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에서 멈추지 않는데 한지훈이라고 가만히 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이어지는 며칠동안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매일 정해진 시간에 그녀의 출퇴근을 픽업하고 시간을 내어 그녀와 실전 연습도 진행했다.강우연은 무예에 꽤나 재능이 있는 여자였다.벌써 일주일 안에 그녀는 1성 준전신급 경지에 안착했다.이제는 4성 천급 군왕 몇 명을 만나도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까지 성장했다.“하….”강우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지훈에게 물었다.“여보, 나 어때요?”한지훈은 그런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내보이며 말했다.“아주 좋아.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성장이 가장 빨라.”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해맑게 웃었다.사실 그녀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항상 자신을 채찍질했다.그래야 앞으로 한지훈과 고운이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한지훈의 신변에 귀찮은 일이 생기거나 지난번처럼 그가 중상을 입었을 경우에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었다.그렇게 연무 한 시간 뒤에 강우연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한지훈에게 말했다.“여보, 오늘 비즈니스 파티가 있는데 같이 갈래요?”한지훈은 들고 있던 천산서록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좋지.”어차피 한가한 시간이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 시각, 강중의 모 별장.네 명의 검은색 장포를 입은 사람들이 어두운 거실에 모였다.“한지훈이 돌아왔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오늘 열리는 비즈니스 파티에 참석할 거라는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해. 파티에 잠입하여 놈을 독살하는 거야!”한 사내가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가면을 쓴 사내에게서는 일반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음침한 분위기가 풍겼다.“하지만 상대는 북양왕이야. 4대 가문의 가주들이 연합해도 죽이지 못한 놈이야. 오히려 원천걸이 역으로 당해서 죽어버렸다고! 한지훈 최소 반보천왕일텐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또 다른 가면을 쓴 사내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그들은 사업 상의 경험담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미래 정책 같은 것들을 서로 공유했다.많은 사람들은 이번 교류회를 통해 미리 정책 같은 것들을 알아둬서 대비책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그래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시장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 시각 한지훈과 강우연도 다가오는 사람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술잔을 들고 다가온 사람들 대부분은 강우연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녀는 어느새 강중에서 가장 핫한 여성 기업인이 되어 있었다.우연그룹과 청운종이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그룹에서 생산하는 약품들은 시장 점유율이 무려 80퍼센트 이상을 달성했다.물론 남은 20퍼센트는 양심적인 시장 경쟁을 위해 강우연이 일부러 여지를 남긴 것이었다.반면 강중 의학계의 거물들 몇 명을 제외하고 강우연과 같이 온 한지훈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그가 바로 소문만 무성한 강우연의 남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소문에 그는 출근도 안 하고 매일 집에만 있으며 가정주부를 자처한다고 했다.물론 한지훈은 그런 소문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젊고 잘생긴 남자 한 명이 사람들 틈에서 걸어나오더니 강우연에게 다가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런 곳에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경주 당씨 가문의 둘째 당일범입니다.”강우연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반가워요. 그런데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당일범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앞으로 알아가면 되죠.”말을 마친 그는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여자였으면 진작에 가슴 설레었겠지만 강우연은 오히려 그런 그의 태도에 반감을 느끼고 경계 어린 표정을 지었다.딱 봐도 바람둥이에 자기 잘난 멋에 사는 인간이었다.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당일범이 말했다.“우리 가문도 경주에서 의약
당일범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살면서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그에 대한 소문이 안 좋기는 하지만 그가 조금만 웃어주면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수두룩했다.굳이 뭔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하는 여자는 많았다.그런데 이 망할 여자가 와인을 자신의 얼굴에 쏟아부은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너무 치욕스럽고 화가 나서 주먹이 떨려왔다.그가 남을 조롱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대놓고 그에게 창피를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일개 기업의 대표가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당일범은 어떻게든 강우연을 방으로 끌고 가서 자신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가르쳐 주고 싶었다.그렇게 해야 이 주체할 수 없는 정복 욕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기게 만들겠어!’“망할 년이 감히 내 얼굴에 와인을 부어?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당씨 가문의 2세라고!”종업원에게서 티슈를 받아 대충 얼굴을 닦은 당일범은 음침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강우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조금전에 자기소개는 이미 했잖아요. 하지만 그게 당신이 예의 없이 행동하는 이유가 되어주지는 않죠. 조금 전의 언행은 이미 내게 큰 모욕감을 줬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을 잡아가라고 할 수도 있다고요!”“하!”당일범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에 크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강 대표는 유머감각도 뛰어나군! 나를 경찰에 신고해? 할 거면 해도 돼. 소도시인 강중에서 날 잡아갈 간 큰 경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괜히 허풍을 떠는 소리는 아니었다.강중에 비하면 경주는 대도시에 속하고 그런 경주에서 당씨 가문의 영향력이 워낙 어마어마했기에 당일범이 잡혀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손님들 중에는 강우연을 깨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우연그룹이 그만큼 강중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그런 우연그룹을 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저 망할 년이 감히 나를 무시해?’