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도 따로 볼일이 있어서 두 사람 먼저 집으로 가.”먼저 차에 탄 예천우는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감히 내 여자를 때려? 절대 용서 못해...’한편, 체포 작전을 무사히 마친 장한식은 천해시 시장 황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예천우 씨는 무사히 저택을 나섰고 사만식 대표는 지금 경찰서로 압송하는 중입니다.”“좋습니다. 이제... 국회에서 뵐 날이 머지 않을 것 같군요.”천해시의 종양덩어리나 마찬가지인 사만식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황근호가 호탕하게 웃었다.“감사합니다. 시장님.”국회 진출을 약속받으니 장 청장의 입꼬리 역시 귀에 걸렸다.영사그룹 사만식 회장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조사를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워 실질적인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사실 이번 체포작전의 숨은 공신은 바로 양대복이었다.양대복이 직접 황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천우와 사만식의 아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 상황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양대복은 만식파와 경쟁 관계인 조폭 두목으로서 상대방의 범죄 증거를 꽉 잡고 있었기에 경찰 측에서 고민이던 직접적인 증거 문제까지 한번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 모든 상황을 보고받던 양대복 역시 그제야 묘한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드디어 끝이다.’지금까지 사만식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던 건 사만식이나 영사그룹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종사급 고수인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겉으로 드러나있는 상대는 예천우이니 설령 사태수가 돌아온다 해도 예천우를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물론 이건 천우 님께서 아시면 안 되겠지만...’같은 시각, 임완유 대신 운전대를 잡은 소정이 또 넌지시 한 마디 던졌다.“완유야, 이번에 유걸이 진짜 큰 도움 준 거 알지. 그 사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그러게. 유걸이 아니었으면 천우... 정말 사만식 회장 죽였을지도 몰라.”“그러니까. 너뿐만 아니라 천우도 이번에
한편, 역시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진 소정은 몰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천우야. 아, 완유가 전화해 보라고 해서. 어디까지 왔어?”“지금 병원이야. 볼일만 마치고 바로 갈 거라고 전해 줘.”전화를 끊은 예천우는 성큼성큼 병실로 향했다.‘병원?’살짝 갸웃하던 소정은 바로 예천우가 임완유의 복수를 하러 간 것임을 직감했다.‘뭐야. 임완유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같은 시각. 임완유의 휴대폰이 울리고 당연히 예천우인 줄 알고 발신인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녀의 귓가에 표독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완유, 마지막 경고야. 지금 당장 우리 진호 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빌어. 안 그럼 너네 집안 전부 밀어버릴 거니까.”김혜정이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전화를 끊어버리자 임완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뭐야...’“누구야?”소정의 질문에 임완유가 대답했다.“사진호 어머니.”자초지종을 들은 소정이 펄쩍 뛰었다.“하, 뭐야. 자기 남편이 경찰에 체포된 건 모르는 건가? 뭘 믿고 그렇게까지 하는 거래?”“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잖아. 뭐 믿고 있는 게 또 있나 보지.”“그러게. 뭔가 대책을 강구해야겠어.”한편, 엄마의 통화를 듣고 있던 사진호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임완유 성격에 이런 협박 통화 한 통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임완유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엄마, 진짜 병실로 올까요?”“그럼. 안 오면 자기 가족 다들 길바닥에 나앉을 텐데 안 오면 어쩔 거야. 아들, 넌 이번 기회에 걔 기부터 확 잡는 거야. 알겠지?”“네, 엄마!”임완유가 그에게 용서를 구걸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바보처럼 헤실거리던 사진호의 표정이 확 굳었다.‘설... 설마 예천우?’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던 김혜정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진호야, 왜 그래?”그리고 아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하지만 잠시 후, 정작 얼굴에 새빨간 손가락 자국이 남은 건 바로 김혜정이었다.순간 벙쪄있던 김혜정이 다음 순간 볼을 움켜쥐었다.“감... 감히 날 때려? 이게 죽으려고!”예천우는 미친 여자처럼 달려드는 김혜정의 따귀를 또다시 거세게 때렸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진 김혜정의 입가에 비릿한 피맛이 그대로 느껴졌다.