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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화 참을 수 없는 순간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8-29 17:02:18

복도 끝으로 향하는 류채아의 발걸음이 멈췄다.

조금 떨어진 곳.

다섯 명의 학생이 한 학생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까도 말했잖아.”

한 학생이 낮게 말했다.

“우리가 부르면 대답하라고.”

둘러싸인 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는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어제와 같았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류채아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만해.” 순간.

다섯 명의 시선이 동시에 채아에게 향했다.

복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도 채아에게 쏠렸다.

한 학생이 웃었다.

“또 너냐?”

류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애 보내줘.”

“왜?” “그냥 보내.”

“네가 뭔데?”

류채아의 눈빛이 조금 굳었다.

“보내라고.”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했다.

더 이상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학생 한 명이 헛웃음을 쳤다.

“어제부터 계속 끼어드네.”

“그러니까.”

다른 학생이 앞으로 나왔다.

“너 우리한테 관심 있어?”

류채아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없어.”

“그럼 왜 계속 나타나?”

“너희가 계속 그러니까.”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뭘?”

“다른 애들 괴롭히는 거.”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일진 중 한 명이 낮게 웃었다.

“증거 있어?” “…….”

“없잖아.”

류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둘러싸여 있던 학생을 바라봤다.

“괜찮아?”

학생은 잠시 채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채아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들었지?”

채아가 다시 다섯 명을 바라봤다.

“이제 보내.”

“싫으면?”

학생 한 명이 채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어쩔 건데?”

류채아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주변에 모여 있던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누군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채아를 바라봤다.

다섯 명.

상대는 채아 혼자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이 상황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웃으며 말했다.

“왜.” “이제 할 말 없어?”

류채아가 낮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 “비켜.”

학생의 웃음이 사라졌다.

“뭐?” “그 애 보내고.”

류채아가 말했다.

“너희도 가.”

“미쳤냐?”

한 학생이 손을 뻗었다.

채아의 어깨를 밀어내려는 순간.

채아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툭. 학생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어?”

채아는 한 걸음 옆으로 피했다.

그리고 학생의 팔을 붙잡았다.

세게 힘을 주지는 않았다.

그저 상대의 움직임을 멈추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학생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뭐야?”

손을 빼려고 했지만 쉽게 빠지지 않았다.

채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만해.”

학생은 팔을 세게 당겼다.

“놔.” 채아가 손을 놓았다.

학생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다른 학생이 물었다.

“몰라.”

그가 채아를 노려봤다.

“힘이 왜 이렇게 세?”

류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이었다.

방금 사용한 힘은 아주 조금.

혼의 힘을 몸 안에서만 조용히 움직였을 뿐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

일반인보다 두 배 정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빛도. 특별한 기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류채아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을 뿐이었다.

“야.” 다른 학생이 앞으로 나왔다.

“혼자라고 너무 믿는 거 아니야?”

채아가 말했다.

“혼자라서 뭐?” “뭐?”

“너희 다섯 명이라고 해서.”

채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무서워해야 해?” 순간.

주변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들렸다.

일진들의 표정이 굳었다.

“말 다 했어?”

한 학생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채아의 시선이 빠르게 움직였다.

상대의 어깨.

팔의 방향.

발의 움직임.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느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채아는 몸을 옆으로 틀었다.

휙. 주먹이 허공을 지나갔다.

동시에 채아는 상대의 팔을 밀어 방향을 바꿨다.

학생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채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발을 움직여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상대가 균형을 잃은 순간.

툭. 짧게 밀었다.

학생은 균형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 주변에서 놀란 소리가 터졌다.

“뭐야?” “방금 봤어?”

“피한 거야?”

학생은 바닥에 앉은 채 채아를 올려다봤다.

“너…….”

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네 명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

“같이 가.”

누군가 말했다. “뭐?”

“혼자 가지 말고.”

이번에는 두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류채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두 배면 충분해.’

채아는 조용히 몸에 힘을 주었다.

혼의 힘이 몸 전체로 아주 희미하게 퍼졌다.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

가벼워지는 몸.

선명해지는 움직임.

하지만 밖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두 학생이 동시에 가까워졌다.

한 명은 오른쪽.

다른 한 명은 정면.

