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달려나온 사람은 주원성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오경용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숨을 확인했지만 죽은 게 확실했다.그 순간 주원성은 겁에 질려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온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지훈에게 말했다.“한 선생, 이번에 큰 사고 치셨어요! 이… 이사람은 남촉 오씨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셋째 아들이라고요!”“그런 사람을 죽였으니 남촉 전체가 선생을 적으로 돌리려고 할 거예요. 여기 더 머물러서는 안 돼요. 어서 떠나세요!”주원성은 너무 두려웠다.남촉 오씨 가문의 권세는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고 그 누구도 그들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서촉은 남촉에 비하면 전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었다.그런데 한지훈이 오경용을 죽여버렸으니 오씨 가문을 상대로 선전포고한 것과 다름없었다!상대는 남촉 전쟁부와 경찰 총국, 그리고 상계까지 섭렵한 오씨 가문이었다!그 세력과 인맥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한지훈이 북양 출신이라고 해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경용을 처형했으니 남촉이 뒤집어질 건 안 봐도 뻔했다.주원성은 당장이라도 이 사고뭉치를 멀리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는 그제야 한지훈을 막으라고 했던 동진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야말로 사고뭉치가 따로없었다.유청과 사씨 가문 사람들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무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장면이었다.무법천지에 자기밖에 모르던 오경용이 이렇게 쉽게 죽어 버릴 줄이야!게다가 하필이면 사씨 가문 저택에서 죽었다는 게 문제였다.이건 그들에게 큰 화를 불러온 것과 마찬가지였다.사서은은 유청의 손을 꽉 잡고 두려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청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없이 한지훈을 바라봤다.한참이 지난 뒤, 그가 입을 열었다.“한 선생, 어서 도망가세요. 오경용을 죽였다는 건 오씨 가문에 대놓고 전쟁 선포를 한 것과 같아요. 남촉에서 오씨 가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고요. 그 집 가주이자 오경용의 아버지는 남촉
지시를 들은 부 장교는 바로 명을 전달하러 밖으로 나갔다.그 시각, 사씨 가문 저택.오경용이 데려온 사병들과 경호원은 한지훈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 전부 바닥에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사씨 가문의 사람들은 걱정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주원성 역시 수시로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훔쳤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동진해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총장님, 어디까지 오셨나요?”“곧 도착해. 그쪽 상황은 어때? 한 선생이 오경용과 충돌한 건 아니지?”전용차에 탄 동진해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주원성은 옆에 있는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고 마른침을 삼키고는 소리를 낮춰서 말했다.“큰일 났어요! 완전 세상이 뒤집힐 일이요!”차에 타고 있던 동진해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한 선생이 오경용을 죽여버렸어요….”말을 마친 주원성은 못 참겠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뭐?”동진해도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도무지 주원성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오경용은 오씨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셋째 아들이잖아. 그런 인간을 죽였다고?”동진해는 믿기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주원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맞아요, 총장님. 그러니 세상이 뒤집어질 거라고 말하죠. 사람 좀 많이 불러야 할 것 같아요. 한 선생은 오경용을 죽이고도 도망치지 않고 지금 정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요. 오씨 가문의 권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고 싶다면서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그 말을 들은 동진해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뭐라고? 그 난리를 치고도 지금 그 집에 앉아서 오씨 가문 사람들이 오길 기다린단 말이야?”“그렇다니까요. 지금 상황에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완전히 통제가 안 돼요. 이분 정말 사고뭉치 맞아요… 오씨 가문과 충돌이 생기면 북양군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요?”주원성은 볼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만약 북양과 남촉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정말로 세상이 뒤집힐 일이었다.동진해 역시 긴장한 목