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정복 욕구도 강하게 올라왔다.이런 여자만이 정복했을 때 쾌감이 극대화되는 것이다.당일범은 떠나는 강우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를 돌려세울 생각이었는데 미리 그의 움직임을 느낀 강우연은 가볍게 몸을 비틀어 피하고 역으로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우드득 하는 소리가 아찔하게 현장에 울렸다.강우연은 그대로 상대의 손목을 부러뜨려 버렸다.“악!”당일범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손목을 붙잡고 뒤로 뒷걸음질쳤다.그는 수치심에 달아오른 얼굴로 강우연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 망할 년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죽여버릴 거야! 당장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지옥이 뭔지 알게 해주마!”현장을 목격한 손님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방금… 뭘 본 거지?손목을 부러뜨리다니!상대는 당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었다!이건 너무 무모한 행위가 아닐까?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한지훈도 약간 놀란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그녀가 그냥 피하고 기껏해야 귀뺨을 날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과감한 행동을 할 줄은 예상밖이었다.그런 모습이 한지훈의 눈에는 더욱 매력 있게 보였다.예전의 강우연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었다.오히려 훈련할 때보다 동작이 더욱 신속하고 과감했다.그녀의 체내에 주입한 할아버지의 기운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한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일이 생겼을 때 그녀가 더 이상 떨지 않고 과감히 맞선다는 건 좋은 현상이었다.강우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당일범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을 받으며 다리를 들어 당일범의 턱을 가격해 버렸다. 건장한 체구의 사내는 그대로 허공에 떠올랐다가 바닥으로 힘없이 추락했다.현장에 삭막한 정적이 감돌았다.강우연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상대를 깔보듯 내려다보며 우아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고는 턱을 붙잡고 바닥에서 간신히 숨만 몰아쉬고 있는 당일범을 싸
파티홀을 나온 한지훈과 강우연은 손을 잡고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그러고 보니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건 꽤 오랜만이었다. 강우연은 한지훈과 함께하는 이 한가한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그러면서도 여전히 분이 식지 않았다.“당일범 그 인간 정말 괘씸해요! 집에 돈 좀 있다고 그런 식으로 여자를 모욕하다니! 다음에 만나면 제대로 한번 손봐줄 거예요!”그녀는 작은 주먹을 흔들며 분개해서 말했다.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됐어. 이미 제대로 혼쭐을 내줬잖아.”강우연은 그제야 한숨을 토하며 그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여보. 내가 너무 경솔했죠? 이러다가 회사에 불이익을 끼치는 건 아니겠죠?”지금 생각하니 너무 무모한 행동이었던 것도 같았다.상대는 무려 당씨 가문의 둘쨰였다.경주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그런 가문을 적으로 만들었다면 이대로 쉽게 끝날 일은 아닐 것 같았다.한지훈은 그녀의 보드라운 손을 꼭 잡아주며 담담히 말했다.“괜찮아. 당씨 가문? 아무것도 아니야. 그쪽에서 주제도 모르고 날뛰면 내가 나서면 돼. 조금 전 보여준 모습 정말 괜찮았어. 앞으로도 귀찮은 일 생기면 절대 물러서지 마. 그래야 사람들이 당신을 만만하게 보지 않아.”“특히나 당일범 같은 금수저들한테는 더 눈치 볼 필요가 없어.”그 말을 들은 강우연의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발꿈치를 들고 한지훈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한지훈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천천히 걸었다.그런데 이때, 한지훈은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서늘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왜 그래요, 여보?”강우연도 이상을 감지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한지훈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누가 우릴 미행하고 있어. 총 네 명이야. 게다가 실력도 범상치 않아. 가장 뛰어난 놈은 4성 천급 용수의 무인이야. 최하위도
사독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살기를 번뜩이며 순식간에 한지훈을 향해 달려들었다.악귀 가면을 쓴 사내는 마치 흑표범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옷섶에서 번뜩이는 단도를 꺼내 한지훈의 등을 노리고 휘둘렀다.단도에서 순식간에 표창 모양의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을 갈랐다.“성공이다!”악귀 가면을 쓴 사내는 한지훈과 2미터 가까이까지 단도가 접근했을 때 상대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기쁨에 들떠 탄성을 질렀다.2미터는 4성 천급 용수에게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였다.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그 시간 안에 공격을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이야!누가 한지훈이 강하다고 했지?그는 아무런 위기감이 없어 보이는 상대의 모습에 살짝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차라리 속전속결로 끝내고 돌아가서 보상을 받고 쉬고 싶었다.하지만, 사내가 의기양양하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있을 때, 뒤돌아선 한지훈은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4성 천급 용수라,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썼네.”한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가면을 쓴 사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어떻게 된 거지?상대는 분명 공격의 기미를 눈치챘고 게다가 그 짧은 시간 안에 뒤돌아섰다.그리고 그의 단도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그는 그제야 자신과 한지훈 사이의 거리가 어느새 2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한지훈은 뒤돌아서는 동시에 그와 거리를 벌렸던 것이다!더 당황스러운 것은 사내는 아무리 힘을 써도 몸은 마치 바닥에 말뚝이라도 박힌 것처럼 조금도 앞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그의 경악한 시선을 보며 한지훈이 담담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내가 들고 있던 단도가 미친듯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사내의 손을 벗어나 한지훈에게 돌아갔다.가면을 쓴 사내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영혼을 잠식하는 듯한 상대의 위압감에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반보천왕이 아니었어! 이건… 천왕이야!
