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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연하남의 첫 번째 질투

Autor: Olivetree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1-04 11:48:40

[이준 : 누나, 저 남자는 누구예요?]

[이준 : 나 지금 질투해도 되는 사이예요?]

서윤은 휴대전화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이 남자, 정말 못 말린다니까.’

유리창 너머로 이준이 보였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 그녀를 바라보던 이준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서윤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다시 보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꼭 주인이 다른 강아지를 예뻐하는 걸 본 대형견 같았다.

[서윤 : 회사 동료예요.]

답장을 보내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준 : 남자 동료요?]

[서윤 : 보면 몰라요?]

[이준 : 알아요. 그래서 질투 나요. ㅠㅠ]

서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팀장님, 뭐 재미있는 거라도 있으세요?”

맞은편에 앉아 있던 김태성이 물었다.

태성은 같은 마케팅팀 차장으로, 서윤과 5년째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아내와 일곱 살 딸이 있는 유부남이기도 했다.

“아, 아니에요. 아는 사람이 장난을 쳐서요.”

“누군데요?”

“이번에 같이 프로젝트 하는 아르코 디자인 대표요.”

서윤이 창밖을 가리키자 태성이 고개를 돌렸다.

“어? 강 대표님이시네.”

태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준은 잠깐 놀란 얼굴이 되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준 : 누나.]

[이준 : 저분 저도 아는 분이네요.]

[서윤 : 그러게요.]

[이준 : 근데 왜 두 분이 그렇게 다정하게 밥 먹어요?]

[서윤 : 업무 이야기 중이거든요?]

[이준 : 아아.]

[이준 : 그럼 나도 업무 이야기 하러 같이 앉으면 안 돼요?]

서윤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서윤 : 안 돼요. 저희 거의 다 먹었어요.]

유리창 밖 이준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한 걸음 뒤로 휘청거렸다.

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 진짜 웃겨.’

[이준 : 누나 너무해.]

[이준 : 나 지금 마음에 상처받았어요.]

[서윤 : 상처는 무슨..]

[이준 : 치료비는 누나랑 커피 한 잔이면 되는데.]

서윤은 결국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태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팀장님, 강 대표님 원래 저렇게 재미있는 분이셨어요?”

“그러게요. 저도 몰랐네요.”

서윤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 철없는 장난인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오후 3시 20분.

서윤은 회의실에서 수정된 도면을 검토하고 있었다.

아르코 디자인에서 보내온 자료는 기대 이상이었다.

고객 동선과 브랜드 이미지, 공간 활용도까지 꼼꼼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서윤은 감탄하며 이준에게 업무 메시지를 보냈다.

[서윤 : 강 대표님, 수정안 확인했습니다. 요청 사항이 잘 반영됐네요. 수고하셨어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이준 : 감사합니다, 한 팀장님. 추가 의견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서윤은 미소 지었다.

‘일할 때는 정말 딴사람이라니까.’

그런데 잠시 후.

-띠링-

[이준 : 업무 끝!]

[이준 : 누나아아.]

[이준 : 나 오늘 칭찬받았어요!]

서윤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서윤 : 방금 제가 칭찬했잖아요.]

[이준 : 맞아요.]

[이준 : 그래서 지금 기분 엄청 좋아요.]

[서윤 : 강 대표님, 일이나 하세요.]

[이준 : 일 다 했는데요?]

[이준 : 누나, 나 오늘 저녁에 상 받을 수 있어요?]

[서윤 : 무슨 상이요?]

[이준 : 잘했으니까 맛있는 거 사주는 상.]

[서윤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하린의 와인바에서 이준에게 밥을 사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서윤 : 그러고 보니 제가 밥 사기로 했었죠.]

[이준 : 헉.]

[이준 : 누나 그거 기억해요?]

[서윤 : 그럼요.]

[이준 : 와, 감동.]

[이준 : 나 지금 도면 보다가 울 뻔.]

“정말 별난 남자야.”

서윤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서윤 : 금요일 프로젝트 미팅 끝나고 시간 되면 저녁 먹어요.]

잠시 답장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준 : 누나.]

[이준 : 이거 데이트 신청이에요?]

서윤의 손가락이 멈췄다.

