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영애, 지금 당신은 지나치게 인간 같군요.” “…저는 사람입니다, 전하. 숨을 쉬고, 고통을 느끼는...!” “그 고통마저 질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까.” 제국의 논리적 괴물 르세인. 그에게 세상은 단 하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교한 계산식이었다. 그 식을 완성하기 위해 선택된 가장 아름다운 부품 엘라엔. 르세인은 그녀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의 곁에 박제된 황후로 두기 위해 잔혹한 덫을 놓았다. 사랑이라는 가냘픈 단어 대신 지독한 소유라는 족쇄를 채운 채. 하지만 엘라엔은 그 족쇄를 스스로 왕관으로 바꾸어 쓰고 누구보다 화려한 파멸을 설계했다. 누구도 넘볼 수 없고, 누구도 나갈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위협적인 소유.
View More엘레니르 제국의 수도 카르네티아.
그곳에 자리한 에르디엔 황궁은 정교한 금박을 두른 화려함의 향연이었다. 에르디엔은 황실의 권위가 하늘에 닿아 있음을 증명하듯 채움과 범람 그 자체였다. 그러나 단 한 곳만은 달랐다. 아르젠트 궁. 황태자의 거처인 이곳은 비움과 질서의 미학이 흐르는, 여름의 열기조차 제 질서 안으로 수렴시키는 거대한 침묵의 공간이었다. 밝은색을 거부한 듯 짙은 회색의 석재로 쌓아 올린 외벽은 불필요한 조각과 장식이 없었다. 정원조차 화려하지 않았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사치스러운 장식이 아닌,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질서에서 기인되었다. 아르젠트 궁은 화려함으로 계절을 선언하지 않는 대신 질서로 계절을 품었다. 황태자. 르세인 폰 루카르디아. 차가운 질서의 정점에 있는 그의 얼굴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가진, 매서운 아름다움을 지녔다. “바델.” 낮고 매끄러운 음성이 정적을 갈랐다. 대기 중이던 전속 부관 바델은 르세인의 부름에 곧장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황태자 전하.” 모든 판단은 감정 이전에 내려져야 한다는 신념이 짙게 내려앉은 르세인의 오묘한 녹색 눈동자가 바델을 직시했다. 바델은 침을 삼켰다. 곧 보고해야 할 말은 그의 손을 미약하게 떨리게 만들었다. “보고.” “어제 오전, 라안느 영애께서 마레즈나를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테르시아입니다.” 바델의 떨리는 음성에도 르세인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생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말을 걸러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또 카시안이군.” 르세인에게 카시안은 위협의 대상도, 동정의 대상도 아니었다. 자신의 완벽한 소유물에 묻은 불쾌한 얼룩 같은 존재였다. 르세인은 바델의 말을 듣고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정확히는 라안느가의 마레즈나가 있을 곳으로. 라안느 영애. 엘라엔 폰 라안느. 르세인은 그녀가 카시안을 보며 짓는 미소가 진심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은 카시안의 테르시아가 아니라, 자신의 이 차가운 아르젠트 궁이 될 것이기에. 르세인은 늘 감정을 느끼기 전에 상황을 재단했고 욕망을 품기 전에 손익을 계산했다. 엘레니르 제국에서 라안느 공작가는 단순한 귀족 가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에르디엔 황실을 지탱하는 거대한 뿌리였다. 황후 소생의 적통 황태자인 르세인에게 엘라엔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비로소 자신의 완벽한 세상이 완성되는 마지막 조각이었다. 훌륭한 가문. 고결한 혈통. 르세인은 엘라엔을 떠올리며 짧게 명령을 내렸다. “마차를 준비하라.” 바델은 고개를 숙였다. 르세인의 결정은 숨을 쉬는 행위처럼 자연스러웠다. 그의 세상은 이미 그를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명령이 없어도,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 라안느 공작저 마레즈나는 장미가 만개했다. 성벽에는 장미 덩굴이 경계를 부드럽게 숨겼고, 정원의 연못을 따라서도 장미가 심어져 있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장미 향이 겹겹이 쌓이고, 수면 위로 반사된 빛이 흔들릴 때마다 꽃잎의 붉음도 함께 흔들렸다. 이러한 정원 한가운데 장미를 돌보고 있는 그녀는 평범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엘라엔 폰 라안느. 제국 최상위 귀족 영애의 의상이라기엔 지나치게 소박했다. 크림색의 얇은 여름 드레스는 장식 없는 끈으로 허리가 묶여 있었고, 접어 올린 소매 사이로 가녀린 팔목이 드러났다. 엘라엔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하녀 마리가 있었다. “마리. 오늘 햇빛이 너무 좋지?” “네, 영애님.” “장미가 제일 예쁠 시간이야.” 엘라엔은 장미 잎을 살짝 들어 올렸다. 가시를 피하는 손끝의 움직임은 고귀한 태생답게 품위가 흘렀다. “여름은 짧아.” “…….” “그래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 좋아.” 마리는 엘라엔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늘 어딘가 더 깊은 곳을 향해 있었기에. 