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합니다!”고월영은 허둥지둥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런데 또 하필이면 마차가 흔들거리며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이번에는 아예 강현준의 몸으로 쓰러졌다.손에 무언가가 잡힌 것 같았는데 천을 사이에 두고 딱딱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아!”고월영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그녀의 작은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게 상기되었다.아무리 실수였다지만 어떻게 하필이면 거기를….가장 두려운 것은 실수로 잠깐 스친 것뿐인데 물건이 딱딱하게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었다.그것은 옷을 뚫고 나올 기세로 높이 솟아 있었다.고월영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어제 혼례를 올린 여왕비가 감히 대놓고 이 몸을 유혹하려 하다니. 이 죄를 어떻게 물어야 할까?”“현왕 전하, 그런 거 아닙니다!”고월영은 다급히 손을 내밀어 그를 밀치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하지만 강현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런 게 아니라니?”현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꼬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럼 조금 전에 만진 건 뭐지?”“고의는 아니옵니다!”고월영은 얼굴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고의가 아니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남자에게 커다란 굴욕감을 선사한 것도 사실이었다.게다가 상대는 부군의 형님이 되시는 현왕 전하라니!그래도 이건 사고였다고!“현왕 전하….”“그 말을 이 몸이 어찌 믿을까?”강현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올렸다. 고월영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들자 무시무시한 눈빛과 마주했다.가녀린 몸은 긴장감에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강현준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목덜미로 내려왔다.하얗고 가녀린 목덜미는 그가 조금만 힘을 줘서 잡으면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개를 들고 있는 까닭에 고월영의 옷섶이 약간 벌어졌다.현왕의 각도에서 보면 눈부시게 하얀 쇄골이 은은하게 보였다.눈처럼 하얀 피부에는 어젯밤 남자가 남긴 흔적들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었다.강현준의 눈빛이 탁해졌다.고
고월영은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인간이 꼭지가 돌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라도 할 것 같아서였다.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현왕 강현준은 소문에 전해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싸늘하고 철두철미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하필이면 이런 사람이 여왕이 가장 존경하는 형님이라니….고월영은 조심스럽게 사과를 이어갔다.“송구합니다. 다 소인이 부덕한 탓입니다. 제발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고월영은 누군가에게 이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이런 숨막히는 느낌은 처음이었다.남자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둔부에서 머물고 있었다.마치 이 징벌을 계속 이어갈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했다.마차는 계속 달리는 가운데, 고월영은 여전히 그의 무릎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자신의 운명이 다른 사람의 결정에 좌우지 된다는 이런 느낌은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현왕은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었다.고월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구석진 곳으로 가서 흐트러진 옷매무시를 정리했다.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녀의 눈빛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가득했다.정리를 마친 그녀는 곧장 마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그런데 강한 힘이 다시 그녀를 잡아당겨 바닥에 주저앉혔다.“어딜 도망가려고? 이 몸이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았어?”강현준이 비웃듯이 말했다.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았다.“어찌….”강현준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억울해?”고월영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하지만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아닙니다. 제가 먼저 잘못을 했으니까요.”강현준은 온기 한점 없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병법 서책을 꺼내 느긋하게 읽기 시작했다.마치 조금 전의 행동은 진짜 무
“흣….”고월영이 일부러 신음을 흘린 것은 아니었다.강현준의 거친 공세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나온 것이다.어떻게 여인을 이렇게 거칠게 다룰 수 있는 거지?그녀는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러다가 그가 왜 이러는지 알아챘다.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만약 부현 공주가 가림천을 연다면….지척에서 들리던 공주의 발걸음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고월영은 이를 질끈 깨물고 강현준이 다시 몸을 부딪혀 올 때 신음을 내뱉었다.“앗….”걸음을 멈춘 공주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이… 이게 무슨 소리지?살이 부딪히는 마찰음과 여자의 비명이라니….“유리야, 이쪽으로 오너라!”양왕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여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아니 현우 이 녀석은 아무리 신혼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절제를 못해서야….’앞에서 마차를 몰던 지언도 신음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멀리서 양왕과 부현공주가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는 게 보이자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더 이상 양왕과 부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쯤에야 고월영은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그녀는 강현준을 힘껏 밀치며 새초롬하게 말했다.“현왕 전하,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강현준이 그녀의 가슴에서 천천히 얼굴을 들더니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싸늘하게 말했다.“이 몸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한 주제에 일이 다 끝났으니 이대로 내치는 건가? 여왕비는 정말 양심도 없군!”“전하….”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이내 몸을 일으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다시 냉기를 풀풀 흘리고 있었다.고월영은 얼른 자신의 자리로 가서 황급히 옷매무시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했다.너무 민망하고 어색해서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다행히 강현준은 다시 병법서에 시선을 돌리고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월영은 다시 마음이 착잡해졌다.지금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이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져야겠다는
