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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윤이서의 가슴은 놀라움에 줄곧 두근거렸다.

마치 바다에서 떠 있다 마침내 부목을 잡은 것 같았다.

고개를 들자 그녀는 마침 하지환의 눈빛과 부딪쳤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장난기가 없었고, 오히려 무척 다정했다. 그 순간, 윤이서마저 하마터면 그에게 속아 넘어갈 뻔했다.

그녀는 황급히 윤재하와 성지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놀라서 소파에 주저앉았다.

한참 뒤, 윤재하는 먼저 반응하여 고개를 들어 윤이서에게 물었다.

“이서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윤이서는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하지환은 그녀를 자신의 뒤로 감쌌다.

이런 전 없었던,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는 느낌은 그녀의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고 이때 귓가에서 하지환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오늘 금방 혼인 신고를 했는데, 정말 너무 바빠서 두 분께 미처 알리지 못했네요.”

윤재하는 화를 참으며 이성을 유지했다.

“이서야!”

윤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

“네, 저 사람 말이 모두 사실이에요. 난 결혼했고, 그 이유는 바로 하은철과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지영이 달려와 윤이서의 두 어깨를 쥐고 말했다.

“이서야, 너 왜 그래? 너 줄곧 은철을 좋아했잖아, 지금 은철이 마침내 너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너 어떻게…….”

그녀는 갑자기 경계하며 하지환을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누가 널 협박한 거 아니야?”

성지영이 하지환을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윤이서는 얼른 설명했다.

“엄마, 아무도 나를 협박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날 전혀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그녀는 지쳤다.

그리고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성지영의 손톱은 윤이서의 살에 깊이 파고들었다.

“이서야, 너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니? 네가 은철과 혼약을 맺었을 때부터 우리는 널 그의 미래의 아내로 키웠고, 네가 시집가는 것은 윤씨 가문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지, 그 따위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야!”

윤이서는 통증에 숨을 들이마셨다.

“엄마…….”

그리고 그녀는 또 윤재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윤재하도 실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서야, 은철이 아직 이 일을 모르는 틈을 타서 당장 이혼해! 너는 은철의 아내인데 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어!”

마지막에 이르러 그는 혐오스럽게 눈살을 찌푸렸고, 처음에 하지환에 대한 호감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윤이서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아직 남이 여기에 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되물었다.

“그럼 걔가 왜 나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했는지 아세요?”

윤재하는 등을 돌렸다.

“듣기 싫으니 당장 가서 이혼해.”

윤이서는 멈칫하더니 마음 씁쓸해졌고,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절하게 말했다.

“내가 신장을 윤수정에게 주면, 나와 결혼하겠다고 했어요.”

순간,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윤재하와 성지영은 눈을 마주치더니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다.

하지환은 나른하게 눈을 들어 윤이서의 부모님을 바라보더니 티 나지 않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심장이 은근히 불편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윤이서는 코를 훌쩍거리며 계속 말했다.

“엄마 아빠는 이 8년 동안 내가 그에게 어떻게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러나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혼도 하지 않고 윤수정과 함께 했어요. 지금은 또 윤수정을 구하기 위해 내 신장을 원하고 있어요.

시집갔다가 만약 윤수정이 내 목숨을 원한다면 그는…….”

윤이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윤수정은 그녀의 큰아버지의 딸이다.

그녀의 모든 마음은 하은철에게 있어 집안의 자매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비교적 적었다.

그리하여 감정은 별로 없었지만, 6개월 전, 윤수정이 신부전으로 확진을 받은 후, 그녀도 줄곧 힘을 다 해 적극적으로 그들을 위해 신장이 일치한 사람을 찾아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그들은 감사하기는커녕 그녀를 배신했고, 심지어 상의도 없이 그녀에게 신장을 내놓으라고 했다.

낯선 사람에게도 이 정도로 잔인하진 못할 것이다.

하물며 그녀는 그들의 가족이었다.

성지영은 말 없이 남편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이 같은 의견인 것을 보고 그녀는 부드럽게 윤이서의 손을 잡았다.

“엄마도 네가 매우 속상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떠니? 신장 하나를 꺼낸다고 해서 네 몸에 영향이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나 너는 네 동생을 구할 수 있고, 또 은철의 아내가 될 수도 있지. 일석이조인 데다 우리도 엄청 기뻐하고, 얼마나 좋니!”

윤이서는 온몸이 차가워졌다.

“엄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은철은 그녀를 배신했는데, 그녀는 왜 그와 그 내연녀의 소원을 이루어주어야 하겠는가!?

그녀는 윤재하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윤재하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이서야, 넌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야. 이 거래는 우리에게 있어 매우 공평하니 이제 억지 좀 그만 부려.”

“거래라고요…….”

윤이서는 몸을 흔들며 넘어질 뻔했고, 다행히 옆에 있던 하지환은 재빠르게 윤이서의 손목을 잡았다.

윤이서는 가까스로 똑바로 서서 고통스럽게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비할 데 없이 그녀를 사랑하는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만약 하은철이 그날 밤에 한 말이 그녀를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면, 오늘 부모님이 한 말은 그녀를 심연으로 걷어찬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있어서 나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고, 그에게 시집가서 윤씨 집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건가요?”

콩알만한 눈물이 쏟아지며 그녀는 그동안 쌓인 억울함과 절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고함을 지른 뒤, 윤이서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뛰어나갔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왜 그녀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조차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까?!

윤재하와 성지영이 쫓아가려다가 하지환에게 냉혹하게 가로막혔다.

그의 얼굴에는 다정함도, 장난기도 없었다.

“어차피 따님 가슴에 칼질한 마당에 더 이상의 가식은 필요가 없겠죠.”

뼈를 때리는 그의 말에 윤재하는 뜨끔해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넌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막는 거야. 이서는 우리 딸이야.”

“당신 딸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군요.”

하지환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 말을 하다니, 나는 당신이 돈 주고 산 하인인 줄 알았는데요.”

말하면서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윤재하와 성지영을 내려다보았다.

“이서는 이미 내 사람이니, 나는 누구도 이서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이 설령 이서의 부모님이라도!”

포악한 기세에 윤재하는 한참 멍하니 있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화가 나서 하지환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네가 뭔데 감히 우리를 훈계하는 거야, 너희들은 즉시 이혼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난 너를 북성에서 쫓아낼 수 있어!!”

그러나 하지환은 이미 윤가를 나섰고 윤재하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가를 나서자마자 하지환은 핸들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아내가 필요했고, 이제 목적은 달성되었으니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렸지만 머릿속에는 소녀가 고통스럽고 절망을 느낄 때, 눈빛에 비친 강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초조하게 눈살을 찌푸리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다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고, 또 그 연약한 모습을 바라보더니 매섭게 눈썹을 비틀어 몸을 돌려 다시 차로 향한 다음 차문을 열고, 윤이서를 밀며 짜증을 냈다.

“안으로 들어가요.”

슬픔에 잠긴 윤이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미처 반응하지 않을 때, 큰 손은 아주 세게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그렇게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더니 윤이서는 하지환의 품에 꼭 안겼다.

그녀는 놀라서 우는 것을 잊었고, 과분할 정도로 예쁜 촉촉한 눈동자는 두려움에 질려 하지환을 쳐다보았다.

“뭐…… 뭐 하려는 거예요?!”

우린 단지 계약 결혼일 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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