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다음 날 아침, 르세인은 엘라엔에게 남부 행정권뿐만 아니라 제국의 전후 복구 사업과 광산 개발 전권을 위임하는 파격적인 조서를 발표했다.하지만 그 찬란한 권력의 뒷면에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황태자 직속 호위대가 그림자처럼 붙었다.엘라엔은 제국의 상징이 새겨진 의복을 입고 아르젠트 궁의 중앙 회의실로 향했다.그녀의 발소리는 이제 황후 로잘린의 것만큼이나 묵직한 위엄을 띠고 있었다.“황태자비 전하를 뵙습니다.”중앙 회의실에 모인 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르세인의 광기 가득한 총애를 입은 것도 모자라 엘라엔의 서늘한 지략을 목도한 그들에게 이제 엘라엔은 르세인보다 더 두려운 존재가 되어 있었다.엘라엔은 상석에 앉아 르세인이 던져준 장부들을 펼쳤다.“남부 곡물 가격을 동결하고, 카르노스로 향하는 모든 상단의 통행세를 세 배로 인상하세요. 또한 상단을 통해 유입되는 북방의 광물들은 전량 황실 창고로 귀속시킵니다. 전하의 논리에 반하는 모든 오차는 오늘부로 숙청될 겁니다.”엘라엔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그녀는 르세인이 자신을 감사한다는 사실을 역으로 이용했다.자신이 제국을 완벽하게 통치할수록 르세인은 자신의 유능함에 더욱 중독될 것이고, 그 중독은 곧 자신에 대한 의존으로 이어질 터였다.그 시각, 르세인은 훈련장에서 기사들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매서운 겨울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벗은 채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그가 뿜어내는 거칠고 타락한 아름다움에 기사들은 감히 눈을 맞추지 못했다.“바델.”“예, 전하.”“황태자비는 무엇을 하고 있지.”“현재 행정관들과 카르노스 봉쇄령을 논의 중이십니다. 전하의 뜻대로 흐트러짐 없는 결단을 내리고 계십니다.”르세인은 하늘에 떠있는 태양보다 더 환한 웃음을 내보였다.“역시. 나를 경멸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제국의 모습을 누구보다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어.”그는 바델이 건네는 검을 건네받으며 여전히 입매를 늘였다.르세인은 자신이 엘라엔에게 저지른
르세인은 엘라엔을 자신의 말 위에 올렸다. 사냥은 이미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사냥감을 성역 안으로 끌고 가, 누구도 넘볼 수 없도록 처참하게 망가뜨리는 포식자의 광기뿐이었다.르세인은 말을 몰아 황궁으로 향하며 자신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기이한 흥분과 살의를 즐겼다.엘라엔의 귓속에는 말발굽 소리가 흙바닥을 짓누르는 소리보다 르세인의 거친 숨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그의 한 손은 고삐를 쥐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앞에 앉은 그녀의 허리를 부서뜨릴 듯 끌어안고 있었다.사냥터에서 발견된 카르노스의 단검은 르세인의 이성을 완전히 잃게 만든 듯했다.“전하, 허리가 아픕니다.”엘라엔의 말에도 르세인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되레 그녀의 귓불을 잔인하게 깨물었다.“끊어지는 게 나을지도. 그래야 내 품을 벗어나 그 유령 같은 놈에게 달려가는 상상조차 못 할 테니까.”*** 에르디엔 황궁에 도착하자마자 르세인은 엘라엔을 안아 들고 자신의 집무실 옆, 황태자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 침전으로 향했다.그곳은 햇빛조차 허락되지 않는, 오직 촛불의 일렁임과 르세인의 취향으로 점철된 차가운 석재 감옥이나 다름없었다.쾅!철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르세인은 엘라엔을 넓은 침대 위로 내동댕이치듯 던졌고, 엘라엔은 신음을 삼켜야 했다. 그는 상의를 거칠게 벗어던지며 탄탄한 근육을 내보였다.“이제 말해봐. 그 단검을 봤을 때 당신의 그 영리한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그러졌는지. 카시안이 나를 죽이고 당신을 구원하는 영웅적인 결말?”침대 위로 올라온 르세인은 엘라엔을 제 몸 안에 가두며 그녀의 목을 부드럽게 틀어쥐었다.다른 손으로는 엘라엔의 아랫입술을 문지르면서.“전하, 참으로 유치하시군요. 고작 단검 하나에 제국의 황태자가 이토록 평정심을 잃다니. 전하가 두려워하는 것이 카시안입니까, 아니면 저를 온전히 소유하지 못했다는 그 하찮은 자격지심입니까.”엘라엔의 도발적인 일침에 르세인의 표정이 뒤틀렸다. 그는 낮게 웃으며 그녀