[서윤 : 밥 사준다는 거예요.]

[이준 : 그게 데이트죠.]

[서윤 : 업무 관계자끼리 식사하는 거예요.]

[이준 : 아쉽다.]

[이준 : 그래도 누나랑 단둘이 먹는 거죠?]

서윤은 피식 웃었다.

[서윤 : 네. 단둘이요.]

곧이어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준 : !!!!!]

[이준 : 금요일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준 : 누나, 나 오늘부터 금요일만 기다릴 거예요.]

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금요일.

이준과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그 사실을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7시 10분.

퇴근길에 이준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 누나!

“네, 이준 씨.”

— 저 오늘 잠 못 잘 것 같아요.

“왜요?”

— 금요일 생각하느라요.

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수요일이에요.”

— 그러니까요. 이틀이나 남았잖아요.

“이준 씨는 정말…….”

— 귀엽죠?

“네. 귀여워요.”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이준 씨?”

— 잠깐만요, 누나.

“왜요?”

— 지금 심장 좀 진정시키고요.

서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뭐예요, 정말.”

— 누나가 귀엽다고 했잖아요.

“그게 그렇게 좋아요?”

— 엄청요.

이준이 낮게 웃었다.

그러더니 조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근데 누나.

“네?”

— 다음에는 귀엽다는 말 말고 다른 말도 듣고 싶어요.

“무슨 말이요?”

잠깐의 침묵.

— 멋있다거나.

“…….”

— 설렌다거나.

서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준이 부드럽게 웃었다.

— 언젠가 누나가 나한테 그런 말 해주는 날도 오겠죠?

서윤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런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잠시 후 이준이 다시 장난스럽게 말했다.

— 아, 맞다. 누나.

“왜요?”

— 금요일에 저 좀 멋있게 하고 가도 돼요?

“평소에도 멀쩡하게 다니시잖아요.”

— 아니요. 금요일에는 누나가 나 보고 심쿵했으면 좋겠어서요.

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런다고 심쿵하겠어요?”

— 그럼 내기할래요?

“무슨 내기요?”

이준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해졌다.

— 금요일에 누나가 나 보고 한 번이라도 설레면.

“……설레면요?”

— 나한테 소원 하나 들어주기.

서윤은 웃으며 물었다.

“그럼 안 설레면요?”

— 누나 소원 들어줄게요.

“뭔지는 알고요?”

— 뭐든지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서윤은 잠시 고민하는 척했다.

“좋아요. 해요.”

— 진짜요?

“네. 대신 소원은 무리한 거 안 돼요.”

— 당연하죠.

이준이 환하게 웃었다.

— 누나, 그럼 금요일에 봐요.

전화를 끊은 서윤은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무슨 내기를 한 거야.’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하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 옷장을 열어본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

금요일에 뭘 입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윤은 황급히 옷장 문을 닫았다.

“한서윤, 정신 차려.”

그러나 거울 속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날 날을 기다리는 여자의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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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11화. 손도 안 잡았는데 왜 이래?

