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나 대신 복수해 줘야 해? 꼭 그 자식이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줘. 아니라면 나도 콱 죽어버릴 거야."표준우는 더욱 불을 지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도혜영이 기겁하며 제 남편을 재촉했다."여보, 얼른 해결하지 않고 뭐해. 당신 아들이 죽는 꼴을 지켜볼 거야?"표중혁이 고개를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두르지 마. 내일 내가 직접 강씨 가문으로 찾아가지."다음날.열몇 대의 검은색 벤츠를 거느린 표중혁이 제 마이바흐에 올라타며 바로 강운그룹으로 향할 것을 명령했다.강운그룹 사람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에 떨며 회의실에서 소란스레 말다툼을 벌였다."이거 큰일 났습니다. 표씨 가문의 기세가 말이 아니라고요. 어르신, 우린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이게 다 빌어먹을 한지훈 그놈 때문입니다. 표준우 도련님을 때리라고 사람을 사주했다잖아요. 멍청한 것도 정도가 있지요.""한지훈은 아직이랍니까?"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뱉어내며 씨근거렸다.상석에 앉은 강준상도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아침부터 표중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어제저녁에 벌어진 일을 전하며 강씨 가문에서 순순히 범인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만약 따르지 않는다면 다른 가문과 기업을 선동하여 강운그룹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그리하여 조급해 난 강준상이 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그만들 하세요. 긴장할 거 없습니다. 사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 한지훈이 친 사고이니 표씨 가문에서 찾아오거든 그놈을 넘기면 되는 일이에요. 기껏해야 병원비나 좀 보태주고요."강문복이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마침 회사에 도착한 한지훈과 강우연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회의실에는 긴장과 분노가 가득했다.사람들은 적의를 감추지도 않은 채 강우연과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다."할아버지, 사람들을 급하게 소집하셨다고 들었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강우연은 아직 사건의 전말을 몰랐다.강준상이 차갑게
한지훈은 당황했다. 강우연이 이렇게 반응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그러나 눈물범벅이 된 강우연을 바라보며 한지훈도 차마 뭐라고 입을 열 수 없었다.정말 자신이 잘못한 걸까?눈물을 훔쳐낸 강우연의 얼굴에는 실망의 기색이 잔뜩 서려 있었다. 몸을 돌린 그녀가 강준상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할아버지, 지훈 씨가 잘못한 건 맞지만... 저 때문에 그런 거예요. 벌을 주시려거든 제가 대신 받을게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은 여전히 강우연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니라면 이렇게 감쌀 필요가 없었으니까. 한지훈은 이 와중에도 어쩐지 행복해졌다.강준상이 차가운 얼굴로 강우연에게 호통쳤다."네게 벌을 내리라고?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였으면 내가 널 여태 내버려 뒀겠느냐? 표씨 가문에서 요구하는 건 저놈이라고. 이번 일은 저놈이 벌인 일이니 수습도 저놈이 해야 할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함께 그들을 비난했다. 그중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마음껏 욕설을 퍼붓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강희연이었다. "강우연, 네가 다시 돌아온 뒤로 귀찮은 일들이 끊이질 않아. 너뿐만 아니라 네 뒤에 있는 그 쓰레기도 마찬가지고. 저 인간은 어쩜 사고를 치지 않는 날이 없어. 내가 너였다면, 우리 가문과 회사를 생각해서라도 당장 짐 싸 들고 나갔어. 아직도 뻔뻔하게 여기에 발붙이고 있는 너도 참 대단하다."설해연도 맞장구를 쳤다."희연이 말이 맞아. 이 불행을 몰고 다니는 것아. 길씨 가문의 일도 채 해결 못한 마당에 표씨 가문까지 합세하게 생겼어. 대체 이를 어쩌면 좋아? 어떻게 책임질 건데!"설해연이 강준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아버님, 우연이의 직위를 해제시키는 건 어떨까요?"그 말을 들은 강준상이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했다.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서경희와 강신이 강문복네 식구들과 말싸움을 벌였다.서경희는 이 와중에도 한지훈에게 욕설을 퍼붓는 걸 잊지 않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제가 무릎 꿇는다면 이분이 감당 못 할 텐데요."