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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8 15:10:32

어쨌든 바이올렛은 황실의 일원이 될 것이고 그건 그와 가문을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조급하게 굴어서야 황위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그는 잠시간 바이올렛과 황태자 간의 혼약을 엎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했다. 그 혼약이 엎어지거나 말거나 우선은 찾아온 황태자를 박대할 수는 없는 일이라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선 오늘은 예비 사위로 그를 대접해야 할 것이다.

황태자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머금고 체이서의 앞에 섰다.

“그동안 격조했습니다.”

바이올렛과 황태자의 혼약이 이루어지고 난 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것이었다. 황태자가 체이서를 장인으로 우대해 존칭을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아닙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이올렛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보통 귀족들의 대화법은 말을 빙빙 돌리고 이리저리 꼬우고 꼬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본론을 가장 나중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사가 끝나고 나자 황태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바로 드러내었다. 바이올렛을 만나고 싶다고 자신이 방문한 목적을 곧바로 밝힌 것이다.

평소라면 쉽사리 허락이 떨어질 요구였지만 지금 바이올렛은 열락의 밤을 겪는 중이었다. 열락의 밤은 부부간에도 침범하지 않는 법이었다.

가끔 색다른 기분을 느끼려고 열락의 밤에 부부간에도 몸을 섞는 일이 있다지만, 문제는 황태자와 바이올렛은 혼인은커녕 아직 약혼조차 하지 않은 사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열락의 밤을 겪고 있는 여인을 만나고 싶다니, 이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체이서의 앞에 선 이가 황태자만 아니라면, 당장에 내침을 당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 선 이는 이리나 제국의 단 한 명인 황태자로 즉위식만 치르지 않았다 뿐이지 얼마 전 병상에 누운 황제로부터 모든 권력을 이양받은 이였다.

그러니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만나게 해 달라 뻔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체이서는 고개를 돌려 이를 아득 깨물고는 이내 찡그려진 낯을 억지로 펴고는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원하신다면, 그리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곧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타액을 핥아 삼키고 고개를 들었다. 몽롱하게 풀린 보랏빛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가슴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탄력적인 가슴이 이지러지고 꼿꼿이 선 유두가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오자 혀로 핥아대다가 강하게 흡입해 입안으로 삼켰다. 유두를 이로 잘근거릴 때마다 작은 신음이 붉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고 손을 내려 흠뻑 젖어 있는 다리 사이를 더듬었다.

이제 한시도 더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이 바이올렛을 범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물고 있던 유두를 어렵사리 놓아주고는 반듯이 허리를 세웠다.

얼마나 샅샅이 핥아낸 것인지 월경액의 붉은 기운조차 보이지 않는 꽃잎 사이를 전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귀두로 헤집었다. 그 잠깐의 접촉만으로도 울컥하면서 치밀어 오른 사정감에 그는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짜릿함을 넘어선 흥분으로 손끝마저 떨려오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의 접촉에 이럴 찐데 속살로 박아 넣는다면……그리고 후에 깊은 안쪽의 자궁마저 범하게 되면…….

“후우”

흥분으로 잔뜩 긴장한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 숨을 토해놓고 기둥을 잡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

“으흣”

“아응”

귀두가 부드러운 속살을 억지로 가르며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침실 문이 열리고 앤이 달려 들어왔다.

그녀는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얼른 아인스를 밀쳐내서 바이올렛에게서 떨어트렸다.

“안 됩니다. 아가씨, 삽입은 조금만 참으십시오. 황태자 전하께서 오셨으니 지금은 안 되세요. 황태자 전하가 가시고 나면 삽입을 하든 뭘 하든 상관치 않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그리 말한 앤은 준비해온 물수건과 마른 수건으로 바이올렛의 몸을 닦아 내고는 부드러운 천을 그녀의 몸 위로 덮어주었다.

아무리 처음을 중히 여기지 않는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남자가 원하는 여인이 눈앞에서 다른 이에게 범해져 처녀를 잃는 것을 보며 흡족하게 여길 것인가? 거기다 부부도 아닌 사이에 열락의 밤을 보내는 중인 여인을 만나겠다고 찾아온 황태자의 속내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했다.

어쩌면 바이올렛은 이 밤에 황태자에게 범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열락의 밤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자신을 덮치는 이가 있어도 막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아인스는 치밀어 오르는 살기를 억누르느라 숨이 거칠어졌다.

이제 막 닿으려 했다. 닿아서 아래에 깔아 범하고 헤집고 싸질러 놓아 그의 흔적을 새길 수 있었다. 그런데……무어라?

그는 순간 고민했다.

