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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고월영은 강현우와 강현준이 외모가 많이 비슷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쌍둥이라도 이 정도로 똑같을 줄이야!

그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차갑고 냉철하며 음산하기까지 한 분위기!

한번 눈이 마주치면 저절로 시선을 피하게 하는 압도적인 기운을 가진 존재였다.

황족의 타고난 기품과 자신감, 그리고 주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압도적인 존재감까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저절로 숨이 안 쉬어졌다.

역시 그녀의 부군과는 분위기 자체가 다른 사람이었다.

고월영은 서둘러 그에게 예를 취했다.

“현왕 전하를 뵙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사뿐이 걸어서 그녀를 지나쳤다. 마치 고월영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듯했다.

그는 마차에 올라 가림천을 내렸다.

고월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동행하기로 한 호위 무사 지언이 그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왕비 마마, 준비한 마차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시간이 촉박한데 지금 수리가 가능하겠느냐?”

고월영은 조바심이 났다.

혼례 다음 날 입궐하여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께 인사를 올리는 건 황가에 시집 온 여인이라면 절대 태만할 수 없는 행사였다.

“수리는 어렵지 않지만 제 시간에 맞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현왕 전화와 같은 마차를 타시고 입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현왕과 같은 마차를?

저쪽을 보니 크고 화려한 마차가 눈에 보였다. 하지만 고월영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어쩐 일인지 그분을 보면 온몸이 긴장하고 두려움이 앞섰다.

지언은 그녀가 말이 없자 다시금 재촉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사옵니다. 왕비마마, 어서 가시지요!”

그렇게 고월영은 강현준의 마차에 오르게 되었다.

마차 공간이 커서 두 사람이 타도 전혀 비좁지 않았다. 강현준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고월영은 최대한 그와 멀리 떨어져서 앉았다.

거대한 압박감에 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였다.

“혀… 현왕 전하, 혹시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그는 아까부터 그녀를 뚫어져라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강현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현왕 전하, 입궐하면 조심해야 할 게 있을까요?”

그녀가 또 물었다.

단둘이 마차를 타고 가는데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음침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고월영 입장에서는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다.

강현준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고월영은 당장 마차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군의 형님이나 되시는 분이 어찌하여 동생의 안사람을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하….”

현왕 강현준이 드디어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이 몸의 눈가에도 눈물점이 있었다면 밤에 너를 품은 정인이 누구인지 분간해 낼 수 있었을까?”

고월영은 놀라서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뻔했다.

고귀하신 현왕 전하께서 저런 저속한 질문을 하실 줄이야!

어젯밤 남자가 뒤에서 자신을 침략하던 장면이 머리에 떠올랐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금 이 몸 앞에서 교태를 부리는가? 이 몸을 유혹하는 것이냐?”

강현준의 싸늘한 질문에 고월영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현왕 전하, 오해이십니다! 저랑 같이 마차를 타는 게 불편하시면 제가 내리겠습니다!”

하필이면 이때, 마차가 갑자기 속도를 올렸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고월영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넘어질 때 뭔가를 잡았던 것 같았는데 확인해 보니 남자의 옷자락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든 순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흥미롭다는 듯이 턱을 괴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필 그녀가 쓰러진 곳이 그의 두 다리 사이였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남자의 예민한 부위와 시선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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