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토요일 오전 9시 10분. “서윤.” 침실 커튼을 열던 도현이 뒤를 돌아봤다. “네?” 서윤은 이불을 끌어안은 채 눈만 내밀었다. “어제 말씀하신 꿈 말입니다.” “무슨 꿈?” “어릴 때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않았다는 꿈이요.” 서윤은 눈을 감았다. “아, 그거.” “오늘 알려 주시기로 했습니다.” “벌써 궁금해?” “어젯밤부터 궁금했습니다.” 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차도현 씨, 생각보다 호기심 많네.” 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아내에 관한 일이니까요.” 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그럼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해 줄게.” 오전 9시 45분. 식탁에는 달걀 샌드위치와 따뜻한 우유가 놓여 있었다. 서윤은 샌드위치를 한입 먹고 입을 열었다. “나 어릴 때 인형극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도현의 손이 멈췄다. “인형극이요?” “응.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 있잖아. 작은 무대 뒤에서 목소리도 바꾸고.” “의외군요.” 서윤은 웃었다. “그치? 나도 지금 생각하면 신기해.”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학교에 작은 인형극 공연팀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낡은 천막 같은 무대였지만, 막이 열리자 종이로 만든 숲과 동물 인형들이 나타났다. “그때 여우 인형이 있었거든. 꼬리가 엄청 길었어.” “기억이 선명하군요.” “응. 공연 끝나고도 한참 무대 앞에 있었으니까.” 서윤은 우유잔을 내려놓았다. “집에 와서 양말로 인형도 만들었어. 눈은 단추로 붙이고.” 도현이 웃었다. “공연도 하셨습니까?” “혼자 했지. 관객은 베개 3개.” “반응은 어땠습니까?” “아주 조용했어.” 도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오전 11시.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서윤은 오래된 사진첩을 휴대전화로 넘기다가 한 장을 발견했다. “어? 이거 봐.” 사진 속 어린 서윤은 손에 양말 인형을 끼고 있었다. 눈의 크기가 서로 달랐고, 귀는 한쪽만 길었다. 도현은 사진을 확대했다.
토요일 오전 9시 10분.“서윤.”침실 커튼을 열던 도현이 뒤를 돌아봤다.“네?”서윤은 이불을 끌어안은 채 눈만 내밀었다.“어제 말씀하신 꿈 말입니다.”“무슨 꿈?”“어릴 때 아무에게도 말씀하지 않았다는 꿈이요.”서윤은 눈을 감았다.“아, 그거.”“오늘 알려 주시기로 했습니다.”“벌써 궁금해?”“어젯밤부터 궁금했습니다.”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차도현 씨, 생각보다 호기심 많네.”도현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아내에 관한 일이니까요.”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그럼 아침 먹으면서 이야기해 줄게.”오전 9시 45분.식탁에는 달걀 샌드위치와 따뜻한 우유가 놓여 있었다.서윤은 샌드위치를 한입 먹고 입을 열었다.“나 어릴 때 인형극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도현의 손이 멈췄다.“인형극이요?”“응.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 있잖아. 작은 무대 뒤에서 목소리도 바꾸고.”“의외군요.”서윤은 웃었다.“그치? 나도 지금 생각하면 신기해.”그녀는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학교에 작은 인형극 공연팀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낡은 천막 같은 무대였지만, 막이 열리자 종이로 만든 숲과 동물 인형들이 나타났다.“그때 여우 인형이 있었거든. 꼬리가 엄청 길었어.”“기억이 선명하군요.”“응. 공연 끝나고도 한참 무대 앞에 있었으니까.”서윤은 우유잔을 내려놓았다.“집에 와서 양말로 인형도 만들었어. 눈은 단추로 붙이고.”도현이 웃었다.“공연도 하셨습니까?”“혼자 했지. 관객은 베개 3개.”“반응은 어땠습니까?”“아주 조용했어.”도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오전 11시.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서윤은 오래된 사진첩을 휴대전화로 넘기다가 한 장을 발견했다.“어? 이거 봐.”사진 속 어린 서윤은 손에 양말 인형을 끼고 있었다.눈의 크기가 서로 달랐고, 귀는 한쪽만 길었다.도현은 사진을 확대했다.“직접 만드신 겁니까?”“응. 이름도 있었어.”“무엇이었습니까?”“삐뚤이.”도현은