채아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학생을 먼저 바라봤다.

상대가 손을 뻗는 순간.

채아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정면에서 다가오던 학생 쪽으로 몸을 돌렸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 겹쳤다. “어?”

정면에 있던 학생이 멈칫했다.

채아는 그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한 명의 팔이 다른 학생의 어깨를 스쳤다.

“야!” “뭐 하는 거야!”

그 순간.

채아가 두 사람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학생의 팔을 붙잡아 앞으로 밀었다.

상대는 몇 걸음 휘청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학생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채아는 이미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빠르네.”

누군가 낮게 말했다.

채아의 눈빛이 변했다.

다섯 명 중 세 명.

아직 둘은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채아는 다시 주변을 살폈다.

좁은 복도.

양옆에는 교실.

뒤에는 계단.

그리고 주변에 모인 학생들.

‘여기서는 크게 움직이면 안 돼.’

학생들이 너무 가까이 있었다.

혼의 힘을 더 크게 사용하면 안 됐다.

아니.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상대는 악령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보다 수가 많은 학생들이었다.

한 학생이 말했다.

“뭐 해?”

“계속 가!”

이번에는 세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주변 학생들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류채아는 그 순간.

처음으로 조금 더 많은 힘을 끌어올렸다.

평소보다 세 배.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채아가 빠르게 옆으로 움직였다.

첫 번째 학생의 손이 닿기 직전.

몸을 틀어 피했다.

두 번째 학생이 가까워졌다.

채아는 팔을 들어 상대의 움직임을 막았다.

툭! 강한 충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생은 예상보다 크게 뒤로 물러났다.

“뭐야!” 세 번째 학생이 다시 달려들었다.

채아는 몸을 낮췄다.

그리고 상대가 지나가는 순간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순간. 세 명의 학생이 서로 가까이 모였다.

채아는 그 틈을 바라봤다.

‘지금.’

채아가 앞으로 움직였다.

한 명의 팔을 피하고.

다른 한 명의 움직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학생의 어깨를 밀었다.

균형을 잃은 학생은 다른 학생과 부딪쳤다.

“아!”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첫 번째 학생이 다시 일어났다.

“진짜.”

그가 이를 악물었다.

“뭐 하는 애야?”

류채아는 그를 바라봤다.

“아직도 모르겠어?” “뭐?”

“그만하라고 했잖아.”

채아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잠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 학생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야!”

한 학생이 다시 앞으로 나왔다.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아니.” 채아가 말했다.

“너희가 시작했어.” “뭐?”

“계속 다른 애들 괴롭히고.”

채아의 시선이 주변 학생들에게 향했다.

“어제부터.”

그리고 다시 다섯 명에게 돌아왔다.

“오늘까지.”

순간 몇몇 학생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리고 점심시간부터.

누군가 계속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류채아가 대신 입을 열었다.

“이제 끝내.”

한 학생이 웃었다.

“끝?” “그래.”

“우리가 왜?”

채아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럼 내가 끝낼게.” 순간.

다섯 명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뭐?” 학생 한 명이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학생들도 망설이지 않았다.

다섯 명이 동시에 움직였다.

“류채아!”

주변에서 누군가 놀라 외쳤다.

하지만 채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오른쪽에서.

채아가 몸을 틀었다.

두 번째. 정면.

한 걸음 옆으로 피했다.

세 번째. 뒤쪽.

채아는 빠르게 몸을 돌렸다.

모든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였다.

‘조금만 더.’

채아는 순간적으로 힘을 더 끌어올렸다.

평소보다 네 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혼의 기운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채아는 첫 번째 학생의 공격을 피한 뒤.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방향을 바꿨다.

학생은 앞으로 크게 휘청였다.

두 번째 학생이 가까워졌다.

채아는 몸을 숙였다.

상대의 손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채아는 그대로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이 멈춘 순간.

짧게 밀었다.

학생은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세 번째.

채아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상대는 예상하지 못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아가 상대의 팔을 잡아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게 했다.

“잠깐!”

누군가 외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섯 명 모두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까와 달랐다.

이번에는.

그들이 류채아를 쉽게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너.” 한 학생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체 뭐야?”

류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주변에 너무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혼경자라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됐다.

