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윤제니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남자의 심장을 찔러 죽인다. 그러나 그날 밤, 분명 죽었던 강수혁이 상처 하나 없이 다시 찾아온다. 그의 정체는 오랜 세월 인간들 사이에 숨어 살아온 뱀파이어. 죽여도 돌아오고, 도망쳐도 찾아오는 수혁은 복수 대신 제니에게 집착한다. 매일 밤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제니는 자신이 그를 죽인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자신을 죽인 여자에게 사로잡힌 뱀파이어와 죽였던 남자에게 흔들리는 여자의 위험한 로맨스.
View More사람을 죽이면 손끝에 감각이 남는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적어도 오늘 밤까지는.
윤제니는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손에 들린 과도의 끝에서도 피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툭.
툭.
새하얀 거실 바닥에 붉은 점이 번졌다.
그리고 제니의 바로 앞에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강수혁.
오늘 처음 본 남자였다.
“하…….”
제니가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토해냈다.
불과 몇 분 전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제니는 거실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관문은 분명 잠겨 있었다.
창문도 닫혀 있었다.
그런데 낯선 남자가 너무도 태연하게 소파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셔츠.
유난히 창백한 얼굴.
그리고 자신에게서 한 번도 떨어지지 않던 시선.
제니가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드디어 찾았네.”
그 말과 함께 다가오는 남자가 무서워 제니는 주방으로 도망쳤다.
손에 잡힌 것이 과도였다.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제니가 휘두른 칼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정확히 심장이 있는 자리였다.
“……죽었어?”
제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답은 없었다.
수혁의 눈은 감겨 있었다.
제니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떨리는 손가락을 그의 코 아래에 가져갔다.
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목에 손을 댔다.
맥박도 없었다.
“미쳤어…….”
제니가 뒤로 주저앉았다.
“내가 사람을 죽였어.”
경찰.
신고해야 한다.
정당방위였다고 말하면 된다.
이 남자가 먼저 집에 침입했다고.
제니는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수혁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제니의 몸이 굳었다.
“……뭐야?”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제니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수혁의 목에 손을 댔다.
차갑다.
아까보다 훨씬 차가웠다.
맥박은 여전히 없었다.
제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전화 화면을 켰다.
그때 집 안의 불이 꺼졌다.
“아!”
순식간에 거실이 어둠에 잠겼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달빛만 바닥을 비추었다.
제니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켰다.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없어.”
강수혁이 사라졌다.
분명 조금 전까지 사람이 쓰러져 있던 자리에는 피만 남아 있었다.
제니가 다급하게 거실을 비췄다.
소파 뒤.
주방.
현관.
어디에도 없었다.
현관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말도 안 돼.”
죽은 사람이 어떻게 사라져.
제니는 급히 방문을 모두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결국 경찰에 전화를 걸었지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침입자는 사라졌다.
시체도 없었다.
남아 있는 건 거실에 흥건한 피와 피 묻은 칼뿐이었다.
제니는 신고 버튼을 누르려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바닥을 다시 내려다봤다.
이상했다.
피가—
사라지고 있었다.
닦이는 것이 아니었다.
검붉은 핏자국이 바닥으로 스며들듯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뭐야…… 이거.”
제니가 한 걸음 물러났다.
몇 분 뒤.
마지막 붉은 흔적마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은 것은 제니의 손에 묻은 피뿐이었다.
그날 밤 제니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문을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보조 잠금장치까지 걸었다.
창문도 전부 잠갔다.
새벽이 가까워졌을 무렵에야 침대에 몸을 누였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계속 수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칼이 들어가던 순간.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의 수혁은 고통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웃었던 것 같다.
제니가 눈을 떴다.
“미쳤나 봐.”
그때.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제니는 숨을 멈췄다.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오전 12시 03분.
딩동.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제니는 침대에서 내려와 천천히 현관으로 향했다.
손에는 아까 그 과도를 들었다.
도어록 화면을 확인하는 순간.
제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검은 셔츠.
창백한 얼굴.
강수혁이었다.
몇 시간 전 자신의 손으로 심장을 찔러 죽인 남자.
그가 멀쩡하게 문밖에 서 있었다.
수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치 화면 너머의 제니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웃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날카로운 송곳니가 살짝 드러났다.
“윤제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제니는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수혁이 문에 손을 올렸다.
똑.
똑.
두 번의 노크.
“문 열어.”
“…….”
“나 확인해야 하잖아.”
제니가 떨리는 손으로 과도를 움켜쥐었다.
