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2015년 가을, 하서관은 기차에 앉아있었다. 해성으로 가는 기차였다.아홉 살이 되던 해, 그녀는 시골에 버려졌다. 오늘에야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가 해성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하나다. 하씨 집안이 딸을 유란원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그 딸 대신 액땜하러 간다. 유란원의 신랑이 불치병에 걸려 누워만 있다고 들었는데… 하씨 집안에는 딸이 둘이나 있는데, 둘 다 그 집으로 시집가기 싫어했다. 시골에 방치해두었던 하서관을 다시 불러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더러 대신 시집가라고 하는 수밖에.하서관은 기차에 앉아 손에 들려있는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차가운 바람이 달콤한 피비린내와 함께 밀려왔다.하서관이 고개를 들었다. 크고 훤칠한 몸집의 사람이 그녀의 눈앞에 쓰러졌다.이미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빠르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따라 들어왔다. “형님, 지금 사람도 없는데 그냥 정리하시죠.”“누가 그래? 사람이 없다고?”앞쪽에 서 있던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갑자기 이런 일이 들이닥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 쓰러진 사람이 그녀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왔다. 그 남자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녀를 죽이는 것으로써 그녀의 입을 막으려는 것 같았다.하서관은 침착하게 그의 손에 들려있는 무기를 흘겨보았다. 그녀는 신속하고도 황급하게 빌기 시작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그 남자가 앞으로 걸어오더니 하서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면사포가 씌워져 있어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눈은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녀의 눈은 무척이나 맑았다. 당장이라도 마음을 뺏길 것만 같았다.이렇게 아름다운 눈동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한순간에 넋을 빼앗겼다. 오랫동안 여자를 만나지 못한 탓일까, 그의 머릿속에 음흉한 생각이 피어올랐다.“예쁜 아가씨, 살려줄 수는 있는데, 대신 우리 말 잘 들어야 할 거예요.
이옥란은 하서관의 계모다. 젊었을 적 그녀는 영화계를 풍미하던 잘나가는 배우였다. 딸을 둘이나 낳은 지금에도 그녀는 여전히 우아했다.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젊은 아가씨와도 같았다.이옥란은 세컨드였다. 그녀는 팔방미인인데다 수단이 높았다. 세컨드에서 안주인이 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처세술로 상류층에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오늘 결혼식도 이옥란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하서관이 입은 웨딩드레스도 밀라노에서 특별제작한 것이었다. 모두 이옥란을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있었다.하서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수줍어하며 말했다. 그녀는 기대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다 됐다면서요… 근데… 신랑은 왜 아직이에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이옥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모두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설마 자신의 신랑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가?그녀는 액땜하러 시집을 가는 것이다. 이 결혼식에는 신랑이 없다. 하진국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빛에 죄책감이 가득 찼다. “서관아, 오늘 신랑이… 신랑이 몸이 좀 아프다네. 그래서 못 올 것 같아. 그냥 올라가.”하서관이 얼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얌전한 미소를 띠었다. “알겠어요. 그럼 먼저 가 있을게요.”하서관은 혼자 차에 올라탔다. 손님들은 멀어져가는 하서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시골에서 왔다는 소리에 모두 그녀를 시골뜨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몸매는 무척이나 가녀리고 섬세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청순한 분위기가 흘러넘쳤다.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하고 고분고분한 그녀의 모습이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 모두 이옥란에게 손가락질하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보기에만 번지르르하지, 그래도 새엄마는 새엄마네. 남의 딸을 자기 딸 대신 액땜으로 시집이나 보내고.’이옥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바닥 안에 있어야 할 결혼식이었는데, 하서관의 이간질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집사 부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육한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들어와." 부백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도련님… 사모님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육한정은 침대옆에 길게 서 있었다. 그는 187의 키에 간단한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비싼 원단으로 만든 옷인 것 같았다. 그 옷이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육한정은 눈을 내리며 능숙한 손짓으로 셔츠 소매에 있는 단추를 뒤집어댔다. 그는 무심코 하서관을 흘겨보며 말했다. "당신은 아직 모르죠? 유란원 뒤뜰에 늑대 두 마리 키우는 거… 어떻게… 먹이 삼아 당신을 뒤뜰에 버려버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하서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번 결혼식은 선조가 결정한 것이다. 해성에는 잘나가는 집안이 넷이나 있다. 육씨 집안, 고씨 집안, 곽씨 집안, 소씨 집안. 육씨 가문의 주인은 손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다. 소문에 의하면 엄청 젊고 잘생긴 1세대 상업계 거물이라던데… 하지만 아무 그의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무척이나 신비로운 존재다. 유란원은 외진 곳에 있었다. 한눈에 봐도 좋은 집안은 아닌 것 같았다. 하씨 집안에서 사람을 시켜 유란원을 조사해봤지만, 유란원안에 증손자가 둘이나 산다는 거 말고는 알아낸 게 없었다. 그 손자가 바로 소문 무성한 불치병에 걸려 누워만 있다는 그 총각귀신이다. 자신의 두 딸을 해성의 사대가문에 시집보내는 게 이옥란의 제일 큰 소원이었다. 유란원에 시집 보낸다니… 이옥란은 이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 혼사를 약속한 건지 무덤에 묻힌 조상들을 꺼내 다시 물어보고 싶을정도였다. 이옥란은 자신의 딸들을 유란원으로 시집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진국의 고지식하고 효심 넘치는 성격이 조상들끼리 맺은 약속을 지키게 했다. 자신의 딸은 절대로 유란원으로 못 보낸다. 이옥란은 하서관이 생각났다.
