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뭐가 문제지?’
강기연은 깜짝 놀랐다.
은우가 한국말로 노래를 불렀어도 케이시는 노래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
심지어 좋은 반응까지 보여 줬다.
그런데 계약서를 찢었다.
혹시 방금 은우한테 귓속말한 게 실례였나?
아니면 처음 노래를 거부한 게 아직 마음에 걸리는 건가?
강기연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조이도 놀라서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
강기연은 찢어진 계약서 조각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C급이라도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계약서였다.
그게 지금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었다.
케이시가 그제야 손을 내저었다.
“
할리우드의 한 녹음 스튜디오.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다시.”플래쳐는 할리우드에서 매우 유명한 음악감독이다.이미 두 편의 음악 영화를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성공시키며 ‘믿고 듣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그중 첫 작품은 광기 어린 스승과 드러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피가 튈 때까지 드럼을 치게 만드는 스승.사람들은 그 영화의 음악을 듣고 열광했고, 그 음악을 만든 플래쳐에게 찬사를 보냈다.하지만 이러한 영광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명예란 모래탑과 같은 것.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에 그는 강박관념에 빠졌다.‘차기작은 더··· 더 퀄리티를 높여야 해.’그가 이번에 맡은 작품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뮤지컬 ‘프랑켄’을 할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영화였다.뮤지컬 영화.배우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가 곧 대사가 되는 영화였다.음악감독의 역량이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장르였다.유리창 너머 녹음 부스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괴물 역을 맡은 배우, 피터였다.그는 벌써 몇 시간째 같은 소절만 반복하고 있었다.“다시.”“네.”피터가 숨을 고르고 다시 노래를 불렀다.플래쳐가 손을 들어 노래를 끊었다.“거기서 숨 쉬지 말라고 했지?”“숨을 안 쉬면 다음 소절이 안 나와요.”“그건 네 사정이고.”“플래쳐, 벌써 네 시간째예요. 딱 10분만 쉬면···.&rdq
은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해체한 건 알았는데, 왜 해체했는지는 잘 몰라요.”“멤버 중 하나가 문제를 일으켜서 해체가 됐어···.”“아! 그 사건 알아요. 아주 그냥 전국적으로 난리가 났잖아요.”지훈이 아는 체를 하다가 체인쏘에게 옆구리를 찔렸다.지훈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그래. 그 뒤로 케플라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있는 거야.”“누나, 대단한 사람이었군요.”“눈보라 멤버들하고는 지금 연락하고 지내세요?”“아니. 다들 조용히 일반인의 삶을 살고 싶다고 해서 연락 안 하고 있어. 몇몇은 안 좋은 소식도 있고.”“아···.”“그래도 가끔 걔네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강기연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더는 묻지 말라는 뜻이었다.멤버들도 그 뜻을 알아들었다.곤이 괜히 남은 감자튀김을 강기연 접시에 밀어 줬다.강기연은 피식 웃으며 그걸 집어 먹었다.표은우는 강기연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다.아직 30대 중반인데,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아이돌로 실패하고, 매니저로 성공하고, 그리고 그 성공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까지.그녀의 감은 오랜 경험이 만들어 낸 산물이었다.그리고 은우는 기억하고 있었다.전생에서도 강기연은 못생긴 은우에게 기회를 주려 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모두가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저을 때, 강기연만 은우의 노래를 들었다.그때는 몰랐다.그
