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상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상황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 내게 도움을 청하는 의도가 뭐야? 가문까지 끌어안고 지옥으로 떨어지겠다는 소리야? 사고는 한지훈이 쳤으니 책임도 걔가 져야지. 자기가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잖아? 그 방법이 안 먹히니까 널 나한테 보낸 거야?”강우연은 울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거 지훈 씨는 몰라요. 그래도 고운이 아빠잖아요. 그 사람을 이렇게 잃을 수는 없어요.”“허!”강준상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며 강우연에게서 등을 돌렸다.“녀석은 가문에서도 버림받은 무능한 놈이야! 우리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5년 전 그 사고가 없었으면 우리 강운그룹도 일류 그룹으로 자리매김했을 거야! 그 인간이 없었으면 네가 지금 이 지경이 됐겠어? 내가 그렇게 예뻐하던 손녀가 왜 이렇게까지 바보가 됐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놈을 위해 무릎까지 꿇다니! 나가!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아!”강우연은 구슬피 울며 애원했다.“할아버지, 제발요. 지훈 씨 좀 도와주세요. 저와 고운이는 그 사람이 필요해요….”쾅!그런데 이때,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강희연이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강우연, 너 사람 말 못 알아들어? 할아버지가 꺼지라잖아? 너 무슨 염치로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구걸하는 거야?”“언니가 날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에는 제발 나 좀 도와줘. 지훈 씨를 도와주기만 한다면 민학그룹과의 프로젝트는 언니한테 전권을 넘길게.”강우연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그 말에 강희연은 구미가 동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강준상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이번만 좀 도와줄까요? 그래도 우리 가문 사위인데 물론 우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잖아요. 한지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비웃지 않겠어요?”강준상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아무 소용없어. 길씨 가문은 나도 안중
말을 마친 오관우는 전화를 끊었다.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길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관우? 우리 오빠한테는 어쩐 일로 연락했어?”“응? 시아구나. 정우 돌아왔다고 해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연락했지.”오관우가 웃으며 답했다.“인삿치레는 그만 둬. 내가 오빠를 몰라? 솔직히 말해. 우리 오빠한테 무슨 볼일이 있어서 전화했어?”길시아가 싸늘하게 물었다.오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강희연의 계획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얘기를 다 들은 길시아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새침하게 말했다.“강우연?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해. 저녁에 내가 그리로 나갈게.”전화를 끊은 길시아의 눈빛이 음산하게 빛났다.강우연!몇 년을 안 보고 살았더니 이렇게까지 타락한 건가?한지훈을 위해 자존심 다 버리고 우리 오빠한테 사정한다고?그럼 그 바람, 철저히 부숴주지!“누가 전화왔어?”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길정우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그녀에게 물었다.길시아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스팸 전화.”길정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씻으러 들어갔다.한편, 강희연과 강우연은 오관우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 오관우에게서 연락이 왔다.강희연이 다급히 물었다.“어때? 약속은 잡았어?”오관우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약속은 잡았는데 길정우가 아니라 시아가 나오기로 했어.”“누구?”강희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강우연의 눈치를 살피고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걔가 왜 나와?”오관우가 말했다.“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길정우 전화를 길시아가 대신 받은 거야. 그런데 상관없지 않을까? 길시아는 길정우가 아끼는 동생이잖아. 길정우는 여동생이라면 껌뻑 죽는다던데, 길시아가 나서주면 오히려 잘된 일 아니야?”강희연은 굳은 표정으로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알았어. 자기가 장소 정하고 문자 줘. 강우연은 내가 데리고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고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강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감동을 금치 못하며 강희연에게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고마워, 언니. 고마워….”강희연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고는 요염한 걸음걸이로 자리를 떴다.강우연은 저녁 약속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지훈에게 문자를 보내 저녁에 약속 있으니 먼저 먹으라고 전했다.집에서 고운이와 놀아주던 한지훈은 문자를 받고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약속 장소가 어디야? 끝나면 데리러 갈게.]강우연은 아무 의심없이 강희연이 알려준 술집 주소를 그에게 보내주었다.퇴근할 시간이 되자 강우연은 강희연의 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이곳은 S시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술집이었는데 안주가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었다. 