빠르게, 육한정의 손가락이 멈춰버렸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씌워진 면사포를 치우지 않았다. 그는 눈동자를 드리운 채 잠이 든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눈을 뜨길 바랐다. 그녀의 눈동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기 고양이처럼 순진하고 맑은 눈동자였다. 고개를 들어 쳐다볼 때마다 아기고양이가 할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청순하기도 섹시하기도 했다. 육한정의 그녀의 목에 남은 빨간 자국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무척이나 약했다. 살짝 졸랐을 뿐인데 이렇게 자국이 남다니. 육한정은 몸을 돌려 소파로 돌아가 누웠다. 그의 수면장애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가 은침으로 치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술은 꽤 정밀했다. 방금 정말로 그녀의 손바닥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10분 정도? 10분도 제대로 자지 못한 지 오래였다. 육한정은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손이 저렇게 작고 부드럽지? … 다음 날 새벽. 하서관은 식탁에 앉아 메이드가 타준 대추차를 마시고 있었다. 육노인이 웃는 얼굴로 그녀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서관아. 나는 너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어. 앞으로 한정이가 너 괴롭히면 할머니한테 말해. 내가 대신 혼내줄 테니까… 마셔, 쭉 들이켜. 대추차 많이 마시고 우리는 꼭 일찍 애 낳자. 여럿이로. 한쪽에는 우리 한정이 닮은 아들, 한쪽에는 우리 서관이 닮은 딸…" 육노인의 머리는 벌써 하얗게 셌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육노인은 무척이나 자상하고 다정했다. 하서관도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웃긴 할머니라는 점만 빼고. 그때 메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육한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하서관은 고개를 들었다. 육한정은 하얀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직장인 룩의 정석이었다. 다림질했는지 옷에 주름
육한정은 여자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많이 맡아보았다. 그는 인공적인 향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무척이나 향기로웠다. 육한정은 그녀의 안전벨트를 풀어준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향수 써요?" 향수? 하서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향수 안 뿌리는데요." "근데 어떻게 몸에서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가…" 육한정은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의 몸이 얼어버렸다. 그의 입술이 하서관의 입술과 닿아버렸다. 면사포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키스를 하게 되었다. 부채와도 같은 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그녀의 첫 키스였다! 빠르게, 육한정은 뒤로 물러났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면사포에 가려진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의 목젖이 움직였다. "미안해요. 억울하면… 당신이 한 번 더 할래요?" 하서관은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당신한테는… 뺨 한 대가 더 필요한 것 같은데요." 육한정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그의 입에서 매력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서관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먼저 갈게요." "제 이름은 육한정이에요." 하서관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그의 이름 따위 관심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보고싶을 뿐이었다. 오늘 하서관은 빨간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손을 흔들자 니트가 위로 올라가더니 버들가지처럼 얇은 그녀의 허리가 드러났다. 육한정은 핸들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이따 회의가 있어서요. 좀 늦을 거에요." "괜찮은데…" 하서관이 거절하려고 입을 열자 차가 떠나버렸다. … 위층에 있던 하소정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한다, 하서관. 겉으로만 착한 척 얌전한 척 하고. 어제 금방 불치병에 걸려 누워있는 남자한테 시집갔으면서, 벌써 새 남자를 꼬셨어? 하소정은 집 앞에 세워진 고급 자
