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나라면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뻔히 바람피우는 남자한테 다시 돌아가거나 기회를 주진 않을 거야!”
이 길고도 비꼬는 말은 거의 매일같이 오로라의 귀에 들려왔다. 이제는 귀가 익숙해질 정도였다. 오히려 지난 한 달 동안 벨리아가 기회만 생기면 같은 말을 반복한 탓에, 오로라는 그 말을 외울 정도였다. 벨리아는 짜증이 나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답답함까지 느끼고 있었다. 오로라가 알렉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그가 자신과의 결혼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벨리아에게는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바람피우는 사람이 뉘우친다는 것은 매운 음식을 먹고 후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매울 때만 잠깐 후회할 뿐, 혀끝의 얼얼함이 가시면 또다시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근의 알렉스는 분명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번 금이 간 사람은 벨리아의 눈에는 끝내 흠이 있는 사람이었다. “내기해도 좋아. 언젠가는 알렉스가 또 예전처럼 똑같은 짓을 반복할 거야.” 벨리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나치게 의심이 많거나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이 아니라는 듯 자신만만했다. “남자들은 큰 잘못을 저질러도 용서받고 두 번째 기회까지 얻으면 우릴 우습게 보게 돼. ‘실수해도 괜찮아. 고개 숙이고 울면서 계속 사과하면 결국 용서받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전형적으로 믿을 수 없는 남자들이야.”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오로라는 고개를 들어 미소 지었다. 벨리아의 끝없는 잔소리에 이미 익숙해진 그녀는 늘 하던 말로 대답했다. “그만해, 벨리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이건 바람 문제잖아. 네가 자세한 얘기는 안 했지만, 남편이 불륜 상대랑 키스 직전까지 갔고, 심지어 너희 침대에서 그런 역겨운 짓까지 하려던 걸 직접 봤다며? 그게 제정신인 상황이야? 그런데도 기회를 준다고? 정말 믿기지가 않아. 너 천사야?” 오로라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는 거잖아.” 벨리아는 그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알렉스의 행동만큼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맞아.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바람만큼은 아니야, 오로라. 이건 언제든 재발하는 악성 질병 같은 거라고. 게다가 다른 여자랑 잔 남자랑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게 안 역겨워? 으…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아.” 벨리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오로라를 빤히 바라봤다.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읽으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아니면… 너, 뭔가 숨겨둔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해도 돼.” 오로라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무엇보다 니콜 앞에서 알렉스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싶진 않아.” “세상에. 그럼 이제부터 뭘 할 생각인데?” 오로라는 다시 미소만 지었다. 벨리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다시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 자세히 보면 그녀는 결혼 생활, 특히 지금 자신과 알렉스 사이의 문제를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 “이제 그만하자. 같은 얘기를 매일 하는 것도 안 지겨워?” 벨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금 내린 결정이 정말 시간 낭비였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는 안 질려. 그런데 진지하게 하나만 물어보자.”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렉스가 두 번째 기회를 받고도 또 바람을 피우면? 그때도 또 용서하고 기회를 줄 생각이야?” 오로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확실한 대답을 하려던 순간,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레이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난 이만 갈게.” 벨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후에 다시 올게.” 오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벨리아가 떠난 뒤, 그녀는 레이언을 응접 공간으로 안내했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네가 여기 오는 건 정말 드문 일인데. 무슨 일이야?” 오로라가 먼저 물었다. 레이언은 편안한 자세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근처에 볼일이 있었어. 마침 애셔랑 점심도 같이 먹었는데, 걔는 급하게 수술실로 들어가야 해서. 그래서 너 얼굴이나 보고 갈까 해서 들렀지. 넌 어때? 잘 지내? 건강은 괜찮고?” 오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확실히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응. 잘 지내.” “다행이다.” 레이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알렉스는? 별일 없지?” 그 미소에는 숨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처남의 행동을 잘 알고 있는 레이언은 걱정이 컸다. 무엇보다 외도를 저지른 뒤에도 오로라가 그를 용서하고 다시 기회를 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알렉스?” 오로라는 담담하게 답했다. “지금까지는 별일 없어.” “또 신경 써야 할 행동은 안 하고?” 오로라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행동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레이언.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전 같은 일은 없을 거라고 믿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레이언은 안도한 듯 미소 지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라면 네가 준 기회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을 거야. 그렇게까지 배신당했는데도 용서받고 한 번 더 기회를 얻었잖아.” 오로라는 조용히 한숨을 내쉰 뒤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 결정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 레이언.”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이혼하고 싶지 않아서 버티고 있는 거야. 