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섹시뱀프는 항상 아가씨의 곁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해. 내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
“이건 불편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가씨의 안위에 관련된 일입니다. 아가씨의 곁이 그가 머물 곳입니다. 그러니 그에게 줄 방은 없습니다.”
“앤, 난 그와 같은 방에 있고 싶지 않아.”
“정 그렇게 싫으시다면 공작님께 직접 말씀드려 허락을 얻으십시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그가 불편하시면 그에게 기척을 죽이라고 하세요. 숨을 멈추는 것도 가능하니 같이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방 안에 둔 가구처럼 여기셔도 됩니다.”
“그럴 순 없어. 그도 쉬어야 하잖아.”
“뱀파이어는 잠을 잘 필요도 없고 휴식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치 아인스가 생명이 없는 물건인 것처럼 말을 하는 앤과의 대화가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앤은 아인스를 가구와 비슷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었다.
아무리 인간과는 다른 종족인 뱀파이어라 해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고 말도 하고 감정을 가진 존재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건 같은 방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불편함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만 나가 봐.”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손을 올려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갖고 싶지 않았던 섹시뱀프를 갖게 된 것부터 해서 이제는 사생활이라는 것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거기다가 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거라는 생각에 여자로서의 자존감까지 박탈당하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머리에 닿는 느낌이 들더니 지끈거리던 머리가 상쾌해졌다. 이마를 짚었던 손을 떼어내니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아인스가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지금 뭘 한 거야?”
“불편해 보이셔서 편하게 해 드렸습니다.”
아인스의 손이 머리 위를 가볍게 누르고 있었고 바이올렛은 이마를 짚었던 손으로 그의 손을 떼어냈다.
“앞으로는 허락 없이 내게 손대지 마.”
“네 알겠습니다.”
바이올렛의 말에 부드럽게 대답한 아인스가 굽혔던 무릎을 펴고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났다. 바이올렛의 말에 복종의 대답을 했지만 만일 그녀에게 위험한 일이 닥치게 되면 그녀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마법석에 걸린 강제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놓인 것이 바로 주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올렛이 그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았지만 아인스는 기척을 죽이고 그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녀가 느끼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바이올렛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다.
19살인 나이보다는 어려 보였는데 그것은 그녀의 키가 작고 몸매가 가냘팠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인들이 170cm 이상의 키를 갖는 것에 반해 바이올렛의 키는 160cm에 겨우 이를 정도였다.
가는 목에 둥그렇고 가냘픈 어깨는 작은 힘에도 으스러질 것만 같아 보였고 날씬한 허리는 그의 한 손으로 감아쥐어도 남을 것처럼 보였다. 키가 작아서인지 얼굴 역시 작았다. 거기다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풍성한 머리카락은 그녀의 얼굴을 더 작아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눈부신 황금색으로 둘러싸인 얼굴은 흰 눈처럼 새하얗고 크림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커다란 보라색의 눈망울과 작지만 뚜렷한 콧날에 도톰한 붉은색의 입술은 한입에 삼켜버리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었다.
잠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방에 있던 바이올렛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후면 예법 교사가 도착할 것이었다. 17살에 이미 예법교육을 끝낸 바이올렛이었지만 얼마 안 있으면 황궁으로 가게 될 그녀를 위해 체이서 공작이 황궁 예법을 다시 한 번 복습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예법 교사는 예전에도 그녀에게 예법을 가르쳤던 오넬리 남작부인이었다. 지난주에 방문하여 바이올렛과 대화를 나눠보고는 더 이상의 교육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오넬리였지만, 바이올렛은 그녀에게 당분간 계속 와 달라고 부탁을 해둔 상태였다.
바이올렛이 밖으로 나가자 아인스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수업을 진행할 서재로 간 바이올렛은 앤에게 간단한 다과를 준비시키고는 자신의 매무새를 살펴보고 손 볼 곳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자에 앉아 오넬리 남작부인을 기다렸다.
약속시간 정각에 서재에 도착한 오넬리 남작부인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게 했다.
오넬리 남작부인의 뒤에는 그녀의 섹시뱀프가 서 있었다. 그녀의 뒤에 선 섹시뱀프는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오넬리 남작부인은 남편과 사별한 이후로 섹시뱀프를 셋을 두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섹시뱀프를 데리고 다니는 특성상 나머지 둘은 서재 밖의 문을 지키고 서 있을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제가 괜히 번거롭게 해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닙니다. 저도 원한 일인걸요. 그나저나 결국엔 섹시뱀프를 들이신 모양입니다.”
“네 오늘부터 거느리게 되었답니다.”
“열락의 밤은 아직 겪어보지 못하셨겠네요. 그런데 열락의 밤을 겪지 않은 것치고는 섹시뱀프의 시선이 꽤나 열렬해 보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나중이 되면 절로 알게 될 일입니다. 하긴 남성이라면 바이올렛을 저리 바라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바이올렛이 오넬리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아인스에게로 잠시 시선을 주었다. 그녀가 보기엔 아인스의 눈빛은 특별할 것도 없는 눈빛이었다.