하지만 워낙 비싼 곳이라 일반인 출입은 제한되고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관우는 이곳 VIP 회원이라 호기롭게 룸을 예약했다.약속 장소에 도착한 강우연은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눈이 번쩍 뜨였다.골드가 메인 색상인 건물 외부에는 하늘을 나는 봉황 조각상이 높게 솟아 있었다.주차장에는 비싼 외제차가 빼곡이 들어서 있었는데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곳에서 모임을 가지거나 미팅 장소로 사용했다.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던 오관우는 강희연이 보이자 종종 걸음으로 달려왔다.“드디어 왔네.”강희연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왜? 그쪽에서 먼저 도착했어?”오관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 아직. 30분 정도 걸릴 거래. 먼저 들어가자.”강희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오관우의 팔짱을 끼고 술집으로 들어갔다. 강우연은 불안한 표정으로 들어갈지 말지 망설였다.강희연이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들어가기 싫어? 그럼 그냥 집에 가. 어쩔 수 없지 뭐.”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그녀는 이 결정이 어떤 지옥을 불러올지 아직 예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룸에 도착하자 강우연은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길정우 씨는 언제 도착해?”강희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
길시아는 싸늘한 시선으로 술집 사장을 힐끗 보고는 거만하게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친구랑 약속 있어서 왔거든요. 388호 룸으로 안내 좀 부탁해요.”“네. 이쪽으로 오시죠.”사장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공손한 태도로 길시아를 3층까지 안내했다.문앞에 도착하자 길시아는 뒤를 따르는 군인들에게 말했다.“아무도 못 들어오게 여기 철저히 지키고 있어!”“네, 아가씨!”두 군인이 칼같이 대답했다.길시아는 턱을 잔뜩 치켜들고 안으로 들어갔다.기다리던 길정우가 소식이 없자 강우연은 돌아갈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미안해, 언니. 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조급해진 강희연이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 네가 도와달라고 해서 만든 자리잖아! 너 지금 가면 내가 뭐가 돼? 길정우 중장이 도착했는데 부탁한 사람이 안 보이면 화를 낼 텐데 그럼 우린 어쩌라고?”오관우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래요, 우연 씨. 길정우는 곧 군단장이 될 귀한 몸이란 말이에요. 이대로 약속을 어기고 가버리면 군단장을 무시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강우연이 망설이고 있는데 문이 열리고 길시아가 들어왔다.그녀를 본 강희연은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5년의 서러움과 분노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희연을 바라보았다.“언니, 길정우 중장이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쟤가 여기 왜 있어?”강희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길정우 중장이 좀 바쁜가 보지. 하지만 괜찮아. 길시아 씨가 이번 일의 장본인이기도 하니까.”오관우는 반가운 얼굴로 달려가서 길시아를 맞아주었다.“시아 왔구나. 어서 이쪽으로 와서 앉아.”길시아는 오관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강우연에게로 다가왔다.그리고 들려온 마찰음.길시아는 손을 들어 강우연의 뺨을 후려치고는 욕설을 퍼부었다.“비천한 것이 어디 우리 오빠한테 수작질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오빠를 만나?”현장에 있던 강희연과 오관우마저 당황했다.강우연은
그 말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두 사람의 우정은 오늘로 끝이라는 뜻이었다.강우연은 기세등등한 길시아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물었다.“왜지?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 우린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 아니었어?”“하!”길시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소중한 친구? 강우연, 넌 멍청한 척하는 거야? 아니면 진짜 멍청한 거야? 내가 왜 너 같은 애랑 친구야? 내가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 사람들의 관심 모두 네가 빼앗아갔잖아! 너 때문에 좀 잘나간다 하는 사람들은 너만 보잖아! 너 때문에 난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았어! 그럼 어떡해? 널 망가뜨려야지!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널 망가뜨리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나한테 오지 않겠어? 설마 너 아직도 내가 네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니?”“웃겨! 난 한 번도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 너 따위가 무슨 친구야! 네가 타락한 꼴 내 눈으로 보려고 이 자리에 나왔어. 한지훈 그 멍청한 자식은 답이 없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앞에 무릎을 꿇릴 거야! 죽기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게 할 거라고! 물론 너도 함께! 그 인간 널 사랑한다며? 그럼 더 고통스럽게 죽여줘야지!”길시아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강우연은 두려움에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그녀가 아는 길시아가 아니었다. 지금의 길시아는 악귀보다 더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나 갈래.”강우연은 빨리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아무리 문을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았다.“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어딜 가?”자리에 앉은 길시아가 싸늘하게 말했다.“밖에 내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어.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기 전까지는 여길 못 나가.”길시아는 악랄함 그 자체였다.옆에서 지켜보던 강희연이 싸늘하게 말했다.“강우연, 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시아 씨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고! 너 어차피 부탁하려고 온 거잖아! 어디서 성질이야?”“내가 무릎을 꿇는 일은 없어! 쟤 때문에 내 인생이 엉망이 되었다고! 언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한테 꿇으
