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그 말을 듣자 일부러 뒤의 질문을 피하며 대답했다.“아니야. 어떻게 피가 있을 수 있겠어. 네가 잘못 본 거야.”그리고 즉시 말했다.“됐어. 30분 후면 집에 도착할 테니 일단 돌아가서 말해.”“아니야. 일단 집에 가지 말고 회사로 와. 오늘 밤 나랑 같이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해.”약속 시간이 밤이니 임완유는 예천우가 옆에 있으면 안전하고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하지만 예천우는 지금 피투성이인 데다 중상을 입었으니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무슨 일인데 꼭 내가 가야 하는 거야?”“싫어?”임완유는 어리둥절해졌다.‘어젯밤에는 그렇게 날 지켜줄 듯하더니. 오늘 나랑 고객 만나러 가는 것도 싫은 거야? 나한테 관심도 없어? 내가 나가서 고객을 만나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텐데? 게다가 다른 남자들은 여자의 몸을 얻고 나서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넌 나를 얻지도 못했잖아. 참, 아니네. 지난번에 호텔에서 나랑 그런 일이 있었으니 어쩌면 날 가진 것도 맞네.’예천우는 당연히 임완유의 그렇게 많은 생각을 몰랐기에 재빨리 해명했다.“그런 건 절대 아니고. 그냥 오늘 좀 피곤해서 그래.”예천우는 임완유가 무슨 일이 생기는 걸 걱정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는 임완유의 곁에 이미 고수를 배치하여 은밀하게 임완유를 보호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임완유는 상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적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예천우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하지만 임완유는 그 사실을 당연히 몰랐고 예천우가 단지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기와 함께 가지 않으려하자 즉시 화를 냈다.“흥. 피곤하면 가서 푹 쉬어. 나 혼자 가면 되지 뭐. 만다는 고객이 양아치이든 깡패든 난 몰라.”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말문이 막혔지만 임완유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예천우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어서 다시 전화했지만 임완유는 이번에 정말 화가 난 것 같았고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문자를 보내 바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양체은에게
‘나쁜 자식! 예천우, 넌 정말 나쁜 놈이야.’‘잠깐만, 방금 전화할 때 양체은은 천우가 자고 있다고 했어. 그리고 전화가 통했을 때 다른 특별한 소리가 없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그런데 바로 그때 휴대 전화가 울리고 예천우의 문자가 도착했다. 예천우가 바로 회사에 오겠다고 했다.그제야 임완유는 기분이 좀 풀렸다.‘이따가 물어보자. 양체은은 이미 당문에 시집간 사람이잖아. 천우가 함부로 양체은을 건드렸다간 당문 사람들이 알면 천우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양체은은 예천우가 안배해 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예천우를 걱정하고 있었지만 익숙한 집에 돌아오니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했다.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양대복은 차가운 시선으로 양체은을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양대복은 항상 양체은을 가장 사랑했다.하지만 이번에 그는 잔뜩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양체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당문에서 널 내쫓은 거야?”양체은은 그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대답했다.“아빠, 누가 당문에서 절 내쫓았다고 했어요?”“누구겠어? 당문의 당범수 장로님께서 직접 전화해서 너와 당문의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어.”양대복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넌 당문으로 시집가는 게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아? 게다가 일이 이렇게 되면 우리는 당문의 미움을 사게 되고 앞으로 우리 가문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도 몰라.”그 말을 들은 양체은도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아빠의 마음속에는 제가 뭐예요? 아빠는 제가 이 결혼을 원하는지, 그곳에서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 왜 아빠의 권세를 위해 제가 희생해야 하나요?”“그게... 난...”양대복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지연수가 말다툼 소리를 듣고 재빨리 다가와서 말했다.“우리 체은이가 돌아왔어?”“네. 엄마. 끝내 돌아왔어요.”양체은은 그 순간 억울한 마음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딸이 이렇게 슬퍼하
“뭐라고!”그 말을 들은 양대복과 지연수는 놀라서 귀를 의심할 정도로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너무 무섭고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양체은은 즉시 오늘에 일어난 모든 일을 자세히 말했다. 다만 예천우의 실력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렸다. 양체은은 예천우가 자기 실력을 좋기는 드러내지 말라고 부탁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예천우의 무서운 실력을 알 수 있었다. 양대복은 예전에 예천우가 사씨 가문의 종사를 상대할 때부터 그의 막강한 실력을 실감했다.다만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절대 몰랐다.“네가 말한 게 사실이야?”양체은의 말을 들은 양대복은 어불성설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양체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고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게다가 천우 오빠가 당문으로 간 건 저 때문이었어요.”양체은은 또 뒤에 일어난 일을 말했다.“뭐라고!”조금 들었을 뿐인데도 양대복과 지연수는 놀랍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고 양체은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두려웠다.‘젠장. 당찬성이 체은이와 결혼하자고 했던 목적이 바로 체은의 몸에서 구음지기를 흡수하기 위해서 일 줄이야.’지금 이 순간 그들은 정말 무서워서 몸이 떨렸다.하지만 양체은은 예천우가 당문을 접수했다는 일을 말하지 않았다. 양체은은 이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로 결과만 양대복과 지연수에게 알려줬다.놀란 나머지 양대복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어서 재빨리 물었다.“체은아, 네 말은 네가 전화만 했고 심지어 하소연도 하지 않았는데 용왕님께서 바로 직접 널 구하러 갔다는 거야?”양체은은 예천우의 신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양대복은 급한 나머지 바로 용왕님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이라고 해도 예천우의 신분을 함부로 말해서는 절대 안 되었다.“네! 게다가 저 때문에 천우 오빠는 심한 상처를 입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요.”“그렇다면 용왕님은 널 무척 아끼는구나.”“물론이죠! 천우
