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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작가: 이제리
“오해가 아니라 걔가 분명해.”

온권승은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충용 후작에게 이유를 설명해 줄 수는 없어서 그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충용 후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습니다. 오해가 있었든 아니든 우리 충용 후작가와는 무관한 일이지요. 저는 폐하의 분부를 받고 갑자기 병든 진국공 나리를 문안하러 온 겁니다.”

“폐하께 성은이 망극하다 전해.”

온권승은 담담히 한마디 덧붙였다.

“다만 최근 진국공부 안팎이 소란스러우니 점심 대접까지는 못 해줘.”

축객령을 들은 충용 후작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폐하가 지시한 일은 이미 완성했고 진국공 가문이 어떻게 되든 그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충용 후작은 안방에서 들리는 통곡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온모야! 온모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최소택이 울며불며 밖으로 나가겠다고 난리 치고 있었다.

온아려는 화가 나서 아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네가 어딜 나가? 너 지금 아버지 지시로 금족령이 내려진 상태야. 지금 나가서 사고라도 치면 다음엔 어미도 널 못 구해줘.”

온아려는 한심한 아들이 한탄스러워 목소리가 격해졌다.

“온모 걔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어미 앞에서 통곡까지 하는 게야?”

“어머니! 온모는 앞으로 제 처가 될 사람입니다! 그런 여인이 실종되었다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어요?”

“처는 무슨!”

온아려는 화가 나서 아들의 등짝을 때렸다.

“너희 아직 혼인 안 했고 혼약도 없어! 네 외삼촌이 너희 혼사를 동의할 것 같니?”

“그럼 저는 어떡합니까? 온모가 실종된 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그 애한테 혹시나 무슨 일 생겼으면 어떻게 충용 후작가로 시집오나요?”

“그럼 다른 애랑 혼인해야지!”

온아려는 아들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경성에 그 많은 귀족 여식들이 있는데 굳이 온모가 아니어도 돼!”

예전에 온아려는 온모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사려 깊고 순수한 아이라 다루기 쉬워서 좋았다.

그리고 오라버니가 가장 총애하는 딸이니 앞으로 충용 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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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충용 후작은 싸늘한 얼굴로 뒤돌아섰다.그의 이런 태도는 온아려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최양봉, 거기 서!”온아려는 부군의 이름 석자를 대놓고 부르며 분노한 얼굴로 충용 후작에게 따졌다.“그 천박한 년을 이리도 감싸고 도는 게 아직 란자군 그년을 잊지 못해서지?”충용 후작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싸늘한 눈으로 온아려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진작에 말했었지. 나와 자군이는 그냥 소싯적 친우라고.”“정말 단순한 친우라면 왜 온사 그년을 이리도 편애하는 거지? 걔가 란자군의 딸이라서 그런 거잖아!”온아려는 못 믿겠다는 듯이 눈물로 호소했다.“당신 지금 나에게 하는 거랑 아들에게 하는 걸 좀 봐! 란자군을 잊었다고? 분명 그년을 잊지 못해서 그년 딸에게 잘해주는 거 맞잖아!”“최양봉, 이 양심도 없는 것! 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와 혼인했어!”부모님 사이에 낀 최소택은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했다.감히 아버지에게 반말을 해가면서까지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와 한심하다는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자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 소리야?”충용 후작은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내 정말 자군이 때문에 그 아이를 편애했다면 애당초 진국공 가문의 성인식에서 소택이가 파혼하지 못하게 했을 거야.”“내가 그 아이 편을 들어준 이유는 고모인 부인이 너무 한심해서였어. 어디 고모가 친조카한테 그년이라고 불러?”“아무리 그 아이가 싫었어도 그 아이는 자네 오라버니의 친자식이야. 고모로서, 그리고 진국공 가문의 딸로서 어느 정도 선은 지켰어야지. 나중에 사람들이 진국공 가문을 뭐라고 하겠어.”충용 후작은 인내심을 갖고 온아려에게 이치를 설명했다.온아려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란자군 때문에 그… 온사 걔를 챙겨준 게 아니라고 해도… 정말 란자군에게 다른 마음이 없던 게 맞나요?”충용 후작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 동안 우리 부부는 항상 이 일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39화