채아는 조용히 말했다.

“평범한 학생이야.”

“말도 안 돼.”

“그럼 그렇게 생각해.” “…….”

한 학생이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네 명도 모두 지쳐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았다.

채아가 손을 내렸다.

“마지막이야.” “뭐?”

“다른 애들 건드리지 마.”

학생이 웃었다.

“네가 막을 거야?”

채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학생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채아도 기다리지 않았다.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거리가 사라졌다.

채아는 첫 번째 학생의 움직임을 피했다.

그리고 그 옆을 지나갔다.

두 번째 학생이 손을 뻗었다.

채아가 팔을 막았다. 툭!

학생의 움직임이 멈췄다.

채아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세 번째 학생이 가까워졌다.

채아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상대가 균형을 잃을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짧은 순간.

힘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

다섯 배. “……!”

채아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빨라졌다.

주변 학생들의 눈에는 그저.

류채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

채아는 상대의 팔을 피하고.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빠르게 다른 학생 사이를 지나갔다.

다섯 명의 움직임이 한순간 엉켰다.

“야, 비켜!”

“뭐 하는—”

채아는 그 틈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학생을 붙잡아 움직임을 멈췄다.

학생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채아는 곧바로 손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다른 학생이 다가왔지만.

채아는 이미 그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빠르게 피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학생들의 움직임은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결국.

다섯 명 모두 더 이상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복도에는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

“하아…….” “후…….”

채아 역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혼의 힘을 오래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여러 번 끌어올린 탓에

몸이 조금 무거워졌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섯 명을 바라봤다.

“끝이야.”

한 학생이 이를 악물었다.

“…….” “다음부터.”

채아가 말했다.

“다른 애들한테도 그러지 마.”

“네가 뭔데 명령해?”

“명령 아니야.”

채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경고야.”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다.

일진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다섯 명.

그리고 류채아 혼자.

분명 숫자는 그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도 류채아에게 먼저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 학생이 조용히 말했다.

“가자.” “뭐?”

“지금은 가자고.” “…….”

다른 학생들도 천천히 움직였다.

채아를 지나쳐 복도 끝으로 향했다.

마지막 학생이 채아를 바라봤다.

“이거.” 낮은 목소리였다.

“끝난 거 아니야.”

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일진들이 복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

주변 학생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

“류채아 혼자 다섯 명을…….”

“진짜 어떻게 한 거야?”

“엄청 빠르지 않았어?”

채아는 그 말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학생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많은 시선.

너무 많은 의심.

채아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다친 사람 없어?”

잠시 뒤.

아까 둘러싸여 있던 학생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응.” “정말?” “응.”

학생은 잠시 망설였다.

“고마워.”

채아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그리고 채아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았다.

학생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복도 끝.

일진 다섯 명은 채아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학생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하아…….” “봤지?” “응.”

“말도 안 되잖아.”

다른 학생이 낮게 말했다.

“류채아.”

그 이름을 천천히 되뇌었다.

“평범한 애가 아니야.”

잠시 정적.

그리고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대장한테 말해야 해.”

“뭐라고?”

학생은 화면을 바라봤다.

“다섯 명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류채아 한 명을 못 이겼다고.”

그 순간.

전화 연결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이제 더 이상 학교 안에서 끝날 수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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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의 경계   제 49화 이상한 흔적