“괜찮아요. 천우 오빠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난 어떤 명분도 필요 없어요.”양체은이 이렇게 나오자 양대복과 지연수도 딸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구음지기를 흡수하면 정말 체은이가 괜찮은 걸까?’갑자기 양대복은 예전의 일이 생각났다. 그 당시 옛 용왕님의 말을 들어보니 양대복은 딸의 덕을 보고 용문에 들어갈 수 있었고 용문의 공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설마 그 당시 옛 용왕님이 체은이를 구해준 건 그의 제자가 나중에 체은이의 구음지기를 흡수하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래. 분명 그럴 거야.’이렇게 생각하자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이렇게 된다면 우리 양씨 가문에도 나쁜 일이 아니야. 체은이도 용왕님을 이토록 좋아한다니 말이야. 그런데 정말 체은의 몸에 해를 주지 않을까? 용왕님이 괜찮다면 정말 괜찮겠지.’이번 일 때문에 양대복은 더 이상 양체은이 누구를 좋아하든 간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든지 양체은이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예천우는 차를 몰고 회사에 도착했다. 갑자기 산 옷이라 가격이 비교적 비싸고 핏감이 좋은 옷이었다.예천우가 입으니 더욱 멋져 보였고 약간 재벌 2세의 느낌마저 들었다.그래서 예천우가 회사에 들어오자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바로 임완유의 사무실로 향했다.바로 그때 유사라가 지나가다가 예천우를 보고 흥분한 표정으로 다가가 인사했다.“천우 씨, 어쩐 일로 왔어요?”“왜요? 절 보니 반갑지 않아요?”예천우가 농담을 던졌다.“그럴 리가요. 천우 씨가 매일 왔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이 회사는 천우 씨의 회사잖아요.”“하하. 그럼 됐어요. 사실 회사에 올 시간이 없었어요.”“그러게요. 천우 씨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인데. 굳이 회사에 작은 일 때문에 올 리가 없겠죠.”“그런 건 아니에요. 제가 완유를 만나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볼게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떠났다.유사라는 망설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원래 예천우에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난 너를 제일 사랑해.”예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리 가! 징그러워!”임완유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지만 불쾌하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은 달콤했다. 그리고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하지만 방금 전의 일을 생각하자마자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 “흥!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예전 일을 안 물어볼 줄 알아?”“그래, 물어봐. 내가 다 말해줄게.”“차에 있던 그 여자는 누구야?”임완유가 물었다.이 질문을 듣자마자 예천우는 그녀가 양체은의 신분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며 바로 대답했다.“그건... 사실 너도 알잖아. 양씨 가문의 딸 양체은이야.”“역시 걔구나!”대답을 듣자 임완유는 불쾌했지만 예천우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한 걸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왜 같이 있었던 거야?”“말하자면 길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예천우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당문에서 있었던 일까지 다 말하면 임완유가 자신과 양체은의 관계를 더 걱정할 테니 앞으로는 양체은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솔직히 말해. 그 휴지들은 뭐야?”임완유는 물으면서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휴지?”예천우는 잠시 멍해지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상한 생각한 건 아니겠지?”“그냥 솔직히 대답해!”임완유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절대 그런 건 아니야.”“정말이야?”“응.”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생에 나랑 관계를 가진 여자는 너뿐이야.”“저리 가. 그런 적 없잖아.”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졌다.“그래? 그럼 오늘 밤이네.”“무슨 소리 하는 거야.”“네가 그랬잖아. 내가 홀스 그룹 대표 자리에 앉으면 네가 나를 임연 그룹 부대표 자리를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짜릿한 밤을 선물해 준다면서? 내가 이날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너는 모를 거야.”“뭐라는 거야. 오늘 밤에 난 협력안을 검토하러 가야 해. 먼저 그 일에 대