    그 고상하던 진국공 온권승도 란자군과 아이 다섯 명을 낳고 결국에는 사생아까지 만들지 않았는가.온아려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자신이 억지를 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비록 최양봉이 란자군에게 딴마음이 없단 말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혼인한 이후로 그에게 여인은 그녀 한명뿐이었다.반박할 이유가 없어지자 그녀는 입을 삐죽였다.“제가 그때 얼마나 호감을 표현했는데 매번 거절하셨잖습니까. 결국 란자군이 찾아가서 부군을 설득해서야 혼사가 성사되었죠.”“자군이는 그날 한마디밖에 하지 않았어.”충용 후작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온아려가 물었다.“무슨 말을 했는데요?”“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잊어버렸어.”충용 후작은 자기가 이 말을 꺼내면 온아려가 또 난리를 칠까 봐 그냥 말 안 하기로 했다.하지만 그럴수록 온아려는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빨리 떠올려 보세요. 대체 무슨 말을 했는데요?”“어휴, 그만 좀 해. 시간도 늦었는데 언제 잘 거야? 소택이 쟤가 바닥에서 잠든 거 안 보여?”“소택아! 너는 참, 바닥이 찬데 왜 거기서 자고 있어? 방에 돌아가서 자야지!”피곤한 얼굴로 눈을 뜬 최소택이 떨떠름하게 물었다.“저 이제 일어나도 될까요, 어머니?”처자식을 모두 처소로 돌려보낸 후, 충용 후작은 드디어 여유가 생겨 찻잔에 차를 따랐다.그는 우러난 맑은 찻물을 바라보며 십여년 전 친우가 자신을 찾아와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양봉아, 어쩌면 그 여인이 네가 싫어하는 성격을 가졌다지만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야.”아둔하고 눈치도 없지만 서방에게 충실한 사람, 시집온 이후로 늘 충용 후작가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만 바라보는 사람이었다.“자군아, 네 말이 맞아. 내 처로 가장 어울리는 여인이지.”찻잔을 마신 그는 쓴 웃음을 지었다.“그런데 좀 머리가 둔해서 탈이야. 지금도 내가 자신을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한편, 수월관.또 잠 못 드는 밤이었다.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진국공부의 그림자 호위가 아닌, 김사도였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0화

    “벌레?”한창 땀을 흘리며 바삐 움직이던 온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아, 너였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허리를 숙이고 하던 일을 했다.김사도는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불쾌해졌다.“빨리 말해! 내 벌레 어딨어? 그걸 어디에 숨겼어?”온사는 일할 때 방해받는 게 제일 싫었다.그녀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고 김사도를 흘겨보며 되물었다.“그 지네 말하는 거야? 그거 나한테 있기는 한데 내가 그걸 왜 너에게 돌려줘야 하지?”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 그 지네한테 물려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그런데 넌 뻔뻔하게도 내 앞에 나타났구나? 내가 사람 불러 너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넌 그렇게 못해.”김사도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사람을 불러 날 공격하면 나도 이 관내의 여승들을 가만 안 둘 거야!”“설마 고결한 성녀 전하께서 눈 뜨고 선배님들이 죽는 걸 지켜보겠어?”김사도는 자신이 온사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온사는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어디 해봐. 넌 이곳 사람들 머리털 하나 건들지 못할 거니까.”김사도는 그 말을 듣고 한심한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며 딴지를 걸었다.“성녀라더니 그냥 멍청이인가? 승려들은 원래 머리가 없어.”온사는 어이없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어차피 넌 관내의 사람들을 못 건드려. 나도 너에게 그 독지네를 돌려줄 생각 없고.”말을 마친 그녀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대문 앞에서 온사의 답을 기다리던 김사도는 또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성큼 안으로 들어왔다.그런데 그가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정원에서 순식간에 살기가 일더니 그에게 달려들었다.김사도가 다시 대문 밖으로 물러서자 살기가 사라졌다.그는 상대가 대문 밖에서 얘기 나누는 것은 괜찮으나, 이 정원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경고한다고 생각했다.김사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기가 덮쳤던 쪽을 노려보았다.아쉽게도 그는 원래 복종을 싫어하는 인간이었다.그래서 다시 발을 들어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1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수저까지 챙겨서 나온 온사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그만들 싸우고 와서 밥 먹어.”추월은 즉각 동작을 멈추고 온사의 옆으로 날아왔다.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던 김사도는 허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싸워줄 상대가 없으니 그는 어쩔 수 없이 식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굉장히 어색한 표정으로 국수를 힐끔거렸다.“고귀한 성녀 전하께서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거 하나는 내 몫이지?”온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꾸했다.“아니, 추월이 거야. 얘가 밥을 좀 많이 먹거든.”추월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김사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여자가 배가 그렇게 커? 아, 몰라. 여기 수저도 세 개나 있으니까 이 그릇은 내 거야.”말을 마친 그는 털썩 식탁 앞에 마주 앉더니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김사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맛있게 먹더니 결국엔 국수 한 그릇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두 사람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렇게 봐?”온사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넌 여길 왜 왔는지 벌써 잊었어?”기세등등하게 벌레 내놓으라고 협박하던 놈이었다.그런데 국수 한 그릇에 이리도 온순해지다니.물론 일부러 만든 거긴 하지만 김사도가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올 줄은 예상밖이었다.김사도는 그제야 기억이 되살아난 듯, 뒤로 후퇴하더니 품에서 쌍검을 꺼냈다.“그래, 내 벌레는? 빨리 내 벌레 내놔!”온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에게 말했다.“그거 이미 없어. 먹어 치웠잖아.”“뭐라?”김사도가 눈을 부릅떴다.“방금 너 국수 맛있게 먹었잖아. 안에 네 벌레가 들었어. 내가 그걸 잘 다져서 안에 넣었는데 맛 괜찮았지?”김사도는 분노를 표출하려다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바본 줄 알아? 내 벌레가 죽었으면 내가 몰랐을까? 그러니 내 벌레는 아직 너에게 있어.”온사는 그냥 바보로 살라고 말하며 비웃을 뻔했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2화