“셋째 도련님이… 살해를 당했어요!”그 경호원이 다시 한번 말했다.쾅!순식간에 오용훈은 온몸으로 무시무시한 살기를 방출했다.“내 아들이 죽었다고?”그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여긴 남촉, 오씨 가문의 아지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에서 오씨 성을 가진 가주의 아들이 살해를 당했다니!게다가 오경용은 오용훈이 가장 총애하는 아들이었다.이건 오씨 가문에 대놓고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대체 누굴까?어느 간덩이가 부은 놈이 이런 미친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거실에 함께 있던 장교와 장군들 역시 벌떡 일어서며 분노를 표출했다.“사령관님, 제가 3천 사병을 데리고 도련님을 살해한 놈을 처벌하러 가겠습니다!”“저도 가겠습니다!”“저도 가서 도련님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그 놈에게 오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을 살해한 업보가 얼마나 처참한 것인지 알려주고 오겠습니다!”오용훈은 부하들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그 경호원을 노려보며 물었다.“대체 내 아들을 죽인 놈이 누구더냐! 그놈은 어디 있어?”경호원은 거실 안에 진동하는 살기에 기가 눌려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가… 가주님, 저도 모르는 놈입니다. 말투를 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것 같은데… 지금은 사씨 가문 저택에 있습니다.”“지방에서 올라왔어? 좋아! 아주 좋아! 감히 내 아들을 죽이다니! 그게 누구든 난 놈과 그놈 가족들의 피로 내 아들의 영혼을 기릴 것이다!”오용훈은 분노한 목소리로 부하들에게 말했다.“지금 당장 주군 본부로 가서 1만 사병을 집결하고 사씨 가문 저택으로 간다! 오늘 거기서 파리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가게 해야 할 것이다!”“예, 알겠습니다!”순식간에 일곱 명의 군인 장교들은 거실을 나가 입구에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주군 본부로 향했다.오용훈은 분노에 치를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차 대기시켜! 당장 사씨 가문 저택으로 출발한다!”그렇게 오씨 가문 사람들은 살기를 풀풀 풍기며 사씨 저택으로 향했다.그 시각, 저택.사
이 작은 남촉에 사령관급의 강자가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었다.그래서 과거 2대 국왕마저도 촉지를 단독으로 구분한 것 같았다.촉지는 사실 상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강자들이 많이 숨어 있었다.그 시각, 사씨 가문 대문 앞에 대량의 병사가 집결되었다.수많은 군부의 트럭이 위풍당당하게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족히는 백 대가 넘는 트럭이 저택 근처의 골목 골목을 가득 채웠다.총을 든 병사들이 차에서 뛰어내려 저택 근처의 반경 3km 이내에 자리를 잡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그와 동시에 병사들은 끊임없이 몰려와 저택 주변을 포위하고 총알을 장전했다.입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주원성은 겁에 질려 이마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는 바로 뒤돌아서 오용훈의 옆으로 가 공손하게 말했다.“오 사령관님이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저는 서촉 4분대 국장 주원성입니다.”오용훈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주원성을 노려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서촉 사람이 우리 남촉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주원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해명했다.“뭔가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이웃인 우리 서촉의 체면을 봐서라도 한 선생을 그만 용서해 주시죠. 고의로 사령관님 아들을 살해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주원성은 최대한 한지훈이 실수로 죽인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오용훈은 콧방귀를 뀌고는 주원성의 멱살을 잡고 호통쳤다.“주 국장! 자네가 서촉 사람인 걸 봐서 자네만은 봐줄 수 있어! 하지만 저 미친놈이 내 아들을 죽인 죄는 절대 용서 못해! 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의 목숨을 취하고 말 거야! 누구든 날 말릴 생각하지 마!”말을 마친 오용훈은 주원성을 밀치고 아직도 태연히 앉아 있는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내 아들을 죽인 범인이 너야?”오용훈이 고함치듯 물었다.한지훈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래. 나야.”“아주 좋아!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하는 게 남자다워! 하지만 안타깝지만 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를 건드렸어!”오용훈
오용훈은 너무 당황스러웠다.혼자 힘으로 초식 하나에 두 명의 전신 강자를 베어버리다니!2성 현급 사령관인 자신의 실력으로도 상대가 언제 공격을 어떻게 휘둘렀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너무 무시무시한 실력이었다.‘이 녀석 보통내기가 아니야!’어쩌면 상대는 2성 현급 사령관의 실력을 초월했을 수도 있었다.‘설마 3성지급 사령관?’남촉에 이런 막강한 무인이 걸음했는데 자신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오용훈은 또 한번 놀랐다!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서촉에서 온 사람 같았다.‘서촉에서 남촉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건가?’그런 생각을 하며 오용훈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눈에서 진한 살기가 방출되었다.눈앞의 인간이 누구든, 자신의 아들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는 게 당연했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눈앞의 오용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누군지 궁금해?”오용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호통쳤다.