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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고월영은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인간이 꼭지가 돌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라도 할 것 같아서였다.

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현왕 강현준은 소문에 전해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싸늘하고 철두철미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여왕이 가장 존경하는 형님이라니….

고월영은 조심스럽게 사과를 이어갔다.

“송구합니다. 다 소인이 부덕한 탓입니다. 제발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고월영은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이런 숨막히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남자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둔부에서 머물고 있었다.

마치 이 징벌을 계속 이어갈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했다.

마차는 계속 달리는 가운데, 고월영은 여전히 그의 무릎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자신의 운명이 다른 사람의 결정에 좌우지 된다는 이런 느낌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현왕은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었다.

고월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으로 가서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정리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정리를 마친 그녀는 곧장 마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강한 힘이 다시 그녀를 잡아당겨 바닥에 주저앉혔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 몸이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았어?”

강현준이 비웃듯이 말했다.

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어찌….”

강현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억울해?”

고월영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닙니다. 제가 먼저 잘못을 했으니까요.”

강현준은 온기 한점 없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병법 서책을 꺼내 느긋하게 읽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 전의 행동은 진짜 무례를 저지른 그녀의 행위에 대한 처벌일 뿐,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는 듯이 태연했다.

고월영은 착잡했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미친 사람을 아주버님으로 모셔야 한다니!

다행히 강현준은 더 이상의 선 넘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 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음에 또 이 몸을 유혹하려고 교태를 부리면 그땐 오늘처럼 무사하지 못할 거야!”

고월영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전혀 그녀의 해명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녀는 이 오만방자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을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멀찌감치 피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다시 볼 일이 없으면 더 좋고!

그들을 태운 마차가 어느덧 궁궐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부현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 오라버니가 드디어 오셨네요! 현우 오라버니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데 인사하러 갈래요!”

“저건 현왕의 마차란다.”

이황자 양왕이 공주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럴 리 없잖아요.”

부현 공주가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

“아까 길에서 잠깐 봤는데 둘이 마차에서 껴안고 있는 것 같던데요? 물론 가림천에 가려져서 그림자만 봤지만… 마차에 탄 사람이 현우 오라버니가 아니면 껴안고 있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설마 현준 오라버니가 여왕비를 껴안고 있었단 말인가요?”

“유리야, 말 조심해!”

양왕이 꾸중하듯 말했다.

어찌 이런 얘기를 밖에서 함부로 할 수 있을까?

소문이 새어 나간다면 황가의 체면이 바닥으로 추락할 건 뻔했다.

“그러니까요. 저 안에 탄 사람은 현우 오라버니라니까요. 둘째 오라버니도 가서 확인해 봐요!”

두 사람은 그렇게 그들의 마차로 다가갔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고월영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조금 전에 그들이 껴안고 있던 모습을 부현 공주가 목격할 줄이야!

이건 어떤 해명을 해도 결백을 증명할 수 없었다.

만약 마차에 탄 사람이 현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녀는 부군의 형님을 홀린 방탕한 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황실은 오욕을 씻기 위해 그녀의 가문을 몰살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지?

“현우 오라버니!”

부현 공주가 걸음을 재촉하며 달려왔다.

고월영은 긴장한 눈빛으로 강현준을 응시했다.

강현준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부현 공주의 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고월영이 어떻게 해야 할지 허둥대고 있던 찰나, 강현준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그러더니 몸을 날려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혀….”

고월영이 당황한 사이 그가 거칠게 그녀의 옷섶을 풀어헤쳤다.

그는 바둥거리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거친 소리로 말했다.

“소리를 더 크게 지르거라!”

그가 고개를 숙이더니 눈처럼 하얀 젖무덤에 머리를 틀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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