“내가 웬만해서 여자는 잘 안 때리는데 당신은... 인간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너...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나 영사그룹 사모님 김혜정이야!”“영사그룹?”아직도 자신만의 꿈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영사그룹이 언제까지 당신 뒤를 봐줄 것 같아? 아니, 그전에 언제까지 영사그룹이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아?”“너... 그게 무슨 소리야?”“정 궁금하면 남편한테 전화해 보든가?”김혜정은 당황스러운 손길로 남편인 사만식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남편이 경찰 측에 체포되었다고 말하는 낯선 경찰의 목소리였다.“그... 그럴 리가 없어.”“아, 내가 지금 당신 집에서 오는 중이거든? 영사그룹은 이제 끝이야.”“그럴 리가 없어! 영사그룹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무너질 리가 없어! 이건 거짓말이야! 날 흔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예천우는 여전히 망상에 빠져있는 김혜정을 지나쳐 사진호에게로 향했다.어떻게든 뒤로 물러나려고 해도 등은 곧 벽에 닿아버리고...잔뜩 겁 먹은 얼굴의 사진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 테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 줘.”“이미 늦었어. 상황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건 아버지고 아들이고 똑같네.”말을 마친 예천우가 왼손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거대한 기운과 함께 사진호는 자신의 그곳을 망치로 깨부수는 듯한 극심한 고통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으으윽.... 으아아악!”짐승 같은 울부짖음과 함께 시뻘건 피가 이불을 적시기 시작했다.소란에 부랴부랴 달려온 의료진조차 눈앞의 참혹한 상황에
“영사그룹... 정말 끝인 거야?”지금 이 순간, 김혜정에게 더 중요한 건 아들의 상태가 아니라 바로 그룹의 존망이었다.“내 여자를 건드린 순간, 이미 각오했어야 할 일이었어.”‘경찰이 나서지 않았다 해도 내가 전부 부숴버렸을 테니까...’“그럴... 그럴 리가 없어.”김혜정이 여전히 현실부정을 이어나가는 사이, 장한식 청장이 병실에 들이닥쳤다.예천우가 병원으로 향했다는 황 시장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이었다.분명 피바람이 불 테니 먼저 가서 수습을 하고 있으라고 말이다.역시나 황 시장의 예상대로 병실 안의 상황은 처참했다.한편, 장한식의 얼굴을 알아본 김혜정이 허겁지겁 달려갔다.“청장님, 이... 이 사이코패스 자식 얼른 체포하세요. 내 아들... 그리고 저까지 맞은 것 좀 보시라고요!”확실한 상황에 장한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후... 이건 좀 수습하기 힘들겠는데?’잠깐 망설이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천우 씨, 도주 위험이 있는 용의자를 제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 그런 식으로 포장을 하시겠다?’장 청장의 뜻을 바로 알아차린 예천우가 싱긋 웃었다.“별말씀을요. 더 나은 천해시를 위해 응당해야 할 일인 걸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네.”예천우가 무사히 병실을 나서자 상황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오만방자한 사만식 그리고 그 가족들이 더 어마무시한 세력을 건드린 것이 분명하다고 수군댔다.“정... 정말 끝인 거야?”어느새 두 눈에 빛을 잃은 김혜정이 여전히 중얼거리고 사진호 역시 중요한 그곳을 잃었다는 고통보다 집안이 망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애초에 임완유 그 계집애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이게 다 유걸 그 자식 때문이야!’“김혜정 씨, 당신을 폭행, 횡령 혐의로 체포합니다. 그리고 사진호 씨, 살인, 강간 등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한편, 병원을 나선 예천우는
“그래서 날 칼로 썼다 이 말이지?”“죄, 죄송합니다!”“솔직하게 말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 끝까지 변명했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말이야.”“용,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사만식 회장 아버지가 과거 제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에 눈이 멀어 순간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그런데 왜 용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지?”“그때 당시... 지원을 요청하긴 했지만... 회답이 없었습니다.”“음... 그래. 다음엔 나한테 직접 보고하도록.”“네. 사태수는 4년 전 이미 종사급 고수였습니다. 지금쯤 아마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죠. 천우님 때문에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났으니 아마 돌아오자마자 천우님을 공격하려 할 겁니다.”“상관없어. 겨우 종사급 따위가.”말을 마친 예천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종사급이면 거의 최상급 고수인데 이렇게까지 무시하신다고?’