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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 미국에서 버스킹(5)

Author: hikariky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3 22:00:29

"오늘은 여기서 자리를 잡아볼까?"

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브로드웨이 메인 스트리트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 어귀.

조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텅 빈 거리 한편에 익숙한 손길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가 바닥에 가장 먼저 조심스레 내려놓은 낡은 나무 박스는,

오늘 밤 관객들의 작은 응원과 온기가 담길 소중한 팁 박스였다.

어느새 켜진 주황빛 가로등이 무대가 된 거리를 은은하게 비추자,

조이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를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수많은 거리를 함께 누비며 손때가 묻은 악기는 그녀에게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오랜 벗이었다.

"친구야. 오늘도 잘 부탁해."

조이는 오늘 밤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려 씨익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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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7화 - 미국에서 버스킹(5)

    "오늘은 여기서 자리를 잡아볼까?"화려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브로드웨이 메인 스트리트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골목 어귀.조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텅 빈 거리 한편에 익숙한 손길로 짐을 풀기 시작했다.그녀가 바닥에 가장 먼저 조심스레 내려놓은 낡은 나무 박스는,오늘 밤 관객들의 작은 응원과 온기가 담길 소중한 팁 박스였다.어느새 켜진 주황빛 가로등이 무대가 된 거리를 은은하게 비추자,조이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악기를 다정하게 어루만졌다.수많은 거리를 함께 누비며 손때가 묻은 악기는 그녀에게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오랜 벗이었다."친구야. 오늘도 잘 부탁해."조이는 오늘 밤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듯,입꼬리를 올려 씨익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이내 그녀는 자신의 악기인 잼베 위에 가볍게 걸터앉으며 편안하게 자세를 잡았다.굳은살 박인 두 손이 가죽 헤드를 가볍게 두드리자,'둥-' 하는 깊고 경쾌한 울림이 고요했던 골목을 채웠다.조이만의 낭만적인 작은 길거리 공연이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아아, 마이크 테스트."휴대용 스피커를 타고 목소리가 제법 크게 울려 퍼졌지만,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퇴근길을 재촉하는 굳은 표정의 직장인,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학생,서로를 보며 웃음 짓기 바쁜 연인들까지,잼베 위에 걸터앉아 마이크를 쥔 조이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완벽한 무관심이었다.하지만 조이는 개의치 않고 씩씩하게 어깨를 폈다.오히려 차갑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6화 - 미국에서 버스킹(4)

    “프로듀싱.”“뭐? 네 얼굴이 이미 노래야.”“젤리곰, 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비주얼 가수가 아니라.”“이 자식 뭐래는 거야! 누구 밥줄을 끊으려고!”젤리곰 2호가 격앙된 목소리를 뱉어냈다.옆에서 실없이 웃고 있는 1호와는 확연히 다른, 거칠고 공격적인 형태의 환희였다.프로듀서의 냉정한 계산으로 볼 때,은우의 보컬은 이미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완성형 기성품이었다.희소성 있는 경험치와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은우는 그 자체로 효율적인 영감의 원천이자,어떤 트랙을 쥐여줘도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특급 자원이었다.젤리곰 2호의 창작욕을 끝없이 자극하는,철저히 상업적이고 완벽한 뮤즈였다.하지만 이어진 은우의 폭탄선언은 그 들뜬 고양감을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겠다고?그건 완벽한 피조물이 스스로 창조자의 권력마저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젤리곰 2호의 머릿속에 서늘한 위기감이 스쳤다.은우가 자체적인 음악 생산 라인을 구축해 버린다면,기껏해야 외주 프로듀서에 불과한 자신의 효용 가치는 그 즉시 시장에서 폐기 처분될 것이 명백했다.“그럴 리가.이 세상에 가수가 얼마나 많은데.”“표은우는 한 명이잖아!”“음.그렇긴 하지.”은우는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그러면서도 왜 자신이 그들에게 작곡과 프로듀싱을 배우고 싶은지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5화 - 미국에서 버스킹(3)

    안대를 걷어내고 창밖을 내다보자,비행기는 이미 이국의 잿빛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내달리고 있었다.그는 무심한 시선을 돌려 작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무미건조하게 점검했다.헝클어진 머리칼 아래로 피로한 기색이 묻어났지만,대중에게 소비될 상품 가치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었다."휴. 내 얼굴 무사하네."자조적인 중얼거림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일말의 감상도 없는 도착이었다.이제 승무원과의 약속된 사진 촬영을 비즈니스처럼 끝내고 나면,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현실이 시작될 터였다.은우는 작은 안심을 한 뒤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물론 승무원과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기념품이라며 은우한테 특별 키트를 선물로 줬다.입국 심사가 끝난 후 공항 밖으로 나가니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헤이! 은우!”“잘 지냈어?”젤리곰 브라더스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손을 흔들었다.젤리곰 1호의 포옹을 은우가 재빨리 피했다."우리는 꿀 빨며 잘 지내고 있었지."젤리곰 브라더스의 실없는 농담 뒤에는 꽤나 묵직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실제로 그들의 통장에는 매달 쏠쏠한 음원 수익이 정확한 숫자로 꽂히는 중이었다.감상적인 만족감이 아니라,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달콤함이었다.방송 출연이라는 도박은 성공적이었다.대중의 관심이 쏠리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섭외가 밀려들었고,스케줄표는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졌다.일상적인 여유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4화 - 미국에서 버스킹(2)

