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미소는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부하들보고 당장 권총을 꺼내라고 명령을 한 후에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러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분명히 치열한 싸움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자 용미소는 안색이 변했고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그때 용미소는 옆에 앉아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 그의 입가에는 핏자국이 있었고 몸에도 피가 여러 곳 묻어 있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말했다.“주변을 잘 검사해 봐.”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예천우의 앞에 다가왔고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했다.“예천우 씨, 죽었어요?”정말 터무니없는 물음이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가 죽으면 과부로 살 거예요?”“퉤! 제발 꿈 깨요. 당신 같은 사람은 정말 죽어도 싸요.”용미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욕했다. 마음속의 알 수 없던 두려움은 그제야 싹 사라졌다. 예천우가 살아 있는 모습을 보자 적어도 아까처럼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았다.“아니. 왜 이렇게 매정한 거예요? 어찌 됐든 저도 용미소 씨의 전 남자 친구였잖아요.”예천우는 지난번에 용미소와 내기했던 일이 생각났고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났다.예천우는 지금 양박군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마침 미녀 경찰과 마음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예천우의 말을 들은 용미소는 얼굴이 붉어졌고 화를 내며 말했다.“허튼소리 하지 말아요. 제가 언제 당신 여자 친구였다고 그래요?”“지난번에 우리가 내기한 것도 잊으셨나요?”“그건 예천우 씨가 절 싫다고 하면서 절 버렸잖아요.”용미소는 버럭 화를 내며 반박했다. 지난번에 예천우는 자기가 몸매가 별로라고 했다.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바로 그때 용미소의 뒤에 서 있던 경찰이 말했다.“용 대장님, 그게 사실이에요? 반장님께서 저 사람한테 고백했는데 거절당한 거예요?”나머지 4명의 경찰들은 방금 주위를 수색했으나 살아
“게다가 저 자식들이 우리보고 절대 경찰에 신고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와 임 어르신께서 함께 1,000억을 가지고 이곳으로 오게 된 거죠. 하지만 우리가 돈을 주기도 전에 이 납치범들이 돈 배정 문제 때문에 서로 다툼이 일어났고 심지어 상대방을 죽여버렸어요. 그래서 저도 운이 좋게 제 아내를 구하게 된 거죠.”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분명히 도리에 맞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다툼이 일어났다면 적어도 먼저 돈을 받아야 했었다.돈도 받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먼저 싸우기 시작한 건 좀 불가능했다.그래서 용미소는 전혀 한 마디도 믿지 않았고 예천우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예천우 씨의 말은 저 사람들이 돈도 못 받았는데 바로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지금 저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거예요?”“당연히 믿을 수 없겠죠.”예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러면 왜 헛소리를 하는 거죠?”“헛소리한 게 아니에요. 비록 불합리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잖아요. 공교롭게도 마침 일어나게 된 거죠.”“좋아요. 그러면 그렇다 치죠. 그러면 돈도 아직 못 받았던 저 사람들이 싸움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뭐죠?”용미소가 물었다.“그건 저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죠. 나도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갑자기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예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그 말을 들은 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이 새끼는 왜 매번 이러는 거야? 분명히 자기가 한 일이면서도 증거까지 싹 없애고 말이야.’용미소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거죠? 이따가 법의관님이 와서 자세히 검사하면 모든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저들이 예천우 씨와 싸웠던 흔적이 발견되면 어쩔 건데요?”“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저는 저 사람들을 다치지도 않았어요.”예천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비록 그는 하문수와 싸웠지만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었다. 그리고 바닥 위의 흔적들은 그가 이
