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검은 리본과 짧은 가죽 리드.도현은 둘 사이에서 고르라고 했지만, 나는 쉽게 손을 뻗지 못했다.“왜 두 개예요?”“하나는 보지 못한 채 제 목소리를 따라오는 것.”그가 검은 리본을 손끝으로 밀었다.“다른 하나는 전부 보면서 제 손을 따라오는 겁니다.”“어느 쪽이 더 어려워요?”“당신에게는?”도현의 눈빛이 짙어졌다.“아마 두 번째.”정답이었다.눈을 가리면 오히려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나는 결국 가죽 리드를 집었다.“이거요.”“확실합니까?”“네.”“왜?”“보고 싶으니까.”“무엇을?”그 질문이 또 나왔다.나는 리드를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주인님 얼굴.”도현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 고리를 들었다.“목에는 연결하지 않습니다.”“그럼 어디에요?”그는 내 손목에 얇은 가죽 밴드를 채웠다.손가락 하나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느슨했다.짧은 리드가 연결됐다.“아홉 번째 명령.”그가 한 걸음 물러났다.“당기기 전에 따라오십시오.”“당기지도 않을 건데 이건 왜 해요?”“제가 움직이는 방향을 보라는 뜻입니다.”도현이 뒤로 한 걸음 걸었다.리드는 아직 느슨했다.나는 가만히 있었다.그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안 와요?”“당기기 전에 따라오라면서요.”“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나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리드는 끝까지 팽팽해지지 않았다.도현이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나도 따라갔다.다시 왼쪽.이번에는 일부러 반 박자 늦었다.가죽이 손목에 아주 살짝 닿았다.그 즉시 도현이 멈췄다.“불편합니까?”“아니요.”“색깔.”“초록색.”그는 다시 움직였다.침대 앞.창가.거울 앞.한 번도 세게 당기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계속 그의 손에 묶여 있었다.“이게 뭐가 야해요?”내가 투덜거리자 도현이 가까이 왔다.“당신은 지금 제가 손가락 하나 움직일 때마다 따라오고 있습니다.”숨이 순간 막혔다.“그걸 알고도?”리드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계속 저를 보고 있고요.”나는 괜히
“그럼 여덟 번째는 지금부터 생각하겠습니다.” 도현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저 사람은 이미 정했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거울 속에서 마주친 눈빛이 조금 전과 완전히 달랐다. 손목을 잡고 있던 힘은 여전히 단단했지만, 당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 내가 먼저 흔들리기를. “이미 생각했죠?” 도현이 낮게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여덟 번째.” “궁금합니까?” “…조금.” “조금?”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도현의 손가락이 손목을 한 번 천천히 감쌌다가 힘을 풀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그 목소리 때문에 괜히 심장이 빨라졌다. “궁금합니까?” “네.” “호칭.” “궁금해요, 주인님.” 그제야 손목이 풀렸다. 갑작스럽게 자유로워지자 오히려 어색했다. 도현은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침대 끝에 앉으십시오.” 이번에는 바로 움직였다. 그의 시선이 따라왔다. “손은?” “허벅지 위에.” 나는 손을 올렸다. “등.” 자세를 바로 세웠다. “좋습니다.” 그 한마디에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또 칭찬.” “싫습니까?” “아니요.” “그럼 받아들이십시오.” 도현은 내 앞에 서서 넥타이를 천천히 풀었다. 그러나 벗어 던지지 않았다. 손에 한 번 감더니 내 앞에 보여 줬다. “이건 뭐 하려고요?” “여덟 번째에 필요합니다.” “손목 묶는 거?” “아닙니다.” “그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넥타이를 내 손 위에 올려놓았다. “잡으십시오.” 나는 양손으로 넥타이 끝을 잡았다. “세게요?”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로만.” “이게 명령이에요?” “아직 아닙니다.” 또 시작이었다. 나는 결국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님 진짜 사람 애태우는 거 좋아하죠?” “특히 당신이 기다리지 못할 때.” “못됐다.” “그 말은 오늘 두 번째입니다.” “횟수도 세고 있었어요?” “당신이 숫자를 원했으니까.” 도현의 손이 턱 아래에 닿았