곧이어 털썩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가면남은 그대로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퍼렇게 죽어가더니 온몸의 혈관이 검은색을 띄며 팽창하기 시작했다.한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그것은 맹독이었다!독에 당한 상대는 반항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즉사했다.한지훈의 옆에서 현장을 목격한 강우연은 겁에 질려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그만큼 시체의 모습은 너무 기괴하고 무시무시했다.멀리서 기회를 엿보던 3인방은 무리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형님이 일격에 쓰러지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상대는 천왕강자야! 우린 승산이 없어! 빨리 도망쳐야 해!”그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고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뒤돌아서 뛰었다.남은 두 사람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동료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흥!”한지훈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고는 그들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어차피 다 왔으니 너희도 남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훈은 질주하기 시작했다.그에게서 뿜어져 나온 살기가 공원 전체를 뒤덮었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번뜩이는 오릉군 가시가 나타나더니 도망치는 일행 중 한 명을 향해 날아갔다.푸흡 하는 소리와 함께 오릉군 가시는 상대의 몸을 관통했다.한지훈은 다른 일행을 뒤쫓아간 뒤에 손을 뻗어 상대의 덜미를 잡았다.상대는 뒤돌자마자 한지훈을 향해 붉은색 분말을 뿌렸다.맹독이었다!한지훈은 순식간에 뒤로 물러서며 손을 뻗었다. 그의 옷섶에서 은침이 뿜어져 나와 분말을 꿰뚫고 상대의 등을 관통했다.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상대는 온몸에 마비를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한지훈은 쓰러진 상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남은 한 명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마지막 남은 한 명은 도주에 특화된 자였다.한지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광장에 있는 깃발 하나를 뽑아 상대의 등을 노리고 던졌다.깃발은 마치 예리한 창처럼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쾅! 깃발의 거대한 충격과 살상력은 그대로 상대의 몸을 관통했고 상대와 함께 벽에 날아가서 꽂혔다.순식간에 벽이 무너
한지훈에 대해 모르고 뒤에서 험담하던 사람들은 급기야 입을 다물었다.사람들 틈에서 한지훈의 기행을 목격한 당일범 역시 겁에 질려 이마에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저게 사람인가?한지훈도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모두가 한지훈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급급히 길을 비켜주었다.당일범은 사람들 틈에 끼여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여 도망칠 곳도 없었다.그는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보다가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애원했다.“형님,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아내분을 넘보는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저는 쓰레기고 구제불능이에요. 목숨만 살려주세요.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진심이에요… 목숨만 살려주시면 당장 강중을 떠나겠습니다. 절대 다시 강중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당일범은 정말 무서웠다.사람이 산 채로 몸이 관통되어 벽에 걸린 모습이라니!일반인은 절대 해낼 수 없는 수법이었다.게다가 한지훈에게서 풍기는 섬뜩한 살기는 심연처럼 당일범을 숨도 못 쉬게 만들었다.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당일범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그 약속 지키길 바라지. 혹시라도 약속을 어길 시에 저거 봤지? 너도 저렇게 될 거야.”말을 마친 그는 뒤돌아서 사람들의 경악한 시선을 뒤로하고 현장을 떠났다.그는 공원으로 돌아가서 온몸이 마비된 사내에게로 다가갔다.사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눈을 제외하고 그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가온 강우연이 그의 등 뒤로 몸을 숨기며 물었다.“여보, 이 사람은 어떻게 할 거예요?”한지훈은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사지 부러뜨려서 약왕파에 돌려보내야지.”“네?”강우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한지훈은 다가가서 발을 들었다.그리고 사내의 경악한 시선 속에 상대의 손목을 지그시 짓밟았다.우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