솔직히 마음만 따른다면 이미 금이 간 결혼을 유지할 이유는 없겠지.” “그럼 뭘 믿고 버티는 거야?” 레이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례가 된다면 미안하지만, 넌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 게다가 지금 알렉스가 가진 대부분은 네 아버지가 마련해 준 거고. 마음만 먹으면 흔적도 없이 전부 거둬들일 수도 있잖아.” 오로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복수를 결심한다면 그녀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지금의 알렉스가 가진 모든 것은 대부분 아버지가 준 것이었으니까. “난 그저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오로라가 담담히 말했다. “딸이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로 두 분이 상처받는 것도 싫고.”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내가 이혼하면 니콜은 너무 기뻐하겠지. 내가 힘들게 지켜온 가정을 자기가 무너뜨렸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로라의 논리를 비웃은 것이 아니라, 니콜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드러나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솔직해서였다. “하지만…” 오로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준 이 기회를 알렉스가 헛되이 쓴다면, 그땐 내가 가장 먼저 그 사람을 흔적도 없이 무너뜨릴 거야.” 레이언은 활짝 웃었다. 오로라라면 자신이 한 말을 반드시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지난 3년 동안 오로라는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마음껏 즐겼다.소아 전문의로서 자신의 일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다고 아내로서의 책임까지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매일 출근하기 전이면 오로라는 두 아들을 직접 씻기고, 아즈카와 알룰라가 아침을 먹고 우유를 마셨는지 꼼꼼하게 챙겼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까지 빠짐없이 챙기는 것도 그녀의 몫이었다.다행히 알든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그는 기꺼이 오로라와 육아를 분담했다. 오로라가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입히느라 바쁘면 알든이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평소 두 사람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엘레나가 아이들을 돌봐주었다.처음에는 오로라도 조금 망설였다.하지만 엘레나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강하게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허락했다. 오로라가 저녁까지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엘레나가 보조 도우미 한 명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 것이다.“정말 너 혼자 아즈카랑 알룰라 데리고 나갈 거야?”오늘은 오로라가 쉬는 날이었다.그녀는 일부러 쌍둥이 아들들을 데리고 쇼핑몰에 나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그럼요, 엄마. 제가 왜 못 나가요?”엘레나가 걱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평소 오로라가 쌍둥이와 외출할 때는 늘 도와줄 사람을 한 명씩 데리고 다녔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오로라는 보조 도우미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외출했다.엘레나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오늘은 알든도 외부에서 회의가 있었다.남편이 오로라와 손주들의 외출에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혹시라도 오로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어쩌나 싶었다.“평소에는 도우미도 데
알든의 두 눈은 어느새 충혈되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오로라가 출산하는 한 시간 동안 곁을 지키면서, 그는 결국 조용히 눈물까지 흘렸다.다행히 오로라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출산에도 문제가 없었다. 예정대로 자연분만을 진행할 수 있었다.알리사의 지시에 따라 오로라는 한 단계씩 힘을 주며 끝까지 버텼다.알든의 손을 꽉 붙잡은 채, 오로라는 온 힘을 다해 출산의 마지막 순간을 견뎌냈다.그리고 마침내—오로라와 알든이, 어쩌면 온 대가족이 손꼽아 기다려 온 작은 천사가 세상에 무사히 모습을 드러냈다.곧이어 우렁찬 울음소리가 분만실 안을 가득 채웠다.“축하해요, 오로라. 알든 선생님도 축하드립니다. 아기들은 둘 다 건강하게 잘 태어났어요. 첫째는 딸이고, 둘째는 아들이에요. 두 아이 모두 상태가 안정적이고 특별히 걱정할 만한 문제도 없습니다.”알리사의 말에 알든의 얼굴에 벅찬 미소가 번졌다.그렇다.오로라는 오늘 쌍둥이를 출산했다.임신 3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부터 알리사는 오로라가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다만 아이들의 성별은 검사할 때마다 자세가 달라 몇 번이나 결과가 바뀌어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하지만 사실 오로라와 알든은 아이들의 성별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아무런 합병증 없이 무사히 태어나는 것.그것만이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했다.“몸무게는요, 차니아? 정상 범위죠?”알든이 다시 확인했다.알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둘 다 정상적으로 잘 나왔어요. 아들은 2.9킬로그램, 딸은 2.7킬로그램이에요. 쌍둥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크고 건강한 편이에요.&
오로라는 임신 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임신 3분기에 접어든 순간까지 자신의 임신 기간을 온전히 행복하게 즐겼다. 처음에는 몇 차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했고, 입덧도 꽤 심하게 겪었지만 오로라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 모든 순간을 기쁨과 행복한 마음으로 견뎌냈다.임신 첫 3개월 동안 오로라는 일을 전혀 하지 못하고 집에서 쉬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다행히 벨리아가 자주 집을 찾아왔다.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고, 오로라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수다를 떨어 주었다.엘레나와 젠데이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중년 여성은 번갈아 오로라를 찾아왔고, 딸처럼 아끼는 오로라의 임신 소식에 어찌나 들떠 있었는지 거의 매일같이 찾아왔다. 때로는 오로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곁을 지켜주겠다며 아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무엇보다 알든의 도움이 컸다.그는 아내가 필요로 하는 순간이면 언제든 달려오는 다정하고 세심한 남편이었다. 아내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은 물론, 남편으로서, 그리고 곧 아빠가 될 사람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오로라, 출산은 정말 여기 병원에서 할 거야?”오로라의 병실에서 벨리아가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이제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며칠 안에라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시기였다.사실 애셔는 해외 병원을 포함해 여러 곳을 알아보며 제안했지만, 오로라와 알든은 출산만큼은 산타 모니카 병원에서 하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굽히지 않았다.“응. 난 여기면 충분해. 게다가 내 출산을 담당해 줄 알리사 선생님하고도 이미 약속을 잡아뒀어. 우리 병원 의사들도 실력이 좋잖아.”오로라가 당연하다는 듯 대