르세인은 활을 내리고 말에서 내려 엘라엔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를 말 위에서 끌어내렸다. 곧, 르세인은 거친 흙바닥 위에 등을 기댄 엘라엔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의 사냥복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전하! 왜 이러세요!”“제국을 제패하고 싶다고 했지? 좋아, 나와 함께 그 정점에 서는 거야. 하지만 그 정점에 서는 건 우리가 아니라 오직 나의 논리 아래 굴복한 당신만이 있을 뿐이야.”르세인은 거칠게 저항하는 엘라엔의 입술을 거칠게 짓뭉갰다. 흙냄새와 시린 겨울바람, 그리고 르세인의 뜨거운 욕망이 뒤섞인 사냥터의 한복판에서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욕망을 증명하려 들었다.엘라엔은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지만 르세인은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결박하며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그는 소름이 돋을 만큼 매혹적이게 웃으며 속삭였다.“당신이 나를 짐승이라 불렀으니 오늘은 정말 짐승처럼 당신을 유린해 보려고. 제국의 차기 안주인이 사냥터에서 어떤 소리를 내며 무너지는지 기대가 되는군.”“전하!”르세인의 광기 어린 애정 행각이 극에 달하던 순간, 숲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고의로 떨어뜨린 듯한 은제 단검 하나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그 단검의 자루에는 르세인이 그토록 증오하는 카르노스 왕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숲의 바닥은 얼어붙어 너무나 차가웠고 서늘했다. 르세인은 엘라엔의 손목을 여전히 짓누른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사냥복의 거친 가죽 질감이 그녀의 셔츠 너머로 생경하게 전해졌다. 르세인은 짐승처럼 그녀의 살결을 핥고 짓씹으며 자신의 욕망을 확인하려 들었다.“이곳입니까. 당신이 그 유령과 함께 도망치려 했던 숲 말입니다.”르세인의 낮은 목소리에 엘라엔은 숨을 들이켰다. 그의 손은 무자비하게 그녀의 허리선을 더듬어 내려갔다. 엘라엔은 흙바닥의 냉기가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르세인은 사과 대신 폭력을, 대화 대신 정복을 택했다. 그는 환멸이 나는 남자였지만 우습게도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엘라엔의 본능을
라비엔 궁의 철창이 걷힌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르세인은 사과 한마디 없이 전보다 더 거대하고 눈부신 인장을 벨모어 백작 부인을 통해 엘라엔에게 돌려보냈다.그건 분명 네가 원하는 판을 깔아줄 테니 어디 한번 발버둥 쳐보라는 거만한 초대장이었다.엘라엔은 차가운 우유로 목을 축이며 거울 앞에 섰다. 목에 남은 멍 자국은 옅은 화장으로 가려졌지만 르세인의 손이 닿았던 그 감각은 여전히 살갗 아래에서 맥동했다.그녀는 건조한 표정으로 짙은 녹색의 승마복으로 환복했다.“전하, 황태자 전하께서 정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직접 말을 끌고 오셨습니다.”말리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엘라엔은 묵묵히 장갑을 꼈다. 그녀의 얼굴엔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르세인은 엘라엔을 가두는 것이 실패하자, 이제 그녀를 제국의 가장 화려한 무대 위로 끌어올려 더 거대한 감옥에 가두려 하고 있었다.궁의 정문에는 흑마 위에 올라탄 르세인이 보였다. 그는 거친 소재가 섞인 사냥복을 입고 있었는데, 풀어헤친 셔츠 깃 사이로 보이는 목선과 탄탄한 가슴 근육은 겨울의 서늘한 공기와 어우러져 지독하게 이질적인 위압감을 선사했다.“황태자비.”르세인은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손을 내밀었다. 엘라엔은 그의 손을 잡는 대신 자신이 직접 준비한 백마의 고삐를 잡았다.르세인의 눈썹이 기분 좋게 꿈틀거렸다.“여전히 그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있는 모습… 나쁘지 않습니다.”“전하의 호의는 늘 대가가 뒤따르지 않습니까. 그 대가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나왔을 뿐입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격돌했다. 르세인은 낮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머리를 돌렸다.제국의 귀족들이 모여 있는 북부 사냥터로 향하는 길은 르세인의 명령에 따라 황실 근위대만이 삼엄하게 경계태세를 갖췄다.사냥터에 도착하자, 수십 명의 귀족들이 일제히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르세인은 엘라엔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대중 앞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완벽한 모습이었지만 엘라엔의 귓속에 닿는 숨결은 여전히