거친 폭력에 강우연의 입안이 터지며 피를 뿜어댔고 얼굴이 뻘겋게 부었다.결국 조급해진 길시아가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그냥 꿇려!”경호원은 다가가서 강우연의 무릎을 걷어차서 바닥에 꿇렸다. 그 모습을 본 길시아는 거만한 표정으로 강우연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강우연, 안 꿇는다며? 결국 꿇었네?”강우연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향해 침을 뱉었다.“길시아, 지훈 씨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의 가문도!”짝!분노한 길시아가 다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네 주제에 날 협박해? 그 무능한 자식이 무슨 수로 우리 집을 위협해? 우리 오빠 다음 달에 군단장이 될 거야! S시에서 우리 오빠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너도 오늘 오빠한테 봐달라고 사정하려고 온 거잖아? 당장 내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면 없던 일로 해주지!”“꿈 깨!”강우연이 차갑게 말했다.“꼴에 자존심은.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 굴복할 때까지 쳐! 오늘 이년이랑 끝장을 볼 거야!”길시아가 경호원과 오관우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오관우와 강희연은 이 상황이 난감했다. 그래도 동생인데 아무리 미워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오관우는 강우연이 스스로 민학그룹과의 프로젝트를 자신들에게 넘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섣불리 강우연을 건드렸다가 한민학의 보복이 두려웠다.“시아야, 우연 씨는 지금 민학그룹과 협력관계에 있어. 배후에는 한민학 군단장이 있는데 이만하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오관우가 식은땀을 흘리며 길시아에게 사정했다.“흥!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민학그룹이 뭐 그렇게 대단해? 한민학? 난 그 사람 두렵지 않아! 우리 오빠 길정우야. 다음 달에 한민학이랑 동급이 된다고!”길시아는 거만하게 말하며 한민학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두 사람이 가만히 있자 길시아는 결국 경호원에게 짜증을 부렸다.“치라니까 뭐 해?”“네, 아가씨!”경호원이 허리띠를 풀더니 강우연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다.“악!”강우연은 고통스럽게 신
한지훈은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으며 저승사자처럼 성큼성큼 방 안에 들어섰다.조금 전까지 강우연에게 허리띠를 휘두르던 경호원이 품에서 비수를 꺼냈다.하지만!한지훈은 기함할 속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경호원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큰손으로 그의 손목을 비틀어 꺾어버렸다. 우드득!경쾌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의 처참한 비명이 울려퍼졌다.한지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리를 들어 상대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쾅!가슴팍을 정통으로 맞은 그 경호원은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로 창가까지 날아가더니 끝내는 창문을 뚫고 밖으로 추락했다.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룸 안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한지훈은 천천히 강우연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보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날카로운 살기가 강우연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지고 얼굴에는 죄책감만이 가득했다.한지훈의 품에 안긴 강우연은 가냘픈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미안해. 아무 도움이 못 되고 되려 폐만 끼쳤네….”몸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한지훈을 걱정하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를 안고 다른 룸으로 갔다. 강우연을 잘 눕힌 뒤, 그는 다시 살기를 가지고 길시아가 있는 룸으로 돌아왔다.그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길시아를 차갑게 노려보았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두려움에 떨며 길시아의 뒤로 몸을 숨겼다. 그래도 입은 살았는지 한지훈을 보자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한지훈, 지금 뭐 하자는 거지? 허튼 짓 하지 마! 여기 길시아 씨는 길정우 중장 친동생이야. 다음 달에 군단장이 될 분이라고. 이러다가 그분 심기를 건드리면 너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우연이랑 강씨 가문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맞아! 한지훈, 아까 그건… 다 오해야. 참아….”오관우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옆에서 거들었다.한지훈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두려움을 주었다.오관우는 사람에게서 이렇게 진한 살