    수요일 아침.[이준 : 누나아! 좋은 아침!][이준 : 어제 멋있었다는 말, 아직 유효하죠?][서윤 : 칭찬에도 유효 기간이 있어?][이준 : 누나 칭찬은 평생 보관하려고요.]서윤은 웃음을 삼켰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그를 떠올렸다.아홉 살 어린 남자. 연애할 마음도 없는데 자꾸 기다리게 됐다.[서윤 : 오늘도 잘하고 와, 이준아.][이준 : 충성! 오늘 업무 성과 두 배로 내겠습니다!]서윤이 혼잣말했다.“큰 강아지 같아, 정말.”토요일 오전, 플래그십 스토어 조사를 위해 찾은 꽃시장.서윤은 입구에서 이준을 발견했다. 베이지색 재킷에 도면 가방을 멘 그가 그녀를 보자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한 팀장님! 여기요!”직원들이 앞서가자 이준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누나, 오늘 예쁘네요.”“강 대표님. 업무 중이거든요?”“그래서 작게 말했잖아요.”그가 옷깃을 매만졌다.“저도 오늘 꽤 신경 썼는데, 칭찬 없어요?”“응. 잘 어울려.”“아싸. 오전 목표 달성!”해맑은 미소에 서윤은 결국 웃었다.점검이 시작되자 이준은 달라졌다. 진열대 높이를 재고, 조명 때문에 꽃잎의 색이 달라 보이는 문제를 바로 짚었다.“입구는 낮은 화기를 세 구역으로 나누죠. 고객 동선도 넓어집니다.”“좋네요. 월요일 회의에 반영해 주세요.”“네, 한 팀장님.”그가 메모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직스러웠다.조사가 끝날 무렵, 안쪽 통로로 손수레가 들어왔다.“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사람들이 움직이자 서윤이 옆으로 밀렸다.“어!”이준이 재빨리 서윤의 손을 잡아 중심을 잡아 주었다. 손이 닿은 건 잠깐. 그는 그녀의 손을 자기 팔꿈치 부근 소매로 옮겼다.“자, 여기 잡아요.”“응?”“제 소매요. 누나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내가 무슨 어린애야?”“맞아요. 이렇게 큰 누나 잃어버리면 큰일이죠.”“강이준!”“하하! 자, 출발합니다. 한서윤 어린이!”서윤은 웃으며 그의 팔꿈치 부근 소매를 살짝 움켜쥐었다.그렇게 몇 걸음 걸었을 때였다.툭.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10화. 한 번만, 남자로 봐줘요

    전송 버튼을 누른 지 십 초도 지나지 않았다.[서윤 : 응. 나도 보고 싶네.]화면에 적힌 자신의 문장을 바라보던 서윤은 뒤늦게 얼굴을 감쌌다.‘내가 왜 그랬지?’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강이준.“여보세요?”— 누나. 방금 문자, 진짜예요?“뭐가?”— 나 보고 싶다는 거요.“빵 갖다준다니까 그렇지.”— 아, 크루아상이 보고 싶은 거였구나.목소리가 금세 축 처졌다. 서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반반.”— 네?“크루아상 반, 이준이 반.”수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쿵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이준아?”— 괜찮아요. 너무 좋아서 책상에 무릎 좀 박았어요.“어휴, 조심 좀 해.”— 누나가 또 이준이라고 불렀다. 오늘 잠은 다 잤네.전화기를 붙든 채 웃던 서윤은 문득 생각했다. 민혁과 통화할 때 마지막으로 이렇게 웃은 게 언제였더라.다음 날 오전 여덟 시 사십 분.[이준 : 누나! 빵집 도착!][이준 : 크루아상이 세 종류인데 긴급회의 필요해요.]함께 온 사진에는 플레인, 아몬드, 초콜릿 크루아상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서윤 : 플레인 하나면 돼.][이준 :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책임질게요!]‘세 개 다 사겠다는 뜻이네.’서윤은 웃으며 옷장 문을 열었다. 편한 청바지에 흰 니트를 골랐다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풀어 내렸다.일부러 꾸민 건 아니었다. 다만 조금 예뻐 보이고 싶었다.오전 열 시, 회사 근처 작은 광장.멀리서 이준이 손을 흔들었다. 회색 후드티 위에 가벼운 재킷을 걸친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빵 봉투, 다른 손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누나아!”달려오던 이준이 그녀 앞에서 멈췄다.“왜 뛰어? 넘어지겠다.”“빨리 보고 싶어서요.”그는 환하게 웃다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왜?”“오늘…… 예쁘네요.”“어제도 그랬잖아.”“어제도 예뻤는데 오늘은 조금 달라요.”“뭐가?”“오늘은 저 보러 나온 거잖아요.”서윤은 대답 대신 커피를 받아 들었다. 괜히 손끝이 따뜻해졌다.두 사람은 광장 옆 벤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9화. 아홉 살이 뭐 어때서