“그런데 문제는 이 모든 건 제가 한 짓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이들은 킬러 조직의 사람이니 만약 다른 조직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저를 보복할 수도 있다고요.”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저와 함께 경찰서로 가시죠.”“자, 빨리 이 사람을 데리고 가!”용미소는 몸을 일으켰고 더 이상 예천우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때 양박군이 도착했다. 그는 함께 훈련하던 당만수와 독고살까지 데리고 왔다.방금 예천우와 통화할 때 양박군은 예천우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는 독고살과 당만수까지 데리고 왔다. 게다가 예천우의 부탁대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종적을 숨기며 왔다.그래서 그들 셋 외에 다른 사람도 없었다. 세 사람의 실력이라면 종사를 몇 명 상대해도 두렵지 않았다.당만수는 양박군을 만나고 보니 예천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양박군은 그래도 당만수를 이길 수 없었지만 당만수도 양박군에게 상처를 입게 하지 못했다.양박군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독고살의 몸 움직임도 정말 대단했다.이 두 사람은 정말 매일 진보했고 그걸 지켜보는 당만수도 깜짝 놀랐다. 그들의 잠재력은 정말 놀라웠다.특히 양박군은 언젠가는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절세의 고수가 될 것 같았다.당만수는 예천우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에게 이런 부하가 있고 또 이런 부하들은 예천우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는지 궁금했다.다행히 당문은 예천우의 적이 아니었다. 당만수는 당문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전혀 급하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당수현은 그렇게 음험한 사람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예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문은 지금 어떤 상황일지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다.“도련님! 괜찮으세요?”양박군은 들어오자마자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경찰들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정말 다툼이 일어난다고 해도 양박군은 순식간에 경찰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고요? 경찰인 우리가 있는데 무슨 일이 있겠어요.”용미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게다가 예천우 씨는 단지 양아치일 뿐이죠. 왜 도련님이라 하는 거죠?”용미소는 일부러 양박군을 자극했다. 예천우가 입을 굳게 닫고 있으니 양박군으로 부터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아니나 다를까 양박군은 용미소가 예천우를 깔보자 즉시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도련님의 실력은...”“박군아! 됐어. 그만해.”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했다.“여자랑 뭘 따지려고 드는 거야?”양박군은 예천우의 말을 순순히 듣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예천우의 말은 그에게 있어서 곧 명령이었다.그러자 용미소는 화가 나서 터질 것 같았다.‘내가 뭐 심한 말을 했어? 왜 여자와 따지지 말라고 하는 거지? 정말 재수 없어. 안 돼. 화를 내면 절대 안 돼. 화를 낼 수록 예천우 저 자식은 점점 우쭐거릴 거야.’용미소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말하지 않으면 됐어요. 저도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예천우 씨는 딱 봐도 별로 능력이 있지 않게 생겼잖아요.”양박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눈빛이 번쩍였다.용미소는 그 눈빛을 보자 깜짝 놀랐다.‘몸이 건장한 이 자식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용미소는 경찰서로 돌아가자마자 양박군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전과가 있는지 잘 알아보고 싶었다.‘예천우가 굳게 입을 닫고 있으니 양박군으로부터 조사를 시작하면 돼.’예천우는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도착했다.용미소는 예천우를 취조실에 가두고 양박군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 사건의 관련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는 하문수 일행의 신분을 알아냈다. 비록 그들은 진도 사람들이었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중요한 건 주도현이라는 사람은 원래 지명수배된 살인범이었고 그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죽였다. 하문수와 나머지 사람들도 죄다 살인범들이었다.예천우의
장한식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예천우 씨는 능력이 엄청 대단하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얼마나 대단한데요?”용미소는 정말 궁금했다. 장한식이 이렇게 말하는 건 분명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근거가 있을 텐데 용미소는 그걸 알고 싶었다.“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싶은 거야? 천해시의 4대 가족이었던 사씨 가문을 기억해?”장한식이 되물었다.“물론이죠. 한식 삼촌께서는 사씨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잖아요.”“내가 오랫동안 노력한 건 사실이지만 사씨 가문 같은 집안은 내가 도저히 무너뜨릴 수가 없었지. 심지어 황 시장님께서도 사씨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어. 그 모든 걸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건 예천우 씨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지.”“그럴 리가요. 예천우가 어떻게 도와준 거죠?”“그건 신경 쓰지 마. 어찌 됐든 잘 기억해. 나뿐만 아니라 황 시장님께서 예천우 씨를 만났다고 해도 공손하게 예의를 차려야 해. 심지어 황 시장님은 예천우 씨를 매우 존경한다고 했어.”장한식은 원래 이렇게까지 말하지 말아야 했지만 용미소가 자꾸 예천우를 건드리고 있으니 사실을 조금 알려줬다.장한식은 용미소의 아버지와 매우 친했다.