짝!길시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때렸다.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한 길시아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입에서 피가 주르륵 나왔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한지훈이 정말 길시아에게 폭력을 휘두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미쳤어!저 인간은 그냥 미친놈이야!“한지훈, 미쳤어? 감히 길시아 씨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이러는 거 길정우 중장이 알면 뼈도 못 추려!”조급해진 강희연이 한지훈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오관우는 휴대폰을 꺼내 곧장 길정우에게 문자를 보냈다.길시아는 얼얼한 뺨을 잡고 분노한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감히 나 쳤어? 네가? 한지훈! 여태 부모님도 내 몸에 손찌검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감히 내 얼굴에! 우리 오빠한테 너 죽여버리라고 할 거야! 강우연 그년도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리고 네 딸도! 한고운이라고 했나? 네가 보는 앞에서 네 딸과 마누라의 사지를 찢어 버릴 거야!”길시아는 지금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한지훈 주제에 감히!하지만 한지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리를 들어 길시아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그 순간 방 안에 삭막한 정적이 흘렀다.강희연과 오관우는 뒤늦게 다가가서 길시아를 부축하며 소리쳤다.“한지훈! 미쳤어? 너 이러는 거 우연이까지 지옥에 빠뜨리는 거야!”하지만 한지훈은 그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바닥에서 허리띠를 주워들었다.“비켜!”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오관우가 정의의 기사를 자처했지만 한지훈은 가볍게 그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는 피가 묻은 허리띠를 손에 들고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길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 네가 오늘 우연이한테 한 모든 짓, 내가 배로 갚아주지! 내 여자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평생 기억하게 될 거야!”말을 마친 한지훈은 허리띠를 높게 치켜들었다가 길시아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그런데 밖에서 어지러운 발소리
임설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 “혹시 임설이니?”바로 이때, 임설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 씨 어르신?”고개를 돌린 임설은, 뒤에 선 노인을 보고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이내 급히 열정적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녀가 유 씨 어르신이라 부르는 이 사람은 바로, 세속에서 활동 중인 화산 강자이자 현재 무도 재판소의 부회장이기도 했다. 게다가 화산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에 유 씨 어르신은 세속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매체인으로서 임설 역시 유 씨 어르신이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전에 그녀는, 유 씨 어르신의 인맥을 통해 5대 명산의 3기 다큐 영화까지 제작했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왜 여기 계신 거예요?”임설은 겉으로는 궁금해하는 척했지만, 사실 내심 전혀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장령풍과 천릉자 두 사람이었기에, 같은 5대 명산인 화산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난 단지 길을 가던 중 한번 와서 본 것일 뿐이야. 그나저나 이 아이들은 이젠 모두 어른이 되었는데, 이들이야말로 용국의 미래 희망이지!”유 씨 어르신은 눈을 지그시 뜨고는 산 꼭대기 쪽을 유유히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임설은 급히 보조 카메라 감독을 불러 휴대폰으로 촬영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유 씨 어르신 가까이에 다가갔다. “어르신, 어르신의 경험으로 봤을 때 오늘 이 자소화, 과연 어느 집안이 가져갈 거라고 예상하시나요?”필경 유 씨 어르신의 신분 지위는 꽤나 높았기에, 아마 일부 내막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5대 명산끼리의 호흡은 결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령풍과 천릉자가 맞붙기도 전에, 아마 암암리에 모든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아이고, 그 질문은 좀 난처하네. 원칙부터 말하자면, 장 씨 집안 역사는 엄청 유구하지. 우리 용국의 많은 비진도 모두 장 씨 집안으로부터 전
사실 대양산에서 자소화 한 그루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나 수많은 탐험대들도 그저 대양산 외곽에서 상황을 탐색하기만 할 뿐, 전혀 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영기가 돌아오게 된 후, 산속 맹수들의 수량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자와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의 체형은 두 배 이상 커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산속 반달가슴곰마저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일반인들은 총기를 휴대하고 몇 사람만이 팀을 이루어도 마음대로 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규적인 부대가 아닌 이상 산에 들어가는 것은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다. 설령 정규 부대라 하더라도 맹수들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되면 그들의 먹이가 될게 뻔했다. 바로 얼마 전, 유럽의 한 부대는 큰 산에 들어선 후 종적을 잃게 됐다. 한 달이 지나서야 드론을 통해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다. 당시 무리 전체는 호랑이 세 마리로부터 습격당하여 그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후, 일반인은커녕 군대라 하더라도 기어코 그 깊은 산속 밀림을 우회하며 피하곤 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대양산 깊은 곳을 바라보며 육천릉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너희들은 여기서 날 기다려. 