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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3화 마흔 명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30 00:31:55

전화 연결음이 몇 번 울렸다.

일진들은 복도 끝에 모여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

조금 전까지 류채아와 맞섰던 다섯 명.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전화가 연결됐다.

“말해.”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굳었다.

전화를 걸었던 학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류채아가 나타났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래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있었는데.”

학생은 잠시 망설였다.

“류채아가 끼어들었습니다.”

“그건 예상했지.”

대장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그다음.”

학생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싸웠습니다.”

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몇 명이?”

“……저희 다섯 명이요.”

“그리고?”

학생은 주변을 바라봤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조용했다.

“졌습니다.”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뭐?” 짧은 한마디.

하지만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학생은 숨을 삼켰다.

“류채아 혼자였습니다.” “…….”

“저희가 먼저 움직였는데.”

학생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제대로 맞히지도 못했습니다.”

다른 학생이 옆에서 낮게 말했다.

“엄청 빨랐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대장이 말했다.

“너희 다섯 명이.”

“네.” “한 명한테?”

“……네.”

잠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장이 낮게 웃었다.

“그래.”

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대장?”

“이제 확실해졌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 여자애.”

대장이 말했다.

“평범한 애가 아니야.”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움직였어?”

“잘 모르겠습니다.” “뭐?”

“빛이 난 것도 아니고.”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특별한 게 보인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냥…….”

학생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말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다른 학생이 곧바로 덧붙였다.

“힘도 엄청 셌고요.”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저희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대장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았다.”

뚝. 전화가 끊겼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끝난 거야?”

“모르겠어.”

“대장이 뭐라고 했어?”

“평범한 애가 아니라고.” “그럼?”

학생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직접 움직일 거야.”

낡은 건물 안.

대장은 창문 앞에 서 있었다.

휴대전화는 이미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의 표정에는 웃음이 없었다.

테이블 주변에는 몇 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한 학생이 물었다.

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다 모아.”

학생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누굴?”

“여기 있는 애들 전부.”

“서른 명?” “아니.”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더.” “더 있다고?”

대장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전에 말했던 애들 있잖아.”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다른 학교 애들?” “그래.”

“걔네까지 부른다고?”

“응.” “그럼…….”

한 학생이 잠시 계산하듯 중얼거렸다.

“열 명 정도 더 오는데.”

대장이 대답했다.

“부르라고.”

잠시 뒤.

건물 안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꺼냈다.

누군가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냈다.

짧은 시간.

낡은 건물 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장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다.

“류채아는.”

그가 천천히 말했다.

“혼자야.”

한 학생이 말했다.

“근데 류현이 있잖아요.”

대장의 시선이 움직였다.

“맞아.” “그럼 둘 아닙니까?”

“둘이지.”

대장은 잠시 생각했다.

“그래서 더 좋다.”

“뭐가요?”

“둘이면.”

대장이 말했다.

“확인하기 쉬워.”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확인이요?”

“류현도.”

대장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류채아와 같은 놈인지.”

잠시 정적.

대장은 창밖을 바라봤다.

“그날부터 계속 이상했어.”

“…….” “류채아가 움직이면.”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류현도 근처에 나타났지.”

한 학생이 말했다.

“같은 팀이라고 했잖아요.”

“그래.” “그냥 친구 아닙니까?”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왜요?”

“눈빛이 달랐어.”

학생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둘 다.”

“평범한 애들이 아니야.”

그날 오후.

학교가 끝난 뒤.

류채아는 평소보다 천천히 교실을 나왔다.

오늘 있었던 일이 계속 생각났다.

다섯 명.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학생들의 눈빛.

“…….” 채아는 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의 움직임이 떠올랐다.

혼의 힘을 크게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분명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너무 빨랐나?’

채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류채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채아가 고개를 돌렸다.

류현이었다. “어.”

“왜 아직 안 갔어?”

“그냥.”

채아는 잠시 망설였다.

“생각 좀 하느라.”

류현은 더 묻지 않았다.

그저 옆에 섰다.

둘은 잠시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오늘.” 류현이 먼저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채아의 걸음이 아주 조금 느려졌다.

“……왜?” “표정이 평소랑 달라.”

채아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말했다.

“싸웠어.”

류현의 걸음이 멈췄다.

“뭐?” “학교에서.”

채아가 말했다.

“전에 내가 말했던 애들 있잖아.”

류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던 애들?”

“응.” “몇 명이었어?”

“다섯 명.”

류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친 곳 있어?” “없어.”

채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나도 다친 데 없고.” “…….”

류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가 막았어.”

“어떻게?”

채아가 잠시 시선을 피했다.

류현은 이미 눈치챈 듯했다.

“힘 썼어?” “조금.”

“혼의 기운은?”

“안 보이게 했어.”

류현은 잠시 생각했다.

“얼마나?”

“……많아야 다섯 배 정도.”

류현이 채아를 바라봤다.

채아가 덧붙였다.

“정말 잠깐만.”

“그래도.”

류현이 낮게 말했다.

“주변에 학생들이 많았잖아.”

“알아.”

“그런데 왜 썼어?”

채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류현은 잠시 기다렸다.