“내 검은 무명인을 베지 않는다! 네놈이 한방에 내 호위 무사를 죽여버렸다는 건 그만큼 너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너 같은 사람이 남촉에 나타난 이유가 분명 있을 거야! 그러니 네가 여기 온 목적을 말해!”한지훈은 냉소를 짓고는 일어나서 싸늘한 눈빛으로 오용훈을 쏘아보며 말했다.“일개 남촉 군부의 총지휘관 따위는 내 이름을 알 자격도 없어!”그 말에 현장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오용훈의 얼굴은 거의 흙빛이 되었다.수십 년을 살면서 이토록 그를 무시하는 발언은 처음이었다.이곳은 남촉이고 오씨 가문의 아지트였다.오용훈은 크게 분노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건방진 자식! 죽음을 재촉하는구나!”총을 든 병사들은 바로 총알을 장전하고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그 순간 분위기는 고도로 긴장되었다.옆에서 지켜보는 주원성은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지훈이 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을 누가 알았을까!게다가 오용훈의 호위를 죽여버리다니!그 두 사람은 남촉에서 오용훈을 제외하면 최강자로 불리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너무도 쉽게 그들을 썰
오용훈의 광기와 분노는 극에 달했다.하지만 한지훈은 그 말을 듣더니 비웃음을 머금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남촉 오씨 가문이라! 정말 건방지고 무식한 족속들이었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다니! 처음엔 나도 안 믿었는데 지금 보니까 너희는 지금 권력의 힘을 더럽히고 있어! 그렇다면 내가 용국 전쟁부를 대신해서 너희 오씨 가문을 소멸시킬 거야!”그 말을 들은 오용훈은 고개를 돌리고 증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웃겨!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 주제에 그런 건방진 발언을 하다니! 우리 오씨 가문을 네가 소멸해? 남촉 땅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 우리 가문이 없었으면 남촉의 오늘도 없었어!”“우리 가문이 쓰러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쪽은 남촉 시민들이 될 거야! 다들 거리로 나앉을 거라고!”촉지의 현지인들은 그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물론 한지훈은 제외였다.그는 피식 냉소를 짓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오용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남촉의 군왕이라도 된다는 건가? 오용훈, 남촉은 용국의 땅이지 너희 오씨 가문의 땅이 아니야! 남촉에 오씨 가문이 사라져도 다른 가문들이 일어날 거야! 그들이 어쩌면 너희보다 운영을 더 잘할 수도 있겠지!”“너희는 자신들의 세력을 등에 업고 백성들을 억압하고 권력을 남용하고 있어! 하지만 용국에서 이런 만행이 벌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지! 나라에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범죄 사안이라고!”“너희가 그래도 말을 못 알아듣고 욕심만 채운다면 내가 오늘 나라를 대신해 남촉의 최대 암덩어리인 너희를 뿌리뽑을 거야!”오용훈은 충격에 인상을 마구 구겼다.하지만 곧이어 그는 큰 웃음을 터뜨렸다.“웃겨! 네 말 몇 마디로 남촉에서 우리 오씨 가문의 영향력을 부정할 셈인가? 정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솔직히 말해주지! 지금 이 문을 나가면 반경 3km 안에 모두 내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 내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이 저택을 폐허로 만들어버릴 거야!”오용훈이 과장
그 말을 들은 오용훈은 훈간 당황했다.곧이어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동진해를 노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동진해! 지금 나한테 한 소리야? 나한테 병사를 철수하라고? 그게 지금 남촉 총사령관 앞에서 할 소리야?”오용훈은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다.남촉 주군 본부 총사령관인 자신이 지방에서 올라온 촌놈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동진해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오 사령관, 장난으로 하는 말 아닙니다! 이분을 건드려서는 안 돼요! 이분을 건들면 남촉 전체가 뒤집어질 겁니다!”오용훈은 그 말을 듣고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래? 내가 꼭 건들겠다면 자네가 뭘 할 수 있는데?”동진해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한지훈의 눈치를 힐끗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한 선생, 제가 처리하겠습니다.”한지훈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동진해를 바라보며 물었다.“가능하겠어요?”동진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시도는 해봐야죠.”곧이어 그는 오용훈의 옆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 사령관, 저분의 신분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건들 수 없는 분이에요!”분노한 오용훈이 따지듯 물었다.“대단한들 얼마나 대단하겠어?”동진해가 말했다.“북양 출신입니다.”짤막한 대답에 오용훈은 흠칫하며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저 건방진 녀석이 북양 출신이었다니!’오용훈은 진지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물었다.“정말 북양 출신이야?”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오용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북양의 위상을 용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전임 총사령관이 총살을 당한 일은 촉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오용훈뿐이 아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사씨 가문 사람들과 유청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한지훈이 북양 출신이었다니…사람들이 오용훈이 한지훈 토벌 작전을 포기할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가 분노한 목소리로 고함쳤다.“북양이면 뭐! 여긴 남촉이야. 우리 오씨 가문 아지트라고. 북양 사병 따위가 지금