일요일 오후 12시 55분.“도현 씨, 빨리!”서윤은 관측소 입구에서 남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도현은 그녀에게 다가오며 웃었다.“아직 5분 남았습니다.”“좋은 자리 앉으려면 일찍 가야지.”“전시 기록을 보는 건데 자리까지 중요합니까?”“중요하지. 오늘은 당신 어린 시절을 조사하는 날이니까.”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조사라니요.”“차도현 어린이의 비밀을 밝혀내겠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경례했다.도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협조하겠습니다.”오후 1시.관측소 안쪽의 작은 자료실이 개방됐다.벽면에는 오래전 방문객들이 작성한 관측 일지가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었다.당시에는 시민들이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날짜와 관찰한 천체, 느낀 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했다.서윤은 유리 진열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우와. 다 손글씨네.”“예전에는 직접 적었습니다.”“당신도?”“몇 번 작성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서윤의 눈이 커졌다.“진짜?”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여기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서윤은 안내된 연도를 확인했다.그리고 도현이 어린 시절 방문했던 시기의 기록을 찾아갔다.“도현 씨, 여기!”그녀가 가리킨 진열장에는 오래된 관측 일지의 복제본이 펼쳐져 있었다.서윤은 이름들을 천천히 살펴봤다.그러다 한 줄에서 시선이 멈췄다.차도현.“……어?”도현도 옆으로 다가왔다.“왜 그러십니까?”서윤은 유리 너머를 가리켰다.“당신 이름이 있어.”도현은 기록을 내려다봤다.잠시 후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정말 있군요.”오후 1시 20분.서윤은 기록에 적힌 내용을 읽었다.관측 대상은 토성이었다.어린 도현은 토성의 고리가 생각보다 선명하지 않았다고 적어 놓았다.그 아래에는 짧은 감상문이 있었다.망원경으로 보면 멀리 있는 것도 가까워진다. 그런데 가까이 있다고 다 잘 보이는 건 아닌 것 같다.서윤은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도현 씨.”“네.”“이거 당신이 쓴 거야?”도현은 고개를 끄덕
일요일 오전 9시 20분.“도현 씨, 여기 맞아?”서윤은 자동차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도심을 벗어난 지 40분.차는 오래된 주택과 작은 상점들이 늘어선 동네로 들어서고 있었다.“네. 거의 다 왔습니다.”“당신이 어릴 때부터 다녔다는 곳이 여기야?”“조금만 기다려 보세요.”서윤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고쳐 맸다.“오늘은 당신이 안내하는 날이니까 얌전히 따라갈게.”“정말입니까?”“응. 대신 재미없으면 솔직하게 말할 거야.”도현이 웃음을 터뜨렸다.“그 정도는 각오했습니다.”잠시 후 차가 작은 공영주차장에 멈췄다.서윤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낮은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이어져 있었다.“여기서 걸어가?”“네. 5분 정도면 됩니다.”도현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오전 10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작은 천문대였다.정확히는 오래된 시민 관측소였다.건물 입구에는 빛이 바랜 별자리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서윤은 놀란 눈으로 도현을 바라봤다.“천문대?”“네.”“당신이 좋아하던 곳이 여기였어?”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때부터 가끔 왔습니다.”“왜?”“조용해서요.”그는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어릴 때는 생각할 일이 많으면 여기로 왔습니다.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전시실에 앉아 있었죠.”서윤은 그의 옆에서 걸음을 늦췄다.“혼자?”“대부분은요.”그 대답에 서윤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하지만 도현은 웃고 있었다.“그때는 혼자 오는 게 편했습니다.”서윤은 그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았다.“그럼 오늘은?”도현이 그녀를 바라봤다.“오늘은 함께 오고 싶었습니다.”오전 10시 25분.전시실에는 태양계 모형과 오래된 관측 장비가 놓여 있었다.서윤은 유리 진열장 앞에 멈춰 섰다.“이거 진짜 오래됐다.”“제가 처음 왔을 때도 있었습니다.”“그럼 당신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겠네?”“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서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도현 씨보다 오래된 물건이라니 귀하다.”“제가 그렇게
