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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화

Author: 유승안
주명은 택원이 이씨 댁에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움이 아무리 컸다 해도, 지금은 서로 마주할 시점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고, 다만 몸을 낮추어 예를 갖추었다.

“삼황자, 육황자.”

그리고는 묵묵히 나아가, 바둑판을 하나하나 정갈히 펼치기 시작했다.

택문은 언제나 미색에만 눈이 가는 사람이라, 평범한 시녀 따위는 눈에도 안 들어오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방금 이추생이 그녀에게 “짓궂게 굴지 말라”고 말한 것이 떠올라, 괜히 호기심에 두 번이나 힐끗 그녀를 보았다.

평범한 얼굴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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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녀의 귀환   513 화

    주명은 택원이 이씨 댁에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움이 아무리 컸다 해도, 지금은 서로 마주할 시점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고, 다만 몸을 낮추어 예를 갖추었다.“삼황자, 육황자.”그리고는 묵묵히 나아가, 바둑판을 하나하나 정갈히 펼치기 시작했다.택문은 언제나 미색에만 눈이 가는 사람이라, 평범한 시녀 따위는 눈에도 안 들어오는 게 보통이었다.하지만 방금 이추생이 그녀에게 “짓궂게 굴지 말라”고 말한 것이 떠올라, 괜히 호기심에 두 번이나 힐끗 그녀를 보았다.평범한 얼굴에, 일

  • 왕녀의 귀환   512 화

    이추생은 예상치 못한 듯, 그녀의 태도에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누가 찾아왔는지 너도 짐작은 하겠지. 분명 너를 찾는 자일 것이다.”“이 대감께 누가 되긴 싫습니다.”주명이 조용히 말했다.“제가 여기서 그분과 마주하게 되면, 이 대감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누가 뒤에서 손을 쓴 건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이추생은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흘렸다.“그래도 양심은 남았구려.”“처음부터 있었습니다. 예전 이 대감의 아버지께서 조모의 노여움을 산 적이 있었는데, 제가 나서서 대신 사과까지 했던걸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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