여기서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오용훈은 인상을 쓰고 이고성을 노려보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령관, 지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여긴 남촉이야. 서촉이 아니라고!”이고성은 냉소를 짓고는 말했다.“오용훈, 그런 말로 날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 난 협박이 안 통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난 자네와 자네의 가문, 나아가서 남촉을 살리려고 이 자리에 온 걸세!”그 말을 들은 오용훈은 완전히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오용훈이 짜증스럽게 물었다.이고성은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그건 알 필요 없고 한 선생은 자네가 건드릴 수 있는 체급이 아니야! 그분을 건드리면 우리 서촉을 적으로 돌리는 거로 간주하겠어!”위엄이 담긴 발언에 오용훈마저 당황하며 그를 쏘아보았다.“이고성! 지금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오용훈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그는 왜 한지훈 하나 족친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방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작 북양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대접할 일인가?아니면 상대가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다는 걸까?“해보자는 게 아니라 충고하는 거야. 오 사령관, 오늘 저분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리면 남촉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모가지가 날아갈 거야! 특히나 당신들 오씨 가문은 아예 남촉에서 사라지게 되겠지!”이고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급하게 달려온 것도 한지훈의 신분에 관해 들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나라의 기둥과도 같은 인물을 누가 감히 건드린단 말인가!남촉의 오씨 가문이 아니라 촉지 전체가 이 사건에 휘말려도 참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오용훈의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지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알 것 같아. 이고성 이 모든 건 자네의 계략이었어! 북양은 무슨! 대단한 신분? 그거 다 거짓말이지! 이고성 당신이 드디어 욕심을 드러낸 거야! 일부러 시비를 만들어서 우리 남촉을 먹으려는 수작 아니야?
게다가 사방에서 한지훈을 헐뜯고 있는 발언들에 대해, 장령풍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지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몇몇 명산 모두가 그의 적이었다. 그렇기에 한지훈이 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 자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역외 강자조차도 흔들 수 없는 거물을, 누가 감히 건드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옆에 있던 천릉자는, 장령풍의 표정 변화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한지훈의 정체가 뭐든, 자신이 쟁취해야 할 성과를 이대로 빼앗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는 장령풍과 상의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들었다. 곧이어 그물처럼 촘촘한 검망이 한지훈의 정수리 위에 펼쳐졌다. 그는 단 한 방에 한지훈을 산산조각 내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건드리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 온 하늘을 덮은 검망에도, 한지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나뭇가지에서 잎사귀 하나를 따냈다. 그러고 나서는 천릉자가 서있는 쪽으로 잎사귀를 가볍게 던졌다, 곧장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잎사귀에, 제대로 화가 난 천릉자는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잎사귀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무종 모든 종사들의 장기였다. 그러나 종사계의 실력은, 그저 전신계와 같을 뿐이었다. 그런데 일성 천신계 고수인 자신이 뜻밖에도 전신계 같은 땅강아지한테 무시당하게 될 줄이야?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 천릉자는 곧바로 또 하나의 검망을 휘두르며 사악한 웃음을 보였다. “네 이 녀석, 천신계 강자를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오늘 내가 제대로 보여주마!”“죽어!”지금 이 순간, 천릉자는 이미 한지훈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지훈은 산산조각 나게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눈앞의 상황에 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이미 한지훈의 전력을 직접 목격했었다. 모든 전투에서,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던졌었다.