용미소는 서장 사무실에서 걸어 나올 때도 마음이 두근거렸다.‘예천우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이럴수록 점점 더 궁금해지네. 예천우는 도대체 무슨 신분일까? 설마 그는 대도시 명문의 도련님일까? 그렇지 않으면 황 시장님께서도 예천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을 거야. 예천우도 사씨 가문 같은 큰 가문을 상대할 수 없었을 거고.’용미소는 자기 생각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용미소는 대도시의 큰 인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가문 중에 예천우라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용미소는 예천우가 있는 취조실에 도착했다.예천우는 용미소가 들어오자 이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소 씨, 어떻게 됐어요? 절 풀어주
“알겠어요.”용미소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예천우를 밖으로 데려다주었다.예천우는 참으로 교활하고 간사했기에 그의 입으로부터 아무런 단서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예천우가 밖으로 나오자 양박군은 이미 차량을 안배했고 바로 예천우를 데리고 떠났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양박군이 물었다.“천궐 1호 별장으로 가자.”예천우는 말하며 휴대 전화를 꺼내 들어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용미소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잡아먹었으니 이제는 완유도 깨어났을 거야.’아니나 다를까 전화는 이내 통했다.“완유야, 좀 어때? 괜찮아?”예천우는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러면 다행이네. 오늘은 내 집에서 자고 돌아가지 않을게.”예천우는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느낌이 들었고 재빨리 몸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날 보러 오지도 않아?”임완유의 말투에는 놀라움과 불만이 가득 섞여 있었다.임완유는 깨어나자마자 예천우가 자신을 구한 줄 알았다.하지만 듣고 보니 이번 일은 예천우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줄곧 자신이 멀리하던 예훈 도련님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또 크게 신세를 지게 된 셈이었다.지난번에 려씨 가문을 상대할 때도 예훈이 뒤에서 큰 힘을 썼고 예훈 덕분에 임완유는 가족들 앞에서 예천우의 실력이 이토록 대단하다고 허풍을 떨어도 가족들은 믿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예훈에게 신세를 지게 된 것도 모자라 남편인 예천우는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것을 뻔히 알면서도 보러 오지도 않았다.임완유는 일어나자마자 바로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물었고 임국종은 모든 공로를 예훈에게로 돌렸다.임국종은 심지어 예훈은 임완유를 구하기 위해 납치범들의 핍박으로 자해하기까지 해서 겨우 구해냈다고 말했다.지금 예훈은 상처를 치료하는 중이고 임완유를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당부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사실 몹시 감동했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사람
사실 예천우는 임완유가 화를 낸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다른 걸 너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몇 번 손을 쓰다 보니 예천우는 몸에 너무 큰 무리가 갔다.맨 처음처럼 그 정도라면 며칠만 푹 쉬면 되었지만 지금 예천우는 다시 정상급 실력으로 회복할 자신조차 없는 상황이었다.그가 양체은의 구음지기를 얻을 수 있다면 또 몰랐다.하지만 예천우는 이런 일을 절대 할 수 없었다.양체은의 결백함을 지켜줘야 했고 임완유한테 미안한 짓을 하면 안 되었기에 예천우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예천우는 이제 앞으로 더욱 방심해서는 안 되었다.양박군이 지키고 있으니 예천우는 많이 시름이 놓였고 홀가분하게 눈을 감고 바로 잠들었다. 요 며칠 동안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 편히 잠을 자는 것 같았다.차가 별장에 도착하자 예천우와 양박군은 차에서 내렸다.예천우가 먼저 집으로 들어갔고 양박군이 그 뒤를 따랐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양박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누구야!”그러자 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정말 상처가 더 심해진 게 맞네. 정신력도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 박군도 알아차렸는데 난 못 알아차렸으니 말이야.’“이 자식이 실력이 꽤 있네. 감히 나의 존재를 발견했다니.”말과 함께 한 노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고 모두 검은 옷차림이었고 몸에서 보이지 않는 강력한 살기가 나왔다.상대방이 나타나자 예천우는 점차 감지 능력이 돌아왔다. 이 사람들에게서는 같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지난번에 진가인을 상대하던 킬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예천우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반짝였고 이내 평정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누구인데 감히 내 별장에 함부로 들이닥치는 거지? 도대체 뭐 하려는 거야?”“뭐 하려고? 당연히 널 죽이러 왔지!”노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직접 말했다.“이놈아, 뜻밖에도 네가 당시 고아원에서 살아남은 아이였을 줄은 정말 몰랐어!”예천우
