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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결혼 안 해도 돼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22:06:57

“헤어지자, 기태야.”

말이 떨어지고.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기태는 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뭐라고?”

“우리 그만하자고.”

기태가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 나랑 장난해?”

“아니.”

“그럼?”

로로는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줬다.

“많이 생각했어.”

“언제.”

“…….”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같이 출근했잖아.”

“알아.”

“아침에 내가 커피 내려준 것도 마셨고.”

“기태야.”

“근데 퇴근하고 와서 갑자기 헤어지자고?”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얼굴이었다.

화가 난 것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

“결혼 때문에 그래?”

“…….”

“그것 때문에 이러는 거야?”

로로가 대답하지 못하자 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뭘.”

“안 할게.”

로로가 눈을 들었다.

“……뭐?”

“결혼.”

기태가 한 발 다가왔다.

“안 해도 돼.”

“기태야.”

“네가 그렇게 싫으면 안 할게.”

“그런 뜻이 아니야.”

“부모님도 내가 알아서 할게. 회사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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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74화. 남이 되는 중

    아침 일곱 시.로로는 호텔 침대에서 눈을 떴다.잠든 건지 기절한 건지 알 수 없었다.눈은 퉁퉁 부었고 머리는 무거웠다.제일 먼저 손을 뻗은 건 휴대폰이었다.메시지 두 개.[민지][팀장님 오늘 오전 회의 10시로 바뀌었어요!]그리고.[장혁][출근은 할 거냐.]새벽 한 시 십칠 분.로로는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답장은 하지 않았다.대신 휴대폰을 뒤집었다.“……하지 마.”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도 몰랐다.연락하지 말라는 건지.기대하지 말라는 건지.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후회했다.기태가 있었다.늘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같은 회사.같은 층.디자인 1팀과 2팀.헤어졌다고 출근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그런데 이상했다.어제까지만 해도 저 사람과 같은 집에서 출근했다.오늘은 호텔에서 혼자 나왔다.“팀장님.”민지가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괜찮으세요?”“응.”“눈이…….”“울었어.”민지가 입을 다물었다.로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노트북을 켰다.잠시 후 회의가 시작됐다.“2팀부터 진행 상황 공유하겠습니다.”기태의 목소리가 들렸다.로로는 화면만 봤다.평소와 똑같았다.차분했고.일 얘기만 했다.“1팀 의견은 어떻습니까?”결국 시선이 마주쳤다.딱 한 번.“현재 안으로 진행해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알겠습니다.”그게 끝이었다.한로로 팀장.한기태 팀장.삼 년을 사랑한 흔적은 회사 어디에도 없었다.회의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로로도 자료를 챙겨 일어났다.“로로야.”걸음이 멈췄다.회의실에는 둘뿐이었다.기태는 로로를 보지 않았다.“오늘 짐 가지러 올 거야?”“……응.”“몇 시.”“퇴근하고.”“알았어.”로로가 문으로 향했다.“나 그 시간에 나가 있을게.”손잡이를 잡은 손이 멈췄다.“그럴 필요 없어.”“내가 있어도 괜찮겠어?”대답하지 못했다.기태가 씁쓸하게 웃었다.“봐. 안 괜찮잖아.”“……미안해.”“그 말도 이제 그만해.”로로는 결국 문을 열었다.

  • 우리 사이에 이름은 없다.   73화. 이제 갈 수 없는 곳

    [한기태님이 나갔습니다.]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한 줄.가장 먼저 반응한 건 승철이었다.[?][뭐야][둘이 또 싸움?]로로는 화면만 바라봤다.헤어졌어.고작 네 글자면 설명되는 일이었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잠시 후 개인 메시지가 왔다.[장혁][너 기태랑 뭔 일 있어?]심장이 먼저 반응했다.한참 망설이다 답했다.[헤어졌어.]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받지 않았다.다시.또다시.세 번째가 울릴 때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왜.”-어디야.평소와 똑같은 목소리.그것만으로 울컥했다.“밖.”-밖 어디.“그냥 밖.”-한로로. 어디냐고.예전 같았으면 말했다.데리러 와.혁이네 갈게.술 사놔.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됐어. 혼자 있을 거야.”-왜 헤어졌어. 결혼 때문에?“아니.”-그럼?대답할 수 없었다.너 때문에.내가 널 사랑하는 걸 알아버려서.장혁에게는 하진이 있었다.“내 문제야. 캐묻지 마.”잠깐 침묵이 흘렀다.-가게로 와.가슴이 철렁했다.너무 익숙한 말이라서.가고 싶었다.기태와 헤어진 게 아팠고.미안했고.무서웠다.무엇보다 장혁이 보고 싶었다.하지만.“싫어.”-뭐?“안 갈래.”-왜.'하진 씨 있잖아.”-지금 없어.“그런 뜻 아니야.”로로는 눈을 감았다.-“너 여자친구 있잖아.”장혁이 조용해졌다.“나 이제 거기 예전처럼 못 가.”-왜 갑자기 그래.“갑자기가 아니라.”로로가 씁쓸하게 웃었다.“이제야 정신 차린 거지.”먼저 전화를 끊었다.좋아하는 줄 몰랐을 때는 마음대로 찾아갔다.술을 마셨고.같은 침대에서 잤고.심지어 하진을 만나면서 자신과도 자자고 했다.그런데 사랑한다는 걸 알아버린 순간—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장혁은 종료된 통화 화면을 내려다봤다.한기태와 헤어졌다.그 말을 들은 순간 아주 잠깐—기뻤다.“……미친 새끼.”기뻐하면 안 됐다.로로는 삼 년을 만난 남자와 헤어졌다.자신에게는 하진이 있었다.그런데도 가장 먼저 떠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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