채아가 말했다.

“그냥.” “…….”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

류현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채아는 계속 말했다.

“오늘 처음이 아니었어.”

“어제도.”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계속.”

류현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른 애들만 계속 괴롭혔어.”

“나한테는 직접 아무것도 안 했고.”

그 말에 류현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다른 애들만?”

“응.” “확실해?” “응.”

류현은 잠시 주변을 바라봤다.

“이상하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채아가 말했다.

“왜 굳이 나를 피하면서 다른 애들만 괴롭히는지.”

류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채아가 움직이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 류현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준한테 연락할게.”

채아가 말했다.

“다른 애들한테도 알려?”

“응.” “아직 확실한 건 없잖아.”

“확실하지 않으니까 알려야 해.”

류현은 짧게 말했다.

채아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팀원들이 모인 곳.

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섯 명?” “응.”

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

아린이 물었다. “응.”

이준이 잠시 생각했다.

“왜 갑자기 다른 학생들을 괴롭힌 걸까?”

“그게 문제야.”

류현이 말했다.

“채아는 건드리지 않았어.”

태혁이 고개를 들었다.

“뭐?” “다른 학생들만.”

류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일부러.” 순간.

거실이 조용해졌다.

아린이 말했다.

“설마.” “확실하지 않아.”

이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어.”

채아가 물었다.

“내가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어.”

태혁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면 이제 어떡해?”

“당분간.”

류현이 말했다.

“혼자 움직이지 마.”

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준이 덧붙였다.

“학교에서도 주변을 조금 조심하고.”

“알겠어.”

아린은 불안한 표정이었다.

“설마 진짜로 우리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낡은 건물.

문이 열렸다.

끼익.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새로운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기존에 있던 학생들은 고개를 들었다.

“왔네.” “왜 갑자기 부른 거야?”

새로 들어온 학생 중 한 명이 물었다.

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밖에서 또 발소리가 들렸다.

낯선 학생들이 하나둘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한 명. 두 명. 세 명.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 학생까지.

대장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기존의 서른 명.

그리고 새로 들어온 열 명.

총. 마흔 명.

건물 안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 왔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왜 모인 건데?”

대장은 천천히 대답했다.

“한 사람 때문이야.”

“누구?” “류채아.” 순간.

건물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 명 때문에 마흔 명을 모았다고?”

“누군데?”

“여자애라고?”

“뭐야?”

대장은 아무 말 없이 학생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그 여자애 하나 때문에 모인 게 아니야.”

“그럼?”

대장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류현도 있다.”

몇몇 학생의 표정이 달라졌다.

“둘이라고?” “그래.”

“그럼 둘이 우리랑 싸운다는 거야?”

누군가 웃었다.

“마흔 명이?”

대장은 그 웃음을 바라봤다.

“웃지 마.”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건물 안이 조용해졌다.

“너희.” 대장이 천천히 말했다.

“아직 류채아가 어떻게 싸우는지 못 봤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장은 잠시 멈췄다.

“류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

그는 두 사람의 이름을 천천히 말했다.

“내일.” 학생들의 표정이 굳었다.

“둘 다 확인한다.”

밤.

채아는 숙소 방 안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쉽게 잠들 수 없었다.

오늘 있었던 일이 계속 생각났다.

다섯 명을 상대했던 순간.

그리고 주변 학생들의 시선.

“…….” 채아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류현: 안 자?

채아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채아: 아직.

잠시 뒤.

류현: 문 앞에 있어.

채아가 눈을 크게 떴다.

“뭐?” 곧바로 문을 열었다. 복도.

류현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왜 여기 있어?”

“할 말 있어서.”

“지금?” “응.”

채아는 문 앞에 섰다.

류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내일.” “응?”

“학교 끝나면 바로 혼자 가지 마.”

채아가 류현을 바라봤다.

“왜?” “그냥.”

류현은 짧게 대답했다.

“오늘 일이 마음에 안 들어.”

채아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혼자 다섯 명을 이긴 거?”

“그게 아니야.” “그럼?”

류현은 복도 끝을 바라봤다.

“너를 건드리지 않고.”

잠시 멈췄다.

“다른 학생들만 건드린 거.”

채아의 표정이 굳었다.

류현은 다시 말했다.

“누군가 너를 움직이게 하려고 한 것 같아.”

“…….” “그러니까 내일은.”

류현의 시선이 채아에게 돌아왔다.

“혼자 움직이지 마.”

채아는 잠시 그 말을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류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류현 오빠.”

채아가 불렀다.

류현이 멈췄다.

“왜.” “고마워.”

류현은 잠시 채아를 바라봤다.

“뭐가.” “신경 써줘서.”

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뒤.

“팀원이니까.”

짧은 말이었다.

그리고 류현은 복도를 걸어갔다.

채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지 못했다.

같은 시간.

학교와 멀지 않은 곳.

마흔 명의 학생들이 이미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장이 서 있었다. “내일.”

대장이 낮게 말했다.

“끝낸다.”

어두운 건물 안.

마흔 명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 향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일이 아니었다.

류채아. 그리고 류현.