여기서 잠깐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세상의 무술 등급은 명경, 암경, 화경, 종사 등 등급으로 나뉜다.명경은 흔히 말하는 보통의 격투가 레벨로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육체의 강인함을 키우는 자들을 가리킨다.그리고 암경은 수련을 통해 내력의 힘을 깨우친 자들로 이 단계부터 보이지 않는 공격으로 상대에게 내상을 입힐 수 있다.그리고 화경 단계부터 내력의 힘을 육체적인 능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 놀라운 공격 속도와 파괴력을 가지기 시작한다.그리고 마지막 종사는 내력과 육체적 능력 모두 일정 경지를 돌파한 이들을 가리키며 숨결 한번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고수들을 가리킨다.특히 종사급 고수는 한국 전체를 뒤져봐야 10명이 될까 말까한 초엘리트들로 수많은 고수들이 모였다는 용문마저도 전대 용왕을 제외하고 종사 경지를 돌파한 이는 좌오 호법 두 사람뿐이라는 소문만 파다하게 돌 뿐이었다.“천우 님은 아직 너무 젊어. 물리적으로 종사급 고수가 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신 거지?”하지만 평생 수련한 양대복 본인보다 나이로 치면 애송이
유한숙의 말에 임국종도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최근 아들과 며느리의 끊임없는 세뇌에 임국종은 슬슬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닐지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예천우는 있는 건 허세뿐인데다 맡긴 회사일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싸움 실력 하나만 믿고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고 오는 그야말로 한량에 깡패나 다름없는 남자였다.아버지가 조금 흔들리는 눈치를 보이자 임강이 굳히기를 들어갔다.“그러니까요. 이번엔 글쎄 영사그룹까지 건드렸다지 뭡니까? 완유가 제발 흥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말을 안 듣더래요. 다행히 유걸 군이 경찰청에 계시는 삼촌한테 부탁해서 바로 사만식 회장을 체포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완유는 물론이고 우리 집안 정말 풍비박산날 뻔했어요, 아버지.”“형님, 나도 그 얘기는 대충 들었수.”임국종의 동생인 임국진 역시 한 마디 거들었다.“아니, 우리 완유가 어디 부족한 애도 아니고 왜 그런 촌놈한테 시집 보내지 못해 안달인 거야? 미꾸라지 한마리 잘못 들어왔다가 집안 물 전부 흐리는 거 한순간이야.”“맞아요, 큰아버지.”임강의 사촌동생인 임찬 역시 예천우가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예쁘고 능력있는 임완유에게 최대한 좋은 짝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용도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너무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그런 와중에 예천우의 편을 드는 건 임완유뿐이었다.“솔직히 천우도 저희 많이 도와줬잖아요. 임유그룹이 용등상회에 가입하는 것도 도와줬고 절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했고요.”“상회에 가입하게 도와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연히 과거에 맺은 인연 덕분이었지 자기 능력으로 해낸 일은 아니었잖아? 그리고 널 구해줬다고? 그게 널 구한 거니? 무슨 일이든 주먹부터 올라가는 게 구한 거냐고?”“남편이 다혈질이면 와이프는 속이 아주 말라간다 너? 잘 생각해.”하지만 이어지는 가족들의 공세에 임완유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그래... 천우는 너무 충동적이야. 그 애 옆에 있으면 마치 시한폭탄
“겨우 영사그룹 따위... 제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한 것뿐입니다.”무덤덤한 예천우의 반응에 유한숙은 더 화가 치밀었다.“하, 넌 아직도 그 허세니? 머리라는 게 달렸으면 유걸이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 이번에 유걸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어느 들판에서 시체로 뒹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유걸 씨요? 유걸 씨가 영사그룹을 무너트렸다?”예천우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천우야 제발... 제발 한 번만 잘못했다고 해. 그놈의 허세 제발 그만 좀 부리라고.’속이 타들어가는 임완유와 달리 예천우가 사람들의 공격을 받자 소정은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래... 계속해. 차라리 이혼하고 집안에서 쫓아내버려. 그래야... 내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한편, 분위기가 자기 쪽으로 슬슬 몰려오자 이때다 싶은 생각에 유걸이 입을 열었다.“천우 씨 말이 맞아요. 저희 힘으로는 부족하죠. 제아무리 경찰이라도 대기업을 한순간에 무너트리긴 힘드니까요.”또 무슨 꿍꿍이냐 싶은 마음에 예천우가 유걸을 힐끗 돌아보던 그때 그가 말을 이어갔다.“이번에 영사그룹을 무너트릴 수 있었던 건 상부에서 사만식 회장의 횡포에 이미 불만을 품고 있었기도 했고 또 저희 신학그룹이 곧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어머 신학그룹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고?”“축하해요. 그럼 시가도 몇 배로 뛰겠네.”임한숙은 마치 그 돈이 이미 자기 재산이 된 듯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런데 신학그룹 상장과 사만식 대표 체포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가?”“아, 이번 상장을 앞두고 저희 그룹 지분을 거의 반값에 넘겨서 영사그룹 이사들을 많이 끌어들여 왔거든요. 그 덕에 경찰에서 출동하기 전 영사그룹은 이미 텅 빈 고목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그랬구나... 세상에 정말 큰일을 해줬네.”“완유야, 들었지? 얼른 고맙다고 해?”“아, 유걸 씨 고마워요. 반값에 넘기면 손해도 많이 봤을 텐데... 제가 어떻게든 보상할게요.”“아니요. 보답 같은 걸 바라고 이
