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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조유진은 돈을 줍고 바이올린을 든 채 발걸음을 옮겨 문 앞으로 갔다.

배현수는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샴페인을 들이마시며 조유진에게 냉랭하게 당부했다.

“그리고 조유진 목에 있는 목걸이의 그 은반지가 너무 신경 쓰이네.”

조유진은 문 앞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배현수를 등지고 서 있다.

그녀는 손을 올려 목에 건 목걸이에 있는 은반지를 만졌다. 그것은 6년 전에 배현수가 사줬던 커플 반지였다. 싸구려 은으로 만든 것이지만 조유진은 보물처럼 여겼다.

“습관이 돼서요. 이 반지를 6년 전에 저에게 선물하셨으니 제 거죠. 제 물건인데 어떻게 할지는 제 선택이죠. 배 대표님과는 상관이 없잖아요.”

게다가 그것은 6년 전의 배현수가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조유진을 아끼고 사랑하던 배현수가 준 것이다.

조유진은 이기적이게도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다. 비록 그 추억이 그녀의 가슴을 칼로 베는 듯 아프게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조유진은 뭔가에 홀린 듯 고집을 부리고 싶었다.

그녀의 고집이 배현수의 화를 돋운 듯했다.

“꺼져.”

조유진은 떠났다.

배현수의 손에 들어 있던 술잔이 순식간에 쨍그랑하고 깨졌다!

진한 냄새의 알코올과 손바닥의 붉은 피가 섞여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육지율과 강이찬은 깜짝 놀랐다. 조유진의 등장이 배현수를 이 정도로 자극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현수야,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 생각이 짧았어!”

어두운 불빛 아래, 배현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피를 바라보았고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차갑게 한마디 했다.

“이게 네가 준비했다던 서프라이즈야? 재미없어.”

“미안해.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어.”

강이찬은 배현수와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배현수는 그의 상사이기도 하다. 이 몇 년간에 배현수는 점점 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알 수 없게 변했다. 가끔은 강이찬도 함부로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앞으로 함부로 나서지 마. 특히 조유진에 관한 일은.”

배현수가 하는 말에 강이찬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건 배현수와 조유진 사이의 개인적인 원한이기 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도 끼어들기 어려웠다.

육지율은 떠나가는 배현수의 뒷모습을 보며 강이찬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말했다.

“찬아, 너 평소에는 그렇게 똑똑하면서 오늘 밤은 왜 이렇게 멍청한 짓을 했어?”

“난 6년의 세월 동안 현수가 다 내려놓은 줄 알았어. 그때 두 사람은 대제주대학교의 유명한 커플이었잖아. 선남선녀였지. 난 현수가 계속 원망하면서 사는 걸 바라지 않아. 이 6년 동안 현수는 유진이와 점점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 둘과도 많이 멀어졌잖아.”

육지율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너도 현수 성격 잘 알잖아. 원래부터 겉으로는 차가워도 마음은 따뜻했는걸. 걔는 말이 적고 생각이 많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이상한 게 조유진은 왜 여기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한 달 전에 현수가 대제주방송국에 사람을 보내서 유진이를 해고했어. 그래도 한 때는 유진이도 방송과 여신이었는데 현수가 이렇게 유진이의 앞길을 막아버렸으니 좀 너무하지 않아?”

“쯧쯧, 넌 유진이가 불쌍하냐! 찬아, 너도 그 애한테 마음을 빼앗긴 건 아니지?! 너 조심해, 유진이랑 가까이 지내다가 감옥에 갈 수도 있어!”

강이찬은 양복 재킷을 들고 가려고 했다.

“난 친구 여자를 넘볼 생각이 없어.”

“조유진 편 좀 그만 들어! 너 잊지 마. 현수가 그 안에 있는 동안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전부 다 조유진 탓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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