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훤칠한 남자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화려한 불빛이 그의 완벽한 몸매를 더 고급스럽게 했다. 검은 셔츠를 입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신비로웠다. 하서관은 빠르게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는 허리에 차가워 보이는 허리띠를 차고 있었다. 그의 허리 라인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응… 여미령이 말하던…어머,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여미령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자 하서관은 신속하게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녀는 평볌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당신, 거기 서서 뭐 하는 거예요?”육한정은 빛이 나는 여자의 눈동자를 보며 눈썹을 들썩였다. “도둑고양이를 본 것 같아서요. 자꾸 야옹거리길래.”하서관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손에 들려있던 수건을 힘있게 남자의 잘생긴 얼굴로 던져버렸다. 육한정은 피하지 않았다. 수건이 그의 얼굴을 강타하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성대에서 매력적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하서관은 욕실 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다. 그가 무릎을 구부리자 문이 막혀버렸다. “화났어요?”하서관은 콧방귀를 끼더니 그를 무시했다. “해외로 출장 나가게 돼서 며칠 집에 없을 거예요.”하서관이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출장을 간다고? 그의 첫 출장이었다.하서관은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다. “언제 가는데요?”“이따가 바로요.”“이렇게나 빨리요…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요. 쉬는 거 잊지 말고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하고 싶은 말 더 없어요?”하서관은 잠시 고민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어요…”육한정이 하서관의 가녀린 손목을 살짝 당기자 그녀가 그의 품 안으로 쓰러졌다.하서관이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당신, 지금 이게 뭐 하는…”하서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몸위로 올려놓았다.하서관이 놀라 몸을 움츠렸다.하지만 육한정이 그를 누르고 있
제호 호텔. 하서관은 홀에 들어섰다. 막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낯익은 사람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공진아였다. “하서관, 너도 왔어? 잘 봐. 여기가 바로 제호 호텔이야. 이번 기회 아니면 너 같은 시골뜨기는 평생 못 와볼 곳이니까!” 공진아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하서관이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그녀가 한탄했다. “이건 누구네 집 삽살개야? 목줄도 안 차고 밖에 내보내다니.” 공진아의 얼굴색이 변했다. “너!”하서관이 입은 하얀색 레이스의 드레스가 공진아의 눈에 들어왔다. 공진아가 놀라더니 빠르게 그녀에게 물었다. “하서관! 너 이 드레스 어디서 났어? 이거 명품브랜드 MOO 아니야? 네가 입은 드레스, 이번 여름 밀라노 패션위크 쇼에서 입었던 드레스야. 며칠 전에 내가 잡지에서 본 건데… 이걸 왜 네가 입고 있어?”공진아는 MOO의 팬이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해성의 부잣집 아가씨들은 거금을 들여 MOO의 신상을 사들인다. 여러 수단을 통해서. 혹시 누가 구입이라도 하게 되면 한껏 자랑한다.하지만 MOO는 너무 비쌌다. MOO는 항상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 사치로 정해놓는다. 게다다 한정판매… MOO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무척이나 적었다.공진아는 아직 치마 한 벌도 사지 못했다.지금 MOO의 쇼 패션을 하서관 이 촌뜨기가 입고 있다니. 그녀는 놀라 뒤로 자빠졌다. 이 드레스가 MOO라는 것 정도는 하서관도 알고 있었다. 이 한 벌 뿐만 아니라 집에 MOO가 박스째로 쌓여있다는 걸 알게 되면 공진아가 쓰러지지 않을까?하지만 MOO는 육한정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자신의 것인 아닌 물건으로 남을 공격할 수는 없다.공진아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하서관은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가며 그녀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알고 싶어? 안 알려줄건데."공진아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하서관이 너무 미웠다. 특히 하서관의 가녀린 몸매를 볼 때마다 그녀는 눈에서 질투의 불길이 솟아올랐다. "하서관, 너 그