“뭘…… 확인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수혁이 아주 낮게 웃었다.
“이번에도 네가 날 죽일 수 있는지.”
제니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 순간 수혁의 붉은 눈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나는 네가 죽인다고 죽는 인간이 아니거든.”
잠시 후.
현관문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니는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바라봤다.
수혁이 사라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문 같은 건 잠가 봐야 소용없어.”
제니의 눈이 크게 뜨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현관 밖에 있던 강수혁이—
어느새 그녀의 거실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붉은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곳.
제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쿵.쿵.제니의 손바닥 아래에서 분명한 박동이 느껴졌다.“진짜 뛰어.”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얼굴이 낯설 정도로 굳어 있었다.“이게 어떻게…….”서도겸이 빠르게 다가왔다.수혁의 손목을 잡으려는 순간.탁.수혁이 그의 손을 쳐냈다.“건드리지 마.”도겸의 눈이 가늘어졌다.“힘은 남아 있네.”“뭐?”“심장이 뛰기 시작했다고 바로 인간이 된 건 아닌 것 같다고.”제니가 조금 전 본 기억을 떠올렸다.네 피는 강수혁을 인간으로 만드는 피야.“아니야.”두 남자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본 기억에서는 분명히 그랬어.”“뭐라고?”“재희한테 어떤 여자가 말했어.”제니가 수혁을 바라봤다.“내 피가 당신을 인간으로 만든다고.”침묵이 흘렀다.수혁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여전히 창백한 피부.송곳니도 그대로였다.붉은 눈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별로 인간 같지는 않은데.”“시간이 필요한 거 아닐까?”제니가 말하자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왜?”“뱀파이어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피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어.”“그럼 방금 이건 뭔데?”“그러니까 문제지.”도겸이 제니를 바라봤다.“네 피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니까.”그 순간 수혁의 몸이 휘청거렸다.“수혁!”제니가 급히 붙잡았다.수혁의 체온이 이상했다.차갑지 않았다.“당신 몸…….”제니가 그의 목에 손을 댔다.미약하지만 분명한 온기가 느껴졌다.수혁의 표정도 변했다.“따뜻해?”“조금.”수혁이 자신의 목을 짚었다.그러다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왜 그래?”“시끄러워.”“뭐가?”“네 심장 소리.”제니가 굳었다.“내 거?”“너무 크게 들려.”수혁의 눈이 다시 붉어졌다.제니의 목.손목.그리고 손가락의 상처로 시선이 차례로 움직였다.“피 냄새도.”수혁이 이를 악물었다.“아까보다 더 심해.”제니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수혁도 동시에 뒤로 물러났
“내가 네 피를 마시는 순간.”수혁의 송곳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이번에는 정말 멈추지 못할 수도 있어.”제니는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봤다.[피를 나누면 기억이 열린다.]“그럼 안 하면?”“뭐?”“기억을 못 보는 거잖아.”“그게 낫지.”수혁은 단호했다.“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충분해.”“나는 아닌데.”“윤제니.”“백이십 년 전에 내가 왜 당신을 죽이려고 했는지, 누가 재희를 죽였는지, 왜 내 피 때문에 뱀파이어들이 찾아오는지.”제니가 손목의 표식을 들어 보였다.“이것도 아직 제대로 모르잖아.”“그래도 네 피를 마시는 건 안 돼.”“조금만 마시면?”“양의 문제가 아니야.”수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네 피 앞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나도 몰라.”서도겸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수혁의 시선이 날카롭게 돌아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한 방울이면 될 수도 있어.”“닥쳐.”제니가 도겸을 바라봤다.“한 방울?”“메시지가 사실이라면 중요한 건 흡혈이 아니라 피를 나누는 행위야.”“확실해?”“확실한 건 없어.”도겸이 벽의 문양을 바라봤다.“하지만 표식이 반응하는 걸 보면 가능성은 있지.”제니는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의 밴드를 바라봤다.상처는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해보자.”“안 돼.”“수혁.”“다른 방법 찾아.”“언제?”제니가 수혁을 똑바로 바라봤다.“또 누가 내 집에 들어오고, 또 뱀파이어가 찾아올 때까지?”수혁은 대답하지 못했다.“난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고 싶지 않아.”제니가 밴드를 천천히 떼었다.희미하게 아물었던 상처가 벌어지며 작은 핏방울이 맺혔다.순간.수혁의 눈이 새빨갛게 변했다.“제니.”“한 방울만.”“치워.”그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당장.”제니는 물러서지 않았다.“나 믿어.”수혁이 헛웃음을 흘렸다.“지금 제일 믿으면 안 되는 게 나야.”“그래도.”제니가 손을 내밀었다.“당신은 지금까지 참았잖
