서 있었다.임수정은 그제야 안금여가 자신들을 맞이할 때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만약 서명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아마 강씨 집안의 문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북성에서 이름없는 자신들이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강씨 집안은 모든 것을 덮을 능력이 있었다.생각할수록 임수정은 무서웠다.그래서 손을 들어 송종철의 팔을 치며 말했다.“이제 어떡해요?”송종철도 되돌아볼수록 안색이 안 좋아졌다.강씨 집안을 상대로 어찌해 볼까 생각하다가 도리어 강씨 집안의 덫에 걸려 버렸다.강씨 집안이 북성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위세를 떨친 이유가 있었다.저런 수를 누가 당해 내겠는가?송종철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서명하자.”지금은 서명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20억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뭐.’임수정과 송종철이 계약서에 서명하자, 강상규 쪽에서도 안금여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화가 났지만 안금여의 계산은 무척이나 정확했다.내키지 않았지만 강상규는 수표 한 장을 꺼내어 금액을 써넣은 뒤에 송종철에게 건넸다.20억이라니,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수표를 받은 송종철과 임수정은 고개를 숙인 채 아
일이 잘 마무린 후, 바늘방석 위에 앉은 듯이 머물던 송씨 일가족은 결국 안금여에 의해 강씨 집안 고택을 나왔다.한시도 더 머물 용기가 없었던 송종철이 아연 모녀를 끌고 떠났다.저녁에 무진이 집에 돌아오자 할머니 안금여 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할머니가 이미 일을 다 처리했다는 보고에 셋째 할아버지 강상규 쪽의 항복이 고소하게 여겨졌다.무진은 또 뒤에서 증거를 수집해서 강상규 쪽을 압박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런데 송씨 가족이 진짜 멋지게 한 방 먹이며 증거를 가져다준 셈이었다.이 일로 인해 강상규는 한동안 꽁지를 빼고 조용히 있을 것이다.성연도 송씨 가족의 일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송씨 가족은 정말 구제불능이었다.어쩌면 강진성에게 접근하라고 임수정이 아연에게 시킨 목적이 이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어떤 면에서 볼 때, 임수정 저들도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20억에 딸의 순결을 팔다니.’성인도 안된 송아연이 낙태를 하다니 신체에 가해지는 위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임수정은 정말 미쳤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다.성연은 아연을 동정해야 할지 아니면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저런 가정에서 태어난 죄로 말할 자유가 아예 없는 셈이었다.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송종철과 임수정 두 사람의 돈벌이 도구가 돼야 하다니.그렇지만 송아연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강요할 수 없었을 것이다.저들 일가족은 모두 한통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성연의 표정이 가라앉은 것을 본 무진이 손을 내밀어 성연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렸다.“송성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아무 생각 안 했어요.” 무진의 음성에 불현듯 정신을 차린 성연이 무진을 쳐다보았다.“너는 저들과 달라. 저 사람들은 너랑 하등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다른 생각하지 마. 할머니는 송아연을 강씨 집안에 들이지 않으셨을 거야.”무진은 성연이 감정에 잘 치우친다는 것을 알았다.그렇지 않으면 지난번에도 진미선을 도와주지 않
송씨 일가족은 집으로 돌아오자 공포가 사라졌다. 그러나 마음속의 불만은 끊임없이 솟아올랐다.‘아이를 지워? 이거 어떻게 해? 강씨 집안에서도 혼인시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안금여든 강상규든 모두 똑같은 태도였다.비록 강씨 집안에서 20억을 받았지만,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강씨 집안에 시집가면 20억이 문제일까?지금 강씨 집안에서는 20억을 아무렇게나 꺼낼 정도였다.앞으로 아연이 시집만 가면 무수한 20억이 쏟아질 텐데.그러면 자신들은 더 이상 돈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텐데.임수정은 계속 눈썹을 찌푸린 채였다.“우리 아연이 어릴 때부터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데 겨우 20억으로 어떻게 하란 거야? 방법을 생각해 봐요.”송종철에게 아주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송종철은 내심 무기력했다.“우린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잖아? 만약 번복하면, 10배의 돈으로 갚아야 해. 당신 무슨 돈으로 그 많은 돈을 배상할 거야? 그리고 강씨 집안이 어떤 집안이야? 저들이 원하지 않는데 내가 어디에 가서 방법을 찾아?”송종철은 적당히 물러나자는 태도였다.헛수고하지 않도록.강씨 집안을 찾아 갔을 때 그는 강씨 집안의 속셈을 알아 차렸다.자신들이 어떻게 강씨 집안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임수정도 그 정도는 안다.그러나 기회를 눈앞에 두고 그냥 넘긴다는 건 말이 안된다.“거기 성연이도 있잖아요? 이 정도면 성연이에게 도움을 청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성연이가 결혼 지참금 100억을 혼자 꿀꺽 했잖아? 그 돈 우리가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이 일은 성연이 우리를 위해 말을 해 줄 필요가 있어요.”임수정은 속으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강씨 집안은 성연이를 아꼈다. 안금여도 성연의 말을 잘 들어 주니.만약 성연이 나서면, 어쩌면 안금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어쨌든 아연이 성연의 여동생인데 성연이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게다가 성연이 왔을 때 성연에게 그리 심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또 성연에게 그런 좋은 혼처를 찾아 주