    “당연히 네가 내 정원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지.”온사는 피식 웃고는 약초밭에 심은 약초들을 바라보았다.거기에는 사람이 환각을 보게 하는 독약도 있었다.외부에서는 구하기 힘든 약초라고 하는데 그녀가 독약을 배우고 싶다 하여 북진연이 일부러 그녀를 위해 구해다준 약초였다.약재 씨앗 중에는 그것 외에도 적지 않은 독약 씨앗과 묘목이 있었다.지금 약초밭에 심은 것은 곧 꽃이 필 묘목이었다.온사는 김사도가 계속 밖에만 서 있어서 독약을 알아본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그런데 얼마 안 지나 그는 스스로 이 정원에 발을 들였다.이국 사내는 독을 쓸 줄 알아도 독초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 않았다.그게 아니라면 이 정도 속임수에 쉽게 속아넘어갔을 리 없었다.국수는 그의 체내에 흡입한 독초의 약효를 촉진하는 작용이었다.이 정도 성년 사내를 쓰러뜨리려면 약초의 향을 맡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온사는 오늘의 최대 수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추월, 얘는 주방에 가둬. 이따가 내가 볼일 다 보고 다시 어찌 처리할지 고민해 보자.”김사도를 처리하기 전에 일단 옥패 공간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김사도에게 그 지네는 아주 중요한 벌레인 듯했다.추월이 김사도를 끌고 간 후에 그녀는 방 안으로 들어가 옥패 공간을 열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지네가 있는 곳이 느껴졌다.그것은 냇가에 있었다.온사가 도착했을 때, 지네는 냇가에 엎드려 령수를 마시고 있었다.“이런 괘씸한 놈, 감히 내 령수를 훔쳐 마셔?”온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오두막으로 가서 저 녀석을 포획할 뭔가를 찾으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철렁하더니 무언가와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그 신경 쓰이는 느낌은 천천히 지네에게까지 연결되었다.냇가에서 물을 마시던 지네는 그녀의 생각을 느낀 건지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오지 마!”이 녀석의 독에 당한 적 있는 온사는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후퇴했다.그리고 지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온사는 놀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3화

    그게 아니라면 김사도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지네를 내놓으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온사는 김사도도 같이 있는 자리에서 지네가 누구의 말을 따를 것인지 궁금했다.그래서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녀석, 이리 와. 네 주인을 보러 가야지.”그렇게 온사는 지네를 데리고 주방으로 왔다.안으로 들어가자 기둥에 꽁꽁 묶여 있는 김사도가 보였다.“파군아? 파군! 이리 와, 파군!”온사가 독지네를 데리고 들어가자 의식을 회복한 김사도가 뭔가를 느낀 건지 지네를 부르기 시작했다.“이 녀석 이름이 파군이었어?”온사는 손수건으로 싼 시커먼 독지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그러자 김사도는 다급히 자신의 벌레를 부르기 시작했다.“파군… 이리 와. 와서… 날 구해줘.”그는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듯했다.주인의 부름을 들은 독지네는 바로 김사도를 향해 다가갔다.그런데 뒤에서 온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파군, 어딜 가니? 당장 돌아와.”그러자 김사도를 향해 다가가던 독지네가 걸음을 멈추더니 온사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파군, 이 멍청이가 어디 가?”김사도는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기둥에 찧었다.지금 보고 있는 것도 환각 같았다.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벌레가 저 여자의 말을 들을 리 없었다.‘이건 분명 환각이야.’분명 저 성녀가 자신에게 먹인 독이 약효가 지나가지 않은 거라고 김사도는 확신했다.“어서 이쪽으로 와, 파군. 쿨럭… 저 여자한테 가지 마. 저 여자 널 분해해서 가마솥에 끓일 여자야.”온사는 웃음을 꾹 참았다.구석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추월이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사태, 환각제의 약효가 곧 사라질 텐데 좀 더 먹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그 말에 온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저 인간을 상대할 방법은 이미 찾았어.”온사는 독지네와 김사도 사이의 연결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하고 싶었다.어쩌면 저 벌레를 갖고 김사도를 통제할 수도 있었다.온사의 시선은 벌레에게서 기둥에 묶여 있는 김사도에게로 옮겨갔다.그녀는 피식 웃음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44화

