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란은 사내의 능력도 중요하게 여겼지만, 역시 잘생긴 자에게 더 끌리셨다. 이는 장차 태어날 자손의 모습과도 관련된 일이니, 어찌 등한히 여길 수 있으랴.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진명우는 가문을 대표하여 소은의 계례식에 참석하기 전에 먼저 어르신을 찾아온 것이다. 바로 이 점을 가장 높이 사는 바였으니, 교만하지도 기죽지도 않고 예의도 있으면서도 다정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량주에서도 소은의 아버지를 많이 도와주었다고 들었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네.”“소대감께서 백성을 위해서 일하신 것이기에, 제가 돕는 것은
“키가 컸군요.” 그는 소은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좀 컸어요.” 막 피어오른 연꽃처럼 단아한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진명우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저, 진급했습니다.”“궁 밖에도 이미 퍼졌습니다. 이제 정사품 도사 자리에 오르셨으니, 앞으로 정말 잘 되실 겁니다.” 소은은 진심으로 그를 축하했다. 그가 겪었던 고생이 결국 보상을 받게 된 것 같아서 기뻤다.“잘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가 불쑥 되물었다.“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토록 고생을 하셨으니, 그에 걸맞은 길을 가시는 건
진명우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량주에 있을 때, 자주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소은 아가씨와 세자께서 몰래 정을 나눈 적이 있었고, 이후 세자께서 싫증을 내시며 제게 떠넘기셨습니다. 처음엔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압박에 못 이겨 결국 혼인을 했고, 그제야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되어, 이후로는 늘 화목하게 지내는 꿈이었습니다.”강준의 얼굴은 점점 굳어버렸다.문득 그날 밤을 떠올렸다.자신의 침대에서, 소은이 무심코 “명우 공자”라 부르던 모습, 그 호칭이 그토록 거슬렸던 이유가 이제야 짐작되었다.생각해
곧게 서 있는 진명우는 옅은 푸른색의 원령포 차림이었다.옷감으로 보아 정성을 들여 직접 고른 것이 분명했고 누구나 감탄을 자아낼 법했다. 진명우에 찰떡인 색이라 고고한 소나무처럼 기품이 흘러넘쳤다. 하지만 그 모습을 흘긋 흝어보던 강준은 별다른 감정 없이 시선을 거뒀다.“너도 이제 혼사를 생각할 나이가 되었구나. 마음에 두는 이가 있다면, 내가 혼인을 내려주겠다.”경무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진명우는 자세를 고쳐 단정히 답했다.“아직 그분의 마음을 알지 못합니다. 원치 않는다면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이토
“입맛에 맞으시다면 조금 챙겨드리지요.”강준은 담담하게 말했다.소은은 소희와 함께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창밖 풍경이 곁들여진 이 자리는 차 마시기에 제격이었다.소희는 처음엔 약간 어색해했지만, 소은이 아무렇지도 않게 굴자 이내 긴장이 풀렸다.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오늘 고른 옷 이야기를 나누었다.하지만 미인은 어디서든 시선을 끌게 마련이라, 다들 자꾸만 둘을 힐끔거렸다.“주인장, 저 위층의 두 미인께 차 한 잔씩 대접해 드리시게.”아래층에서 풍류객 한명이 소리쳤다.그 소리에 강준이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아래층을 흘
소희는 그저 소은 곁에서 보호받던 그 시간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이모는 싸늘한 얼굴로 조롱하곤 했었다.“너 같은 천한 서녀를 어느 누가 신경 써주겠느냐? 소은이도 널 진심으로 아끼는 줄 알고 있느냐? 불러들이다가도 한순간에 밀어내면 끝이니라. 그냥 심심풀이였단 뜻이지.”하지만 소희는 조용히 반박했다.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시녀들을 보아왔고 이모만 곁에 있는 자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었다.그저 그녀만이 이모의 관심 밖이었다.그리고 소은이가 결코 자신을 도구로만 여기진 않을 것이라 믿었다. 오늘 할머니로부터 “소은이 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