“당연히 알고 있지. 귀문이란 바로 극악무도한 새끼들을 위한 아지트잖아.”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건방진 자식!”노인은 갑자기 화를 냈다.“죽고 싶어!”“내가 너희들을 욕하지 않았다면 날 죽이지 않을 거야?”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당시 고아원에 불을 지르는 이런 일은 너희 같은 짐승 새끼들 말고 누구도 해낼 수 없어.”“죽여버릴 테야!”노인은 완전히 화가 나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두 명의 고수가 즉시 튕겨 나왔다.“당장 저 새끼를 폐인으로 만들어버려!”귀왕은 예호영의 신분을 확인하면 상대방을 일단 살려두라고 지시했다.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좀 달랐고 예호영의 몸에는 절세의 보물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양박군은 상황을 보자 즉시 앞으로 나가서 예천우의 앞을 막았다.“죽여버려!”예천우는 바로 담담하게 말했다.양박군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그는 단지 상대방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천우는 뜻밖에도 바로 상대방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양박군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잘할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양박군은 자신이 예천우의 도움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한 사실이 생각났다. 그리고 상대방 몇 명은 딱 봐도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양박군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주먹을 들고 상대방을 공격했다.그러자 두 킬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죽고 싶어!”그리고 그들은 몸에 가지고 있던 뾰족한 무기를 꺼내 들어 양박군을 덮쳤다. 게다가 두 고수가 힘을 합치니 공격을 당하기만 하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두 사람의 거센 공격에도 양박군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고 갑자기 오른손에서 힘이 폭발하더니 그 무서운 힘은 그대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두 사람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내 뒤로 물러서려고 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그중 한 명은 양박군에게 명치를 맞았다. 그는 너무 고통스러워 거꾸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예천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신향 씨는... 정말로 제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라는 거예요?”“아...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그럼 됐어요. 정말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예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미 팔을 놓고 있는 이신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말을 들은 이신향은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전부 천우 씨 뜻대로 할게요.”예천우는 더 미련 두지 않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갔다.그런데 막 호텔을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광경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출입구 옆에 세워진 빨간 페라리 한대가 있었다.그 안에는 마치 현실감 없는 미모를 지닌 여자가 앉아 있었고 지나는 사람마다 시선을 빼앗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그녀의 매혹적인 자태는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자석 같았다.남자들은 저런 여자를 가질 수 있다면 뭐든 내놓을 수 있다는 표정들이었다.그런데 그 여자가 예천우를 보자마자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도련님!”예천우는 살짝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우서림?’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바로 차량으로 다가가 탑승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눈엔 그저 부러움 그 자체였다.차에 오르자마자 선우서림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났네?”“무슨 말이야.”예천우는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선우서림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다 파악했을 터였다.“글쎄. 도련님이 뭘 했는지... 자신은 모를 리가 없겠지. 근데... 혹시 아까 그 여자랑... 안 잤어?”선우서림은 다소 실망스러운 듯 말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만 자신도 예천우의 애인이 될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임완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근데 나를 왜 찾아왔어? 무슨