이옥란은 악독하게 하서관을 째려보았다. 하서관을 위해 만들어진 드레스인 것 같았다. 그녀의 분위기는 너무나 청순하고 차분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쉽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십 년 전의 사건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그녀는 해성에서 제일가는 미인이 됐을 것이다. 그때, 하서관과 여미령이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모른다. 차가 드나드는 곳에 부잣집 도련님이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었다. 모두 남관북령의 미모가 어떤지 감상하고 싶어 했다.남관북령…이옥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해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자는 자신의 딸 하연연이다!이옥란이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다정하게 하서관의 손을 잡아당겼다. “서관아, 드레스 바꿨구나. 이리 와. 내가 친구 몇 명 소개해줄게… 잠깐, 이 드레스 왜 이렇게 낯이 익지? 이거… 소정이가 오늘 저녁에 입을 드레스잖아?”하서관은 아무 표정도 지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쇼가 곧 시작될 거라는걸.하소정은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서관아, 너 어떻게 내 드레스를 입을 수가 있어? 오늘 내 생일이야. 이 MOO 드레스, 엄마가 사준 생일 선물이란 말이야.”그때, 공진아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하서관, 너 너무 한 거 아니야? 오늘 소정이 생일이야. 쟤 드레스까지 뺏어야겠어?”부잣집 아가씨들은 다 알고 있었다. 하소정에게 MOO 드레스가 있다는걸.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하서관 대체 왜 저런데? 소정이 MOO 드레스 뺏어서 얼굴 한 번 비치겠다는 거야? 허영심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시골에서 왔다던데, 갑자기 MOO 드레스 보고 놀랐겠지. 그리고 욕심이 났겠지. 이래서 촌뜨기는 안 된다니까! 창피해라!하서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그때 하진국이 가까이 다가왔다. 겪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낯이 깎이는 일이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얼굴로 하서관을 쳐다보며 그녀를 훈계했
이옥란은 고인물이다. 생일파티의 분위기가 계속 얼어있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는 하서관의 손을 잡아당겼다. “서관아, 이번 일은 우리가 잘못했어...” 그녀가 먼저 잘못을 인정했다. 하서관이 그녀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녀의 입장이 이상해진다. 그렇게 되면 하서관이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겠지.아쉽게도, 이옥란이 아는 사실을 하서관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서관은 알고 있었다. 이옥란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걸. 하지만 하서관은 더 이상 그녀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었다. 하서관은 빠르게 자기의 손을 빼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저 때문에 사람들이 즐겁게 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밌게 노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하서관은 사리 분별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하서관은 홀을 벗어나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 여미령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됐어? 파티는 잘 망쳤어?’‘응.’‘서관이 정말 대단해!’하서관이 해성으로 돌아온 후부터 여미령은 이옥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옥란은 이번에 인맥으로 MOO 드레스를 구했다. 여미령이 바로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하서관은 시간을 확인했다. 하소정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옥란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미리 여미령에게 이옥란의 MOO 드레스를 최상급 짝퉁으로 바꿔놓으라고 부탁했다.여미령은 연예계에서 인기가 많은 ‘4 대미인’이다. 그녀의 외모는 연예계 안에서도, 밖에서도 의론이 분분했다. 섹시하기도, 청순하기도, 달콤하기도, 아름답기도 하다. 얼빠들의 고향이다.그래서 여미령은 데뷔 때부터 각종 하이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다. 그녀는 MOO의 글로벌 엠버서더다. 매 시즌의 신상은 그녀가 처음으로 입게 된다.여미령의 주위에는 고수들만 모여있다. 매니저든, 팀이든, 모두 실력이 어마어마하다. 이옥란의 MOO 드레스를 짝퉁으로 바꿔치기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하서관이