더블유의 근황이 끝나자 이번엔 지훈의 차례였다.지훈은 학교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보컬 수업을 들었다.호흡과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익히는 중이었다.그러면서 알게 됐다.은우가 아무렇지 않게 해내던 것들이 사실은 교과서 맨 마지막 장에 나오는 기술이라는 걸.“진짜 배우면 배울수록 은우 형은 천재라니까요.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이해가 안 되면 은우 형이 부른 노래를 들어요. 그러면 싹 풀려요.”“교과서 취급이네.”“교과서보다 낫죠. 교과서는 노래를 안 하잖아요.”“그럼 한국 가면 직접 봐 줄게. 발성부터.”“진짜요? 약속했어요!”지훈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은우는 못 이기는 척 손가락을 걸었다.“두팔이 형은요? 형은 뭐 했어요?”곤이 체인쏘를 쳐다봤다.체인쏘는 대답 대신 콧방귀를 뀌었다.“흥. 비밀.”“에이, 말해 줘요.”“앨범 나오면 알게 될 거야.”체인쏘는 그 말만 하고 다시 고기를 썰었다.은우는 체인쏘의 손가락 끝을 봤다.펜을 오래 쥔 사람처럼 가운뎃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가사 쓰고 있었구나.’은우는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곤이 고기를 꿀꺽 삼키고 손을 들었다.“그럼 형, 여기서 노래 한번 불러 줘요!”“여기서?”은우는 포크를 내려놓았다.“후··· 너희, 내가 미국에서 ‘노래 한 번만’ 소리 듣고 어떤
크리스마스이브 아침.강기연은 숙소 문을 두드려 은우를 깨웠다.“은우야. 일어나. 선물 받으러 가자.”“선물이요? 벌써요?”“응. 근데 선물이 좀 커서 공항으로 가야 돼.”은우는 영문도 모른 채 강기연을 따라 LA 공항으로 향했다.입국장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은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공항에서 무슨 선물을 받아? 설마 누나가 한국 가는 비행기 표를 사 준 건 아니겠지?’“누나. 대체 뭔데요?”“기다려 봐. 곧 나와.”“나와요? 선물이 걸어 나와요?”강기연은 대답 대신 전광판만 쳐다봤다.인천발 LA행 비행기의 도착 표시가 막 바뀌고 있었다.그때였다.“은우형!”곤이 저 멀리서 캐리어를 내팽
케이시는 깜짝 놀랐다.무용을 전공했지만, 춤을 접은 지는 어언 25년.정확히 말하면 조이를 낳고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런데 표은우가 자신을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만들었다.그저 귀를 자극한 게 아니라, 잠들어 있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운 것이다.그러자 케이시는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엄마, 방금 진짜 예뻤어. 나 엄마 춤추는 거 처음 봐.”“처음이니?”“응. 사진으로만 봤지.”조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케이시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조이가 왜 그토록 은우를 추천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케이시가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아쉽네요. 이 노래가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라라랜드’ 같은 영화에 삽입될 수 있었을 텐데.”“나중에 그런 영화를 하나 만들어 주세요. 소닉 계열사에는 영화사도 있잖아요?”은우가 넉살 좋게 받아쳤다.강기연은 또 한 번 은우의 옆구리를 찌를 뻔했다.“그거 굉장히 좋은 생각인데요? 하지만 우선 OST 작업은 당장 알아봐야겠군요.”“엄마. 그 영화 나오면 나 카메오로 넣어 줘.”“노래는 안 하고?”“노래는 은우가 하고, 나는 지나가는 행인 1.”조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가수의 꿈을 접은 아이의 말치고는 밝았다.
“이제 재미없는 사업 이야기는 접어 두고, 우리 음악 이야기를 해 볼까요?”케이시가 다시 은우를 바라봤다.“은우 씨는 어떤 노래를 좋아해요?”“음. 가리지는 않아요. 다만 가사에 메시지가 담겨 있고, 누군가에게 희망이나 행복이 되는 노래면 좋을 거 같아요.”“작곡이나 작사도 직접 하시나요?”“할 줄은 알지만 아직 배우는 수준입니다.”그때 조이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은우가 ‘급식 래퍼’에 나온 영상이었다.“엄마, 이거 봤어? 은우가 한국에서 나간 방송이야.”“어? 그걸 어떻게 찾았어?”“나 너 팬이잖아. 이 정도는 기본이지.”은우는 민망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그거 내가 제일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건데···.”“왜? 멋있기만 하던데.”“그때 랩 가사 틀렸어.”“그래? 몰랐는데?”조이가 고개를 갸웃했다.은우만 아는 실수였다.케이시는 이미 한 번 본 영상이었다.하지만 은우에게 호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다시 보니 색다르게 보였다.“으흠~.”케이시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그 뒤 표은우와 케이시는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