    다섯 사람은 골목을 빠져나왔다.하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조금 전 발견한 검은 자국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악령의 기운.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분명 다른 기운이 섞여 있었다.류현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어두운 골목은 이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태혁이 물었다.“왜?”“아무것도 아니야.”류현은 다시 걸었다.이준은 휴대폰을 확인했다.“기운이 완전히 사라졌어.”아린이 말했다.“정말 아무것도 안 남은 거야?”“응.”“그럼 우리가 본 건 뭐였을까?”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채아도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검은 자국.붉은 선.그리고.자신들이 다가가자 갑자기 움직였던 기운.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저기.”채아가 입을 열었다.모두가 바라봤다.“아까 그 검은 자국.”“응.”“누군가가 일부러 남겨놓은 것 같지 않아?”태혁이 잠시 생각했다.“나도 그렇게 느꼈어.”아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누가 남긴 건데?”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류현이 말했다.“그걸 알아내야 해.”* 다음 날.학교.채아는 교실 창가에 앉아 있었다.주변에서는 학생들이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제의 일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하지만.채아에게는 그렇지 않았다.자신과 류현이 악령과 싸웠던 장소.그리고.그 모습을 봤던 학생.채아는 교실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그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채아가 옆자리 학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어제 학교 끝나고 무슨 일 있었어?”“어제?”“응.”학생은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는데?”“그래?”“왜?”“아니야.”채아는 더 묻지 않았다.그때.교실 문이 열렸다.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채아는 무심코 그쪽을 바라봤다.순간.눈이 마주쳤다.어제.그 학생이었다.채아의 표정이 굳었다.학생도 채아를 보자 잠시 멈췄다.그러더니.고개를 돌리고 자리로 향했다.“…….”채아는 아무 말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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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포위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류현은 눈앞에 나타난 검은 기운들을 바라봤다.하나.둘.셋.그리고.그 뒤쪽에서도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채아도 주변을 살폈다.공터를 둘러싼 어둠 속에서 검은 기운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류현 오빠.”“응.”“몇 마리야?”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정확하게 세는 것조차 어려웠다.검은 기운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다.공터의 앞쪽.오른쪽.뒤쪽.그리고 왼쪽.마치.두 사람을 가운데에 가둬 놓으려는 것처럼.채아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우리 포위하려는 것 같아.”“맞아.”류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절대 가운데서 움직이지 마.”“응.”채아는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공터에는 아무도 없었다.늦은 시간이라 주변도 조용했다.덕분에 다른 사람이 전투에 휘말릴 걱정은 없었다.하지만.그만큼 두 사람이 모든 공격을 직접 막아야 했다.스르르.검은 기운 하나가 앞으로 움직였다.류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온다.”순간.검은 그림자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류현이 정면에서 막아냈다.콰앙!검은 기운과 류현의 힘이 부딪혔다.충격이 주변으로 퍼졌다.류현이 한 걸음 뒤로 밀려났다.하지만.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오른쪽!”채아가 외쳤다.류현이 몸을 돌렸다.두 번째 악령이 바로 옆에서 달려들고 있었다.류현이 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쾅!이번에는 충격이 더 컸다.류현의 발이 바닥을 끌었다.그 순간.뒤쪽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다.“뒤!”채아가 힘을 뻗었다.쿠웅!검은 기운이 채아의 힘에 막혔다.악령이 뒤로 밀려났다.하지만.채아가 숨을 돌릴 틈도 없었다.왼쪽에서 또 다른 악령이 나타났다.“……!”채아가 몸을 돌렸다.검은 기운이 빠르게 다가왔다.채아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쾅!공격이 막혔다.하지만.이번에는 힘의 차이가 컸다.채아의 몸이 뒤로 밀렸다.“윽……!”채아는 이를 악물었다.발을 바닥에

  • 영혼의 경계   제 46화 보이지 않는 존재

    류현과 류채아가 동시에 골목을 빠져나왔다.“저쪽이야!”조금 전 두 사람을 찾아왔던 학생이 숨을 몰아쉬며 방향을 가리켰다.“검은 게…… 저쪽 학생들을 따라갔어!”류현의 눈빛이 즉시 바뀌었다.“채아.” “응.”“앞으로.”두 사람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학생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있었다.따라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더 이상 이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조금 전 자신을 향해 움직이던 검은 기운.그리고.자신 앞을 막아섰던 류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학생은 결국 두 사람의 뒤를 바라봤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두 사람이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학교 근처의 길.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가고 있었다.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휴대폰을 보는 학생.친구와 장난을 치며 걷는 학생.평범한 오후였다.하지만. 그들 뒤.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곳에서 검은 기운이 움직이고 있었다.스르르.바닥을 따라 흐르던 기운이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한 학생의 바로 뒤.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었다그 순간.“멈춰!” 쿠웅!강한 힘이 검은 기운을 밀어냈다.학생들의 주변 공기가 크게 흔들렸다.“뭐야?” “바람?”몇몇 학생들이 놀라 주변을 바라봤다.하지만.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검은 기운은 이미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그리고.채아가 학생들 사이에 서 있었다.“…….”학생들은 갑자기 달려온 채아를 이상하게 바라봤다.“류채아?”“왜 갑자기?”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은.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검은 기운이 다시 천천히 형태를 만들고 있었다.류현도 곧바로 채아 옆에 섰다.“봤어?”채아가 낮게 물었다.“응.” “저게 본체야?”“아직 모르겠어.”류현은 주변을 살폈다.“기운이 너무 불규칙해.”악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검은 안개처럼 보이던 기운이.조금씩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하지만.정확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 영혼의 경계   제 45화 도망친 목격자