그 말을 듣자 임완유는 마침내 어디가 잘못됐는지 알게 되었다. 불안한 예감에 그녀는 예천우가 함께 회의에 참석하기를 바랐다.홀스 그룹에서의 직급이든 주식 소유량이든 모든 예천우가 훨씬 더 월등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예천우에게 연락해야 한다.하지만 왜 임완유를 직접 찾았을까? 혹시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건 아닐까?게다가 약속을 저녁에 잡았고 장소는 마침 호텔이었다.“왜?”이때 예천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그러고 보니 정말 수상해.”임완유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러면 그냥 거절해. 빨리 집 가서 밥 먹자. 그리고 저녁에 침대에서 해야 할 일도 있는데.”예천우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뭐야.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임완유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만약 정말 그런 목적이라면 이번 한 번 피한다 해도 다음에 또 나를 상대할 수도 있어.”“그럼 어떻게 할 건데?”예천우가 물었다.“같이 가자. 만약 무슨 일이 생겨도 네가 나를 지켜줄 수 있잖아.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뭐 하는 자식이기에. 계속 이렇게 피할 수만은 없지.”임완유는 조곤조곤 말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 걱정하지 마. 아무도 널 다치지 못할 거야.”임완유는 자기가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진기를 쓸 수 없고 체력이 전보다 못해졌지만 보통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그럼 이따가 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나가서 기다려. 시간이 되면 전화할게.”임완유가 말했다.“싫어. 시간이 남았으면 저녁에 어떻게 뜨겁게 놀지 얘기해야 하지 않겠어?”예천우는 임완유의 섹시한 몸매를 보며 헤벌쭉 웃었다.“정말 그런 것밖에 몰라? 어떻게 자기 실력을 끌어올릴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임완유는 한심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미 노력했잖아. 전에는 평범한 직원이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부대표 자리까지 왔는데 이걸로 부족해?”그 말을 듣자 임완유는 말문이 막혔다.“마음대로 해.”“마음대로? 무
임완유는 점점 흥분하면서 다소 거친 숨소리를 냈다. 예천우는 마침내 자기 여신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없이 흥분되었다. 게다가 이런 특별한 곳에서 말이다.그런데 바로 그때 사무실 입구에서 노트 소리가 났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도취 중이던 임완유를 이내 정신을 차리게 했다.‘사무실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부끄럽게.’임완유는 예천우를 밀어냈다. 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바지를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아쉬운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완유는 흐트러진 옷차림을 빠르게 정리하였다. 긴장된 마음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문을 미리 잠갔어.”예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완유는 그 말을 듣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왜 내 사무실인데 자기가 들어오면서 문을 잠가?’어쩌면 예천우는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만약 누군가 들이닥쳤다면 정말 창피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무슨 일이야?”“대표님, 접니다. 상의할 게 있어서요.” 메이크업 담당 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하문이었다. 그녀는 확실히 임완유와 소통할 중요한 사항이 있었다.임완유는 하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수상한 낌새를 발견할 거로 생각했다.“지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어. 내일 다시 와.”“하지만 급한 일인데요.”하문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그럼 30분 정도 기다려.”“네.”하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갔다. 예전 같으면 임완유를 찾을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임완유는 그녀를 들여보내곤 했다. 정말 시간이 없으면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했다.하지만 오늘은 너무 이상했다.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너무 친한 사이인지라 하문은 문을 두드리자마자 바로 손잡이를 잡았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으로 잠긴 것 같았다.하문은 돌아가다가 마침 비서를 보았고 이내 물었다.“방금 누가 들어갔어요?”“네. 천우 대표님이 들어가셨습니다.”
예천우가 들어와서 문을 잠근 건 뭔가 나쁜 짓을 하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임완유는 아무 탓도 하지 않고 쑥스럽고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기대가 생겼고 심지어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잠시 후 임완유는 거울을 꺼내자 자신의 몸이 아수라장이 된 걸 알게 되었고 심지어 목에는 자국까지 생겼다.그녀는 속으로 예천우를 욕하면서 옷을 정리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문이 들어왔다. 하문은 임완유를 보고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역시 임 대표님이야. 사무실에서 이렇게 짜릿하게...’평소에 임완유는 한없이 차가운 사람이었고 낯선 사람은 그의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못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자기 남편과 심지어 사무실에서 몸을 섞을 줄은 몰랐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하문도 이때 예천우 생각이 났다.예천우는 갈 곳이 없었기에 대표님 사무실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원래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문제는 조금 있다가 또 임완유와 함께 고객을 만나야 했기에 회사를 떠날 수도 없었다.그래서 예천우는 영업 부서에 갔고 직접 영업 부서 사무실로 갔다. 습관 때문인지 그는 직접 노크하지 않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예천우가 들어가자마자 하얀 피부가 보였다. 비록 등만 보았지만 정말로 완벽한 몸매였다.안에 있던 여자는 인기척을 듣고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하지만 차라리 돌아서지 않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돌아서니 더 많은 살결이 드러났다. 비록 속옷은 입었고 손으로 아래위 중요한 부위는 가렸지만, 완벽한 몸매와 티 없이 하얀 피부는 가릴 수가 없었다.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고 보자마자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여자가 몸을 돌렸고 예천우는 여자의 정면까지 봐버렸다.‘유사라 씨도 정말 왜 여기서 옷을 갈아입는 거야. 게다가 문을 잠그지도 않고 말이야.’예천우는 잠시 바라보다가 바로 문을 닫았다.유사라는 처음에 깜짝 놀라서 몸을 돌려보니 예천우를 발견했다. 그러자 그녀 얼굴에 있던 놀라움은 이내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