“일곱 번째를 원한다는 뜻으로 듣겠습니다.” 도현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나는 그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지 않았다. “제가 언제 원한다고 했어요?” “조금 전 직접 말했습니다.” “제대로 하라고 했지, 일곱 번째 하라고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아까까지 일부러 남겨 두었던 틈이 사라졌다. 몸이 단숨에 가까워졌고,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눈으로 돌아왔다. “한서윤.”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만으로 등이 긴장했다. “후회합니까?” “…아니요.” “색깔.” “초록색.” 도현은 그제야 손을 움직였다. 손목을 잡아 등 뒤로 모았다. 커프는 없었다. 그런데 맨손으로 붙들린 감각이 오히려 더 선명했다. “일곱 번째 명령.” 그가 내 귓가에 낮게 말했다. “제가 허락하기 전까지 손을 풀지 마십시오.” “주인님이 잡고 있잖아요.” “지금 놓겠습니다.” 손이 정말 떨어졌다. 나는 등 뒤로 모은 손을 그대로 유지했다.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도현은 한 걸음 떨어져 나를 바라봤다.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라 얼굴이 뜨거워졌다. “왜 그렇게 봐요?” “보고 싶어서.” “뭘요?” “제가 손대지 않아도 제 말을 지키는 모습.” 목이 말랐다. 그는 천천히 내 주위를 돌았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손끝 하나 닿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그쪽으로 긴장했다. “앞을 보십시오.” 나는 거울을 바라봤다. 도현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다리 조금 벌리십시오.” 숨이 짧아졌다. 그래도 따랐다. 그의 눈빛이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훑었다. “조금 더.” “주인님.” “싫습니까?” “…아니요.” “그럼 말이 아니라 움직이십시오.” 나는 아주 조금 자세를 바꿨다. 그 순간 도현이 가까이 왔다. 허리에 손이 닿았다. 이번에는 묻지 않았다. 이미 허용한 범위 안이었다. 대신 힘이 달라질 때마다
다섯 번째 명령이 끝났는데도 도현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정확히는, 놓아주지 않는 척하고 있었다. 내 손목을 감싼 그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조금만 비틀면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도현이 낮게 물었다. “왜 안 빠져나옵니까?” “나가라고 안 했잖아요.” “제가 잡고 있어서가 아니라?” 나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제가 있고 싶어서요.” 그제야 손가락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오늘은 커프도 없었다. 검은 장갑도, 안대도, 익숙한 가죽 리드도 꺼내지 않았다. 도현은 처음부터 말했다. 오늘은 숫자로만 하겠다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조금 전 다섯 번째까지. 무엇을 할지 미리 알려 주지도 않았다. 다만 하나가 끝날 때마다 반드시 내 색깔을 확인했다. “다섯 번째 명령.” 도현이 내 손목을 한 손으로 모아 머리 위에 올렸다. “그대로 있으십시오.” “이게 끝이에요?” “불만입니까?” “조금요.” 그의 눈빛이 즉시 짙어졌다. “원하는 걸 말하십시오.” “주인님이 알아서 해야죠.” “한서윤.”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주도권을 넘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또 맞는 말만 했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좀 더 강하게 해도 돼요.” “어디까지?” “손목 잡는 거. 자세 잡아 주는 거.” “그 이상은?”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거기까지.” “좋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허리를 감싼 팔이 나를 끌어당겼다. 숨이 짧게 끊겼다.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도현의 체온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런데도 입술은 닿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안 해요?” “무엇을?” “알면서.” “말하십시오.” 정말 얄미웠다. “키스해 줘요.” 도현의 시선이 입술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왔다. “부탁입니까?” “네.” “색깔.” “초록색.” 그제야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느렸다.