십 년 전 해성에는 남관북령의 소문만 돌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서관과 소희, 두 선남선녀의 얘기도 돌고 있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하서관이 소희의 약혼녀였다는 사실. 하지만 남자의 감정은 책을 번지듯 빠르게 바뀐다. 지금 하소정이 소희의 약혼자가 되었으니, 그녀가 바로 미래의 소씨 집안 사모님이다. 사람들은 모두 바람에 따라 돛을 달기 시작했다. ‘과거는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로.방금 하서관이 홀에서 멋있게 상황을 뒤집었는데… 소희가 나타난 지금,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동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몸은 무척이나 정직했다. 그들은 하소정 쪽에 서 있었다.하씨 집안 세 식구의 입꼬리가 하늘로 치켜오를 기세였다.하서관은 자신의 가녀린 몸을 꼿꼿이 세웠다. 그녀의 자태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녀는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전에 버렸던 물건을 주워서 보물처럼 아끼시는 모습이 웃기긴 하지만, 그래도 축복은 해 드릴게요.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랄게요.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리니까.”말을 끝낸 후, 하서관을 자리를 떠났다. …소희를 쓰다 버린 물건 취급하다니… 하서관 정말 겁이 없구나.승리감에 도취해있던 하소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자랑스러워 해야 해, 아님 말아야 해?…하서관이 제호 호텔을 벗어났다. 그때 소희가 하소정을 끌어안은 채로 걸어 나왔다. 하소정이 소희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 “소희 오빠, 서관이 너무 불쌍해. 데리러 오는 차도 없잖아. 우리라도 챙겨주자. 집까지 데려다주자.”소희가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소정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타. 데려다줄게.”하서관이 거절했다. “됐어.”“왜?” 소희가 옆에 있는 지금 하소정은 자신이 진정한 공주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억울하게 하진국을 바라보았다. “아빠, 내가 인심 써서 데려다주겠다고, 차에 타라고 했는데, 서관이가 거절했어. 나 이따가 소희 오
그녀는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육한정에게 보냈다.두 사람은 협상을 했다. 그리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였다. '우리 캐톡 추가할까?' 라고 물었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업계 최고에 위치해 있는 육한정은 이런 어플을 사용해 본 적이 없는지 그저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날 저녁, 육한정은 바로 그녀를 추가하였다.도대체 뭘 한거지?손이 미쳤나?전송된 사진을 취소하려고 하였으나 취소기간은 벌써 지나버렸다.그녀의 멘탈이 붕괴되었다.여미령에게 톡으로 사진 몇 장을 받았다. “너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 변했는지 한번 체크하자. 최근에 빅토리아 스크릿에서 신상 파자마 나왔는거든. 이 참에 육한정 취향도 한 번 알아보고.”“이런 건 어때? 살짝 청순해 보이고.”“이거는 ?”“……”몇만 킬로메터 떨어져 있는 외국의 금융가의 최고가 오피스텔안 VIP회의실에는 파란색 명찰을 달고 있는 회사 간부들이 회의실 양쪽으로 앉아 있었다. 재무총괄 책임자는 이번 연도 매출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모두 숨을 죽이며 열심히 듣고 있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자꾸 메인 센터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향했다.육한정은 핏이 딱 맞는 블랙 정장에 자켓 주머니에는 흰색 손수건이 보였다.앞머리를 위에 올려 그의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신중하게 자료를 읽는 그의 모습은 성공한 상업계 남자의 매력이다. 청아하고 고급스럽고 성숙하고 강인하다. VIP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띵'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울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육한정에게 몰렸다. 그의 폰에서 나온 소리였다.육한정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캐톡이 와 있었다.그는 비서에게 부탁해서 캐톡을 다운 받고 하서관 한 명만 추가하였다.바로 하서관에서 온 캐톡이었다.이때 개인 비서 엄의가 다가와 지시를 기다리듯이 허리를 숙였다.육한정은 손짓으로 엄의에게 아무 일 없으니 회의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하였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돌