그래서 다음 날 수업이 끝날 시간에 송종철은 아버지라고 말하며 경비원에게 성연을 불러달라고 했다.북성남고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성연을 알고 있었다. 경비원이 친절하게 송종철 앞에 성연을 불러주었다.얘기 잘하고 오라고 말이다.성연은 어쩔 수 없었지만 경비원을 탓할 수도 없었다.입구에 도착하자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종철과 임수정을 바라보았다.“말해봐요, 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요.”송종철은 원래 이야기를 좀 나눠 보자는 태도로 성연에게 말을 걸었다.그런데 성연의 태도를 보며 즉시 폭발했다.자신이 성연 앞에서 조금도 위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송종철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이게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냐? 너는 강씨 집안에서 너를 밀어준다고 이 아비를 몰라봐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만약 여기에 와서 설교할 생각이라면 정말 필요 없어요. 나 혼자 18년을 살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아직도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만약 용건 없으면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다시 돌아가서 문제 풀어야 해요.”성연은 송종철과 임수정을 대하는 게 너무 참기 힘들었다.두 사람의 뱃속에는 나쁜 물만 가득 차 있다. 둘 다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성연은 자연히 저들에게 좋은 표정을 지어 줄 수가 없었다.“네 성적으로 문제 풀어서 뭐해?” 송종철은 아직도 성연의 진짜 성적을 모른다.성연이 그저 핑계를 대고 얼버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성연을 바라보는 송종철의 눈에 경멸이 가득했다.성연은 그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싫어서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임수정이 입을 열었다.“일이 좀 있어서 우리가 너를 찾아온 거야.”“말해봐요.” 성연이 몸을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임수정을 바라보았다.임수정도 사양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는 강씨 집안에서 줄곧 아낌을 받고 있지 않니? 네가 가서 안금여 회장님에게 말 좀 해다오. 어찌 되었든, 네가 방법을 좀 생각해 줘. 아연이가 반드시 강씨 집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그런 예민주가 이렇게 몰락할 줄 누가 알았겠어?’‘결국 5년 동안이나 무진 씨 애인 노릇에 만족해 있었다니!’‘심지어는 오늘 같은 이런 악랄한 짓까지 저지를 정도가 되었으니. 스승님이 아시면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송성연, 너 지금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예민주가 언제 이런 억울한 일을 당했을까? 연거푸 따귀를 맞은 데다가, 지금은 또 성연의 냉소와 신랄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예민주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원래의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잘 차려 입은 옷차림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온몸에 지금 낭패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회의실. 두 시간의 긴 회의가 마침내 끝났다. 무진이 회의실을 나서자마자 당황한 표정의 손건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무진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이었다.‘평소라면 손건호가 절대 이렇게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텐데...’“보스, 예민주 씨가 맞았습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손건호가 급히 보고했다.“뭐라고?” 무진이 되물었다.“보스, 빨리 사무실로 가 보십시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방금 회의가 끝나갈 때, 손건호는 자료를 찾으러 먼저 회의실에서 나왔다.뜻밖에도 부리나케 달려온 비서실의 비서가 이 일을 알려주었다.무진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아무도 막지 않았어?”무진이 왜 아무도 막지 않았냐고 물었지만, 손건호도 대답하기가 곤란했다.‘막고 싶어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요!’ ‘대표실은 원래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사모님(!)이 갑자기 뛰어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대비도 하지 못했어요.’‘안에서 예민주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안에서 문을 잠궜기에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그러나 결국 손건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실 앞으로 다가간 무진의 귀에 울음 소리와 함께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리게 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성연은 범인이 바로 예민주라고 생각했다.‘방금 전에도 애들 앞에서 그렇게 헛소리를 지껄였어. 눈앞에 두 아이만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지.’‘그런 여자가 뭘 못하겠어?’‘이 순하기만 한 두 녀석은 엉뚱한 짓을 한 적이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어.’‘충분히 사랑을 받았지만, 그걸 믿고 교만했던 적은 없었어.’‘밖에서는 더 영리하고 깜찍해서 누구나 좋아해. 척 봐도 좋아할 수밖에 없어.’‘그런데 여기에 와서 온몸에 멍이 들다니!’성연의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폭발했다.딸아이를 가볍게 내려 놓은 성연은,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사무를 보면서 말했다.“동생을 잘 보고 있어. 너희가 당한 억울한 일을 엄마는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야!”“엄마, 저 아줌마는 나쁜 사람이야! 엄마가 반드시 혼내줘!”여전히 품에 안긴 채, 사진은 재빨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두 눈에 가득한 억울함을 지금 열심히 엄마에게 표현하려고 했다.“걱정 마. 엄마가 저 여자를 혼내줄게!”바로 일어선 성연이 성큼성큼 예민주 쪽으로 걸어갔다.