    월요일 오전 7시 31분.-띠링-[이준 : 누나, 좋은 아침!][이준 : 어제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1분도 안 늦었어요.]서윤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뜬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서윤 : 잘했네, 이준아.][이준 : 칭찬받았다! 오늘도 힘내서 돈 벌게요.][서윤 : 그 돈으로 밥 제대로 챙겨 먹고.][이준 : 네! 누나도요. 사랑... 아니, 좋은 하루요!]서윤은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사랑이라니.’웃음이 났다가, 금세 마음이 복잡해졌다.점심시간, 사무실 탕비실.“팀장님, 주말에 소개팅 나가셨죠?”커피를 타던 지민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즘 휴대전화만 보면 웃으시잖아요.”서윤이 대답을 망설이자 지민이 눈을 반짝였다.“진짜 누구 있어요?”“그런 사이 아니야. 그냥 알아가는 사람이야.”“몇 살인데요?”“서른.”“우와, 아홉 살 연하?”지민의 탄성에 서윤이 얼른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쉿. 회사에서 소문낼 일 아니야.”“죄송해요. 근데 팀장님, 나이는 왜요? 잘 맞으면 좋은 거죠.”지민은 가볍게 웃고 나갔다.혼자 남은 서윤은 식어가는 커피를 내려다봤다.지민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잘 맞으면 좋은 것.하지만 서윤은 서른아홉이었다. 이준은 이제 서른이었다.그가 서른다섯이 되는 날, 자신은 마흔넷이다.‘그때도 지금처럼 웃어줄까?’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서윤은 스스로에게 쓴웃음을 지었다.아직 사귀지도 않는 남자와 오 년 뒤를 걱정하다니.오후 5시 50분.퇴근하려던 서윤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오늘도 고생했어요!“이준아. 너는 퇴근했어?”— 네. 오늘은 도현이가 저녁 사준대요. 제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다고요.“좋겠네.”— 누나도 같이 올래요? 아, 아니에요. 갑자기 오라면 부담스럽죠.평소 같으면 웃으며 받아쳤을 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쉽게 웃음이 나지 않았다.“이준아.”— 네?“너는 왜 나를 좋아해?”잠깐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면접이에요?“장난 말고.”이준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8화. 누나가 먼저 연락한 날

    일요일 오전 8시 36분.서윤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놓기를 세 번째 반복했다.어젯밤 이준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내일은 누나가 먼저 연락해 주면 안 돼요?’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보냈을 인사가 오늘은 유난히 어려웠다.‘먼저 연락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서윤은 마침내 메시지를 적었다.[서윤 : 이준아, 잘 잤어?]전송.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곧 다시 집어 들었다.아직 읽지 않았다.‘설마 자고 있나?’그때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떴다. 이준이었다.곧 메시지가 쏟아졌다.[이준 : 누나!!!, 저 지금 너무 좋아서 전화 잘못 눌렀어요.][이준 : 아침부터 심장 공격하면 반칙인데요?]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서윤 : 어제 먼저 연락해 달라면서.][이준 : 그랬죠. 근데 진짜 해줄 줄은 몰랐죠.][서윤 : 그럼 내일부터 안 할게.][이준 : 안 돼요! 취소! 제가 잘못했어요!]뒤이어 두 앞발을 모으고 있는 강아지 이모티콘이 도착했다.‘정말 귀여워.’서윤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웃었다.오전 열한 시.서윤은 집 근처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주말의 작은 계획이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누나, 뭐 해요?“서점 왔어.”— 책 좋아해요?“응.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 읽었지만.”— 그럼 오늘은 책 많이 봐요. 방해 안 할게요.잠깐 망설이던 서윤이 물었다.“이준이는 뭐 해?”— 저요? 도현이랑 사무실에서 모형 만들고 있어요.“일요일인데?”— 금요일에 누나한테 멋있어 보였으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요.“또 그 얘기야?”— 근데 누나, 방금 ‘이준이는’이라고 했죠?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와, 나 오늘 진짜 복권 당첨된 기분이에요.“그 정도야?”— 네. 누나가 먼저 연락해 주고, 지금은 제 얘기도 궁금해하고.서윤은 책등을 손끝으로 쓸었다.그저 안부를 묻는 일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쁜 일이 될 수도 있구나.“점심은 먹었어?”— 아직요.“삼각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7화. 누나, 나 오늘 좀 귀엽죠?