    “읍! 읍….”지네가 물에 잠긴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둥에 몸이 묶인 김사도가 발버둥치기 시작했다.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마치 숨을 못 쉬는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고 안면근육도 흉하게 일그러졌다.마치, 물 안에서 파군이 느끼는 고통을 김사도도 똑같이 느끼는 것 같았다.“이 지네를 죽이면 김사도가 죽거나 중상을 입는 걸까요?”온사는 지네가 죽는다고 김사도가 죽을 거라고 보지는 않았다.정말 그런 거라면 아마 독지네를 풀어서 병기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 벌레를 신경 쓰는 정도로 봐서 파군이 죽으면 그에게 큰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인 것 같았다.사실을 확인한 온사는 손을 뻗어 나무통의 물을 전부 바닥에 부어버리고 축 늘어진 지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파군이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김사도의 상황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그 소란 덕분에 김사도도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그는 이를 갈며 온사를 노려보았다.“여인이 독하면 무섭다더니 대명인이 한 말이 역시 틀린 게 아니었어!”온사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또 욕해 보시지?”김사도도 지지 않고 덤볐다.“퉤! 이 악랄한 여자야!”온사는 나무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조롱박으로 안에 물을 부었다.“너!”김사도는 화들짝 놀라며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마치 그가 물에 잠긴 것처럼 숨이 조여왔다.파군이 아직 나무통에 있었다.“읍…”손발이 묶인 김사도는 미친 사람처럼 발버둥쳤다.추월이 어찌나 꽁꽁 묶었는지 그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속박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온사는 느긋하게 나무통의 물을 쏟아버렸다.“쿨럭….”드디어 숨을 쉴 수 있게 된 김사도는 게걸스레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악랄한 여자야! 이러고도 네가 선량한 척하는 성녀야? 너 힘없는 벌레를 그런 식으로 괴롭히고도 양심의 가책도 안 느껴?”온사는 손사래를 치며 그에게 말했다.“너 나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구나. 그럼 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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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사도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온모가 순수하고 선량해? 천진난만? 웃기고 있네. 내 살면서 이런 웃기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군!”김사도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걔 그냥 사기꾼이야. 걔는 우리 모두를 속였어. 그 망할 어미랑 같이 우리 모두를 속였다고!”온사는 그가 실컷 욕설을 퍼부은 뒤에야 담담히 말했다.“내 말 또 한번 끊으면 네 벌레를 계속 괴롭힐 거야.”온사는 손가락으로 나무통을 가리켰다.김사도는 그제야 풀이 죽어 말했다.“알았어, 계속해봐.”“네 주인 얘기는 이쯤하고 이제 저 벌레 얘기를 하자.”온사는 약간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저 녀석은 네가 날 독살하라고 보낸 놈이지. 저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알아?”게다가 공간의 령수마저 몰래 훔쳐 마신 놈을 지금까지 살려둔 것만으로 자비를 베푼 것이었다.저놈이 령수를 먹고 변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그러니 난 저 놈을 예뻐할 수가 없어. 방금처럼 고통받기 싫으면 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야 할 거야.”이미 포로가 된 김사도는 더 이상 반항할 수도 없었다.“물어봐. 아는 건 답해줄게. 모르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고.”온사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넌 온모가 네 주인이 아니라고 했어. 그럼 온모랑은 어떤 관계지? 너희랑 온모, 그리고 온모의 어미 말이야.”수많은 암살자들이 온모의 지시에 따랐다.온사는 그들이 온모 어미의 부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사도가 하는 걸 보니 생각과 전혀 다른 것 같았다.“우린 그 여자의 어미와 아무런 관계도 없어.”김사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굳이 관계를 설명하자면 독에 당한 허수아비라고 보는 게 맞겠지.”“허수아비?”온사는 예상치 못했던 답에 살짝 놀랐다.“그래. 우리의 체내에는 온모의 어미가 몰래 먹인 독이 들어 있어. 일년에 한번씩 발작을 일으키고 해독제가 없으면 죽기보다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하지. 그러다 가장 고통스럽게 죽어가.”‘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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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온사는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매년 동지 때 조정은 대신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푼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허나 지금은 진국공부의 적녀가 아니니 참석할 이유가 없었다.황제는 사람을 보내 그녀의 의중을 물었으나 그녀는 출가인이 참석하기에 좋은 자리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비록 폐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황제의 명성에 해를 끼치기 싫었다.“연회 다 끝났어. 남은 치들은 공연이나 보고 술이나 즐기겠지. 그런 것들보다는 너와 한잔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왔지.”온사는 눈을 치켜뜨며 새침하게 말했다.“저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입니다.”“알아, 그래서 좋은 차를 가져왔어.”북진연은 찻잔을 내보이며 그녀에게 제안했다.“성녀 전하, 나와 한잔하시겠소?”온사는 진지한 얼굴을 한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영광이죠, 섭정왕 전하.”그렇게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앉았다.북진연은 미리 우려낸 차를 식힌 후에 적당한 온도의 찻물을 그녀의 잔에 부어주었다.온사는 상체를 살짝 비틀고 차 맛을 보았다.그러던 그녀의 눈이 반짝 떠졌다.청량하면서도 맛이 깔끔한 차였다.“군산은침이라고 차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불리는 차 아닙니까? 어찌 폐하가 마시는 차를 가져오셨어요?”북진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연회에서 차 맛을 봤는데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폐하께 몇 통 달라고 청을 드렸지.”온사는 북진연이 자신의 취향을 너무 잘 아는 것 같아서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두고 마시지 그걸 다 가져오셨어요?”“난 진한 차를 좋아해서 이건 나랑 안 어울려.”온사는 갑자기 그의 질병이 떠올랐다.“진한 차는 몸에 안 좋습니다. 혹시라도 어디 불편하시거나 하면 언제든 찾아오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북진연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전에 약속했지 않습니까. 전하께서는 저를 도와주시고 저도 제 능력이 닿는 한 전하를 돕겠다고요. 경을 읊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요즘엔 북진연이 통 오지를 않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300화