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예민주는 성연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서한기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예민주가 어떻게 훈련으로 단련된 남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는가?“놔! 너희들 뭐 하려는 거야?”예민주의 눈빛에는 걱정과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불안한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리면서 발걸음마저 비틀거렸다.짝! 짝!“이건 네게 주는 교훈이자 경고야. 내 아이는 절대 네가 건드릴 수 없어!”“네가 뭔데? 무진 씨 옆에 이미 5년이나 있었지만, 아직도 내 자리를 대신하지 못했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겠어!”“이건 첫 번째이자 마지막 경고야! 아이들은 바로 내 마지노선이야. 네가 또 손을 대면 절대 지금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성연은 목소리는 마치 서릿발 같았다. 온몸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기운에 무더운 날씨조차 얼음 세상으로 변하는 듯했
“오빠, 아빠가 정말, 정말로 우리를 안 받아들일까? 우리가 방금 아빠를 찾았는데.”작은 얼굴에 슬픔을 가득 담은 채, 사진은 간절한 시선으로 오빠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자화자찬하며 한껏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기운이 가득했다.잠시 후 자신에게 벌어질 참상을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못했겠지만...대표 집무실 바깥.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성연은 결연한 눈빛으로 대표실을 향해 다가갔다.쾅-단숨에 집무실 문 앞에 선 성연은 아무런 노크도 없이 바로 방문을 열었다.“너 이 새끼, 정말...”아이 앞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예민주의 말이 성연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예민주, 뭐 하는 거야!”자신의 아이들이 눈물 자국이 가득한 채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본능이 단숨에 뿜어져 나왔다.“내 애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단숨에 앞으로 나아간 성연은 두 손으로 예민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한 손으로 멱살을 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네가 뭔데 내 아이를 혼을 내? 너는 그럴 자격이 없어!”성연의 차가운 눈빛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온몸의 분노가 곧 폭발할 듯이!잇달아 따귀를 때렸지만 때리는 소리는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갔다.“엄마!” 성연이 다시 손을 들고 예민주의 뺨을 때리려고 할 때, 문득 익숙한 여린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성연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잠시 멈칫하던 성연은 계속 두드려 맞느라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간 예민주를 밀쳐낸 뒤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아가,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성연은 두 손으로 사진을 꼭 껴안은 채 자책했다. 지금 마음속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방금 전 예민주를 때릴 때의 그 무시무시한 기세도 모두 사라졌다.슬퍼하는 성연을 보면서, 사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그러나 엄마가 온 뒤에는 그래도 많이 풀어진 모습이었다. 자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에.성연이
사진은 눈앞의 이 여자가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예민주의 말은 걸러서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어린아이였다.“오빠, 우리 아빠가 정말 우리를 이렇게 싫어해?”눈물이 그렁그렁한 여동생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당신은 어른이면서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하는 겁니까? 당신이 뭔데, 여기서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리는 겁니까?”지금 예민주 때문에 완전히 분통이 터진 사무는, 온몸에 철갑을 두른 듯한 기세로 똑바로 예민주를 노려보았다.사무의 눈빛에 대해서 예민주는 처음부터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매번 저 자식의 눈을 볼 때마다, 정말 무진 오빠의 눈빛과 너무나도 닮았어. 무진 오빠하고 그야말로 판박이야.’사무가 거기에 서 있을 때는 그야말로 무진의 축소판이었다. 무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성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몇 번 사무 저 새끼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정말 아이러니했어.’‘처음 만났을 때 빨리 도망칠 걸. 정말 후회가 되네.’‘5년 전에 분명히 전혀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됐는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애가 있는 거야?’‘송성연은 왜 이 두 아이를 낳았지? 무진 씨에게 이미 버림받았는데, 해외에서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그 여자의 능력이라면 낯선 나라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어.’‘왜 운성시에 미련이 남은 거야?’“나를 보지 말고 고개를 돌려!” 결국 예민주는 참을 수가 없었다.사무는 아직 그런 내막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분노한 상태였다.“내 여동생에게 사과하세요!”“이 새끼,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거야?”예민주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를 조롱했다.“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생아 주제에, 아직도 여기서 나한테 이렇게 날뛰다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것 아니야?”“이 못된 아줌마!”사진은 지금 지쳤지만 이 여자와 오빠가 이렇게 싸우는 소리를 듣자,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따라서 외쳤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