고월영은 당황했다.간담이 서늘하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강현준은 더 이상의 얘기 없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그러더니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고월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그는 여왕일 리가 없다.눈물점은 그녀가 손수 그려준 것이고 문지르면 지워지는 것이었다!그러나 어제의 눈물점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다.도대체 왜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한 거지?고월영은 호흡을 가다듬고 가림천을 열었다.그녀는 강현준의 손을 피해 마차의 변두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렸다.강현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멀지 않은 곳에서 부현공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현우 오라버니, 정말 오랜만입니다!”양왕 강남정도 웃으며 다가왔다.“폐하께 인사 드리러 온 거야? 신혼 축하해!”고월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강현우의 기품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부현공주와 양왕 전하는 정말 아무런 낌새도 눈치 못 챈 건가?두 사람은 강현준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함께 대전으로 먼저 들어가 버렸다.지언이 고월영에게 다가와서 공손히 말했다.“왕비마마,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대전으로 드시어 황제폐하와 황후마마께 인사를 올리지요.”“그… 그러자꾸나.”고월영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강현준을 따라갔다.궁중예절은 까다롭고 번잡했다.그런데 아무도 현왕의 위장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고월영이 예를 올리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는 입을 열었다.“태후께서 요즘 건강이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궁에 왔던 김에 태후마마도 뵙고 가고 싶군요.”황제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황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월영에게 말했다.“오황은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지요. 앞으로 왕비가 옆에서 많이 보필해 주세요.”고월영은 그 말이 당혹스러웠다.여왕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니? 그와 일년을 교제했지만 한 번도 어디 아픈 티를 낸 적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놀란 고월영이 다급히 그를 밀쳤다.강현준은 싸늘한 얼굴을 하고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이 몸은 폐하와 황후마마께 거의 얼굴을 비출 일이 없어. 하지만 태후마마와는 아주 가까운 사이지.”그 말을 들은 고월영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그리고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며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안으로 들어가기 전,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여왕 전하는 어디 가셨나요?”“벌써 황가의 내부사정에 관여하고 싶은 것이냐?”강현준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고월영은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그런 거 아니옵니다!”그녀는 그저 언제 강현우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했을 뿐이다.강현우가 돌아오면 이 난감한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더 이상 현왕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항상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느낌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태후는 일찍부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월영은 오래도록 태후와 담소를 나누었다.현왕은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영안궁에 온 뒤로 평소보다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가끔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미소라기에는 어딘가 싸늘한 미소였지만 냉기 풀풀 흘리던 모습과 비교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었다.매번 현왕이 웃을 때면 옆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들이 얼굴을 붉히며 이상 반응을 보였다. 보고 있는 고월영이 다 민망할 정도였다.차갑고 인간미 없는 남자이지만 매력은 충만했다.걸어 다니는 조각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렇게 태후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 때가 되었다.식사를 마치고 태후는 쉬러 갈 시간이 되었다.고월영이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구나 안심하던 순간, 태후가 말했다.“오늘은 이곳에 묵고 가려무나. 내일 아침에 왕비와 같이 태화전에 가서 조상님들께 문안을 드리고 돌아가는 게 좋겠어. 하루빨리 좋은 소식 있게 굽어살펴달라고 기도를 올려야지.”고월영은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태후마마, 왕부는 궐과 그리 멀지도 않으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내일 아침 일찍 입궐하는 게 좋
“저는 현왕 전하께 그 어떤 마음도 품은 적 없습니다!”고월영이 바둥거렸지만 몸은 어느새 강현준의 품에 갇혀 버렸다.그는 훤칠한 몸으로 점점 그녀를 압박했다.이는 명백히 선을 넘은 처사였다.고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이거 놓으세요! 자중하시옵소서, 현왕 전하!”“자중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여왕비가 아닌가?”강현준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반박했다.“먼저 내 품에 달려든 사람도 여왕비였지 않나.”“여왕비의 신분으로 왕부에 시집온 사람이 어찌 한번도 아니고 매번 형인 나에게 몸을 던지는 거지? 여왕비야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왕부에 시집온 게 아닌가?”그의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에 머물렀다.하얀 목덜미에는 남자가 남긴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흔적만 보아도 어젯밤 그들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강현준의 눈빛이 점점 탁해졌다.고월영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치려 했지만 그의 몸에서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강현우가 그녀를 안으려고 했을 때도 이 정도로 몸이 뜨거웠던 것 같다.강현준이 점점 몸을 압박해 오자 그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고월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다급히 말했다.“현왕 전하,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세요!”“먼저 사내의 품에 몸을 던져 놓고 왜 이리 순진한 척을 하는 거지?”그의 목소리는 싸늘했지만 맞닿은 그의 피부는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가까이 몸을 밀착했기에 고월영은 점점 딱딱해지는 그의 신체적 변화를 세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이건 너무해! 선을 넘었어!’“현왕 전하, 당신은 제 부군의 형님이십니다!”고월영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소리쳤다.하지만 그럴수록 두 사람의 몸이 더 질척하게 엉킬뿐이었다.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올라왔다.“이거 놓으세요, 전하!”강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두려움에 떠는 그녀의 얼굴을 감상했다.“왕비는 이 몸이 현우의 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품에 몸을 던졌잖느냐?”먼저 다가온 여자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정말 그런 거 아니옵니다.