임완유는 약간 망설였다, 결국 그녀는 금융 전공의 우등생인데다 임유 그룹을 몇 년 동안 담당했기 때문에 평범한 초보자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은 뜻밖의 행운이었고, 바로 돈을 보내기만 하면 된다. "왜 그래, 완유야. 설마 날 못 믿는 거야?” "완유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유걸은 널 위해서 이렇게 많은 돈을 쓰시는 건데. 네가 아니었으면 이런 횡재도 없었어.” “맞아, 난 오롯이 완유 널 위해서 하는 거야.” 유걸이 직접적으로 말을 꺼냈다. 이러한 이유로 어르신조차도 특히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신학 그룹이 확실히 매우 실력이 뛰어나고 전망이 좋은 그룹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완유야, 아직도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거니? 설마 유걸이 너한테 너무 잘해준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이지 않는 거야?”"유걸이 널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생각을 해봐. 어제는 네가 곤란한 상황인 걸 알고는 병원에 가서 사진호의 하반신을 망가뜨리고 김혜정의 뺨도 몇 대나 때렸는데.”"세상에 이렇게 호기롭게 행동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이런 남자를 아직도 거부할 거야?!” 소정이 말했고, 전화를 걸어 예천우가 병원에 가는 것을 알았을 때 그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리고 나중에 일을 알게 된 후 즉시 유걸에게 말해 빨리 와서 공로를 가로채 가라고 말한 것이다. 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유걸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건가? 예천우가 한 일을 또 유걸이 빼앗아 가다니. 이 말들에 임완유는 미안한 나머지 말을 꺼냈다."소정아, 네가 한 말들을 나도 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난 이미 혼인 신고를 했는걸.” "완유야, 그건 할아버지가 잘 생각하지 않아서 예천우와 결혼하도록 너한테 강요한 거란다. 이제는 예천우와 같이 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이혼하도록 하렴.”“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을 테니까.”어르신은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말은 어르신이
그런데도 조태영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인지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외쳤다.“도 대표님, 도민현 대표님, 저는 조태영입니다! 잠깐만요. 전화 좀 받아주세요.”스피커폰이 켜져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들렸다.조신우는 그 말을 듣자 그대로 얼어붙었다.‘지금... 지금 방금 아버지가 뭐라고 부른 거야? 도 대표님?’조태영은 도민현의 목소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설마... 설마 저 사람이...’기억의 조각이 퍼즐처럼 맞춰지자 조신우는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예전에 TV에서 본 적 있는 바로 그 인물 강흥시를 뒤에서 조율하는 진짜 실력자... 그가 바로 도민현이었다.‘방금 날 걷어찬 바로 사람이 도 대표님이었어. 말도 안 돼. 내가 도 대표님한테...’듣는 말에 의하면 도민현도 엄청나게 흉악무도한 사람이라고 했고 지금 용왕도 저런 태도로 조시우를 혼내고 있었다.그러자 조신우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졌고 두 볼은 이미 부어올랐으며 정신은 반쯤 나가 있었다.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재동 가족 시 말을 잃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체하며 거들먹거리던 조신우가 지금은 바닥에 엎드려 울면서 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은 채 온몸으로 공포에 질려 있었다.그 모습은 과거의 오만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따로 있었다.단지 용왕이라는 말에 조신우는 오줌을 싸고 그의 아버지 조태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도민현에게 빌듯이 전화를 걸고 있다니... 이제동은 예천우가 어쩌면 아주 무서운 배경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조신우의 아버지는 아주 다급한 어조였고 심지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도 대표님을 불렀어. 잠깐만, 도 대표님이라고?’이재동과 그의 가족들은 지금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도민현이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의 이름만큼은 익히 알고 있었다. 강흥시