서윤은 서재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도현은 책상이 아니라 창가에 서 있었다. 등을 보인 채였다. "부르셨다면서요." 그가 돌아섰다. 눈이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움직였다. "질문이 있습니다." "명령이 아니고요?" "오늘은 아닙니다." 서윤은 문가에 기댔다. 대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물어봐요." 도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고, 그녀와 문 사이의 거리까지 좁혔다. "한예린 대표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사업 때문이에요." "압니다." "그런데요?" 그의 손이 그녀의 옆, 문틀에 닿았다. 가두는 자세였지만 몸은 닿지 않았다. "불편합니까, 제가 물어보는 것이." "아니요. 물어봐서 다행이에요." 도현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눈으로 돌아왔다. "저는 여전히 그게 잘 안 됩니다." "지금은 됐잖아요." "오늘만입니다." "그럼 내일은요?" 침묵이 길어졌다. 서윤은 그 시간을 세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세고 있었다. 셋. 도현이 고개를 숙였다. 이마가 먼저 닿았다. "내일은 또 물어보겠습니다." 숨이 섞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로 내려와 조금 세게 당겼다. "이게 첫 번째예요, 도현 씨." "무엇의." "물어보지 말고요." 그가 낮게 웃었다. 웃음이 끝나기 전에 입술이 닿았다. 문에 등이 닿는 감각과 동시에, 서윤은 그의 넥타이를 손끝으로 감았다. 두 번째 질문은 말로 오지 않았다.창밖이 밝아 있었다. 서윤은 눈을 뜨자마자 옆자리부터 확인했다. 비어 있었다. 대신 협탁 위에 카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숫자는 없었다. 대신 짧은 글씨. 두 번째 질문, 답을 기다립니다. 서윤은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목덜미에 남은 감각이 아직 선명했다. 서재 쪽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통화 중인 듯했다. 평소보다 말이 짧고, 문장 사이 간격이 길었다. 그녀는 카드를 손에 쥔 채 문가로 걸어갔다. 도현은 창가에 서 있었다. 어젯밤과 같은 자리였다. 통화를
도현은 침실 중앙에 의자 하나만 놓았다.커프도 리드도 없었다.“앉으십시오.”첫 번째 지시였다.나는 팔짱을 꼈다.“싫어요.”도현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예고했어도 실제 거절을 들으면 긴장하는 얼굴이었다.“이유를 물어도 됩니까?”“서 있고 싶어요.”그는 강요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기분 어때요?”“좋지는 않습니다.”“그래도요?”“당신이 떠난 것은 아니니까.”도현은 다음 지시를 내렸다.“저를 보십시오.”이번에는 따랐다.그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반대해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려는 겁니까?”“도현 씨도, 저도요.”“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네.”“오늘 제가 재단에서 반대한 것이 당신의 능력을 믿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까?”“조금은 그렇게 느꼈어요.”“사실은 아닙니다.”“알아요.”“알면서 왜 서운합니까?”“남편이 제 편이었으면 했으니까.”도현의 얼굴이 부드러워졌다.“저는 당신 편입니다.”“안건에서는 아니었잖아요.”“당신 편이라는 말이 항상 같은 표를 던진다는 뜻은 아닙니다.”그 문장이 오래 남았다.도현은 손을 내밀었다.“잡아도 됩니까?”“네.”그는 손목이 아니라 손바닥을 잡았다.“오늘의 명령입니다.”“말해요.”“제가 반대할 때 저를 적으로 만들지 마십시오.”숨이 짧게 막혔다.그 명령은 나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도현 씨도요.”“네.”“제가 거절해도 사랑이 줄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노력하겠습니다.”“약속 못 해요?”도현은 쉽게 말하지 않았다.“두려움이 먼저 올라올 수 있습니다.”“그럼 올라온 뒤에요?”“당신을 통제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뭐라고요?”그는 내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거절당해서 불안하다고.”“좋아요.”나는 의자를 바라봤다.“이제 앉으라고 다시 말해 봐요.”도현의 눈빛이 짙어졌다.“앉으십시오.”이번에는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왜 이번에는 따릅니까?”“제가 선택했으니까.”“색깔.”“초록색.”그가 내 앞에 무릎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