두 사람을 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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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과 류채아가 동시에 골목을 빠져나왔다.“저쪽이야!”조금 전 두 사람을 찾아왔던 학생이 숨을 몰아쉬며 방향을 가리켰다.“검은 게…… 저쪽 학생들을 따라갔어!”류현의 눈빛이 즉시 바뀌었다.“채아.” “응.”“앞으로.”두 사람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학생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있었다.따라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조금 전 자신을 향해 움직이던 검은 기운.그리고.자신 앞을 막아섰던 류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학생은 결국 두 사람의 뒤를 바라봤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학교 근처의 길.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었다.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휴대폰을 보는 학생.친구와 장난을 치며 걷는 학생.평범한 오후였다.하지만. 그들 뒤.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곳에서 검은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스르르.바닥을 따라 흐르던 기운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한 학생의 바로 뒤.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었다그 순간.“멈춰!” 쿠웅!강한 힘이 검은 기운을 밀어냈다.학생들의 주변 공기가 크게 흔들렸다.“뭐야?” “바람?”몇몇 학생들이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하지만.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검은 기운은 이미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그리고.채아가 학생들 사이에 서 있었다.“…….”학생들은 갑자기 달려온 채아를 이상하게 바라봤다.“류채아?”“왜 갑자기?”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은.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검은 기운이 다시 천천히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류현도 곧바로 채아 옆에 섰다.“봤어?”채아가 낮게 물었다.“응.” “저게 본체야?”“아직 모르겠어.”류현은 주변을 살폈다.“기운이 너무 불규칙해.”악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검은 안개처럼 보이던 기운이.조금씩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하지만.정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영혼의 경계   제 45화 도망친 목격자

    다음 날 아침.류채아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교실 안에는 아직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몇몇 학생들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채아는 가방을 내려놓은 뒤 조용히 교실을 둘러봤다.“…….” 어제.공터에서 자신과 류현을 바라보던 학생.얼굴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이름은 알지 못했다.같은 학교 교복.그것밖에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채아는 창밖을 바라봤다.‘누구였을까.’전투를 봤다.그것도.류현과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마지막에는 기억을 정리하는 장면까지 봤다.채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기억을 지우는 걸 봤다는 건…….’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류채아.”갑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채아가 고개를 들었다.류현이었다.채아가 작게 놀랐다.“류현 오빠?”“잠깐 나와.”채아는 주변을 한번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응.”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아직 등교 시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복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채아가 물었다.“찾았어?”류현은 고개를 저었다.“아직.”“그럼 왜 불렀어?”“얼굴은 기억하지?”“응.” “나도.”채아가 잠시 생각했다.“그런데 같은 학년인지도 모르잖아.”“알아.”“그럼 어떻게 찾으려고?”류현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일단 반응을 보면 돼.”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응?”“어제 우리를 본 사람이면.”류현이 말했다.“오늘 우리를 보고 평소처럼 행동하기 어려울 거야.”채아는 잠시 생각했다.그 말은 맞았다.어제 공터에서 벌어진 일을 본 학생이라면.자신과 류현을 다시 보는 순간.놀라거나 피하려 할 가능성이 컸다.“그럼.” 채아가 말했다.“학생들을 계속 보는 거야?”“아니.” 류현은 짧게 대답했다.“우리 주변을 보는 거지.”채아는 작게 웃었다.“그게 더 이상한데.”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뒤.등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이 하나둘 교

  • 영혼의 경계   제 44화 공터의 목격자

    학교가 끝난 뒤.류채아와 류현은 평소보다 천천히 학교 정문을 벗어났다.채아는 가방끈을 잡은 채 주변을 살폈다.사람들은 평소처럼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그리고 길을 따라 걸어가는 다른 학생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하지만.채아는 계속 같은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한 명이 아니었다.채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류현 오빠.” “응.”“아까부터.” “알아.”류현은 앞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채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몇 명이야?”“정확히는 모르겠어.”“많아?”류현의 시선이 잠시 주변으로 향했다.“적지는 않아.”채아의 표정이 굳었다.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학교에서 조금씩 멀어졌다.사람이 많은 길을 지나.상점이 줄어든 곳으로 향했다.그리고.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주변은 점점 조용해졌다.류현이 낮게 말했다.“계속 따라오고 있어.”“응.” “그럼 확인하자.”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방향을 바꿨다.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벗어나.한적한 길로 들어섰다.조금 더 걸어가자.넓은 공터가 보였다.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었고.주변에는 오래된 나무와 낮은 담장이 있었다.사람이 자주 다니는 장소는 아니었다.채아가 걸음을 멈췄다.류현도 함께 멈췄다.“여기면 되겠지.”채아가 주변을 둘러봤다.“사람 없어.”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조용히 말했다.“나와.” 잠시.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바람이 공터 위를 스쳐 지나갔다.그때.낮은 담장 뒤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나무 뒤.공터 입구.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채아의 눈빛이 굳었다.“…….” 한 명. 두 명.다섯 명. 열 명.숫자는 계속 늘어났다.학생들은 공터 안으로 들어오며 두 사람을 천천히 둘러쌌다.류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사십 명.”채아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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