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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Author: 고운
부승민이 이미 동의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온하랑은 갑자기 이 상황이 매우 우스워진 느낌이 들었다.

추서윤 때문에 부승민은 또 한 번 MQ의 일에 개입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온하랑의 계획을 망쳐 버렸고 수습은 결국 그녀가 다 해야 했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마케팅 계획도 모델을 바꿨기에 결국 폐지되었다. 부승민은 온하랑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 모를 것이다.

그는 단지 추서윤을 기쁘게 하려고 신경을 쓸 뿐이었다.

일의 진행에 얼마나 더 문제가 생기든지 모두 온하랑이 감당해야 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일에 신경 쓸 수 있을까?

김시연이 듣더니 더 어이가 없어 물었다.

“부 대표님이 동의하셨다고요? 부 대표님이 이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 쓰셨다니.”

추서윤이 웃었다.

“시연 씨도 알다시피 사소한 문제니까 승민이가 나한테 마음대로 하라고 한 거겠죠.”

김시연이 말했다.

“추서윤 씨, 지금 내가 말한 사소한 문제는 부 대표님께만 해당하는 말이고요.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은 촬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예요. 추서윤 씨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전 단지 부 대표님이 왜 이런 일에 개입하셨는지가 의문이 들어서요.”

안수빈이 말했다.

“그쪽 말은 우리 서윤이가 거짓말이라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온 전무님 만약 믿을 수 없다면 부 대표님께 전화해서 확인해 보세요. 이 일은 부 대표님이 저희에게 일임한 사안이에요. 저희는 지금 메이크업 바꿀 생각 없습니다. 남은 건 두 분이 해결하세요. 해결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해지하면 되고요. 저희 서윤이는 이 광고 찍지 않아도 딱히 문제 될 게 없어서요.”

추서윤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시연은 안수빈의 말에 화가 났지만 참고 있었다.

분장실을 나오자마자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퍽퍽 치며 말했다.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많은 연예인 하고 일해 봤는데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이 광고 안 찍어도 되면 왜 임리안 손에 들어간 광고를 뺏은 거래요? 나쁜 년이 정당한 핑계까지 대는 거 보니까 역겨워 죽겠네요.”

김시연은 업계에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며 많은 슈퍼스타와 작업했었다.

지난해 인기 웹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을 맡은 남자 배우와 여자주인공을 맡은 여배우가 평범한 외모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김시연에게 메이크업을 받은 뒤 찍은 화보에서 바로 호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주현은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더니 조용히 김시연에게 말했다.

“우선 진정하고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만약 추서윤 씨가 메이크업을 절대로 수정하지 않겠다면 촬영 컨셉을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김시연은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랑 씨 어떻게 처리할 거예요?”

“먼저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네, 그래요.”

온하랑은 스튜디오에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부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통화연결음이 들리더니 부승민이 전화를 받았다.

“저예요.”

“무슨 일인데?”

“부 대표님 추서윤 씨한테 개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려와도 된다고 했어요?”

부승민은 멈칫하더니 말했다.

“응, 왜?”

“오늘 촬영 켄셉과 메이크업, 스타일링 그리고 촬영 소품까지 모두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추서윤 씨가 오늘 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은 촬영 계획과 완전히 맞지 않아요. 그리고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절대로 바꾸지도 않겠다고 하네요. 이대로는 촬영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온하랑의 말이 끝나자 부승민은 침묵했다.

온하랑은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메이크업을 마음대로 하라고 한 말을 취소해 주길 바라며 작은 희망을 품었다.

추서윤이 돌아오기 전 온하랑은 부승민이 일적으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세심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회사에서 업무 중에 실수할 때도 부승민은 동정하거나 그녀를 감싸주지 않았다.

금방 회사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회의에서 부승민에게 많은 질책과 평가를 받았고 모든 직원 앞에서 치욕스러웠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추서윤이 돌아온 뒤 모든 것이 바뀐 것 같았다. 알고 보니 부승민은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단지 그 사적인 감정의 대상이 그녀가 아니라 추서윤이었을 뿐이다.

온하랑은 들려오는 부승민의 말에 실망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건 아니야?”

온하랑이 아무 말도 없자 부승민이 또 말했다.

“서윤이 그런 사람 아니야. 계약을 파기한다면 서윤이한테 득이 될 게 없는데 왜 그러겠어?”

온하랑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부승민은 그녀를 완전히 믿지 않고 있었다.

“안 그래?”

부승민은 온하랑의 침묵을 그녀가 켕기는 게 있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온하랑, 너한테 실망이야. 어제 서윤이는 네 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널 위해 해명하던데 너는 왜 이러는 거야?”

귓가에 들려오는 부승민의 목소리에 온하랑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온하랑은 입 안이 써서 입술을 깨물며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오로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그녀는 부승민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바로 황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뚝...”

손가락이 떨려서 결국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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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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