    “모든 걸 바치겠다라… 네 목숨도 말이냐?”북진연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물론이죠. 성녀 전하는 살육을 할 수 없는 분이지만 소녀는 달라요. 소녀는 전하의 가장 예리한 검이 되어 전하를 위해…”촤르륵!안란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란 장검이 마차의 측면을 찔렀다. 검은 안란심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안란심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검을 내린 북진연이 말했다.“난 검이 많아. 굳이 너까지 필요하진 않단 얘기야. 그리고 무우를 너 같은 것에 비교하지 마.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경고로 끝나지 않을 거다.”말을 마친 그는 말에 올라 고요에게 지시했다.“저건 다 태워버리거라.”“예, 왕야!”유혹에 실패한 안란심은 결국 고요에게 쫓겨 마차에서 내렸다.고요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마차를 불태웠다.명백한 혐오에 안란심도 분노가 치밀었다.마음의 준비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섭정왕의 혐오를 살 줄은 몰랐다.물론 너무 쉽게 넘어온다면 오히려 재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만 천하에 여인을 혐오한다고 이름을 알린 섭정왕 전하인데 온사에게만은 달랐다.누군가는 그가 그저 폐하의 명을 받들고 제 할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을 추스른 안란심은 심복을 불러 물었다.“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 있었어?”북진연을 유혹하려고 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비웠기에 연회의 상황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심복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께서도 자리에 계셨어야 했는데, 정말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었죠.”“그래? 무슨 일인데?”“음… 그러니까….”심복은 연회에서 황제가 온모를 비로 간택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폐하께서 온모한테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예의법도를 배우라고 했다는 거니?”너무 뜻밖의 일이라 안란심도 적잖이 놀랐다.첫눈에 반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온모의 외모는 평범한 축에 속했고 여린 척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었다.역시나 예의법도를 가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9화