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기가 막혔다. 한지훈은 그야말로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허, 드디어 한지훈이 미쳤나 봐요. 아직도 그렇게 기고만장하나? 대체 우리 가문에 얼마나 피해를 주려고 이래?""멍청한 것들은 답도 없다니까. 감히 표 가주님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그러게. 얼마나 멍청했으면 스스로 무덤을 파겠어."강씨 가문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강준상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한지훈을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던 그가 얼른 표중혁에게 사과했다."가주님, 이것 참 면목 없습니다. 우리 집안에 겨우 다시 돌아온 자라... 버릇이..."강준상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한지훈은 막무가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표중혁의 비서와 부하들도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 그들도 저마다 한지훈을 지적했다."뭐? 우리 회장님이 감당할 수 없다고? 어이가 없어서 원. 당장 무릎 꿇지 못해!"눈썹을 치켜올린 한지훈이 서늘한 눈빛으로 비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름."표중혁을 뒤에 업은 비서의 콧대가 하늘을 찔렀다. 그가 양복 옷깃을 정리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표 회장님 비서 엄승원이다. 왜, 이젠 나한테까지 손대려고? 당신 주제를 알아야지, 한지훈 씨."한지훈이 피식거렸다."사냥개 주제 뭐라도 된 것처럼 구는군. 왜 자꾸 짖어.""뭐... 뭐라고?"엄승원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자신은 표중혁의 비서였으니 지위가 높은 게 당연했다.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예의를 차리며 입에 발린 말을 해대기 바빴다. 한데 별것도 아닌 자식이 감히 저를 욕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모욕적일 순 없었다."회장님, 저놈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할 듯싶습니다."엄승원이 표중혁의 귓가에 속삭였다.표중혁이 드디어 딱딱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가 의외라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한지훈이라고 했나. 담대함은 인정해 주지. 하지
한지훈을 태운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그러나 병원 문 앞에 도착한 표중혁은 어쩐지 석연찮은 분위기를 느꼈다.병원 앞에 군용 차량 두 대가 떡하니 서 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입구에는 중무장한 군인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그들은 병원을 드나드는 모든 차량을 조사하고 있었다.심지어 모든 거리에도 중무장한 군인들이 엄숙한 얼굴로 늘어서 있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린 표중혁이 당황해서 제 비서에게 물었다."엄 비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군인들이 여기에 있어? 높으신 분이라도 행차하셨나?"조수석에 앉은 엄승원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뒷좌석에 앉아 팔짱을 낀 한지훈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불렀거든."그 말을 들은 차 안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표중혁과 엄승원이 한지훈을 힐끗 쳐다보았다.곧이어 엄승원이 한껏 조롱했다."재미없는 농담 좀 그만하시지. 저 많은 군인을 전부 당신이 불러 모았다고? 누가 들으면 당신이 아주 높으신 분인 줄 알겠어. 허언증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표중혁도 허허 웃었다."그런다고 우리가 놀라기라도 할 줄 알았나? 그래, 정 그러면 두고 보지. 누가 나서서 네놈 편을 들어줄지."차가 멈춰서자 표중혁이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한지훈도 태연하게 그를 따라나섰다.중무장한 군인들이 장관의 통솔을 받으며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상황 파악이 아직 덜 된 표중혁은 그저 관례에 따른 검사 절차인 줄 알았다. 그가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차렸다."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들 녀석을 보러 왔습니다. 이 병원에 입원해 있거든요."지켜보던 엄승원도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그렇습니다, 장관님. 이분은 표중혁 회장님이십니다. 오군 주군 본부 분들이시지요? 우리 회장님께서는 한민학 군단장님과도 친분이 있으십니다. 그러니 이쯤 하시고 보내주시는 건 어떻겠습니까?"장관은 두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옆으로 밀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한지훈이 한민학 군단장의 친구라니. 