나 혼자 들어가마!”한지훈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깊은 산속에서는 천지를 뒤흔드는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하는 포효와 함께, 한지훈 일행이 서있는 곳의 나뭇잎들은 적지 않게 흔들려 떨어지게 됐다. “한 선생님, 산속에서 맹수를 만나는 건 결코 장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심지어 최근 몇 년 동안 이 짐승들의 공격성이 더욱 강해져서 일단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공격을 펼칩니다!”“그러니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육천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기만 하고 차 문을 열고 바로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육천릉이 다시 한지훈을 찾으려 했지만, 이
이내 한지훈은 전화번호 하나를 호텔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번호는 한지훈 본인의 것이 아닌 용월의 것이었다. 이 정도 사소한 일은, 신룡전에서 아무나 사람을 내보내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금 한지훈이 이소비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일이 커졌다가 천산 사람이 지배인을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합니다, 선생님. 체크인은 다 하셨나요? 제가 직접 도와드리겠습니다!”지배인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희는 체크인 완료했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보던 업무나 마저 보세요.”한지훈은 이내 도자기 병을 꺼내 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약효가 좋은 치료약이 들어 있었다.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하던 지배인은 한지훈 일행을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게 돼서야 비로소 후과가 두려워 난 육천릉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소비 그놈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천산과 밀접한 관계라 선생님께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적들이 들이닥치면 우리가 막으면 되지, 뭐가 무서워?”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육천릉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두렵다기보다, 영기 회복 이후로 무종 사람들은 저희를 사람 취급하지 않았어요.” “제 먼 친척인 만주족은 아예 멸망을 했고요! 만약 저희 집안이 나 대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한 선생님을 모실 기회조차 없었을 것입니다!”지금 이 순간, 육천릉은 한지훈을 그저 탄복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무종 문파라 하더라도 감히 천산과 쉽게 맞서지 못한다. 심지어 직접 손을 대려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지훈은 당당히 맞서 싸웠을 뿐만 아니라 천산 운검각 사람을 눈 깜짝할 사이에 격파해 버렸다. “설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가만있었던 거야? 왜 관직에 보고하지 않는 건데?”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용국
누구 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죽을 운명이었다. 이소비 뒤를 지키던 일행들의 얼굴에는 모두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절대적인 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비록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배후가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외출에서는 그들을 도울 강한 고수는 전혀 없었다. 그들의 줄곧 자신들의 배후를 들먹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그들은 모든 이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지훈이라는 이 미친 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배후따윈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야말로 사신 같은 자였다.이소비를 보호하러 온 서 씨조차도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비겁한 일행들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한편 이소비는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나 당당하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뜻밖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따귀를 맞고 멱살까지 잡힌 채 추궁을 당하고 있으니, 그는 이 모욕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자신 역시 지금으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다.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소비를 노려보고는, 다시 또 따귀 몇 대를 후려쳤다. 이소비가 피를 토해낼 정도로, 이빨이 전부 날아갈 정도로 뺨을 갈겼다. 순간, 주변은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소비의 일행들은 입을 다물고 얼어붙었다.“이젠 만족해?” 한지훈은 이소비를 힐끗 훑어보고는 이내 그를 호텔 문어귀까지 내던지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아직도 안 꺼져?” 일행들은 그제야 꿈에서 깨어난 듯 황급히 호텔을 뛰쳐나와 도망치듯 멀리 달아났다. 이소비는 두 젊은 남자로부터 부축을 받은 채 몇 백 미터를 달렸고,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악에 받친 표정으로 호텔을 바라보았다. 곧바로 그는 전화를 꺼냈다.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가장 분한 사실은, 그는 산성의 꼬맹이로부터 맞게 됐다는 것이다.오늘 겪은 이 수모, 이씨 집안은 반