오로라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알든은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 벨리아와 애셔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알든은 아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오로라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쉬라고 했을 텐데.“애셔… 벨리아.”알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불렀다.“오로라는 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이렇게 쓰러진 거지?”애셔는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이 왜 의식을 잃었는지는 그 역시 알 수 없었다.그러자 알든은 곧장 벨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든의 간절한 눈빛을 본 벨리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아마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오후부터 오로라 선생님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였어요. 허리도 아프다고 했고, 계속 2층이랑 1층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피곤해 보였고요.”“오로라가 그렇게 말했다고?”알든이 되물었다.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의 오로라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법한 불평을 오늘은 계속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뻐근하다며 몇 번이나 자리에 앉아 쉬기도 했다.“네. 원래 저희 근무가 8시에 끝나는데, 제가 걱정돼서 오로라 선생님한테 먼저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요. 남은 일은 제가 마무리하겠다고요.”“오로라는 그러겠다고 했어?”알든이 재차 물었다.벨리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오로라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알든은 곧장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 앞에 도착하자, 벨리아와 애셔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알든은 아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 서둘러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루 종일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오로라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면 자신이 가장 먼저 쉬라고 했을 텐데.“애셔… 벨리아.”알든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두 사람을 불렀다.“오로라는 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갑자기 이렇게 쓰러진 거지?”애셔는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이 왜 의식을 잃었는지는 그 역시 알 수 없었다.그러자 알든은 곧장 벨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든의 간절한 눈빛을 본 벨리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아마 너무 지쳐서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 오늘 오후부터 오로라 선생님 얼굴이 조금 창백해 보였어요. 허리도 아프다고 했고, 계속 2층이랑 1층을 오르내리다 보니 많이 피곤해 보였고요.”“오로라가 그렇게 말했다고?”알든이 되물었다.벨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평소의 오로라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법한 불평을 오늘은 계속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허리가 뻐근하다며 몇 번이나 자리에 앉아 쉬기도 했다.“네. 원래 저희 근무가 8시에 끝나는데, 제가 걱정돼서 오로라 선생님한테 먼저 들어가서 쉬라고 했어요. 남은 일은 제가 마무리하겠다고요.”“오로라는 그러겠다고 했어?”알든이 재차 물었다.벨리아는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앨든이 집에 도착한 건 밤 8시가 다 되어서였다.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 그는 곧장 침실로 향했다.아까부터 계속 오로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내는 한 번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것 같았다.앨든은 동료인 벨리아에게 오로라의 행방을 물었다.벨리아의 말에 따르면 오로라는 늦은 오후부터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고 했다.혹시나 싶어 집안일을 도와주는 직원에게도 확인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오로라는 분명 몇 시간 전부터 집에 있었다.그렇다면 대체 왜 자신을 무시하는 걸까?바쁜 걸까?잠들어 있는 걸까?아니면…… 자신에게 화가 난 걸까?앨든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더욱 초조해졌다.서둘러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오로라를 발견했다.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훌쩍…….누군가 울고 있었다.“여보…….”앨든은 놀란 얼굴로 황급히 다가갔다.그리고 아내 앞에 앉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그래?”목소리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 오로라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닐까.“왜 이렇게 울고 있어?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파?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거야?”앨든은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하지만 오로라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아낸 뒤, 잔뜩 화가 난 눈으로 남편을 바라봤다.그리고 날카로운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