표중혁은 말문이 턱 막혀왔다. 경악과 의심이 서린 눈빛으로 한지훈을 쳐다보던 그가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정말... 자네가 한민학 군단장님과 아는 사이라고?"한지훈은 그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은 채 태연하게 말을 돌렸다."표 가주, 나더러 당신 아들에게 무릎 꿇고 빌라며? 올라가지."표중혁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건 명백한 경고였다.한민학 군단장의 친구를 감히 무릎 꿇릴만한 자가 어디 있겠는가. 한민학과 오군 주군 본부와 맞서겠다는 결심이 아니고서야...몸을 벌벌 떨던 표중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냉큼 무릎을 꿇었다. 그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한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한민학 군단장님의 친우분이시니 당연히 우리 가문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으셔야지요. 제 아들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사과하시겠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사과는 저희가 드려야지요."회장님까지 무릎을 꿇은 마당에 엄승원이라고 별수 있겠는가. 그도 털썩 무릎을 꿇으며 벌벌 떨었다.강운그룹에서 한지훈에게 한껏 건방지게 굴었던 과거의 자신을 목 졸라 죽이고 싶어졌다.가장 바라지 않는 일들은 언제나 거짓말처럼 이뤄진다고 했던가.한지훈이 거의 엎드리다시피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엄승원에게 말을 걸었다."엄 비서. 왜 무릎을 꿇고 있지."겁을 잔뜩 집어먹은 엄승원이 바닥에 퍽퍽 머리를 박았다."한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감히 선생님을 업신여기다니, 제가 미쳤었나 봅니다. 제 안목이 이렇게나 형편없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말을 마친 그가 이번에는 자기 뺨을 내려쳤다. 소리가 어찌나 살벌한지 병원 문 앞에 서 있던 구경꾼들의 귀에도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연신 뺨을 후려친 엄승원이 싹싹 빌었다.한지훈이 짧게 코웃음 쳤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건 딱 질색이었다. 다시
도혜영의 말을 듣고 한지훈은 잠시 반응을 못했다. 오히려 표중혁이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질 뻔했지만, 다행히 엄승원이 서둘러 표중혁을 부축했다.도혜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심스럽게 물었다. "당신 왜 그래?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려? 몸이 불편해?”표중혁은 급한 마음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서둘러 말했다."여보, 한 선생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 이분이 누구……."“누구긴 누구야!?”도혜영은 표중혁이 자신의 아들을 때리도록 부추긴 범인을 선생으로 부르면서 그렇게 공손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자, 화가 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표중혁, 너 머리를 대문짝에 박았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 선생은 개뿔, 저 사람은 우리 아들을 때리도록 다른 사람을 사주한 범인이야! 너 뭐 하는 거야? 데리고 와서 사과하라는 거지, 모셔오라고 한 게 아니라고! "도혜영은 표중혁을 보면 볼수록 자신의 남편이 너무 한심했다. 왜 이렇게 전전긍긍하면서 걱정이 많은 건지.아예 도혜영이 돌아서서 어두운 얼굴로 한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감히 사람을 시켜 내 아들을 때려, 내가 너 오늘 꼭 혼내야겠어!"말을 마친 도혜영은 다짜고짜 한지훈의 뺨을 내리쳤다그러나 이 행동에 표중혁이 놀라서 이마에 식은땀을 가득 흘렸다. 그는 급히 도혜영을 잡아당긴 후 뺨을 ‘짝’ 소리가 나게 도혜영의 뺨을 쳤다!뺨을 때리는 큰 소리가 병원 입구 전체에 울려 퍼졌다!도혜영은 그 자리에서 화끈거리는 뺨을 움켜쥐고 경악한 얼굴로 표중혁의 격동되고 상기된 안색을 보더니, 바로 히스테리 하게 울부짖으며 물었다."표중혁! 너 미쳤어?! 왜 날 때려?! "표중혁은 열받아 죽을 것 같이 호통쳤다.“도혜영! 미친 건 너야! 한 선생님이 누군지 알아? 저분은 한민학 군단장님 친구야, 이 근무 소대는 모두 한 선생님이 불러온 거야! 감히 한 선생님에게 손찌검을 해? 너 미친 거 아니야! 우리 표씨 가문이 오군에서 사라지길 원하는 거야! "표중혁은 단번에 뱉어내고 그제야 마음속의 긴장이