    어린 황제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다.”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에 말을 이었다.“허나 네 아비는 네가 시골 출신이라고 궁중 법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우려하고 있으니, 짐의 비가 되기엔 좀 힘들 것 같구나.”그는 턱을 괴고 미간을 찌푸린 채, 큰 고민에 빠진 시늉을 했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다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태후마마께 궁중법도를 배우면 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배워서 빨리 폐하의 비가 되고 싶습니다!”그러면서도 온모는 속으로 아버지를 원망했다.‘폐하께서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는데 좋은 말은 못할 망정! 폐하께서 마음을 접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온모는 황제가 명을 철회할까 봐 조마조마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그래. 참으로 사려 깊은 여인이로구나. 그렇다면 오늘부터 태후궁에서 법도를 배우도록 하거라.”온권승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온장온은 다급히 아버지의 옷깃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이를 어쩝니까? 폐하께서 막내를 보는 눈빛이 애정하는 비를 보는 눈빛은 아니었어요!”온권승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장남도 눈치챈 일을 온모가 눈치채지 못한 게 한탄스러울 따름이었다.지금이 아니라 온가의 여식은 앞으로도 황제의 후궁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안 그래도 황제는 진국공 가문의 세력을 견제하는데 그들에게 권력을 쥐여줄 빌미를 줄리가 없었다.예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땐 북진연도 전장에 나가 있었고 진국공 가문은 후궁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허나 하필 그때엔 황제가 너무 어렸고 수렴청정 중인 태후는 진국공부를 경계했기에 황제가 어리다는 이유로 줄곧 후궁 간택을 미뤄왔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폐하가 성년이 되자 북진연이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왔다.황제파인 북진연이 복귀하자 태후는 실권을 내려놓고 조정의 결정권을 전부 황제에게 맡겼다.다만 후궁에 황후의 자리가 비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8화

    이어지는 연회에서 온모는 어딜 가든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그녀는 분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아둔하고 사지만 발달한 무관 가문 여식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롱과 비난은 서슴지 않으면서도 절대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그들은 온모에게 온갖 굴욕감을 주고는 홀연히 자리를 떴다.그리고 또 다른 무리가 온모에게 다가왔다.같은 상황이 수차례 반복된 이후, 온모는 그들이 작정하고 왔다는 것을 드디어 눈치챘다.더 돌아다니다가는 또 비웃음이나 당할 게 뻔했기에 온모는 치미는 화를 억지로 참으며 자리를 지켰다.이곳에는 폐하와 태후, 그리고 아버지와 오라버니들도 계시니 아무도 쉽게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온모가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 황제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본 후에 웃으며 온권승에게 말했다.“진국공, 최근에 짐이 고민이 좀 있는데 해결해 줄 사람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소. 마침 오늘 진국공도 자리했으니 자네가 의견 좀 내주지 않겠나?”온권승은 흠칫하며 다급히 예를 행하고 말했다.“폐하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건 대신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무슨 일로 고민이십니까? 제 능력이 닿는 한 도와드리겠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라면 괜히 폐하의 시간만 뺏지 않을까 싶습니다만.”“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오. 다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국공뿐이라 얘기를 꺼낸 거요.”말을 마친 어린 황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니나다를까, 황제는 고개를 돌려 온모를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짐이 즉위한 이래로 나이가 어리고 정무가 다망하여 후궁이 줄곧 비어 있었는데 지난번 어마마마의 생신연에서 진국공의 막내딸을 본 이후로 계속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구려. 첫눈에 반한 게 아닌가 싶소.”현장에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온모는 떨떠름한 얼굴로 황제의 말을 곱씹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7화

    한심하다는 투의 말 속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관 수장인 진국공가의 딸이 무관 가문 아가씨들을 찾아갔으니 당해도 싸다는 어투였다.사실 예전의 진국공 가문은 완전한 문관파가 아니었고 오히려 가문에 무관 출신이 많았다. 다만 온권승이 집권하면서 완전히 문관 쪽으로 돌아섰고 나중에 란씨 가문과 정략혼인까지 하며 문관파에서 꽤 입지가 튼튼한 란씨 가문 덕에 온권승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무관들은 예로부터 문관을 무시하고 혐오했는데 특히나 무관을 배신한 온권승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그래서 진국공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도 무관들은 전혀 그들에게 굽히거나 양보하지 않았다.온권승과 척을 지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무관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했다.하물며 무관파 출신 중에는 대단하신 섭정왕 전하도 있지 않은가.그는 섭정왕의 칭호를 받기 전에도 전장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이었다.대권을 잡은 후에도 그는 황실에 충성하며 어린 황제의 가장 충실한 신하가 되었다.그는 무관파의 명예이자 자랑이었다.전에는 섭정왕이 전쟁터에 나가 있어서 무관들이 문관들 앞에서 눈치를 많이 봤지만 섭정왕이 돌아온 지금 비실비실한 문관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무관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특히나 섭정왕께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성녀 전하를 호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덩달아 성녀를 옹호하기 시작했다.성녀 전하가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국공의 딸이긴 하지만 섭정왕의 명이 곧 천명이었다.하물며 온사는 이미 가문과 연을 끊었으니 문제될 것도 없었다.어쩌면 성녀 전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비의 가식적인 본모습을 눈치채고 가문을 떠난 걸 수도 있었다.무관들은 그녀의 그런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게다가 며칠 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진국공은 젊은 시절 부인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사생아가 적녀에게 보복한다고 란자군의 시신을 도굴해 훼손까지 시도했다고 한다.그 소식이 전해지자 경성의 모든 무관들은 경악해마지 않았다.소문이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6화