이소비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그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서 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저벅저벅 한지훈에게로 다가갔다. 서 씨의 이 남자는, 이미 삼성 천왕계의 실력을 갖춘 자였다.그래서 방금 단 한 수만으로 삼성 전신계 고수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눈에 한지훈은, 응당 고수라면 지니고 있을 강자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할 거라고 믿었다. “꼬맹아, 어디 한번 말해 봐. 어떻게 하려고...”오만한 표정을 한 서 씨가 주먹을 꽉 쥐고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치명타를 가할 준비를 하고 있는 찰나, 한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렇게 잘난 너희 천산 운검각이 마음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물음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서 씨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봐, 천산 운검각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되면 넌 사망 증명서를 받은 거랑 마찬가지야! 너희 같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개미 짓밟는 것과 같다고!”“게다가 네 목숨은 값어치도...”“쾅!”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몸은 순식간에 10여 미터 밖으로 날아가 호텔의 돌기둥에 부딪혀 쓰러졌다. “털썩!”서 씨의 몸은 땅에 심하게 떨어지게 되면서, 대리석 바닥에는 사람 모양의 큰 구덩이까지 생겼다.“너...”서 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고는 죽게 되었다. 순식간에 펼쳐진 장면에 이소봉 일행은 깜짝 놀라 비틀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가 아는 서 씨는 비록 절정의 고수는 아니지만, 삼성 천왕계 고수 하나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지훈의 공격도 알아채지 못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것이다.사실 서 씨는 천산이 이소비의 아버지에게 파견하여, 그의 안전을 전문적으로 책임지게끔 하였다.즉 그는 천산의
이소비의 말에, 호텔 지배인은 순간 멍해졌다. 그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설령 지배인이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여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며칠 동안 구류될 뿐이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놈들은 뱉은 대로 얼마든지 실행한 사람들이었다. 일시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니. 때가 되어 수많은 종문들을 찾아가 용서를 빌더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묘당이 현재 무종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지만, 그것도 단지 큰 범위에서뿐이었다. 지배인 같은 일반인은 묘당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그렇게 지배인이 망설이는 사이에 한지훈은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돌려 지배인에게 말했다. “저희가 예약한 방, 지금 입주할 수 있나요?”한지훈의 말에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육천릉이였다. 잇달아 이소비 일행도 한지훈을 향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방금 이소비가 말했듯이 상대는 천산 운검각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호텔은 이미 그들의 손에 장악되었는데 한지훈은 뜻밖에도 이 상황에 입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소비는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지훈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방금 경비원이 서 씨로부터 일격을 당하여 살해될 당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한지훈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그가 천산 운검각이라는 다섯 글자를 뱉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허겁지겁 도망쳤지만 한지훈은 줄곧 침착하고 태연자약했다. 이는 한지훈이 필연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소비는 굳어진 표정으로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산 장 씨 집안사람인가?”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훈은 천산 장 씨 집안의 사람이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 경비원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서 씨가 손을 들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경비원은 순식간에 7~8미터 밖으로 날아가 피를 토하며 죽었다.단 한 방에 동료가 죽게 된 것을 목격한 다른 한 경비원은 깜짝 놀라 거듭 뒤로 물러섰다. 감히 다시 앞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다. “당... 당신들 어떻게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이 세상은 아직 무종의 천하는 아니야, 용국의 국법을 따라야 한다고!”호텔 지배인은 눈앞에서 경비원이 살해되자, 벌컥 화를 냈다. 무종의 세력은 비록 강하긴 하지만, 현재로서 용국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묘당이었다.그렇기에 무종이 막무가내로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방금 그들이 행패를 부린 것 또한, 이미 국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호텔은 우리가 전세 낼 테니까 즉시 사람들 치워버려!”이소비는 지배인을 차갑게 쳐다보며, 그가 방금 한 위협은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당신...”“왜, 당신네 사장님의 배후가 그렇게 든든해? 우리 천산 운검각보다도 더 강하냐고?” 