“X발. 내가 놀라서 멍청해졌네! "표중혁은 즉시 자신의 뺨을 둬대 때리고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렸고, 바로 음산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온몸에 분노가 가득했다!너무 분해!방금 이 녀석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다니, 너무 창피하잖아!“이 새끼야! 아무리 네가 한민학 군단장의 친구라고 해도 이번에는 안 되겠어! 준우네 외숙부, 우리 마누라 친오빠가 오군 주군 본부의 군사야! 이번에 너 무조건 무릎 꿇고 우리 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 그리고 이전의 수모도, 내가 모두 되돌려 받을 거야! "표중혁은 순간 허리를 곧게 펴고, 음산한 눈빛으로 사방의 근무 군졸들을 훑어보며 소리쳤다. "우리 처남이 너희 오군 주군 본부의 도지천 군사야! 네들 이제 누구의 명령을 들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근무 군졸들은 표중혁의 입에서 도지천의 이름을 듣고, 표정이 살짝 어리둥절하더니,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들도 상부의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러 왔을 뿐, 한지훈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들의 눈에는 도지천은 정말 군사이고, 소장이니 절대로 감히 노여움을 사지 못한다."한 선생님, 이게……."소대장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한지훈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는 고개를 저으며 한기가 가득한 표중혁을 바라보며 말했다."표중혁, 넌 도지천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나에게 무릎을 꿇고 니들에게 사과하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말이라고 해! 우리 오빠는 군사야, 한민학 군단장 신변의 충실한 수하이자 그의 친한 친구거든! 어느 쓰레기 더미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네 친구보다 훨씬 더 믿음직스러워! 네 생각엔 우리가 널 상대한다고 하면, 한민학 군단장이 네 체면을 봐줄까 아니면 우리 오빠 체면을 봐줄까?"도혜영은 거만하게 두 손을 가슴에 팔짱을 끼고는 차갑게 웃었다.표중혁도 이 순간 얼굴 가득 아첨하는 웃음을 지으며, 자기 아내의 곁에서 따라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맞아! 한지훈, 네가 한민학 군단장과 친분이 있
말을 끝낸 도지천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선반에 걸린 군모를 집어 들고 다급히 마당으로 나갔다.“여봐라! 할 일이 있으니 빠른 속도로 사람을 집결시킨다!”도지천은 마당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순간, 한 개 중대의 군졸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집합했고 지시를 기다렸다.하나같이 총을 들고 있는 그들의 엄숙한 표정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도지천은 군졸들을 힐끗 보더니 군모를 쓰고 의관을 바로 세운 다음 손을 흔들었다. 이때 오군 주군 본부의 번호판이 달린 지프차가 도착했고, 도지천은 그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차 뒤에는 한 중대의 군졸들이 도보로 따라왔다!병원 입구에서, 도혜영과 표중혁이 쌀쌀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한지훈? 그 한씨 가문의 상갓집 개라는? 어머, 듣기로는 준우가 당신 마누라를 욕심낸다면서? 하하, 사실 난 반대야! 5년 전에 전체 오군 사람들 앞에서 얼굴 다 깎아 먹고 애새끼까지 낳은 천박한 여자가 어떻게 감히 표씨 가문에 들어와? 하도 준우가 좋아하니 말이지, 아니면 내가 벌써 나섰을 거야. 하지만 괜찮아. 준우도 그저 신선한 재미에, 놀다가 버릴 게 뻔해. 그런데 이 자식은 마누라 관리도 제대로 못 하네?”도혜영은 오만하고 비꼬는 자세로 쌀쌀맞게 웃으며 듣기 거북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 한지훈의 두 눈은 순간 한기로 가득 찼고 몸에서는 분노가 솟구쳤다!퍽! 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도혜영의 뺨을 후려쳤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도혜영은 두 손으로 뺨을 감싸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 상황은 너무 갑작스러웠다.옆에 있던 표중혁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방금 내뱉은 그 말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그제야 도혜영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며 한지훈에게 욕설을 내뱉었다.“으아악! 이 상갓집 개 같은 자식, 쓰레기 같은 자식, 네가 감히 내 뺨을 때려? 감히 날? 으아아아악! 표중혁, 안 보여? 이 자식이 내 뺨을 쳤는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