    토요일 오전 9시 12분.-띠링-[이준 : 누나아아! 일어났어요? 나 어제 잠 못 잤어요.]서윤은 이불 속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서윤 : 왜요?][이준 : 누나가 이준아~ 하고 불러준 거 자꾸 생각나서요.][서윤 : 별게 다 좋네요. ㅎㅎ][이준 : 누나가 좋으니까 별게 다 좋아요.]서윤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아침부터 또 시작이네.’그때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부스스한 머리에 회색 후드티를 입은 이준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한쪽 머리가 잔뜩 뻗친 채 입술을 삐죽 내민 모습이었다.[이준 : 누나, 나 오늘 좀 귀엽죠?]서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서윤 : 머리는 왜 그래요?][이준 : 누나 생각하다 이렇게 됐어요.][서윤 : 머리랑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이준 : 모르겠어요. 누나가 책임져요.]“푸하하!”서윤은 한참을 웃었다.서른 살이나 먹은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천연덕스러울까.그런데 귀여웠다.아주 많이.오후 2시.서윤은 하린의 와인바에 들렀다.“어머, 우리 한 팀장님. 오늘 얼굴에 꽃이 폈네?”“무슨 꽃.”“연애하는 여자 얼굴?”“오하린!”하린은 깔깔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다.“강이준이랑 어제 밥 먹었다며?”“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도현이한테 자랑했대. 누나가 자기 이름 불러줬다고.”“……뭐?”“그것도 엄청 좋아하면서.”서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아니, 이름 한 번 부른 게 뭐라고!”그때 가게 문이 열렸다.딸랑.“하린 누나!”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서윤이 돌아보자 이준이 커다란 종이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어? 서윤 누나!”그의 얼굴이 환해졌다.꼭 산책하러 나왔다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발견한 강아지 같았다.“이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하린 누나한테 부탁받은 거 가져왔어요.”그는 봉투를 카운터에 내려놓더니 서윤에게 다가왔다.“누나, 나 보고 싶어서 왔어요?”“아니거든요?”“에이, 난 보고 싶었는데.”이준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누나는 맨날 나만 좋

  • 연하남이 자꾸 선을 넘는다   제6화. 밥 한 끼가 이렇게 설렐 일이야?

    금요일 오전 7시 15분.한서윤은 거울 앞에서 세 번째 블라우스를 갈아입고 있었다.‘그냥 밥 한 끼 먹는 건데.’아이보리색을 입었다가 벗고, 연분홍색 블라우스를 꺼냈다. 이준과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데이트가 아니라 지난번 약속한 식사일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되뇌었다.-띠링-[이준 : 누나아! 드디어 금요일! 오늘 저 멋있게 하고 갈 거예요.][서윤 : 업무 미팅이잖아요.][이준 : 미팅 끝나면 누나랑 데이트잖아요. ㅎㅎ]서윤은 웃음을 참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누가 데이트래.’그런데도 립스틱을 바르는 손길은 평소보다 신중했다.오후 세 시.회의실 문이 열렸다.“안녕하세요, 한 팀장님.”서윤은 고개를 들었다가 잠시 멈칫했다.짙은 네이비색 정장에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 평소의 장난스러운 이준과는 분위기가 달랐다.눈이 마주치자 그가 살짝 웃었다.‘뭐야, 왜 저렇게 입고 왔어….’"안녕하세요, 강 대표님."서윤은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이준은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누나, 오늘 예쁘네요."서윤의 눈이 커졌다."……!"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서윤은 어이없는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 남자, 진짜…….'이준은 발표가 시작되자 고객 동선과 공사 일정을 차분히 설명했다. 서윤이 조명에 관해 질문하자 준비해 온 대안 시안을 곧바로 띄웠다.“꼼꼼하게 준비하셨네요.”“감사합니다, 한 팀장님.”그는 정중하게 답했다.그러나 잠시 후 서윤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이준 : 누나, 방금 저 좀 멋있었죠?]서윤은 고개를 들어 그를 흘겨봤다.이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화면을 넘겼다.오후 다섯 시 사십 분.회의가 끝났다.마지막 직원이 나가자 이준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누나, 이제 밥 먹으러 가요!”“방금까지 강 대표님이더니.”“업무 끝났으니까요. 지금은 누나랑 밥 먹을 강이준.”서윤은 웃으며 가방을 챙겼다.“오늘 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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