“뭐... 뭐라고요?”조신우는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고 그는 지금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집안이... 멸문을 당할 위기라고? 도대체 누구한테?’그리고 그 순간 한 단어가 머릿속에 스쳤다.‘용왕님?’조금 전 도민현이 예천우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았다.‘설마... 설마 진짜 저 사람이? 아니야...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조신우는 그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그... 용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데요? 정체가 뭐예요?”수화기 너머에서 조태영은 한숨을 깊게 내쉰 뒤 차분히 말했다.“용왕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떠도는 존재야. 나도 용왕님을 직접 본 적은 없어. 하지만 확실한 건 용왕님은 용문이라는 조직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거야. 지금 도민현조차 용왕님의 명령을 받들고 있잖아. 게다가... 들리는 말로는 용왕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고 나이도 굉장히 어리다고 하더군...”조태영의 말이 이어질수록 조신우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얘졌다.‘젊고 강하고... 도민현도 복종하는 인물이라고...’그리고 조신우는 방금 도민현이 예천우를 향해 말했던 호칭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용왕님... 그러면... 그렇다면... 설마?’조신우는 몸을 덜덜 떨며 예천우를 바라봤고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버지, 설마... 제가 건드린 사람이 그... 그 용왕이라는 분...은 아니겠죠?”수화기 너머로 조태영은 날이 서도록 몰아쳤다.“지금 네 말투가 심상치 않네. 신우야, 제발 네가... 용왕님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건 아니겠지?”조신우는 그 말에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그게... 제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조신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조태영은 화가 나기도 했고 두렵기도 했다.조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두려움에 떨며 예천우를 올려
예천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고 그는 자기편에게는 언제나 후한 사람이었다.도민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고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45년산이라니요! 그건 와인계의 전설입니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예전에 경매에서 6억 넘게 낙찰된 적도 있었습니다.”그 대화를 듣던 조신우는 완전히 얼이 빠졌고 평소 와인을 즐기던 그였기에 그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 전설 같은 와인이 예천우 손에서 툭 튀어나온다니....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게다가 아까 예천우가 꺼낸 술들과 그 분위기까지 생각해보면...‘이 자식은 정말 돈 많은 놈일지도 몰라. 아마 아버지 정도는 나서야 수습이 될지도 모르겠어...’이재동과 그의 가족들도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수천만 원을 훌쩍 넘는 와인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 그게 바로 예천우였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그 위치에 있으니 그런 걸 선물 받는 것이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보통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보는 눈앞에서 직접 술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데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혹시 이 예천우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이재동은 조심스레 딸을 바라봤다.그런데 이신향은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었다.그걸 본 순간 이재동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내가... 내가 어쩌면 정말 큰 실수를 한 건지도 모르겠군. 아까까지 예천우를 얼마나 무시하고 얼마나 면박을 줬던가. 이대로는 안 돼.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잡아야 해. 꼭!’그런데 그 순간 조신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예천우도 시선을 돌려 바라보자 조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 자동으로 울린 거예요... 제가 건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그는