낙천기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의 계략이 아니라, 오히려 오대 명산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었다.심지어 이번 일에는 무신종의 그림자까지 얽혀 있었다!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용국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한지훈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었다.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어야만, 무종이 국왕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그가 보기엔, 설령 한지훈이 아직 살아 있다 한들 뭐 어쩌겠는가?지금의 오대 명산에는 고수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그의 사부 천릉자 또한 이미 한지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한지훈이 다시 무슨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그는 손짓으로 주변의 젊은 남녀들을 물러가게 한 뒤, 곧바로 전화를 꺼내 천릉자에게 걸었다.신호음이 들리자마자, 그는 아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부님, 이미 지시하신 대로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기자들도 저희 쪽 인물로 배치했습니다.”“다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이번 일은 한지훈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굳이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혹여 한지훈의 지지자들을 자극해 반발을 사지는 않을까요?”실제로 요 몇 년간, 한지훈이라는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게다가 이번 천릉자와 장령풍이 벌이는 자소화 쟁탈전은 전혀 한지훈과 관계가 없었다.이 시점에서 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언급한다는 건 오히려 그의 존재를 사람들 뇌리에 더 강하게 새기는 게 아닐까?“흥!”천릉자의 콧소리가 전화를 타고 전해졌다.“이 안의 현묘한 계책을 네 놈이 어찌 알겠느냐?”“한지훈의 이름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기억해 내게 하기 위함이다. 단지 일성 준천신 경지에 머물러 있는 자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야만 그의 위상을 점차 약화시켜, 민심 속 신망을 걷어낼 수 있지!”“게다가, 넌 아직도 한지훈이 용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구나. 예전의 한씨공관은 지금도 군대에서 특별히
사실 한지훈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두 가지 진법은 통달하고 있었다.비교하자면 장씨 가문의 삼절진이 더욱 오묘하고 무궁무진했다.하지만, 둘 중 누구라 해도 한지훈 앞에서는 감히 견줄 수조차 없었다!비록 똑같이 일성 준천신계 강자라 해도, 그 내실은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한지훈이 그동안 더 이상 돌파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기초를 더욱 단단히 다지기 위함이었다!한지훈 일행이 대양산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게다가 많은 언론 매체들 역시 정보를 입수하고는 가장 먼저 최고의 촬영 위치를 선점하며, 이 천하제일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대양산에서 15리 떨어진 곳부터는 이미 각 대명산이 구역을 나눠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버렸다.일반인은 산기슭 근처조차 접근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리고 여러 명산의 제자들 역시 모두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그중에는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거물급 인사들도 있었다.이런 명산 제자들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본인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 재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선생님, 제 생각에는 저희도 여기까지만 가죠.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제 먼 친척 중 한 명이 명산 제자를 한 번 잘못 봤다가, 결국 그쪽 사람들에게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어요!”육천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친척도 나름 지역에서 이름난 인물이었지만, 단지 그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해 온 가족이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오? 그 후 어떻게 됐습니까? 설마 명산 제자라고 해서 사람을 함부로 죽여도 되는 겁니까?”한지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몇 년간, 한지훈은 줄곧 은거하며 세상의 일에 무관심하게 지냈다.하지만 지금의 명산 제자들이 이토록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 그 뒤야 뭐 있겠습니까. 그냥 아무 핑계 하나 대더니, 무슨 문파간 원한이었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결국 흐지부지됐죠.”