천산 장 씨 집안과 항산 사이에는 서로 맺은 약속이 있었다. 오늘 이 자소화도 사실은 천릉자에게 주기로 내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자소화 자체는 결코 희귀하지는 않지만, 꽃이 피기 전의 자소화를 찾는 건 매우 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다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에, 산속의 맹수들에 의해 먹히고는 만다. 사실 천신계 강자에게 있어, 자소화의 장점은 셀 수 없이도 많았다.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순조롭게 2성 현급 천신계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큰 유혹 앞에서, 장령풍은 장 씨 집안과 항산의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이 자소화를 손에 넣을 생각뿐이었다. 그의 단호한 태도에 천릉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령풍,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으려 하지는 마. 당시 한지훈의 그 사건도 장 씨 집안이 자초한 일이었어. 네가 자소화를 손에 넣는다면, 그동안 우리가 한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될 거라고!”사실 전에 5대 명산, 항산 그리고 천산 장 씨 집안이 줄곧 천릉자를 치켜세운 이유는 그 배후에는 아주 큰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른바 불세출의 천재란 타이틀을 근본적으로 꾸며낸 것이다. 사실 천릉자는 이미 30년 전에 항산 문하에 들어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항산은 줄곧 그를 중점 육성 대상으로 간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4년 만에 단번에 천신 경계를 돌파하게 된 기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가짜였지만, 그 최종 목적은 천릉자를 이용하여 한지훈을 호되게 밟는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 씨 어르신의 발언과 언론을 통해 한지훈은 영원히 용국의 치욕이라는 이미지로 매장하려는 속셈이었다.그러려면 이 과정에서 천릉자의 후광을 더욱 밝게 비추어야 했다. 그의 후광으로 한지훈의 공적을 덮어 그를 폄하하고 말살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계획이었다. “장 씨 집안의 계략이 뭐가 대수야? 난 지금 오직 이 자소화만 갖고 싶을 뿐이야!”장령풍은 여전히 굳은 표정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이 내용이 보도된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될 것이다.필경 현재 용국은 물론, 심지어 전 세계가 모두 한지훈이 단지 일성 준 천신계의 실력으로 10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참살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하여 전 세계는, 한지훈과 용국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그 배후에 호천 창세가 손을 쓴 거라면 용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한지훈은 또 어떻게 될까? 과연 누가 용국을 두려워하겠는가? 아마 그 누구도 한지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 않을 것이다.“됐어, 한지훈 그 반역자에 대해서는 이쯤하자. 저 두 사람의 시합이나 지켜보자고!”유 씨 어르신은 의도적으로 반역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한지훈의 못된 이미지를 제대로 박았다. 한편 그 시각, 한지훈도 어느새 산꼭대기에 도착했다.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은 여전히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보아하니 장령풍의 상황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새하얀 도포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장령풍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분노 가득한 두 눈동자는 천릉자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반면 천릉자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손을 짊어진 채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듣기로는 너희 장 씨 집안 삼절진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하던데, 오늘 보니 역시나 명실상부라 느껴지긴 하는구나. 하지만 다만 아쉬운 건, 넌 아직 제대로 불꽃이 튀지 않아 천절진의 위력은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앞으로 만약 10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나중에 나의 천망 검진은 너를 더 이상 격파하기도 어렵게 될 거야. 하지만 어찌 됐든 그건 10년 후의 일이니, 오늘은 일단 이 자소화를 나한테 양보해!”이내 천릉자가 허리 굽혀 자소화를 따려는 순간, 숲속에서는 갑자기 우렁찬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오옥!”불곰보다도 몇 배나 더 큰 맹호 한 마리가 갑자기 숲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순간 천릉자와 장령풍 모두 멍해졌다. 전에 5대 명산 고수들이 이미 산꼭대기를
유 씨 어르신의 말에, 임설은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가 돌아온 후, 모든 사람들의 몸에는 큰 변화가 생겼고 저항력도 강해졌을 뿐만 신체능력도 향상되었다.그러나 마찬가지로 맹수들도 더욱 강해졌다. 만약 임설이 맹호를 상대한다면, 그건 바로 먹잇감이 되는 것이었다.당시 한지훈의 일전도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하다니, 게다가 모두 한지훈보다 한두 단계 높은 경지의 고수들이라니. 비유하자면 당시의 한지훈은 마치 현재의 임설과도 같았고, 그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은 바로 맹호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대결 결과는, 전혀 추측할 필요가 없이 다들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그럼 당시 그 대결이 만약 오로지 한지훈의 소행이었다면, 이건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유 씨 어르신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해졌다. 필경 유 씨 어르신은 화산 고수중 한 명이었기에, 그의 말은 신빙성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진정한 무도 중인 만이 한지훈이 당시 직면한 것이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보통 사람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유 씨 어르신은 이런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종이 점점 강해지게 되면서, 현재 더욱 많은 일반인들이 모든 경계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게 되었다. 천신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전신계라 하더라도 작은 경계 사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즉 천릉자는 비록 일성 준 천신의 최고 실력에 도달하긴 했지만, 그가 2성 천신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상, 2성 천신계 상대에게 있어 그는 마치 땅강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이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전혀 같은 수평선에 놓여있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 “어르신, 그 말씀은 전에 한지훈이 다른 사람의 힘을 이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뜻인가요?”임설이 다시 물었다. “그래.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네. 너희들 아직도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