그러나 그 깊이를 굳이 따라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햇빛은 장미 위에 내려앉았고, 분수대의 물소리는 일정한 리듬으로 이어졌다. 정원은 외부의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평온했다. 마리는 엘라엔이 방금 만진 장미를 바라보았다. “장미는… 꼭 영애님 같아요.” 그 말은 어딘가 두려움이 섞인 말이었다. 엘라엔은 대답 대신 꽃잎을 한 번 더 만졌다. 그때, 장미 덩굴 너머로 바깥의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일정한 간격의, 빠르지도 않고 망설임도 없는 발소리가 들렸다. 일순 여름 바람이 방향을 틀었고 검은 군복을 입은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레즈나의 분위기는 이 순간부터 라안느 가문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장미의 붉음과 대조되는 차가운 금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걷는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르세인. 그가 정원에 들어서자 공간의 중심이 이동한 듯했다. 장미는 여전히 아름답게 만개했으나 더 이상 이 정원의 주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의 존재가 자연을 압도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건조한 시선이 엘라엔의 발아래부터 느릿하게 이동해 그녀의 머리카락에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엘라엔의 하나로 땋아 내린 와인빛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은 붉은 기운을 은근히 살아나게 했다. 마리는 반사적으로 엘라엔 앞에 서려고 했으나 르세인의 최정예 기사가 그 앞을 막았다. 엘라엔은 그를 보며 마리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르세인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거리를 유지한 채 엘라엔을 직시했다. “라안느 영애.” 그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들려왔을 때, 마레즈나의 장미 향기가 그에게로 수렴되는 착각이 들었다. 그의 부름은 확인이었다. 확인이 끝나면 다음은 절차일 것이다. 여름의 장미 향이 더 짙어졌다. 엘라엔은 이 여름이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며 눈을 가늘게 떨었다.엘라엔의 낮은 속삭임에 르세인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더욱 껴안았다.달빛이 창틀에 머물다 녹아내리는… 카르네티아의 밤은 그렇게 가장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누구도 넘볼 수 없고, 누구도 나갈 수 없는 위협적인 소유의 완성.제국의 태양과 달은 그렇게 서로를 집어삼킨 채, 영원히 깨지 않을 아름다운 지옥의 한복판에서 사랑의 감정보다 더 깊은 영원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함께 채웠다.그들을 서로를 구원하지 않았다.대신 서로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체계를 세웠다. ***카르네티아의 겨울은 유독 길었으나 황궁 내부는 엘라엔이 조율한 온기 덕분에 계절을 잊은 듯 평온했다.르세인은 집무실 창가에 서서 정원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그라면 불필요한 생명력이라 치부하며 베어냈을 정원수들이 이제는 엘라엔의 취향에 따라 붉은 열매를 맺은 채 햇살을 머금었다.“폐하, 또 정무를 멀리하고 계시는군요.”부드러운 실크가 바닥을 끄는 소리와 함께 엘라엔이 들어섰다.그녀의 목에는 로잘린이 직접 채워주었던, 제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거대한 사파이어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 푸른빛은 그녀의 루비빛 눈동자와 대비되어 기이할 정도로 압도적인 기품을 뿜어냈다.르세인은 돌아보지 않고 그녀의 체향을 느꼈다.장미 향기에 섞인 잉크 냄새.그건 이제 그가 가장 사랑하는, 지적인 포식자의 향이었다.“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짜놓은 이 완벽한 체계가 나를 한가하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황후. 남부의 조세권과 북방의 광산 채굴권까지 당신의 인장 아래 움직이니, 내가 검을 휘두를 명분이 사라졌지 않습니까.”르세인이 다가와 엘라엔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이제 그녀의 배는 제법 불러 있었고, 그 안에서 맥동하는 새로운 생명은 르세인에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모호한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선사했다.“무력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니까요. 폐하께서는 그저 상석에 앉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제 장부 안에서 처리될 테니.”엘라엔은 르세인의 셔츠 깃을 정리해 주며 고개를 들어 그를