    은우는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창밖으로 펼쳐진 하늘은 한없이 쾌청했다.겹겹이 쌓인 짙은 구름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쏟아져 내렸고,그 찬란한 빛무리들은 비행기 날개에 부딪혀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기 충분했다.오랜 시간 홀로 준비했던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복잡한 마음이었지만,작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따스한 온기가 그의 굳은 어깨를 가만히 다독여 주는 듯했다.비행기가 묵직한 굉음과 함께 고도를 높일수록 지상의 풍경은 점차 아득해졌다.이제 익숙했던 모든 것들과는 잠시 이별이었다.하지만 일말의 후회는 없었다.구름 위를 평온하게 유영하며 맞이하는 이 황홀한 빛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미래를 축복하는 완벽한 서막과도 같았다.은우는 조용히 눈을 감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비행에 온전히 자신의 몸을 맡겼다.눈부신 햇살은 끝없이 이어질 길고 긴 여정의 든든하고 밝은 이정표가 되어 앞길을 비추고 있었다.‘미국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그때 통로 건너편에서 은밀한 수군거림이 일었다."설마 표은우 아냐?""역광이라서 잘 모르겠어……."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은우가 고개를 돌려 모자 챙을 살짝 밀어 올린 순간이었다.빛 아래 이목구비가 선명하게 드러나자 기내 공기가 일순간 굳어졌다.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흠칫 놀라며 숨을 삼켰다.과장된 반응은 아니었다.실버레인의 첫 싱글 앨범은 신드롬에 가까운 초대박을 터뜨렸다.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3화 - 미국에서 버스킹(1)

    “응? 다 같이 열심히 해서 번 건데 뭘. 난 아쉽지 않아.”“솔직히 말해봐. 조금은 아쉽지? 너 데뷔하기 전에도 꽤 벌었잖아. 그리고 회사 도움으로 부모님 보상금도 찾고···”체인쏘가 놀리듯 물었다.“그건 말 그대로 개별 활동이고, 이제부터는 팀이니까 당연히 함께 분배하는 게 맞지. 어쨌든 팀이 있기에 무대도 채우고 광고도 찍고 한 거잖아?”은우의 대인배적인 모습에 체인쏘는 자신의 질문이 부끄러웠다.“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체인쏘 형, 인성 보소.”“역시 두팔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자···”도리어 멤버들은 체인쏘를 놀리기 시작했다.은우도 이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하지만 팀 활동 분배에 관해서는 딱히 불만이 없었다.광고나 음원 수익은 1/N로 분배하기로 했고, 솔로나 개별 활동에 관해서는 소속사, 당사자, 팀(10%) 비율로 나누기로 했다.은우는 아직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좋은 팀원을 만난 것이 그저 행복했다.며칠 뒤, 실버레인 멤버들이 강기연의 사무실에 모였다.“모두들 왜 모였는지 알지?”“정산 때문 아닌가요?”곤이 손을 번쩍 들고 대답했다.“정답!”“우와와아

  • 얼굴부터 천재뮤지션이라 죄송합니다   52화 - 데뷔(5)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트렌드가 쉴 새 없이 뒤바뀌는 업계에서 두 달은 대중의 관심이 식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실버레인’의 열풍만큼은 예외였다.데뷔곡은 여전히 주요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굳건히 자리했고,음악 방송 트로피는 진열장이 모자랄 정도로 쌓였다.발매하는 굿즈는 단 1분 만에 동이 났으며, 각종 브랜드의 광고 러브콜이 빗발쳤다.반짝인기에 그칠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실버레인은 완벽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그리고 이 거대한 성공의 중심에는 강기연 실장이 있었다.사내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기획 초기만 해도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에 반신반의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회의실에서 그녀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강기연의 날카로운 직감과 이를 뒷받침하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은 그야말로 '백발백중'이었기 때문이다.회사의 분기 매출은 수직 상승했고, 임원진의 입가에는 매일 웃음꽃이 피었다.사내에서 강기연의 입지는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결재를 마치고 복도를 지나던 중, 곽 이사가 환한 미소로 다가왔다.“축하해! 이번 굿즈 매출 보고서 봤어? 역시 강 실장이야.”곽 이사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엄지를 치켜세웠다.강기연은 가벼운 목례와 함께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감사합니다, 곽 이사님.”“대체 그 정확한 타깃팅과 기획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비법 좀 알 수 있을까?”농담과 진심이 반씩 섞인 곽 이사의 물음이었다.이번에도 강기연의 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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