이소비는 다리를 꼬고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지배인은 갑자기 멍해졌다. 한편 서 씨는 차가운 눈빛으로 다른 경비원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경비원은 놀라서 급히 뛰어나갔다. 천산 운검각이라는 이 다섯 글자는, 그야말로 신과도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숙객들은 곧이어 짐을 챙기고는 급히 프런트로 달려가 체크 아웃했다. 로비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다른 손님들도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렇게 얼마 안 되어 호텔 로비 전체는 텅 비어버렸다. 영기가 소생한 이후로 무종은 세상을 휩쓸고 있었다.뿐만 아니라 5대 명산의 각종 원과 종문을 역시 세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천산이 새로 설립한 천산 운검각은 가장 극악무도한 조직의 대명사였다. 운검각에는 사실 부유한 상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천산과 그들의 관계도
그 말에 육천릉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호텔에도 전세를 놓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지금 양산시는 호텔은커녕,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비는데 대체 어디 가서 묵으라는 거지? 육천릉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 씨 집안은 천산과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과는 달리, 무종 세력은 이미 세속 곳곳에 스며들었다. 육천릉은 사업가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러 큰 명산들 앞에서 그의 재부는 조금도 볼품없는 먼지와도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산은 얼마든지 세속의 자신들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었다. 육천릉이 멍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전혀 체크아웃할 의사가 없어 보이자 이소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육 대표, 당신 내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 없다는 거야?”“아니면, 육씨 집안은 이젠 우리 천산을 안중에 두지도 않는다는 건가?”그 말에 육천릉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소비로부터 미움을 받게 되면, 그 후과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 감히 천산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소상인일 뿐인 그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천성 갑부가 이소비의 앞에 서있더라도 감히 큰소리를 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새 이소비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의 몇몇 사람들까지도 모두 좋지 않은 눈빛으로 차갑게 그를 보고 있었다. 이소비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 하나 기세가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가장 먼저 입을 연 그 여자는, 전혀 상상도 못 할 거물의 여자 친구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육천릉 같은 사람 하나는 쉽게 끌어내릴 수 있었다. “도련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육천릉이 말을 떼기도 전에 양복을 걸친 한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찾는 거야?”중년 남자는 무리 앞에 다가와 이소비 일행을 힐끗 보았다. “당신
자소화의 등장 소식은, 수많은 구경꾼들을 몰려들게 하여 어느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웬만한 작은 여관들도 사람들로 붐볐다. 다행히 육천릉은 출발하기 전에 일찍이 호텔을 예약해 뒀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들은 아마 차 안에서 비집고 누워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한 선생님, 바로 앞에 제가 예약한 호텔이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 밤, 여기서 묵는 거로 하죠.”육천릉은 저 멀리에 보이는 호화로운 한 호텔을 가리키며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다시 보니 육천릉은 정말 세심한 사람인 것 같아, 그에 대해 약간의 호감도 가지게 되었다. 곧이어 자소화가 완전히 피어나게 되고 약효 역시 절정 상태에 이르게 될 무렵, 천릉자와 장령풍 두 사람도 대양산 기슭에 모이게 됐다. 두 사람의 등장에 이내 또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필경 두 사람은 바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천릉자는, 인터넷상에서 줄곧 사기를 펼쳐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를 한지훈이라 간주하고 있었다. 곧이어 천릉자가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양산시 전체의 교통이 마비되었다. 공항에 둘러서서 천릉자와 기념사진을 찍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더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상황에 천릉자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렇게 짧은 몇 킬로미터를 무려 세 시간이나 달려서야, 한지훈 일행은 비로소 망천 호텔에 도착하였다.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은 급히 마중 나와, 육천릉을 도와 주차를 해주고 한지훈을 데리고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육천릉은 일단 한지훈을 휴식 구역으로 모시고는, 그는 운전기사와 함께 직접 한지훈을 도와 체크인까지 하였다. 곧이어 육천릉이 체크인을 마치고 한지훈에게로 다가가는 순간, 몇 명의 젊은 남녀들도 문을 밀고 호텔로 들어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옷차림에 하나같이 당당한 기세가 가득한 젊은이들은, 한눈에 봐도 출신이 심상치 않은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아이고, 피곤해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