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제 21화 사라지지 않는 기척마귀들이 사라진 뒤에도 숲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라에나는 한동안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정말 사라진 거야?” 카르디안이 주변을 살폈다.“기척은 느껴지지 않습니다.”하지만 레오르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붉은 눈동자는 조금 전 마귀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라에나가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아까 마귀가 너를 바라봤다.” “나를?” “그래.”라에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손끝에는 희미한 백색의 빛이 남아 있었다. “내 힘 때문일까?”레오르칸은 잠시 침묵했다. “가능성은 있다.”“그럼 왜 나를 노리는 건데?” “아직 모른다.”라에나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은 정말 모르는 게 많네.”레오르칸은 귀찮다는 말로 대답을 했다.“쓸데없는 말이 많군.” “또 그렇게 말하지.”라에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때 카르디안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잠시만요.”세 사람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사각…….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였다.라에나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누가 있는 거야?” 레오르칸이 손을 들어 그녀를 뒤로 물렸다.“움직이지 마라.” “또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고?”“이번에는 정말 위험하다.”레오르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잠시 후 나무 사이에서 작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겁에 질린 작은 짐승 한 마리가 숲 밖으로 달려나왔다.라에나는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갔다. “괜찮아?”작은 짐승의 몸에는 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라에나는 손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백색의 빛이 천천히 퍼져나갔다.검게 물들었던 털이 조금씩 본래의 색을 되찾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르칸의 눈빛이 깊어졌다.짐승이 몸을 털고 숲속으로 사라지자 라에나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그러나 레오르칸은 여전히 그녀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네 힘…… 함부로 쓰지 마라.” “왜?” “누군가 그 힘을 찾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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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20화 검은 기운의 흔적숲을 빠져나오던 세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하늘에 퍼져 있던 검은 기운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다.카르디안이 주변을 살폈다. “군주님, 이 기운…… 이상합니다.”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검은 기운을 따라 움직였다.“……우리 뒤를 쫓고 있다.” 라에나의 얼굴이 굳었다.“우리를?” 그 순간 숲 뒤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쿠웅—! 나무들이 흔들렸다.라에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검은 안개 사이로 여러 개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었다.카르디안이 검을 뽑았다. “요괴인가?”레오르칸이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아니다.”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이건…… 마귀의 기운이다.”라에나는 숨을 삼켰다. 마귀. 아직 직접 모습을 본 적은 없었지만, 삼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인간계와 신계로 넘어오고 있다는 존재였다. 검은 안개 속에서 붉은 눈동자 몇 개가 나타났다.라에나가 한 걸음 물러섰다. “저들이 우리를 따라온 이유가 뭐야?”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라에나를 바라보았다.정확히는 그녀의 손끝에 남아 있는 희미한 백색의 빛을.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마귀의 시선 역시 라에나에게 향했다.레오르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뒤로 가라.”“왜?” “지금은 묻지 마라.”라에나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심각함을 느끼고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다음 순간 레오르칸의 몸에서 거대한 검은 힘이 터져 나왔다.콰아앙! 숲을 뒤덮던 안개가 한순간에 밀려났다.그 힘에 마귀들의 그림자도 멀리 튕겨 나갔다.카르디안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군주님이십니다.”하지만 레오르칸은 웃지 않았다.멀리 사라지는 마귀들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도망친 게 아니다.” “그럼?”레오르칸의 시선이 라에나에게 향했다.“확인하러 온 것이다.” 라에나가 눈을 크게 떴다.“무엇을?” 레오르칸은 잠시 침묵했다.그리고 검은 안개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그건 아직 알 수 없다.” 세 사람은 다시 길을 나섰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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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19화 낯선 동행카르디안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숲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라에나는 팔짱을 낀 채 레오르칸을 바라보았다.“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인간계와 신계에 요괴와 마귀들이 넘어오고 있다며.”“그렇다.” “그럼 가만히 있을 거야?”레오르칸의 붉은 눈동자가 라에나에게 향했다.“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또 그 말이야?”라에나는 한숨을 내쉬었다.“당신은 정말 사람 말 안 듣는 것 같아.”카르디안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군주님, 우선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왜지?”“최근 이 주변에서 이상한 기운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 숲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에나의 표정이 굳었다. “누군가……?”카르디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정체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레오르칸은 잠시 생각하더니 몸을 돌렸다. “가자.”라에나가 눈을 크게 떴다. “어디로?”“숲을 벗어난다.” “나도?” 레오르칸이 그녀를 바라보았다.“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와라.” “……정말 말투가 마음에 안 들어.”라에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카르디안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수만 년 동안 누구의 곁에도 서지 않았던 군주가,처음 만난 여인과 함께 걷고 있었다.세 사람은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오르칸의 걸음이 멈췄다.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희미한 검은 기운이 구름 사이로 번지고 있었다.카르디안의 표정이 굳었다. “군주님…… 저건.”“알고 있다.” 레오르칸의 손끝에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다.라에나도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게 마귀야?”“아직 모른다.” 레오르칸은 낮게 대답했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미 차갑게 변해 있었다.멀리 떨어진 하늘에서 검은 기운 하나가 천천히 인간계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운이 향하는 곳은,세 사람이 떠나온 숲이었다. 누군가가 그들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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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18화 다시 만난 충신어둠 속에 서 있던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달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검은 머리카락과 늑대의 문양이 새겨진 옷.