“백이십 년 전에 윤재희가 만든 조건이 바뀌었다는 뜻이야.”서도겸의 말에 윤제니는 강수혁의 가슴을 바라봤다.자신의 손목과 똑같은 붉은 표식.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다.“조건이 바뀌었다고?”“그래.”“어떻게?”도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수혁이 셔츠를 여몄다.“네가 만든 거잖아. 설명해.”“내가 만든 건 원래 하나였어.”도겸이 제니의 손목을 가리켰다.“윤재희에게 남긴 표식.”“그런데 왜 나한테도 생겼는데?”수혁이 물었다.“그걸 모르겠다고.”도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백이십 년 동안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어.”제니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잠깐.”그녀는 수혁을 바라봤다.“내가 처음 당신을 찔렀을 때.”“왜?”“심장을 찔렀잖아.”“그랬지.”“그때 정말 죽었던 거야?”수혁이 잠시 생각했다.“평소보다 오래 의식이 끊겼어.”“얼마나?”“정확히는 몰라.”도겸의 표정이 변했다.“심장을 찔렀다고?”“그래.”“그리고 살아났어?”수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지금 보이잖아.”“그게 문제가 아니야.”도겸이 수혁에게 다가왔다.“그때부터 표식이 나타난 거라면.”그는 말을 멈췄다.제니가 재촉했다.“뭔데?”“원래 약속이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죽여야 끝난다며.”“원래는.”도겸이 제니를 바라봤다.“그런데 네가 심장을 찔렀고, 강수혁은 다시 살아났어.”“그래서?”“죽음으로 끝내려던 약속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거지.”수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무슨 방향.”도겸은 대답 대신 벽의 문양을 바라봤다.붉은 선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마치 두 사람의 표식에 반응하는 것처럼.“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도겸이 말했다.“윤제니. 손을 대봐.”제니가 벽으로 다가갔다.수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위험해.”“가만히 있어도 위험하잖아.”“제니야.”“이번에는 내가 결정할게.”수혁은 결국 손을 놓았다.제니가 손바닥을 문양 위에 올렸다.순간.붉은빛이 방 전체로 번졌다.어두운
“백이십 년 전에 윤재희가 죽으면서 끝났어야 했거든.”제니는 손목을 내려다봤다.붉은 표식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끝났어야 했다는 게 무슨 뜻이야?”서도겸은 대답하지 않았다.“아까는 약속이라며.”제니가 그를 노려봤다.“제대로 설명해.”도겸이 벽에 드러난 문양으로 시선을 돌렸다.“재희가 원한 건 단순했어.”“뭔데?”“다음 생에서도 강수혁을 만나게 된다면.”그의 시선이 수혁에게 향했다.“이번에는 반드시 죽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수혁의 턱이 굳었다.“그래서 표식을 만든 거야?”“그래.”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조건이 있었어.”“조건?”“첫 번째.”도겸이 손가락 하나를 폈다.“다시 태어난 재희가 강수혁을 만나면 표식이 깨어난다.”제니는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움켜쥐었다.수혁을 만난 바로 그날.이 표식이 생겼다.“두 번째는?”“강수혁의 피가 가까이 있으면 기억이 돌아온다.”제니의 표정이 굳었다.“그래서 내가 자꾸 그 여자 기억을 본 거야?”“아마도.”“아마도?”“나도 이런 식으로 깨어날 줄은 몰랐으니까.”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세 번째.”도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정해진 방법으로 강수혁을 죽이면 표식은 사라진다.”제니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목.”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심장이 아니고.”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니가 그를 돌아봤다.“그래서 아까 대답 안 했구나.”“확실하지 않았어.”“당신 몸인데?”“백이십 년 동안 누가 내 목을 잘라본 적은 없거든.”제니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그걸 농담이라고 해?”“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서.”“당신 목 얘기 중이야.”“그러니까 더 살벌하지.”“둘 다 그만하지?”도겸이 끼어들었다.제니는 다시 그를 바라봤다.“그럼 재희는 왜 이런 걸 만든 거야?”“그건 네가 봐야 할 것 같은데.”도겸이 벽의 문양에 손을 댔다.순간.제니의 표식이 타는 듯 뜨거워졌다.“잠깐—”시야가 어두워졌다.“정말 이 방법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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