    온모는 뒷담화 하다가 본인에게 들켰는데도 그들이 이렇게 적반하장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홧김에 앙칼진 목소리로 따졌다.“너희 어느 가문 애들이야? 왜 한 번도 본 적 없지? 어디 일반 관료네 딸인가 본데 어딜 감히 내 뒷담화를 하고 있어?”온모는 그제야 여기 있는 아가씨들 모두 못 보던 얼굴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진국공가로 들어온 뒤, 온모가 만난 사람들은 다 온권승의 부하 관원들 집안의 자식들이었다. 다들 대단한 권세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어쨌거나 온권승에게 아부하는 입장이기에 그들의 자식들도 그녀에게 친절히 대해주었다.하지만 눈앞의 소녀들은 그들 중에 속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래서 온모는 그들이 관직이 낮은 집안 자식들이라 평소에 진국공 가문에 방문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에게 말했다.“내 아버지 체면을 봐서 너희들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 것이다. 거부할 시, 너희들이 방금 한 말을 모두 아버지한테 알릴 거야. 그럼 너희도 곤란해질 건 물론이고 너희들의 아버지한테까지 피해가 가겠지!”온모는 턱을 뻣뻣하게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그러나 그런 협박의 말은 소녀들의 비웃음만 자아낼 뿐이었다.“세상에나, 쟤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역시 비천한 사생아야. 여자들끼리 한 말을 아버지한테 일러바친대.”이소은은 경멸의 눈빛으로 온모를 바라보며 말했다.“일러바쳐서 뭐 하게? 설마 우리가 널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온사였으면 어느 정도 눈치를 봤겠지만 너는… 그럴 가치가 없어.”이소은은 팔짱을 끼고 온모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혀를 찼다.“너!”이소은의 도발에 넘어간 온모가 도끼눈을 뜨고 상대에게 소리쳤다.“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다른 소녀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소은아, 말귀를 못 알아먹는 애한테 그런 말을 해도 소 귀에 경 읽기야.”온모는 그 말을 듣고 더 부아가 치밀었다.“너희 죽고 싶어? 내 아버지가 진국공이야!”“알아! 우리 다 알아!”“경성에 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5화