도민현은 처음에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눈이 피곤해서 착각한 게 아닐지 잠시 의심했지만 그의 기억력도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 한 번 마주한 적이 있을 뿐인데도 용왕님의 인상은 너무도 강렬했기 때문에 다시 본다고 해도 절대 헷갈릴 리 없었다.더구나 지금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직원 덕분에 시야가 확 트였고 그는 곧 확신에 찼다.‘틀림없어. 저분은... 용왕님이야!’순간 그의 얼굴에는 흥분이 스치듯 지나갔다. 용문 사람들에게 있어 용왕이란 존재는 신비롭고도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전설과 같은 존재였다.예천우도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의 시선을 알아채고 조용히 말했다.“음식은 두고 가세요. 경찰은 부르지 말고요. 꼭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면 식당 대표한테 말하시면 돼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룸을 예약한 손님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니 각별히 신경 쓰라는 지시를 이미 여러 번 들은 터였다. 지금 상황이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는 절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이 식당 자체가 천상 그룹 소속이었고 예천우는 그 천상 그룹의 실질적인 후계자였다.그때 도민현은 아무 말 없이 문 앞에서 서 있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용왕님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직원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뒤에야 도민현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용왕님!”‘용왕?’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순간 어리둥절했고 분명히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예천우의 태도와 지금 들어온 도민현의 모습을 보면 그 호칭이 단순한 게 아닌 것 같았다.조신우 역시 당황한 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용왕이란 말을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어딘가 낯이 익었다.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예천우는 도민현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
조신우는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고 예천우가 한 번만 더 손을 쓰면 그가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그런 상황에서도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며 이를 갈듯 외쳤다.“죽어도... 너한테는 절대 안 빌어!”그러자 예천우는 차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럼 이번엔 네 팔 하나쯤 부숴줘야겠네.”말이 끝나자마자 예천우는 주저 없이 발을 옮겨 조신우의 팔 쪽으로 중심을 이동했다.그러고는 단 한 순간 아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리찍었다.“으악!”이번엔 조신우의 비명이 더욱 뼈를 깎는 듯했고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에 모두가 혼비백산했다.“안 돼. 그만둬!”이재동이 다급히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있던 이신향을 향해 소리쳤다.“신향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얼른 가서 말려. 지금 당장 멈추라고 해!”하지만 이신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차갑게 말했다.“왜요? 자기가 그렇게 잘난 척하다가 스스로 자초한 거잖아요. 내가 왜 말려요? 천우 씨는 지금 정당하게 싸우고 있는 거예요.”“너... 너 정말 미친 거 아니냐. 내 딸이 이렇게 멍청했던 거야?”이재동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이번엔 정말 끝이야... 이번엔 진짜 우리 가족 다 죽게 생겼어!”한지연 역시 표정이 창백했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이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죽으면 죽죠! 난 더는 저딴 조신우한테 굽히고 살기 싫어요. 누나,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예요.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진짜 일이 터지면 저 혼자 감당할게요.”“감당은 무슨 감당이야.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조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봤잖아. 넌 그런 걸 감당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이재동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고 그 시선은 다시 이신향에게 향했다.“신향아,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네가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그러고는 예천우를 향해 이를 악물고 외쳤다.“그리고 너, 예천우!