최근 몇 년간 영기가 회복되면서, 몇몇 명산들은 그야말로 제자들이 넘쳐날 정도로 번창했다.그 안에서도, 하늘이 내린 듯한 재능을 지닌 자들도 드물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천릉자는 항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그의 성장 속도는 말 그대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불과 3~4년 만에, 병왕계의 풋내기에서 항산의 젊은 세대 중 유일하게 천신계 경지에 도달한 자로 우뚝 선 것이다!“사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어. 한지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천릉자와는 비교가 안 되지. 걔는 고작 3년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병왕계 경지에서 일성 준천신까지 올라갔으니까!”“그래, 저런 성장 속도만 보면 한지훈도 감히 따라갈 수 없지!”“예전에 한지훈이 천신계 경지에 도달하는 데 거의 10년 가까이 걸렸잖아!”이때, 양령아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쟤네가 뭔데 한지훈이랑 비교를 해?!”“당시에 지구는 아직 영기가 복원되지도 않았어! 그런 환경에선 3년이 아니라 300년을 줘도 천신계는 불가능했다고!”흑병대의 정예였던 양령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시절에는 사령관 경지 하나만 도달해도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지금의 사령관 경지 강자들에겐 그 고통이 뭔지도 느껴보지 못한 허울뿐이었다.하물며 천신계 경지라니?“흥, 내 생각엔 한지훈도 이미 오래전에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에 은거를 선택한 거야!”“은거라기보단, 도망친 거겠지. 그때 걔는 명산들과 생사를 걸 정도의 원한이 있었으니까!”이런 비아냥이 양령아의 댓글 아래 붙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한지훈을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화제는 바로 장씨 가문의 장령풍으로 옮겨갔다.왜냐하면,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자소화였고, 이걸 손에 넣는 자는 단시간 내에 이성 현급 천신계 경지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장씨 가문은 항상 명산들 사이에서 거리를
각 대명산과 무신종에서 탐내는 보물을 어찌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설령 대명산과 무신종 같은 초대형 세력이랄지라도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한순간의 방심으로, 단 한 송이 자소화 때문에 양대 세력 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천릉이 보기에, 비록 한지훈의 실력이 각 세력에서 정성껏 길러낸 젊은 세대들에 미치진 못해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감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혹여 운이 좋아서 한몫 챙기게 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설령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속 깊이 감사를 품게 될 것이다.그때 나씨 가문이 약재 방면의 몫을 자기 가문에 더 많이 나눠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음, 알겠습니다. 우선 먼저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제가 사람을 보내 부르겠습니다.”한지훈은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자소화만큼은,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말리라!누가 탐내든, 한지훈은 결코 이 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좋습니다, 한 선생님. 준비되시면 언제든 연락만 주세요. 제가 직접 모시러 가겠습니다!”육천릉은 정중하게 고개 숙이며 물러갔다.육천릉이 멀어지자, 앞마당 옥기 상점의 한 점원이 한지훈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보통 사람은 아니신 것 같네요?”한지훈은 그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나도 너랑 똑같은 평범한 용국 국민일 뿐이야.”“한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한 씨이시고, 나 대표님조차 선생님께 그렇게 공손한 걸 보면… 설마 그분은 아니시겠죠?”점원은 조용히 물었다.그가 말한 '그분'이란, 물론 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북양왕 한지훈을 가리킨 것이다!한지훈이 은거한 뒤로, 수많은 이들이 그의 행방을 추측해 왔다.조정에서도 끊임없이 한지훈을 찾고 있지만, 누구도 그의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말했잖아, 나도 너처럼 평범한 사람이야. 북양왕이 어떻게 이런 작은 가게에서 일하겠니?”한지훈은 담담히 설명했다.“그래도 제 눈에 선생님은 평범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