이 얘기를 하자, 와인 잔을 들고 있던 소희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눈매가 차갑게 변했다.해성의 사대가문 중 하나인 소희는 당연히 육씨 집안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외부인보다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았다.육씨 집안의 도련님, 육한정은 겸손하고 차분한 이미지였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지지 않았다. 소희는 사람 구해서 육한정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지만 알아낸 건 최근에 해성으로 옮겨왔고 그의 홈그라운드는 제도성이라는 것뿐이었다.제도성은 제일 번화로운 금융 도시이다. 길거리에 보이는 사람마다 재벌 2세인 경우가 많아 평범한 재벌들은 그 금융 중심에 다가갈 수조차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도성에서도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재벌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아시아의 경제를 좌우할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있다. 제도성의 최고 상업가도 성이 육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모든 게 그냥 우연의 일치 일가?해성 경제의 뿌리를 잡고 있는 재벌가는 고가네 집안이다. 고씨 집안의 도련님 고석근은 육한정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한다.하소정은 소희의 감정 변화를 느꼈다. “소희 오빠, 하서관이 시골에서 낯선 남자랑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 벌써 까먹은 거야? 어릴 때부터 남자랑 외박도 하고.”소희는 와인을 들이키더니 하소정을 침대로 밀쳤다.거칠게 밀쳐선지 하소정의 머리가 침대장에 부딪쳤다. 소리가 크게 났다.이때 소희가 그녀의 몸을 덮치더니 빨개진 두 눈을 부릅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낯선 소희의 모습에 하소정은 깜짝 놀랐다. 하서관이 다른 남자랑 같이 있다는 말만 하면 무섭게 돌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소정은 소희를 사랑한다. 그녀는 팔을 뻗어 소희의 목을 감싸 안았다. “소희 오빠, 사랑해. 오빠가 나의 유일한 소중한 남자야.”소희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하서관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파렴치한 여자한테 감정을 소비할 가치가 없다.하서관을 그만 잊을 거야.소희는 하소정 몸에 걸친 잠옷을 벗기자
그 여자는 누구지?육한정은 성숙한 남자로서 그의 개인 폰을 모르는 사람이 받지 못하게 한다. 그럼 둘 사이에 관계가 폰을 대신 받을 만큼 친하다는 뜻인데…도대체 뭐하고 있지?하서관은 자기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육한정이랑은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그가 왜 날 도와야 하지?그녀는 그저 신부 대타이고 둘 사이에 계약이 있을 뿐 밖에서 여자 만나도 그녀랑 아무런 상관도 없다.하서관의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9살 때 인생이 180도로 변해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은 그녀를 독립적인 여자로 만들었다. 혼자 있는 거에 익숙해지고 정신도 강해졌다. 함부로 진심을 못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한다, 미령이만이 그녀가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다.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그녀를 배신하고 절벽에서 미는 일이 없었으며 한다.하지만 육한정이 나타난 뒤 그녀가 10년 동안 익힌 습관을 까먹게 하고 자기도 모르게 의지하게 만들었다.의지하고 기대기 시작하면 습관이 되고 나약해진다. 그녀의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지만 침착함을 유지했다. 핸드폰을 꺼내 소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만나러 갈게.”……한편 호텔 로얄 스위트룸에는 총괄이사 화영이 육한정의 폰을 수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엄의가 다가갔다.“화이사님, 누구의 허락으로 대표님 방에 들어오시고 대표님의 전화까지 멋대로 받으시는 거시죠?”화영은 다급하게 서류를 내려 놓았다. “엄 비서님, 대표님이 급하게 요청하신 자료여서 들어왔어요.”“대표님은 외부인이 방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시고 개인 물품을 만지는 행위는 더더욱 싫어하십니다. 다음에 급한 자료가 있으시면 저한테 전달하시면 됩니다. 이번 한 번은 봐드리지만 다음에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알겠습니다, 엄 비서님.”“방금 전화 오신 분은 누구인가요?”“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엄의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들어가세요. 대표님이 출국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