그는 레오르칸을 바라보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군주님.” 레오르칸의 붉은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네가…… 아직 살아 있었나.”“군주님께서 돌아오시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에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잠깐. 둘이 아는 사이야?” 남자는 라에나를 바라보았다.“이 여인은……?” “상관하지 마라.”“상관하지 말라니? 나 여기 있거든?”레오르칸은 라에나의 말을 무시한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이름.” “카르디안입니다.”레오르칸은 잠시 그 이름을 되뇌었다.아주 오래전, 자신을 따르던 늑대족의 충신.수만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의 앞에 서 있었다.“말해라. 내가 봉인된 뒤 무슨 일이 있었지?”카르디안의 표정이 무거워졌다.“군주님께서 봉인되신 뒤 늑대족은 흩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군주님께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그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실 거라고.”레오르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카르디안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말해라.” “삼계의 균형이 뒤틀리고 있습니다.”라에나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삼계의 경계가 약해지면서 요괴와 마귀들이 인간계와 신계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신계까지?” 라에나의 눈이 커졌다.카르디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처음에는 작은 틈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틈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레오르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누군가 경계를 건드리고 있는 건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카르디안이 대답했다.“하지만 이대로라면 인간계와 신계 모두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만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레오르칸이 돌아온 순간. 동시에 삼계의 균형도 무너지고 있었다.마치 오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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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17화 오래된 기척숲에 밤이 다시 내려앉았다.레오르칸은 홀로 나무 사이를 걸었다.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기척은 사라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실만큼은 확실했다.뒤에서 라에나가 따라왔다. “잠깐만!”레오르칸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왜 따라오는 거지?” “당신이 혼자 가니까.”“내가 혼자 가는 것과 네가 무슨 상관이지?”“상관있어.” 라에나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아까 그 검은 깃털도 이상했고,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레오르칸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그러니 더더욱 따라오지 마라.” “싫어.” “…….”“당신 혼자 돌아다니다가 또 이상한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레오르칸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럼 당신이 걱정해 주든가.”라에나의 말에 레오르칸이 멈춰 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무슨 뜻이지?” “아무 뜻도 없어.”라에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멀리서 희미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우우우—레오르칸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그는 아무 말 없이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라에나가 물었다. “늑대?” “……아니다.” 짧은 대답이었다.하지만 레오르칸은 이미 그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숲 깊은 곳.달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곳에 오래된 돌기둥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돌기둥에는 희미하게 늑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레오르칸이 그 앞에 멈춰 섰다.손을 뻗어 문양을 만지는 순간— 파앗.희미한 빛이 돌기둥을 타고 퍼져나갔다.라에나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건……?”레오르칸의 표정이 굳었다.기억 속에 아주 오래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을 따르던 늑대족.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겠다고 맹세했던 목소리.하지만 그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아직 남아 있었군.” 라에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가?” 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돌기둥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문양을 기억하시는군요.”레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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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제 16화 검은 깃털검은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숲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하지만 라에나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조금 전 요괴가 남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늑대 군주여…….’라에나는 옆에 서 있는 레오르칸을 흘끗 바라보았다.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저 요괴가 당신을 늑대 군주라고 불렀어.”레오르칸의 시선이 라에나에게 향했다. “그래서?”“당신…… 대체 누구야?” “알 필요 없다.”“맨날 그런 식으로 대답할 거야?”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바닥에 떨어진 작은 검은 깃털 하나가 라에나의 눈에 들어왔다.“잠깐.” 라에나가 깃털을 주워 들었다.손끝이 닿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스쳤다.“이것도 아까 그 요괴의 흔적일까?”레오르칸이 깃털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의 눈빛이 굳었다.“……아니다.” “그럼 뭐야?” “이 기운은 요괴의 것이 아니다.”라에나는 깃털을 내려다보았다. “그럼 누가 남긴 건데?”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숲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던 흔적은 분명했다.레오르칸이 낮게 말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라에나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그 순간, 나뭇가지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검은 그림자가 나무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라에나가 뒤늦게 달려가려 하자 레오르칸이 팔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가지 마라.” “왜?” “위험하다.”라에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당신이 걱정해 주는 거야?” “아니다.” “그럼 왜 막아?”레오르칸은 잠시 침묵했다. “네가 잡히면 귀찮아진다.”“……역시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들어.”라에나는 투덜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췄다.두 사람은 다시 검은 그림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숲 저편 어딘가에서,누군가는 레오르칸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렸다.“…
Dernière mise à jour: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