그녀가 아인스를 바라보자 시선을 마주해 오는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자신의 앞에 있는 오넬리 부인에게로 옮겼다.
“이제 곧 황궁으로 들어가시게 되겠네요.”
“아직은 아닙니다. 일 년 정도는 더 공작 저에 머물게 될 것 같아요.”
“황태자께서 마음이 바쁘다 하시던데 그 정도까지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오넬리의 말에 바이올렛의 뺨이 붉어졌다. 황태자인 카론 콘래드 바렌이 바이올렛에게 열렬히 구애했다는 사실을 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의 구애는 미혼 남성 귀족들을 향해 바이올렛을 자신의 것이니 손대지 말라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 그 일이 있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새삼 기억에 떠올리니 부끄러워졌다.
3년 전 황제의 탄생축하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그때만 해도 미혼이었던 둘째 오라비인 바이런의 손을 잡고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그전까지만 해도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에 가까웠던 바이올렛의 외모가 막 무르익기 시작하는 때였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렛과 바이런의 연회장 안에 들어선 순간 연회장 안의 시선들이 둘에게 집중되었다. 소녀와 여인의 중간쯤 되는 바이올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숨죽이며 그녀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에 당황한 것도 잠시 곧이어 이어진 황제와 황후, 황태자의 입장이 이어지자 바이올렛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허리를 굽혀 경애와 복종의 몸짓을 하고 있었다.
황제와 황후의 뒤를 따라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던 황태자는 연회장 안을 둘러보다가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우아한 자태의 허리를 살짝 굽히고 새하얀 가는 목을 숙이고 있던 바이올렛에게로.
황제가 예를 거두기를 명하고 황후와 함께 연회 시작을 알리자 황태자는 곧바로 바이올렛을 찾았다. 연회 동안 내내 그녀의 곁에 머무르던 황태자는 그 날 이후로 바이올렛의 파트너를 자청하며 연회에 참석하기 시작했고, 한 달 후 구구절절한 자신의 마음을 밝히면서 바이올렛에게 청혼을 했던 것이었다.
바이올렛이 초경을 치른 여인이었다면 그 즉시 혼인이 가능했겠지만 그녀는 초경조차 겪지 않은 소녀의 몸이었다. 황실의 예법에 따라 초경을 치르고 난 후 약혼을 하고 일 년 후 혼인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그렇게 바이올렛은 황태자의 예비 약혼녀가 되었다.
하지만 초경이 늦어진 바이올렛을 기다리다 못한 황제가 작년에 황태자를 강제로 혼인시켰고 바이올렛은 황태자비가 아니라 후궁으로 황궁에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황태자인 카론은 비록 혼인은 다른 여인과 먼저 했지만 후계는 바이올렛에게서만 낳을 것이며 차후에 그녀를 황후로 만들어 줄 것을 약속하고서야 체이서 공작에게 바이올렛과의 혼인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지금 황태자비가 누구이든 황태자의 사랑이 향하는 이는 바이올렛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바이올렛은 딱히 황태자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황태자가 자신을 원하는 이유가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을 사랑한다며 고백한 황태자에게 토이뱀프가 일곱인 것을 고려할 때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는 예쁜 인형을 갖고 싶어 하는 소유욕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을 뿐이다.
자신에게 선택권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막시크에서는 여인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라는 황태자와 황제의 명을 거역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황태자와의 혼인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오넬리 남작부인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돌아 가봐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넬리가 보기에 바이올렛은 아름다운 외모와 공작가의 하나뿐인 공녀라는 낮지 않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또한 순수했다.
겨우 남작부인인 자신을 대할 때도 넘치는 배려를 해주었기에 자신보다 처지가 나은 바이올렛에게 질투를 느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바이올렛의 외모는 아름다웠지만 또한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가냘프고 연약하면서도 청순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꺾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외모이기도 했다.
여인인 자신이 보기에도 그럴 진데 남자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겠는가? 공작가의 남자들이 바이올렛에게 유난히 구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올렛이 살짝 무릎을 굽히고 인사를 했다.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그동안 편안히 계시고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마시고 무리가 되지 않게 시간을 넉넉히 잡고 처리하세요.”
“배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바이올렛 그럼 이만 가볼게요.”