그때, 침대에 누워있던 하서관이 갑자기 눈을 떴다. 왕대표가 멍해졌다. 어떻게 벌써 깼지? "예쁜 아가씨…왜… 왜 벌써 깼어요?" 하서관의 맑은 눈동자에서 교활함과 신랄함이 흘러나왔다. "안 깨면 어떻게 이 좋은 구경을 해요?" "너…" 하서관이 손을 살짝 내밀자, 왕대표의 코끝에 이상한 향기가 맴돌았다. 몸에 힘이 빠지더니 그대로 카펫 위로 쓰러져버렸다. 왕대표의 손발이 밧줄로 묶여졌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보며 웃는 하서관을 두려움에 떨며 쳐다보았다. "예… 예쁜 아가씨, 뭘 하고 싶은 건데요? 이거 좀 풀어줄래요? 우리 같이 제대로 놀아봐요." 하서관은 눈썹을 들썩였다. 그녀는 무해한 얼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왕대표님, 이거 좀 보세요. 이게 뭘까요?" 왕대표는 하서관의 손을 쳐다보았다. 하서관의 손에 뼈다귀 두 개가 쥐어져 있었다. "당신… 그 뼈다귀로 뭐 어쩌려고요." "아. 왕대표님, 이옥란씨가 아직 말씀 안 드렸나 봐요. 하씨 저택에서 셰퍼드를 한 마리 키우거든요. 엄청 사나워요. 제일 좋아하는 게 뼈다귀라죠?" 왕대표는 색마였다. 그는 하서관을 오랫동안 탐내고 있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가 산송장한테 시집까지 갔는데. 하고 싶은 데로 행동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하서관을 볼 때마다 왕대표는 소름이 돋았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당신… 대체 뭘 어쩌려는 거에요?" 하서관의 손이 아래로 향했다. 그녀는 뼈다귀를 왕대표의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왕대표님, 게임 곧 시작할 거에요. 곧 셰퍼드 한 마리가 저기로 뛰쳐 들어올 거거든요. 조심하세요. 어디 잘못 물리시지 말고." "아니… 예쁜 아가씨, 아니 선생님. 제가 잘못했어요. 얼른 저 좀 놓아주세요…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요. 잘못하다가는 사고 난다고요…" 왕대표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하서관에게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무슨 말이지?그의 시선이 제멋대로 그녀의 입술이 멈춰졌다.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여자가 남자한테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키스다.하서관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하얀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몰라요." 말을 끝낸 후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육한정은 도피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똑똑하고, 영리하다. 독립적이고, 남에게 기대기 싫어한다. 자신의 진심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신호가 빨간불에 걸리자 차가 멈추어 섰다. 하서관은 창문 너머로 해성에서 제일 유명한 케이크 가게를 쳐다보았다. "케이크 먹고 싶어요?" 귓가에 육한정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서관의 눈동자에 슬픔 감정이 피어올랐다. 그녀가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옛날에 엄마랑 자주가던 가게예요." 육한정은 차를 돌리더니 갓길에 차를 세웠다. "먹고 싶으면 사러 가요." … 해성에서 꽤 오래된 케이크 가게였다. 특히 상류층에서 인기가 많았다. 매일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 하서관은 어릴 때부터 케이크를 좋아했다. 엄마가 항상 여기서 케이크를 사주곤 했는데… 그녀의 제일 아름다운 기억이다. 십 년, 이곳에 오지 않은 지 십 년이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육한정이 이 모습을 보는 게 싫었다. "저기… 잠시만 기다려줘요. 화장실 다녀올게요." 그녀는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다. 육한정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았는데… 그녀는 아직 어렸다. 그는 케이크 가게로 발걸음을 향했다. 우연찮게 하소정도 이 가게에 있었다. 그녀의 친구 공진아와 함께. 공진아가 하소정을 끌어당겼다. "소정아, 하서관 그 촌뜨기가 스폰하고 다닌다며? 그거 진짜야?" 하소정이 경멸하며 낄낄댔다. "당연히 진짜지. 내 눈으로 똑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