이신향은 예천우의 말을 듣자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천우 씨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야...’“고마워요. 천우 씨, 사과도 해야 하지만... 오늘 정말... 너무 고마웠어요.”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천우 씨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전 제 인생 자체가 끝장났을 거예요.”그때 그 상황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만약 그때 예천우가 없었다면 자신은 분명 조신우에게 끌려갔을 테고 그런 사람에게 붙잡혀 살게 된다면 인생은 고통뿐이었을 것이다.예천우는 담담하게 웃었다. “우린 친구잖아요. 서로 도우며 사는 거죠. 그리고 지금은 신향 씨도 저를 돕고 있잖아요.”“제가... 도와주고 있다고요?”이신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백성 그룹을 저 대신 이끌고 있잖아요.”“그건 제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천우 씨가 기회를 주신 거죠. 그렇게 얘기하니까 더 고맙잖아요.”이신향은 눈이 반짝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고 예천우는 손을 들어서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알겠어요. 고맙다는 말은 여기까지 해요. 더는 안 돼요.”예천우는 속으로 제발 대화가 빨리 끝났으면 하고 있었다.솔직히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위험했다.마음은 잘 다잡고 있어도 몸은 솔직했기 때문이다.“알겠어요. 안 할게요. 대신 제가 몸으로 감사해도 된다면... 그럼 다시는 말 안 할게요.”이신향은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한 채로 그의 목을 감아 안으며 입을 맞췄다.그녀는 몸을 예천우에게 바짝 기대며 천천히 스치기 시작했다.예천우는 순간 멍해졌고 평소 같았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했을 텐데 이번엔... 늦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런 감각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하지만 머릿속에는 신념이 확고했다.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서로의 체온이 뜨겁게 오르던 그 순간 예천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신향 씨,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봐요.”이신향은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는 걸 알아채고 조용히 멈췄
원래는 분명히 말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지만 예천우는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재동의 행동은 분명 호감 가는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불쾌하기까지 했고 일부는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하지만 예천우는 이제동도 아주 나쁘거나 악의적인 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단지 그도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 했을 뿐이다.무엇보다도 이신향은 아버지를 꽤 존경하고 있다는 걸 예천우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동도 딸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고 말해버리면 이신향이 분명 상처받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았다.‘그래. 그냥 나중에 신향 씨가 직접 아버지에게 말하도록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그렇게 하면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고 훨씬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어차피 예천우는 또다시 가짜 남자 친구 역할을 하며 불려 다닐 여유 따윈 없었다.조신우 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모두가 홀가분한 기분으로 식사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하나같이 훌륭했다. 보기만 해도 고급스럽고 향이 진하게 풍겨왔다.그리고 그건 당연했다.오늘 올라온 요리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재료로 만든 귀한 음식들이었고 식당에서도 상위 몇 퍼센트만을 위한 최고급 요리였다.이재동 가족에게 이런 자리는 처음이었고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으니 입에 넣는 순간부터 반응이 달랐다. 그야말로 행복한 표정들이었다.그중에서도 이신향은 가장 들떠 있었고 기분도 최고였다.특히나 부모님이 오랜만에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그녀는 아버지와 그리고 예천우와 연거푸 술잔을 주고받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이재동의 주량은 꽤 대단했다.마오타이를 한 병 비운 뒤엔 더는 예천우의 귀한 술을 손대지 않았다.그 대신 이런 좋은 술은 아껴야 한다며 종업원에게 일반 백주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하지만 예천우가 그런 걸 올리게 둘 리가 없었다.결국 종업원은 또 다른 비싼 술인 페이톈 마오타이를 내왔다.그렇게 술잔
“아!”도민현은 예천우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용왕님, 그게...”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가다듬고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시켜 움직이겠습니다!”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아무리 상상해도 그는 믿기 어려웠다.‘용문을 이끄는 용왕님에게 또 다른... 그것도 이렇게 무서운 신분이 있었다니…’예천우가 용문 용왕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가 바로 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 이건 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수십 년 역사에 빛나는 용도에서 손꼽히는 네 개의 최고 명문 중 하나...’그 존재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맺혔다.도민현이 자리를 뜨자 남아 있던 이재동과 그의 가족들 또한 속으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또 뭐야... 그건 또 얼마나 무서운 신분이야?’