지금 자신을 밀어낸 앤이란 시녀를 죽이고, 바이올렛을 찾아온 황태자란 놈도 죽이고, 그걸 허락한 아비란 놈도 죽이고, 그 사실을 아는 이 저택의 모든 이들을 깡그리 죽이고 나서 아무런 방해 없이 바이올렛을 취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여태껏 해온 대로 이대로 참아야만 하는지.

의외로 고민은 금세 사라졌다.

죽이는 것이야 쉽다. 모조리 죽여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가 명한다면 이 저택 근처에 머무는 수십의 뱀파이어들이 자신인 주인의 명에 따라 인간들의 목을 닭모가지 비틀듯 단번에 비틀어 버릴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원한다면, 이리나 제국의 모든 인간을 말살시켜 버릴 수 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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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락의 밤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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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렛이 이 종족의 혼혈임이 밝혀져 황궁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그것이 황제의 뜻은 아니었다. 심지어 혼인하지 않은 바이올렛의 열락의 밤에 찾아오기까지 했었던 황제였기에, 아인스는 황제인 카론의 곁에 첩자를 심어두어 그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그동안은 황제의 위에 올라 자리를 정비하고 전대 황제의 죽음을 핑계로 바렌 제국 내의 반역 무리들을 소탕하느라 바빴고, 동시에 황비의 수태와 발렌틴 공작가의 일이 맞물려 바이올렛의 행방에 크게 관심을 쏟지 못했다.하지만 얼마 전 귀족 영애 여덟을 한꺼번에 후궁으로 맞아들이면서 바렌 제국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상태였다.사실 전부터도 계속 바이올렛을 찾으려는 기미가 보였지만 그때에는 크라케 산 중에 있는 저택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았었다. 발렌틴 공작가에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곳의 위치가 노출되어버렸고 조만간 장소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바이올렛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바이런에게서 구해오자마자 곧바로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생각 외로 심약해진 바이올렛의 안정을 위해 한동안 이곳에 머물기로 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황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니 이젠 정말 떠나야만 할 시간이 되었다.하지만 바이올렛에게는 황제를 피해 도망간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인스는 바이올렛이 황제인 카론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그의 앞에서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싫었다.물론 황제에게 안기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 외에는 바이올렛의 모습을 눈에 담는 것조차 싫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사실일 것이다.황제와 대면하게 되면 발렌틴가의 공녀로 인정된 바이올렛은 황제의 명을 거역할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록 이 종족의 혼혈이라 황궁에서 내침을 당했더라도 말이다.그래서 아인스는 바이올렛에게 여행을 가자고 하고 크라케 산을 떠나 황제의 추적을 따돌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피해야 할 이가 비단 황제만인 것은 아니었다.바렌 제국의 귀족 영애의 삶이란 다 거기서 거기였다. 혼인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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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락의 밤   59화

    “아응, 오늘도 벌을…… 으으응…….”“오늘 받지 못한 벌은 내일 받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며 아인스는 씩 웃고는 강하게 추삽질 하기 시작했다.내일도 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렇게 마음껏 그녀를 범할 수 있어서 좋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아직도 바이올렛은 아인스가 뱀파이어의 왕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섹시뱀프인 줄로만 알았던 아인스가 뱀파이어 왕이며 그녀를 사랑해서 자신을 낮추고는 노예가 된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인스는 바이올렛이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되고 난 후 그를 받아들이고 나자 자신의 수하들을 그녀에게 소개했다.그녀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숨기고 있던 그의 수하들은 숨통이 트였다는 듯 기뻐했지만, 아인스는 바이올렛에게 수하들을 인사만 시키고 다시 그들의 몸을 숨기도록 했다. 자신 이외에 바이올렛이 시선이 닿는 것이 싫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단지 그중 줄리아만이 그녀와 아인스의 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바이올렛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디트로 쫓겨났었던 그녀는 얼마 전 그의 부름을 받고 다시 아인스의 곁을 지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여덟 명의 여인이 그의 앞에 자태를 드러냈다.황제에게 바쳐질 여인들이라서인지 하나같이 곱고 예뻤지만 카론의 마음에 차는 외모를 가진 여인은 없었다.법도대로라면 각각의 후궁에서 따로따로 초야를 치뤄야 하지만 카론은 여덟 명의 후궁과 한꺼번에 초야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초야를 치를 곳은 침대가 있는 침실을 신방으로 꾸미는 대신 낮은 대욕탕이 있는 욕실을 신방을 꾸몄다.초야에 황제와 잠자리를 함께 하면 무조건 황제의 씨를 받아야 한다. 회임이 되고 안 되고는 나중 일이고 당장 황제의 씨를 받지 못하면 후궁으로 대접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대욕탕에 향유와 함께 미약이 풀어졌고 카론은 벌거벗은 채 욕탕 안에 앉아 있었다. 그의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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