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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송구합니다!”

고월영은 허둥지둥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마차가 흔들거리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번에는 아예 강현준의 몸으로 쓰러졌다.

손에 무언가가 잡힌 것 같았는데 천을 사이에 두고 딱딱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아!”

고월영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게 상기되었다.

아무리 실수였다지만 어떻게 하필이면 거기를….

가장 두려운 것은 실수로 잠깐 스친 것뿐인데 물건이 딱딱하게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옷을 뚫고 나올 기세로 높이 솟아 있었다.

고월영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어제 혼례를 올린 여왕비가 감히 대놓고 이 몸을 유혹하려 하다니. 이 죄를 어떻게 물어야 할까?”

“현왕 전하, 그런 거 아닙니다!”

고월영은 다급히 손을 내밀어 그를 밀치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강현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게 아니라니?”

현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럼 조금 전에 만진 건 뭐지?”

“고의는 아니옵니다!”

고월영은 얼굴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고의가 아니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남자에게 커다란 굴욕감을 선사한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부군의 형님이 되시는 현왕 전하라니!

그래도 이건 사고였다고!

“현왕 전하….”

“그 말을 이 몸이 어찌 믿을까?”

강현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 고월영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무시무시한 눈빛과 마주했다.

가녀린 몸은 긴장감에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강현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목덜미로 내려왔다.

하얗고 가녀린 목덜미는 그가 조금만 힘을 줘서 잡으면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들고 있는 까닭에 고월영의 옷섶이 약간 벌어졌다.

현왕의 각도에서 보면 눈부시게 하얀 쇄골이 은은하게 보였다.

눈처럼 하얀 피부에는 어젯밤 남자가 남긴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

강현준의 눈빛이 탁해졌다.

고월영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더 두려웠다.

“현왕 전하, 소인의 실수가 기분 나쁘셨다면 소인을 벌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건 놓아주시지요.”

고월영은 솜주먹을 흔들며 자신을 잡고 있는 그의 손목을 툭툭 쳤다.

“어떤 벌을 내려야 적당할까? 넌 이 몸의 몸을 더듬은 심각한 무례를 저질렀다. 그럼 이 몸도 네 몸을 더듬으면 공평해지려나?”

“그런 게 아닙니다!”

고월영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전쟁광의 입에서 저런 저속한 말이 나올 줄이야!

현왕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 몸은 항상 공정함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고월영의 촉촉한 눈망울이 거세게 요동쳤다.

현왕 전하께서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갑자기 팔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기자 그녀는 그의 무릎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남자의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타고 점점 밑으로 내려갔다.

“이러지 마십시오!”

어떻게 형이라는 분이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고월영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이내 그의 우악스러운 손에 팔목을 잡혔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던 진기를 그는 손쉽게 흡수해 버렸다.

“역시 듣던 대로 여자치고는 무예가 나쁘지 않은 수준이군.”

강현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상대는 반평생을 전쟁터를 구르며 단련된 전장의 신이었다.

고월영은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몸소 체감했다.

“전하… 이… 이러지 마십시오! 이거 놓으세요! 제발 이거 놓으시라고요!”

그의 손길이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가자 그녀는 이 자리에서 기절하고만 싶었다.

“제 몸에 손대지 마십시오! 저는 여왕 전하와 혼인한 몸이란 말입니다!”

남자의 손은 그녀의 둔부에서 멈추었다.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가면 여자의 은밀한 곳까지 닿을 수 있었다.

고월영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

힘으로 그를 이길 수는 없으니 제발 놓아달라 비는 방법밖에 없었다.

“현왕 전하, 저에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는 여왕비란 말입니다. 이 사실을 알면 제 부군께서 크게 노하실 거예요. 현왕 전하, 앞으로 다시는 무례를 범하지 않을 테니 제발 멈춰주세요!”

그녀는 제발 동생을 봐서라도 그가 이 미친 짓을 멈춰주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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