    이번 제사에는 성녀가 필요 없었기에 온사와 수월관 사태들은 참석하지 않았다.제사가 끝난 후, 궁중 연회가 시작되었다.관원들은 처자식을 대동하고 입장했다.명절을 경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 오늘의 연회는 분위기가 비교적 자유로웠다.어린 황제는 태후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고 각 집안의 부인, 아가씨들은 떼를 지어 수다를 떨었다.줄곧 방에만 갇혀 있던 온모도 사람들을 만나고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래서 부하와 얘기 중인 온권승의 눈치를 힐끗 보고는 아가씨들이 모인 쪽으로 걸어갔다.“다들 여기서….”온모가 인사를 건네려는데 그녀를 등진 한 아가씨가 말했다.“온사는 왜 오늘 연회에 안 왔지?”“못 온 거겠지. 걔 지금 출가해서 승려가 되었잖아. 우리 어머니 말로는 절 생활이 그렇게 자유롭지 않대. 아무 때나 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그래? 너무 아쉽네. 올해는 어떤 가야금 곡을 연주하려나 듣고 싶었는데.”“우리들 중에 걔가 가야금 연주를 가장 잘하지 않아?”“당연한 소릴. 가야금뿐이겠어? 바둑 좀 못하는 거 말고 서예나 그림 실력 모두 최고라고 할 수 있지.”“아쉽네. 앞으로는 걸작을 감상할 기회가 없겠어.”“진국공부에서 온모라는 애가 왔잖ㅇ라. 뭐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었어. 요즘은 뭐 다른 소문 없어?”“있지! 최근에 그런 소문이 들리잖아. 걔 진국공 나리의 양녀가 아니라 사생아라고.”“세상에나, 그게 사실이야?”“사실이래!”“설마… 그런데 뻔뻔하게 연회에 왔어?”“난 저렇게 밖에서 태어난 애가 제일 싫어. 첩이나 이랑이 낳은 서자, 서녀들보다 더 얄미워!”“걔네 어미와 진국공 어르신은 일찍부터 연인이었대. 그런데 진국공부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인을 버리고 란씨 가문의 아가씨와 혼인한 거지.”“그럼 왜 첩이나 이랑으로 들어오지 않고 굳이 밖에서 애를 낳았을까?”“주제도 모르고 자존심만 센 거지.”“맞아, 밖에서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첩이 되길 거부하는 여자들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4화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니? 내가 언제 널 버린다고 했어?”온권승은 홧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최근에 친 사고들을 생각해 봐. 그거 수습해 준 사람이 누구야? 다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어! 계속 이런 식이면 이제 나도 너 못 지켜준다. 네 어미한테 간다는 말로 날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뒤돌아서 방을 나가버렸다.온모는 다급히 그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아니… 아니에요, 아버지. 협박이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저를 버릴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순간 말이 잘못 나온 거예요. 화 푸세요, 아버지.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그녀는 울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어릴 적 그녀는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었다. 그녀는 죽은 어미와 너무 닮았으며 우는 모습까지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해주었다.어린 시절 풋풋한 설렘을 온권승은 잊을 수 없었다. 그녀와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우는 온모를 보니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어차피 너도 교훈을 얻었고 잘못을 알면 된 거야….”온권승의 어투가 드디어 누그러지자 온모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때, 온권승이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다만 이번 일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서 당분간은 방에서 나가지 말고 네 어미의 측근들도 만나지 마. 안 그럼 나도 다신 널 돕지 않겠다.”그 말을 들은 온모는 억울한 얼굴로 반박했다.“괜한 걱정이세요, 아버지. 온사의 어머니 시신도 이미 돌려줬잖아요. 걔가 뭘 더 어쩌겠어요?”온권승은 고개를 돌리고 한심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일이 온사랑만 연관된 줄 아니? 란씨 가문이 이미 멸문했지만 조정에는 아직도 그들의 영향력이 남아 있어.”만약 걱정해야 할 상대가 온사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도 없었다.그가 걱정하는 건 황제였다.안타깝게도 온모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그녀는 온권승이 괜한 걱정을 한다고 생각했다.어쩌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293화

    온모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세 오라버니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들, 어차피 제 말을 못 믿으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정말 제가 한 게 아니에요.”온장온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하지만 너와 관련 있는 자들이 우리 어머니의 시신을 관 채로 도굴해서 가져간 걸 봤어. 정말 이 일이 너랑 관련이 없다고?”온모는 이 일에서 완전히 발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말을 바꾸었다.“사실 저와 관련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한 게 아니라고 한 이유는 큰 오라버니께서 본 그 세 사람은 제 친어머니께서 저를 지켜주라고 남겨주고 가신 사람들이에요. 다만 아버지께서 저를 진국공부 양녀로 들이면서 그들은 경성에 같이 따라오지 않은 거고요.”그녀는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거짓말을 이어갔다.“얼마 전에 제가 곤장을 맞은 이후로 너무 서러워서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 하소연한 적 있어요. 경성으로 와서 날 좀 지켜달라고요. 그런데 그 일을 듣고 그 사람들이 너무 화가 나서… 저 대신 복수해 주겠다고… 양어머니의 무덤을 도굴한 거예요….”“정말 죄송해요, 큰 오라버니… 믿기 힘든 걸 알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온모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흐느꼈다.겉으로 보기에는 절절하고 진심으로 느껴졌다.처음에는 온모를 탓하던 온장온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싸늘한 얼굴로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그런데 온사는 왜 네가 사람을 시켜서 그 짓을 했다고 하지? 게다가 보복한다고 시신을 훼손한다고까지 했다며?”온모는 잔뜩 억울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건… 저는 그 일을 알고 당장 양어머니의 시신을 돌려놓으라고 했죠. 그런데 그날 밤에 온사 언니가 저를 납치해 간 거예요. 언니는 저를 때리고 독까지 먹이니까 너무 무서워서… 내가 시킨 거라고, 날 안 내보내 주면 다신 어머니를 만날 생각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거래가 성사된 거예요.”“내가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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