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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고운
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와 오미연을 번갈아 보더니 온몸으로 싸늘한 냉기를 뿜어냈다.

“두 분 취미가 독특하네요. 무려 전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다툼하며 싸울 수 있죠? 정녕 솔선수범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회사가 장난 같습니까?”

직원들은 황급히 목을 움츠리고 몰래 눈치만 살피기 바빴다.

오미연이 당당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한창 일하고 있었는데 온 전무가 갑자기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심지어 다짜고짜 손찌검까지 하고, 이런 사람이 어찌 브랜드 디렉터로서 자격이 있겠어요?”

부승민의 시선이 온하랑에게 머물렀고, 어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사과해.”

온하랑은 심호흡하더니 양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 전무가 먼저 사과하면 저도 할게요.”

무려 한 기업의 전무가 사내에서 손찌검했는데 잘못한 걸 뻔히 알면서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니?

결과를 감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었다.

오미연은 억울한 얼굴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제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온하랑이 반박하려는 찰나 부승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사과해!”

단호한 목소리는 거절 따위 허락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쌀쌀맞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가가 시큰했다.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묻지 않는 건가?

부승민의 목젖이 꿀렁거렸다.

“다시 한번 말한다. 사과해.”

온하랑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내 부루퉁한 얼굴로 오미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

“오 전무, 미안해.”

오미연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다만 왜 모델을 바꿨는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온하랑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미연은 피식 웃으며 부승민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대표님의 지시 아니겠어?”

온하랑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봤다.

부승민은 부인하지 않고 뒤돌아서 대표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온 전무, 사무실로 따라와.”

온하랑은 심호흡하더니 오미연을 쌀쌀맞게 째려보고 그의 뒤를 따랐다.

대표 사무실.

뒤따라온 온하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대체 왜 임리안을 교체한 거죠?”

부승민은 책상 앞에 앉아 온하랑을 힐긋 쳐다보고는 엉뚱한 질문을 내뱉었다.

“이혼 협의서는 확인했어?”

흠칫 놀란 온하랑은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바빠서 아직 확인할 시간이 없었어요. 정 급하시다면 오늘 저녁에 볼게요.”

부승민은 멈칫하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목소리에 힘주어 말했다.

“그래.”

단호한 대답이 들려오자 그녀의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오빠, 만약... 그러니까 행여나 우리가 아이를 가졌다면... 그래도 끝까지 이혼할 거야?”

부승민은 쌀쌀맞게 말했다.

“그런 가정은 불가능해. 설령 아이가 생긴다고 한들 낳게 할 생각은 없어.”

“... 알겠어.”

온하랑은 질식할 것 같은 느낌에 빨리 대화를 마무리하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컨펌한 기획안이잖아요. 왜 모델을 교체하는 거죠?”

이런 사소한 일에 무려 한 기업의 총수가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온하랑이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

“MQ가 탄생한 날부터 담당자는 저였고, 대표님은 MQ의 출시에 간섭한 적이 거의 없었잖아요. 아무리 대표님의 지시라고 해도 모델 교체는 적어도 저랑 먼저 상의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물론 그는 모델을 바꾸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만이지만, 임리안 측을 설득하고 모델이 바뀌면서 홍보 계획과 광고 전략도 다시 짜야 하는 것과 사진작가의 시간 조율 등은 모두 자신의 소속 직원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싶었다. 게다가 브랜드 홍보 방향과 마케팅 기획도 모델에 따라 수정해야만 했다.

부승민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서윤으로 바꿀 거야.”

온하랑은 머리를 한 방 맞은 듯 띵 했다. 이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추서윤으로 교체한다는 거예요?”

“응.”

부승민은 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서윤이가 국내에서 발전할 예정이라 이번 광고가 국내 활동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어.”

온하랑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마치 공기마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심장과 폐를 찌르는 듯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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