예씨 가문이 정확히 어떤 가문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도 대단한 집안이라는 건 확실했다.특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대하던 걸 보면 그 위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이재동은 감히 따져 묻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저... 천우야.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내가 눈이 어두워서 네 진짜 실력을 알아보지 못했어. 괜한 말을 했고 또 멍청한 짓까지 해서 널 곤란하게 했구나... 그... 사과의 뜻으로 내가 술 석 잔 자진해서 마시겠으니 부디 용서해다오.”이재동은 급히 잔을 들고 술을 따르며 말했다.특히 아까 딸을 절대 예천우에게 줄 수는 없다면서 오직 조신우만이 이신향의 가장 적합한 혼처라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다.만약 예천우가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기라도 했다면 이신향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재동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 바로 그 인생의 갈림길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절실했다.‘이건 우리 가족 운명을 바꿀
사실 이 모든 소문은 애초에 예웅남이 일부러 퍼뜨린 것이었다.예관희는 이미 예천우의 뜻에 따라 모든 사실을 예웅남에게 전했고 그중에는 예천우가 자신의 용왕 신분을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심지어 그가 종사급 고수라는 사실조차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이유는 단 하나였다.예씨 가문 사람들의 진심과 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예웅남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기회를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그는 그 정보를 슬쩍 흘리면서 예관희를 헐뜯고 예천우의 이미지를 흔들어 놓으려 했다.그렇게 분위기를 만든 뒤 예관희가 병사한 것으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주 자리에 오를 명분을 만들고자 했다.그 후에야 예천우를 제거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위협할 존재는 사라질 것이다.4대 가문 중 하나인 남궁 가문에게 자리를 넘긴다 한들 상관없었다. 어차피 지금의 예씨 가문이라면 예웅남은 그 자리를 지킬 능력도 없었다.이러한 소문 덕분에 전태민 역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와 가주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여기서 진짜로 그 예씨 가문 큰 도련님을 마주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 모든 진위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전해 듣기로 큰 도련님은 예정환과 똑 닮았다고 했다.전태민은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보겠습니다. 혹시... 예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신가요?”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 모두 눈을 크게 떴다.“예씨 가문의... 도련님?”이재동을 비롯한 일행은 뭔가 헷갈린다는 듯 당황한 표정이었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눈을 깜박이며 당황했다.‘천우 씨는 용왕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거지?’곁에서 듣고 있던 도민현은 잠시 찡그린 뒤 고개를 저으며 정색했다.“전 시장님, 착각하신 겁니다. 이분은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아니라 용왕님이십니다.”“뭐라고요?”전태민을 포함한 일행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
이재동과 다른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에 마비된 상태였고 심지어 이신향조차도 속으로 깊이 흔들렸다.그녀는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이 정도로 사람들을 압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지금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은 누가 봐도 하나같이 고위직 인사들이었다.그중에서도 앞장선 인물은 동성시의 중심 권력층에 있는 인물인데 그런 사람이 예천우의 부하에게조차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었다.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자 도민현 역시 더는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그는 곧장 이유를 알아차렸다.‘이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나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이유는 분명 용왕님의 체면 때문이겠지.’그래서 도민현은 바로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말씀 잘하셨습니다. 오해가 풀렸으니 방금 일은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좀 흥분해서 예의가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아... 아닙니다. 저희가 오히려 경솔했습니다.”전태민과 그 일행은 급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그래,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야 협력이든 뭐든 제대로 되지.’“그러면 우리 사업 이야기 말인데요...”전태민이 빠르게 화제를 돌리며 묻자 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물론 계속 진행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조씨 가문을 정리하는 일이 급하니 조금 여유를 주세요. 며칠 뒤에 다시 보죠.”“그건 당연하죠. 아무래도 강흥시에서 오신 거라 좀 거리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남강 지역이지 않습니까. 도 대표님 같은 정의로운 기업가께 우리가 도움 드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필요하신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전태민은 부드러운 미소로 덧붙였다.“좋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시장님.”도민현은 그 속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조혁진은 점점 더 절망에