오넬리 남작 부인의 아들이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어 당분간 공작 저에 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알린 참이었다. 오넬리 남작 부인을 배웅하고 나서 바이올렛은 앤을 불러 오넬리 남작 부인의 아들의 아카데미 입학 선물을 준비하도록 했다.“선물은 오넬리 남작부인의 저택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가능하면 이번 주 내에 도착하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앤이 물러나자 바이올렛은 방으로 향했다. 저녁 식사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게 되면 분명 아인스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와 피곤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미리 쉬어둘 요량이었다.침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길게 뻗어 스툴을 다리 아래에 받치고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생각 같아서는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옷이 엉망으로 구겨져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이어서 소파에 앉아 쉬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후’ 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아인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마사지해서 굳은 몸을 풀어 드리겠습니다.”“아니, 괜찮아.”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그가 내내 자신의 뒤를 지켰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서서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뱀파이어가 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이리 와서 앉아.”바이올렛이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고 아인스는 곧 그녀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소파에 앉는 그를 바라보던 바이올렛은 곧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은 바이올렛은 그녀를 핥듯이 바라보고 있는 아인스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했다.무언가를 눌러 참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가 편 아인스는 손을 바이올렛에게로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덧그렸다. 그의 손은 마치 그녀를 직접 만지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풍성한 머릿결을 따라 움직이던 손이 두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도톰한 입술을 따라 손가락을 그려보다가 곧 가는 목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옷에 단단히 감추어진 봉긋한 가슴과 낭
“섹시뱀프는 항상 아가씨의 곁에 머물러야 하는 존재입니다.”“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해. 내가 굳이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아.”“이건 불편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가씨의 안위에 관련된 일입니다. 아가씨의 곁이 그가 머물 곳입니다. 그러니 그에게 줄 방은 없습니다.”“앤, 난 그와 같은 방에 있고 싶지 않아.”“정 그렇게 싫으시다면 공작님께 직접 말씀드려 허락을 얻으십시오.”“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그가 불편하시면 그에게 기척을 죽이라고 하세요. 숨을 멈추는 것도 가능하니 같이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 방 안에 둔 가구처럼 여기셔도 됩니다.”“그럴 순 없어. 그도 쉬어야 하잖아.”“뱀파이어는 잠을 잘 필요도 없고 휴식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마치 아인스가 생명이 없는 물건인 것처럼 말을 하는 앤과의 대화가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앤은 아인스를 가구와 비슷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었다.아무리 인간과는 다른 종족인 뱀파이어라 해도 인간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고 말도 하고 감정을 가진 존재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편했다.그건 같은 방에 머물고 싶지 않다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불편함이었다.“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만 나가 봐.”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손을 올려 이마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갖고 싶지 않았던 섹시뱀프를 갖게 된 것부터 해서 이제는 사생활이라는 것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거기다가 여자가 아닌 남자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거라는 생각에 여자로서의 자존감까지 박탈당하는 느낌이었다.무언가 머리에 닿는 느낌이 들더니 지끈거리던 머리가 상쾌해졌다. 이마를 짚었던 손을 떼어내니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아인스가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지금 뭘 한 거야?”“불편해 보이셔서 편하게 해 드렸습니다.”아인스의 손이 머리 위를 가볍게 누르고 있었고 바이올렛은 이마
“하아”뜨거운 숨결이 길게 뱉어졌다.무어라 설명할 수조차 없는 황홀한 감각이 다시 한 번 몸을 덮쳐와 얕은 신음을 내뱉고는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에 잡히는 듯싶더니 이내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져 빠져나가고 조금 더 강한 자극이 저 깊은 아랫배의 어딘가에서 느껴졌다.“으읏”예민한 안쪽에 뜨거운 것이 닿았다. 잘게 몸을 떨며 신음을 뱉어내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억지로 입술을 물어 나오려는 말을 삼켰다.“흣”더 깊은 곳이 침범당하고 열이 올라 붉어진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또로록 흘러내렸다.주먹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이 살을 파고들려고 하자 그녀보다 더 크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손을 덮어 감쌌고 아랫배 깊은 곳에 닿던 뜨거운 것이 쑥 빠져나갔다.연신 덮쳐오던 자극이 멈추어도 몸을 가눌 수가 없긴 마찬가지였다.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귀가에 닿았다. 순간 끼친 소름에 몸을 흠칫 굳혔다. 낮은 톤과는 상관없이 그 말은 내용은 다정하고 순종적이었다.“스스로를 상하게 하시면 안 됩니다. 차라리 제 손을 움켜잡으십시오.”눈물에 젖은 눈가를 몇 번 핥아내던 남자의 얼굴이 다시 아래로 움직였다.*열락의 밤그날을 의미하는 또 다른 말이다.여인의 몸이 아이를 가질 준비가 갖추어지면 초경이 시작된다. 초경을 치른 후 다음 월경이 이르기 전 가족들은 여인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여인을 지키기 위한 강하고 순종적인 노예를.처음엔 여인과 같은 인간을 노예로 만들어 여인을 지키게 했지만, 지키기보다 오히려 여인을 빼앗거나, 범하고 훔쳐 달아나버리는 일이 생긴 이후로는 인간 대신 뱀파이어에게 강제를 걸어 노예로 만들게 되었다.인간에 의해 송곳니가 뽑히고 그 자리에 강제를 건 마법석을 박아 넣어, 주인의 말엔 무조건 복종하고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버릴 수 있는 노예를 만들어 낸 것이다.뱀파이어이기에 피를 마셔야만 했고 주인의 피만을 마실 수 있게 만든 뱀파이어에게 몸에 상처를 만들어 피를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