강현준은 고월영을 풀어주고 궁녀에게 다가갔다.당황한 고월영이 뒤에서 그를 말렸다.“전하, 그러지 마세요!”전설 속 현왕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기로 그를 따라갈 자가 없었다.한낱 궁녀에게 제수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들켰으니 살인으로 입막음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현왕 전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옵소서….”현왕이 뚜버뚜벅 다가가자 궁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이 몸이 누구라고?”강현준은 궁녀의 앞에 다가가서 싸늘한 시선으로 궁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다시 말해 보거라. 이 몸이 누구라고?”“현… 악!”강현준의 발길이 궁녀의 손등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전하!”고월영은 다급히 다가가서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궁녀의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극심한 고통에 궁녀는 정신이 아늑해졌지만 살기 위해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대답했다.“여… 여왕 전하.”근처에 있던 호위대가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네가 오늘밤 만난 이가 누군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강현준은 바로 발을 들어 궁녀를 걷어찼다. 궁녀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고월영은 다가가서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강현준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왕비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까 이 몸과 무엇을 하고 있었지?”강현준의 시선이 고월영의 목덜미를 뚫어지게 응시했다.고월영은 숨이 턱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현왕 전하께서는… 궁에 익숙하지 않는 저를 배려하시어 같이 산책을 하고 계셨습니다.”강현준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산책? 그게 다인가?”그는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여왕비가 이 나의 몸에 불을 지펴서 이 몸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여왕비를 겁탈하려 한 게 아니고?”고월영은 이 인간과 더 같이 있다가는 제 명에 못 죽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그녀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대답했다.“현왕 전하는 농담도 잘하십니다. 그냥 산책 중이었습니다.”“공사가 다망한 분을 이리 잡아두는 것은 아닌
고월영은 박 상궁이 들어오기 전에 신속하게 강현준의 눈가에 눈물점을 완성했다.그녀가 눈썹붓을 바닥에 던진 순간, 박 상궁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의 모습을 본 박 상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감탄하듯 말했다.“두 분은 정말 금슬이 좋으십니다!”고월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 상궁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문제점을 발견했다.조금 전에 너무 조급했던 탓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이미 그의 무릎에 올라타고 있었다!그녀는 죄책감이 들었다.그녀가 당황하며 내리려는 순간, 뒤에서 단단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강현준은 그녀를 껴안으며 단단히 품속에 가두었다.“혀… 전하, 보는 눈이 많습니다!”고월영이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했다.강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박 상궁은 언제까지 이 몸이 비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생각인가?”고월영은 다급히 그의 손목을 잡고 힘껏 밀쳤다.하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속이 탔다.강현준은 여전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고정했다.‘무례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지!’그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고월영은 후회막급이었지만 무를 수도 없었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박 상궁이 어서 나가주기만을 기도했다.“태후께서 보내신 탕약인가?”고월영이 먼저 말을 걸었다.정력 보강에 좋은 약이라고 했으니 몸에 좋은 재료들로 끓인 탕약일 것이다.어차피 먹고 죽는 약도 아니고 태후께서 여왕을 무척 아끼시는 것 같았으니 그들을 해할 리도 만무했다.박 상궁인 곧바로 탕약을 들고 다가왔다.“소인이 눈치가 없었네요. 국사께서는 탕약을 식기 전에 드셔야 효과가 좋다고 하셨습니다.”상궁은 하나를 고월영에게 건네고 다른 한 그릇은 현왕에게 건넸다.“전하도 어서 드시지요. 태후마마의 마음이 담긴 탕약입니다.”강현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탕약을 노려보았다.“제가 전하 몫까지 마실게요.”고월영은 박 상궁을 빨리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래서 현왕 몫까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