르세인은 땀에 젖은 금발을 쓸어 넘기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에메랄드 목걸이를 집어 들어 침대 위에 늘어진 엘라엔의 목에 채웠다.“오늘부터 당신의 구역은 이 방으로 한정됩니다. 베르제든, 라안느든 당신이 기댈 곳은 이제 없어. 오직 나만이 유일한 질서가 될 겁니다.”르세인은 만족스러운 듯 차가운 미소를 남기고 방을 나섰다.홀로 남겨진 엘라엔은 차갑게 빛나는 에메랄드를 내려다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 대신 서늘한 결의가 맺혀 있었다. 르세인은 자신을 가두었다고 믿겠지만, 엘라엔은 이 고립을 이용해 더 거대한 함정을 계획했다.“짐승을 길들이는 법은 간단해. 무질서한 짐승은 결국 제 집을 허무는 법이야.”*** 며칠간 아르젠트 궁의 집무실에서 르세인은 모호한 고독감에 휩싸여 있었다.엘라엔을 굴복시켰고 그녀의 몸에 자신의 흔적을 새겼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구석이 시리도록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그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유치한 감정이 아니라, 완벽한 소유에 실패했다는 정복자의 허무라고 자신을 속였다.그녀의 서늘한 눈빛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그는 독한 술을 잔에 가득 채웠다. 르세인에게 세상은 언제나 명쾌한 체스판이었다. 말이 움직이면 결과가 나왔고, 공포를 심으면 복종이 돌아왔다.하지만… 엘라엔. 그녀만은 달랐다. 그녀는 그가 가장 아끼는 말이었고, 체스판 자체를 뒤흔드는 유일한 균열이었다.‘왜 굴복하지 않은 거지.’르세인은 잔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그가 아는 사랑이란 완벽한 소유의 의미였다. 그러니 그녀의 모든 것은 자신의 논리 안에서 통제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베르제에서 그녀의 목을 졸랐을 때 엘라엔의 눈을 통해 보았던 것은 굴복이 아니라 명백한 경멸이었다.그것이 르세인을 미치게 했다. 제국의 황태자로서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그 건조하고 서늘한 멸시.르세인은 술은 단번에 들이켰다. 그는 엘라엔이 자신을 피하는 이유의 시작이 카시안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 생각했다. ‘나는
“…뭐라?”“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할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하죠. 하지만 전하께서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스스로를 신이라 믿는, 미쳐있는 짐승에게 무슨 감정을 소비할까요?”엘라엔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르세인의 안색이 굳어져갔다. 뺨을 얻어맞거나, 독설을 듣는 것보다 인간 이하의 무언가로 취급 당하는 이 감각은 그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모욕이었다.“미친… 짐승이라….”르세인은 낮게 읊조리며 엘라엔의 책을 거칠게 뺏어 바닥에 던졌다. “왜요? 또 제 목을 조르시려고요?”“내가 짐승이라면 당신은 그 짐승의 우리 안에 갇힌 먹잇감일 뿐이야. 내가 당신을 이토록 화려하게 치장하고 제국의 절반을 쥐여준 이유를 잊었습니까. 당신은 나의 완벽함을 증명하는 가장 고귀한 장식품이어야 해.”“장식품은 감정이 없죠. 그러니 앞으로 저를 찾지 마세요. 전하의 그 구역질 나는 논리를 받아내기엔… 제 인내심은 이미 베르제에서 바닥났으니까요.”르세인은 이를 악다물었다. 그는 엘라엔의 목에 남은 자신의 손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거칠게 문질렀다.“피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나를 경멸할수록, 나는 당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어내고 싶어지거든.”르세인은 엘라엔을 몰아세우며 그녀의 입술을 탐하려 들었다. 엘라엔은 피하지 않았다. 눈조차 감지 않은 채 죽은 인형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그를 받아냈다.반항도, 순종도 없는 그저 의무 같은 것. 르세인은 되레 그 허무함에 질려버린 듯 그녀를 밀쳐내고 라비엔 궁을 빠져나갔다.“이거였구나.”엘라엔은 한쪽 입매를 치켜들며 웃은 뒤, 그가 던진 책을 주워 읽기 시작했다. 콧노래와 함께.*** 아르젠트 궁 집무실로 돌아온 르세인은 바델에게 광기 섞인 명령을 내렸다.“라비엔 궁의 모든 창문에 철창을 둘러라. 그리고 베르제 대공저로 향하는 모든 보급로를 차단해. 자신의 오만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지 뼛속까지 새기게 만들 테니!”르세인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끝내 알지 못했다.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