    다음 날 아침.류채아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교실 안에는 아직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았다.몇몇 학생들만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채아는 가방을 내려놓은 뒤 조용히 교실을 둘러봤다.“…….” 어제.공터에서 자신과 류현을 바라보던 학생.얼굴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이름은 알지 못했다.같은 학교 교복.그것밖에는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채아는 창밖을 바라봤다.‘누구였을까.’전투를 봤다.그것도.류현과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마지막에는 기억을 정리하는 장면까지 봤다.채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기억을 지우는 걸 봤다는 건…….’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류채아.”갑자기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채아가 고개를 들었다.류현이었다.채아가 작게 놀랐다.“류현 오빠?”“잠깐 나와.”채아는 주변을 한번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응.”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아직 등교 시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복도에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채아가 물었다.“찾았어?”류현은 고개를 저었다.“아직.”“그럼 왜 불렀어?”“얼굴은 기억하지?”“응.” “나도.”채아가 잠시 생각했다.“그런데 같은 학년인지도 모르잖아.”“알아.”“그럼 어떻게 찾으려고?”류현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일단 반응을 보면 돼.”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응?”“어제 우리를 본 사람이면.”류현이 말했다.“오늘 우리를 보고 평소처럼 행동하기 어려울 거야.”채아는 잠시 생각했다.그 말은 맞았다.어제 공터에서 벌어진 일을 본 학생이라면.자신과 류현을 다시 보는 순간.놀라거나 피하려 할 가능성이 컸다.“그럼.” 채아가 말했다.“학생들을 계속 보는 거야?”“아니.” 류현은 짧게 대답했다.“우리 주변을 보는 거지.”채아는 작게 웃었다.“그게 더 이상한데.”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뒤.등교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이 하나둘 교

  • 영혼의 경계   제 44화 공터의 목격자

    학교가 끝난 뒤.류채아와 류현은 평소보다 천천히 학교 정문을 벗어났다.채아는 가방끈을 잡은 채 주변을 살폈다.사람들은 평소처럼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그리고 길을 따라 걸어가는 다른 학생들.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하지만.채아는 계속 같은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누군가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한 명이 아니었다.채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류현 오빠.” “응.”“아까부터.” “알아.”류현은 앞을 바라본 채 대답했다.채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몇 명이야?”“정확히는 모르겠어.”“많아?”류현의 시선이 잠시 주변으로 향했다.“적지는 않아.”채아의 표정이 굳었다.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학교에서 조금씩 멀어졌다.사람이 많은 길을 지나.상점이 줄어든 곳으로 향했다.그리고.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주변은 점점 조용해졌다.류현이 낮게 말했다.“계속 따라오고 있어.”“응.” “그럼 확인하자.”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방향을 바꿨다.사람들이 다니는 큰길을 벗어나.한적한 길로 들어섰다.조금 더 걸어가자.넓은 공터가 보였다.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었고.주변에는 오래된 나무와 낮은 담장이 있었다.사람이 자주 다니는 장소는 아니었다.채아가 걸음을 멈췄다.류현도 함께 멈췄다.“여기면 되겠지.”채아가 주변을 둘러봤다.“사람 없어.”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조용히 말했다.“나와.” 잠시.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바람이 공터 위를 스쳐 지나갔다.그때.낮은 담장 뒤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나무 뒤.공터 입구.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채아의 눈빛이 굳었다.“…….” 한 명. 두 명.다섯 명. 열 명.숫자는 계속 늘어났다.학생들은 공터 안으로 들어오며 두 사람을 천천히 둘러쌌다.류현은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사십 명.”채아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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