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2년 전, 어머니는 나와 남자친구를 억지로 갈라놓고 동생 대신 그녀의 눈먼 약혼자와 결혼하게 했다. 2년 후, 내 남편이 갑자기 시력을 회복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또 남편을 동생에게 양보할 것을 강요했다. 아버지는 나를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 “잊지 마, 차유진. 준혁이는 원래 유라 약혼자였어. 네 주제에 강씨 집안 며느리가 가당키나 해?” 뭐가 됐든 난 곧 죽을 몸이다. 어느 집안 며느리 건 중요하지 않았다. 죽기 전에 나는 그들이 대가를 치르는 모습을 꼭 보고 말 것이다.
View More차유라가 떠나는 모습을 본 주현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그가 나를 이끌고 내 묘지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주현우는 내 묘비에 난 잡초를 하나하나 뽑아주고 사진 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너한테 상처 준 사람들은 전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이번은 차씨 집안이고, 다음은 강씨 집안이야.”나는 처음에 주현우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며칠 후 강준혁이 차유라를 심하게 다치게 했다. 뉴스에서는 JH그룹의 후계자가 조울증을 앓으며 아내를 학대한다고 폭로했고, 그 소식이 터지자마자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다.곧이어 경찰이 강씨 집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차씨 집안에 이어서 강씨 집안 또한 서서히 무너져갔다.몇 날 며칠 동안 주현우를 따라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내 친부모와 주현우가 그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뒤에서 손을 써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강씨 집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고 나서 그들은 조용히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선을 넘은 사람에게는 결국 벌이 찾아오는 법. 그때가 바로 지금이었다.이기적이었던 차씨 집안사람들과 방자했던 강씨 집안사람들은 이제 모두 대가를 치르고 있었다.사실 나는 그들에게 전혀 원망이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용기 내고 조금 더 나 자신을 지켰더라면 사랑하는 사람도 붙잡고 진짜 가족도 만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었다.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내 친부모님은 십 년은 늙어 보였다. 오늘 그들은 주현우와 함께 내 묘 앞에 모여 이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들은 나를 내 진짜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주현우는 직접 손으로 내 묘를 파고 조심스럽게 내 유골함을 품에 안았다.내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나는 이별의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참 다행이다.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것이...나는 나를 사랑해 준 세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세상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게 무슨 말이니, 유라야. 둘이 금방 결혼했잖아. 그 집안에서 얌전히 지내. 우리 금방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거든? 중요한 시점에 방해하지 마.”차유라는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이미 전화를 끊어 버렸다.그녀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작은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에게 도우미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라고 재촉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감정을 정리하고 아래층에 내려갔다.강씨 일가는 이미 식탁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시부모님의 눈빛이 예전과 다르다는 걸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분명 강준혁이 그녀는 중고라는 사실을 말한 것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뚜렷한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식사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낮췄다. 식사가 끝나고 시어머니는 차유라를 옆으로 불러 앉히고 도우미에게서 마사지를 배우라고 했다.자신을 여전히 차씨 집안의 귀한 딸이라고 생각한 차유라는 당연히 반발했다.“저는 마사지사가 아니에요. 왜 제가 그런 걸 배워야 하죠?”시어머니의 얼굴이 굳어졌다.“준혁의 시력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니, 네가 아내로서 뇌를 자극할 수 있도록 자주 마사지해 줘야 하지 않겠니?”차유라는 억울한 마음에 말대꾸했다.“다른 사람이 하면 안 돼요? 왜 꼭 제가 해야 해요?”시어머니는 화를 냈다. 차유라가 강준혁을 위해 이 작은 일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준혁이는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잊었니? 그 좋은 집안들 놔두고 왜 너랑 결혼했는지 잊은 거야?”차유라는 입을 다물고 어쩔 수 없이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나는 마치 관찰자처럼 그녀가 내가 겪었던 생활을 그대로 겪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물론 강준혁은 그녀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엄격히 감시했다. 밤이면 더욱 가혹하게 그녀를 괴롭혔다.시력을 되찾은 강준혁은 특히 그녀가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애처로운 표정, 애원하는 눈빛, 그리고 절망에 휩싸인 모습..
상자를 배달한 부부도 꽤 이상했다. 그들은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닌 주현우가 정신 차리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주현우가 정신 차린 다음 그들이 한 말은 주현우뿐만 아닌 나도 깜짝 놀라게 했다. 말한 사람은 선한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안녕하세요, 현우 씨. 저는 유진이 친아버지인 송민준이에요. 이쪽은 유진이 친어머니 이미정이에요. 저희가 너무 늦게 와서 유진이랑 만나 보지도 못했네요. 저희... 저희는...”내 친부모라는 사람들은 말하다 말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띄엄띄엄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20여 년 전, 친어머니 이미정이 나를 낳고 고향으로 친척을 방문하러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녀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나는 여러 차례 옮겨지며 결국 보육원으로 보내졌다.내가 부모로 알고 있던 사람들은 불임으로 인해 당시 보육원을 방문해 나를 입양했다. 몇 년 후, 뜻밖에도 차유라를 자연임신으로 얻게 되었다. 그들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나를 보육원으로 다시 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키우게 되었다.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들은 내 진짜 가족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에게 나는 줄곧 남이었다.그들의 무관심과 편애, 그리고 나를 향한 모든 차별과 멸시는 이제야 설명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차유라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토록 당당하게 나를 괴롭혀 왔던 것 같았다.그래서 그들이 마치 나를 키워주고 공부까지 시켜준 것이 큰 은혜라도 베푼 듯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혈연이 없기 때문에 비롯된 일이었다.내 친부모는 어딘가에서 내가 강씨 가문에서 당한 일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렸다. 힘들게 나를 찾았는데, 그곳이 묘지일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나는 그들을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묵묵히 그들의 눈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날 이후 모든 마음의 응어리가 풀린 듯 내 몸은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세상에 남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
“저는 오빠 여동생이 아니에요. 2년 동안 제가 그렇게 잘해줬는데도 어떻게 반응 하나 없을 수가 있어요? 그래도 유진 언니 얘기가 나오면 아무리 바빠도 나와줬네요. 저는 유진 언니 이름을 빌려야만 오빠랑 만날 수 있었어요. 저한테 어떻게 이토록 냉정할 수가 있어요?”주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내 마음속에는 오직 유진이뿐이야. 만약 널 착각하게 할 만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앞으로는 유진이 소식도 너한테 묻지 않을 거야. 난 이만 일어날게.”주현우의 말을 들은 내 마음속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하지만 내 손은 그의 얼굴을 통과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야 나는 자신이 실체가 없는 외로운 영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나는 주현우의 앞으로 가서 그의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를 세세히 바라봤다. 이렇게라도 그를 몇 번 더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차유라는 주현우의 말에 크게 자극을 받은 듯했다. 그녀는 팔을 벌려 주현우를 막아섰고 눈은 붉게 물든 채 마구잡이로 말을 쏟아냈다.“오빠! 차유진은 이미 죽었어! 죽었다고! 제발 유진 언니는 잊어줘!”주현우는 마치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차유라는 머리를 빳빳하게 쳐들며 단호히 반박했다.“거짓말 아니에요. 언니는 정말 죽었어요, 폐암으로. 오늘 오전에 장례식도 끝났어요.”주현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차유라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그는 그녀를 차에 태워 내 묘지로 향했다.비석 위에 새겨진 내 사진을 보고서야 주현우는 비로소 차유라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내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나는 가슴이 저릿했다. 내 가족들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헤어진 남자친구인 주현우가 이토록 슬프게 울고 있었다.주현우는 내 묘지 앞에서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차유라는 진작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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