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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번 멀어져 봐

작가: 랑끗
last update 게시일: 2026-08-07 13:51:45
에스더와 인협은 잔뜩 부른 배를 쥐고서 길을 걷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며 보이는 주변 풍경을 각자의 방식대로 둘러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아으, 배부르다!”

“버스가 20분 후면 온다고 했지?”

“응. 아, 이 코스에서 다이수까지 들려줬어야 완벽한 건데 말이야.”

“거기까지 들리는 게 네 토요일 루틴이야?”

“응. 다이수가 얼마나 귀한데-.”

“미국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 많이 있어서?”

인협이 대신해서 문장을 마쳐주자, 에스더가 푸하하, 웃었다.

“올, 제법인데? 독심술도 할 줄 알아, 너?”

“그런가 봐.”

“근데 하나가 빠졌지롱. 모든 물건들이 엄청 튼튼하고 엄청 저렴해.”

“그나저나, 너 미국에서 어렸을 적부터 살았다면서 한국말은 왜 이렇게 잘해?”

“왜? 2개 국어 하는 게 이상해?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 흔한데.”

인협의 의심에 에스더가 대꾸했다.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환경에 있어서 그래.”

“그래? 미
랑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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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명함이라니….” “글쎄.”인협은 에스더에게 보이지 않도록 명함을 확인했다. 이름을 확인한 인협의 두 눈에 당황함이 깃들었다. 그는 황급히 그것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뭔데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구나.”에스더는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이었으나,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두 사람은 생각에 잠긴 채로 길을 걸어서 가게에 다다랐다. “어어, 이 시간에 웬 애들이 이렇게 왔나 했더니 선생님들이 쏘는 거였어? 아, 안녕하세요 황 선생님.”웬일로 아이들로 복작거리는 가게에서 신이 난 최 씨가 에스더와 인협을 맞아주었다. “네, 축구 내기를 했는데 저희 팀이 져서요.” “인협이 네가 졌어?”최 씨의 당황한 시선이 에스더에게로 향했다. “네, 저희 팀이 이겼어요.” “네, 황 선생님이 보기보다 운동신경이 좋더라고요.” “나 참, 남자 체면이 있지 인마.”최 씨가 껄껄 웃으며 인협을 놀려댔다. 아이들은 벌써 아이스크림을 고르고는 인협만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인협은 이내 지갑을 꺼내 들었으나, 에스더가 더 빨랐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꺼낸 현금을 최 씨를 향해 내밀었다. “어째 인협이 네가 졌다더니.”최 씨는 선뜻 돈을 받지 못하고선 인협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건 인협도 마찬가지였다. “나 선생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고 있어서 고마워서요. 나 선생님 없었으면 전 이미 과로로 쓰러지고도 남았을 거예요. 은혜 갚을 겸, 제가 사려고요.”에스더의 넉살 좋은 미소에 최 씨는 마지못해 그 돈을 받고는 거스름돈을 그녀에게 내어주었다. 최 씨는 두 사람의 손이 빈 것을 보고는 이내 워드콘을 두 개 꺼내서 두 사람에게 쥐여주었다.“서비스야. 가져가.” “감사합니다!”최 씨가 내민 아이스크림을 거절하려고 입을 떼던 인협을 가로막고선 에스더는 냉큼 그것을 받았다.“공짜 되게 좋아하시네요.” “그럼요. 게다가 다른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비싼 편인 워드콘이잖아요.”인협의 말에 에스더는 능청스럽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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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컴 투 소원리   32. 한번 멀어져 봐

    에스더와 인협은 잔뜩 부른 배를 쥐고서 길을 걷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며 보이는 주변 풍경을 각자의 방식대로 둘러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아으, 배부르다!” “버스가 20분 후면 온다고 했지?” “응. 아, 이 코스에서 다이수까지 들려줬어야 완벽한 건데 말이야.” “거기까지 들리는 게 네 토요일 루틴이야?” “응. 다이수가 얼마나 귀한데-.” “미국에서는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 많이 있어서?”인협이 대신해서 문장을 마쳐주자, 에스더가 푸하하, 웃었다.“올, 제법인데? 독심술도 할 줄 알아, 너?” “그런가 봐.” “근데 하나가 빠졌지롱. 모든 물건들이 엄청 튼튼하고 엄청 저렴해.” “그나저나, 너 미국에서 어렸을 적부터 살았다면서 한국말은 왜 이렇게 잘해?” “왜? 2개 국어 하는 게 이상해?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 흔한데.”인협의 의심에 에스더가 대꾸했다.“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환경에 있어서 그래.” “그래?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환경은 또 뭐지.” “한국인들만 있는 교회에 다녔거든. 내 이름에서부터 알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그중에 완전 신실하신 분이시고. 좁디좁은 이민 사회에서 그 사실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너는 모르지?”“치명적? 부모님의 종교 생활이 너한테 영향이 갈 일이 있어?”인협의 질문에 에스더는 과거의 어려움을 떠올린 듯이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그럼, 많지. 미국에서의 삶은 일종의 소원리의 확장판 같았달까?” “그게 뭔데?” “얼마 되지도 않는 한국 사람들끼리 모든 한국 사람의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전혀 진실과 가깝지 않은 헛소문이 퍼지기도 하고, 약간의 진실이 섞였지만, 허무맹랑한 소문이 퍼져서 그게 나를 직접적으로는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정사실이 되기도 하고.” “그렇구나.” “그리고 소원리 보다 더 어려운 점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걸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거? 내가 수십 명, 수백 명에게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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