“웃기고 있네.”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예천우를 비웃었다.“너 같은 쓰레기가 뭘 할 수 있겠어? 믿을 수 없으면 한번 해보든가.”예천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이 멍청이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르네. 이젠 말로 안 통하겠군.’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좋아. 네가 원한 거니까 제대로 맛 좀 보여줄게.”조신우는 속으로 살짝 기뻤다. ‘드디어 이 찌질이가 덤벼오네. 이놈 입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망신당했는데... 지금부터 그 수모를 전부 갚아줄 거야.’조신우는 예전에 자기 돈으로 무술 사부님을 몇 명을 고용해 몇 가지 동작을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련은 아니었고 훈련도 게을리해 실전 경험이라곤 없었지만 일반인 두셋쯤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수준이었다.“일대일이야. 그러니 누구도 우리를 말려서는 안 돼. 무릎 꿇고 빌기 전까진 끝이 아니야.”조신우는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예천우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이재동과 주변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어차피 저 녀석이 알아서 죽겠다는 건데 우리가 말려봤자 괜히 조 도련님만 더 화나게 하겠지...’조신우는 예천우가 정말로 나서는 걸 보고 미소를 지었다.‘그래. 이걸로 다시 내 체면을 회복하면 되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짝!”예천우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자마자 그대로 그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너 이 자식... 비겁하게 기습하는 거야.”조신우는 얼굴을 싸쥐며 소리쳤지만 다음 순간 또 한 번의 따귀가 날아들었다.“짝!”이번엔 정면이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이번엔 기습 아니니까 할 말 없겠지?”조신우는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조금 전 따귀는 정말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내가 더 빠르고 강한데... 저 자식은 그저 공부나 하던 놈 아니었어?’그러나 예천우는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조신우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발을 뻗었
방 안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조혁진 또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도민현이 진심으로 칼을 빼들면... 우리 조씨 가문은 정말 끝장이겠지.’하지만 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우리가 용왕이라는 사람을 건드릴 일이 있었나? 조씨 가문이 아무리 무례하다 해도 눈치 없이 그런 인물한테 손댈 리 없잖아...’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전태민 시장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왕 총독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왕 총독은 이미 도민현의 힘과 그 뒤에 있는 용문이라는 조직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었다.그는 도민현이 강흥시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꼭 살리고자 했다.강흥시가 발전하면 자신의 정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지금 협상은 잘 되고 있나?”왕 총독이 물었다.전태민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요약해서 설명했다.그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도민현이란 그 자식은 뒤에 용왕이 있단 걸 핑계로 아예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너무 오만하고 제멋대로라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따끔하게 경고했습니다. 용왕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 정부 사람을 흔들려고 하는 거죠? 저희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 용왕이라는 자식도 좀 혼내려고요.”전태민은 평소 왕 총독이 단호하고 강경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자신을 강하게 포장하려고 했다.‘이런 모습 보여주면 총독님도 날 인정해 주시겠지.’하지만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왕 총독은 큰소리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뭐라고? 용왕님을 혼내겠다고? 전태민, 너 지금 제정신이야?”왕 총독의 고함이 너무 커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 모습을 본 전태민 시장과 간부들은 도민현의 반응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불쾌했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민현의 얼굴에 드러난 그 진중하고 긴장된 태도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존재길래 강흥시에서 잘나가는 이 도민현조차 저리도 조심스러워하는 걸까?’그러던 중 도민현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용왕님, 말씀하십시오.”‘용왕?’방 안에 있던 이들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용왕이라니... 설마 그 용문? 전설적인 비밀 조직이라는 그 집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그간 소문처럼 떠돌던 이름은 들어본 적 있었지만 실체는 아무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 도민현의 입에서 직접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전화기 너머에서 예천우의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 대표, 하나 묻자. 장산군 사정 좀 알고 있어? 거기서 제법 영향력 있는 가문이 하나 있다더라. 조씨 가문이라고... 들어봤어?”그 말에 조신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봐봐. 끝까지 쇼하네. 이 전화는... 그냥 자기 친구랑 짜고 치는 거겠지. 곧 들통날 거야.’도민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그 가문의 가주는 조태영이라 하고 지역에선 꽤 이름이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전화기를 들고 있던 전태민 시장은 조용히 그 이름을 되새겼다.‘조태영이라하면... 조신우의 아버지 아닌가?’옆에 서 있던 조혁진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설마... 아냐... 이건 아닐 거야. 아닐 거야...’그 순간, 예천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래. 조씨 가문, 그 집안을 내가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다면... 할 수 있겠어?”그 말에 도민현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깟 조씨 가문 정도야 하루 안에 끝장낼 수 있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실행해.”예천우는 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도민현은 조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