토요일 오전 9시 15분.“차도현 씨.”서윤은 침실 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도현은 옷장 앞에서 셔츠를 고르고 있었다.“네.”“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토요일입니다.”“그거 말고.”“주말이군요.”서윤의 눈이 가늘어졌다.“일부러 그러지?”도현은 웃으며 셔츠를 옷걸이에 걸었다.“오늘을 남기는 방을 정리하기로 한 날입니다.”“맞아. 그리고?”“제가 보관해 둔 물건을 보여 드리기로 했죠.”서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정확해.”그녀는 도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그럼 빨리 보여 줘.”“아침부터요?”“나 몇일이나 기다렸는데.”도현은 시계를 확인했다.“아침 식사부터 하시죠.”“차도현!”그가 웃음을 터뜨렸다.“물건은 도망가지 않습니다.”“내 궁금증은 계속 커진다고!”오전 10시 20분.두 사람은 서재에 들어왔다.도현은 책장 아래쪽 서랍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서윤은 곧장 옆으로 다가갔다.“그 안에 있어?”“네.”“열어 봐도 돼?”도현은 상자를 그녀에게 건넸다.“직접 열어 보세요.”서윤은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오래된 영화표 2장과 작은 종이봉투가 들어 있었다.“……영화표?”서윤은 날짜를 확인했다.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우리 결혼하고 영화 보러 갔었어?”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나지 않습니까?”서윤은 한참 생각했다.“잠깐. 그때 비 오는 날이었나?”“아닙니다. 아주 맑은 날이었습니다.”“그럼…….”그녀는 영화 제목을 확인했다.순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아!”도현이 웃었다.“기억나셨습니까?”“그날 당신 영화 시작하고 20분 만에 졸았잖아!”도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그것부터 기억하시는군요.”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당연하지! 내가 옆에서 얼마나 황당했는데!”오전 10시 40분.서윤은 영화표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그때 우리 분위기 엄청 어색했잖아.”“그랬죠.”“결혼은 했는데 둘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수요일 오후 6시 35분.“도현 씨! 나 왔어!”현관문이 열리자 호두가 가장 먼저 달려왔다.서윤은 신발을 벗기도 전에 발치로 다가온 호두를 내려다봤다.“호두야, 엄마 보고 싶었어?”“냐아옹.”“그랬어?”서윤은 웃으며 호두를 쓰다듬었다.그때 거실에서 도현이 걸어 나왔다.“다녀오셨습니까?”“응. 그리고 이것도 찾아왔어.”서윤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흔들었다.도현의 시선이 봉투로 향했다.“가족사진입니까?”“응!”서윤은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빨리 열어 보자.”도현은 식탁 위를 정리했다.서윤은 봉투에서 인화된 사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가장 먼저 나온 건 두 사람이 러그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다.서윤은 도현의 어깨에 기대 웃고 있었고, 도현은 호두를 품에 안은 채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구름이는 서윤의 무릎 옆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봤다.“와…….”서윤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휴대전화로 볼 때보다 훨씬 좋다.”도현도 옆으로 다가왔다.“그러네요.”“우리 애들 너무 예쁘지?”“네.”“당신도 잘 나왔어.”도현은 사진을 바라보다 웃었다.“저는 카메라를 보고 있지 않은데요.”“그래서 좋아.”서윤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당신이 나 보고 있잖아.”도현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때도 아내가 웃고 있어서요.”서윤은 웃음을 터뜨렸다.“알았어. 이제 사진 걸 자리부터 찾자!”오후 7시 10분.서윤은 사진을 들고 거실을 돌아다녔다.“여기는 어때?”그녀가 소파 위쪽 벽을 가리켰다.도현은 고개를 들었다.“괜찮습니다.”“근데 여기 걸면 햇빛이 너무 들어오려나?”“직사광선이 닿는 시간은 확인해야겠습니다.”서윤은 곧장 방향을 바꿨다.“그럼 저기는?”이번에는 복도 입구였다.도현은 잠시 살펴봤다.“지나다니면서 보기 좋겠군요.”“그치?”그런데 서윤이 고개를 갸웃했다.“아니야. 뭔가 아쉬워.”도현은 웃었다.“아내가 저보다 더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그럴 수도 있지.”서윤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