도민현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용왕님, 그럼... 조신우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조씨 가문 전체도 네가 알아서 처리해. 받아야 할 벌은 반드시 받아야 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보유한 자산 중 쓸 수 있는 건 모두 꺼내서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해. 물론 억울한 사람은 건드릴 필요 없어. 죄 없는 자에게까지 책임을 묻진 말아야지.”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죄가 있는 자라면... 절대로 봐주는 일은 없어야 해.”“용왕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도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조신우는 아주 잠깐 희망의 빛을 본 듯했지만 곧바로 그 빛은 산산이 부서졌다.‘안 돼... 우리 집안은 죄 없는 쪽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밑에 있던 놈들도 하나같이...’조신우는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려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의 마음도 서늘하게 얼어붙었다.‘천우... 아니, 용왕님의 말 한마디가 조씨 가문의 운명이 정해졌네.’바로 그때, 문이 하고 열리며 몇 명의 인물이 들어섰다.강흥시의 시장 전태민과 그 일행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도민현과 예천우가 있는 자리를 찾아낸 것이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들은 방 안을 둘러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인물은 도민현이었다.그러나 정작 벽 구석에 구겨져 있는 조신우는 눈에 띄지 않았다.이재동과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며 주변을 살폈고 그중에서도 눈에 띈 이는 조신우의 둘째 삼촌인 조혁진이었다.그는 맨 뒤에 있었고 손발이 묶인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에 억제된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조혁진은 들어오자마자 조신우를 찾으려 두리번거렸다.사실 그도 처음엔 어떤 이유로 자신이 붙잡힌 건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도민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신우가? 용왕님의 지인을 건드리기라도 한 건가?’그는 그런 상상까지만 했을 뿐
이신향 역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든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고 나서야 진짜로 안심할 수 있었다.‘역시... 천우 씨는 너무 멋있어.’예천우는 정말 강하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당당하고도 냉철했다.‘단지 안타까운 건... 천우 씨는 나의 진정한 남자 친구가 아니야... 진짜 내 남자였으면... 나 아마 매일 웃음꽃이 피겠지.’그녀는 슬며시 아버지를 쳐다봤다.‘아빠, 이제 좀 알겠지? 천우 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하지만 이내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거 생각하면 나중에 천우 씨한테 제대로 사과는 해야겠어.’그때 도민현은 조태영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예천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도민현은 바닥에 떨어진 조신우의 휴대폰을 주워 들고 차갑게 말했다.“무슨 일입니까. 말씀하시죠.”“네, 네... 도 대표님, 제가... 제가 신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저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력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용왕님께 잘 말씀 좀 들려주십시오. 제가 어떤 대가든 치르겠습니다. 우리 신우만 살 수 있다면... 제 전부 재산이라도 내놓겠습니다.”조태영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조신우는 그의 유일한 아들이자 조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지금 그가 위기에 처해 있고 잘못 건드린 사람은 단순히 도민현이 아니라... 도민현조차 고개를 숙이는 존재였다.‘이대로라면 우리 집안은 끝장이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해.’하지만 도민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조 대표님, 상대가 만약 저였다면... 한번쯤 기회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신우가 건드린 건 용왕님이십니다.”그 말은 곧 조신우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용왕님의 권위는 결코 범할 수 없습니다.”“제발... 도 대표님, 한 번만... 용왕님께 말씀드릴 기회를 주십시오. 조씨 가문 전 재산을 바치겠습니다. 신우만 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조태영은 절박하게 매달렸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