황궁의 가장 높은 첨탑 위로 쏟아지는 달빛은 차갑고도 눈부셨다. 대륙의 모든 비명과 환호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그 정적의 한복판에 르세인과 엘라엔이 서 있었다.르세인은 엘라엔의 등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의 손등 위로 보이는 흉터들은 그녀라는 안식처에 도달하기 위해 건너온 훈장이었다.엘라엔은 르세인의 가슴에 등을 기대며 펼쳐진 제국의 야경을 응시했다.수만 개의 등불이 일렁이는 카르네티아의 밤은 그들을 축복하는 빛 같았다.르세인에게 엘라엔은 정복해야 할 영토이자, 결코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심연이었다. 그는 그녀를 옥좌 옆에 앉혔으나 사실 자신의 심장 가장 깊은 곳에 가두었고, 엘라엔은 그 위협적인 소유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르세인이라는 괴물의 고삐를 쥐었다.엘라엔은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둘은 제국 안팎을 완벽하게 장악했고, 엘레니르 제국에는 완연한 평화가 찾아왔다.“고생 많았습니다, 황후.”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었다. 엘라엔은 왠지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으나 울지는 않았다. 그저 촉촉이 젖은 눈으로 르세인을 올려다보며 하늘에 떠있는 달빛을 품은 것처럼 어둠에서도 환하게 웃음 지을 뿐이었다.“당신도… 당신도 고생 많았습니다, 폐하.”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일을 잘 해냈다고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위로였다.밖으로는 소리 없이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겨울밤.소복하게 쌓인 새하얀 눈과 달빛….그 광경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 눈을 뜨고 있음에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르세인은 엘라엔의 그 웃음 하나에 가슴께가 뻐근하게 무거워졌다.그녀가 웃으면 언제부턴가 두 감정이 교차하곤 했다.고마움과 미안함.그러나 그는 그것을 티 내지 않았다.엘라엔은 엘레니르 제국의 황후로서 더 없는 황실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고 르세인은 그것이 매우 만족스러웠고 흡족했다. 그러나 그녀의 초반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의 논리 안에 가둔 건 분명 옳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뒤늦게 깨
엘라엔의 목소리는 서늘하면서도 감미로웠다. 그녀는 르세인의 겉옷을 받아 시종에게 넘기며 그가 앉은 책상 위로 새로운 포고문을 밀어 넣었다.그건 바로 제국 무역 연합의 창설안이었다.르세인은 포고문을 읽어 내리며 입매를 부드럽게 늘였다.“무역 연합이라. 말이 좋아 연합이지, 결국 제국의 화폐를 쓰지 않는 자들은 굶겨 죽이겠다는 말이군요, 황후.”“폐하, 주변 소국들이 제국의 화폐 가치에 종속되는 순간, 그들은 군대를 일으킬 자금조차 제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겁니다.”엘라엔은 르세인의 등 뒤로 다가가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르세인은 그녀의 손길을 황홀하게 느끼면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당신은 내 검보다 더 잔인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어. 적들은 서서히 말라죽어가겠죠.”“폐하, 제 지략이 마음에 드십니까.”르세인은 엘라엔의 손을 잡아 제 입술로 가져갔다.“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닙니다. 그러나 연합에 가입을 거부하는 속국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특히 동부의 무역 도시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발악하겠지. 그들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엘라엔의 눈매가 매혹적으로 가늘어졌다.“이미 그들 내부의 상인 연합을 매수해 두었습니다. 경제적 파멸은 아주 확실한 통제 수단이죠.”르세인은 고개를 얕게 저었다가 얼굴를 돌리고 엘라엔의 목을 끌어당겨 입술을 맞추었다. 점차 달아오르는 분위기 속에서 책상 위에 흩어진 수많은 장부와 채권 증서들이 두 사람의 움직임에 눌려 바스락거렸다.*** 대륙을 뒤덮었던 전쟁의 화마가 잦아들고 제국의 수도 카르네티아는 전례 없는 고요와 풍요에 잠겼다.하지만 황궁의 가장 깊은 곳, 르세인의 집무실만큼은 여전히 지독하게 농밀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르세인은 옥좌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단 한 장의 양피지를 내려다보았다. 그건 카르노스의 인장이 찍힌, 그러나 공식적인 외교 문서가 아닌 밀약서였다.[카르노스는 엘레니르 제국의 영구적인 속국임을 자처합니다. 다만, 제국의 검이 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국을 향
같은 시각, 제국 황궁에서 엘라엔은 사흘 밤낮을 이어진 정무의 피로조차 잊은 듯 마지막 숙청 대상자들의 명단을 검토하고 있었다.그녀의 책상 위에는 해카테의 문양이 박힌 금고 열쇠들과 남부 상단 연합의 지배권 양도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그때, 집무실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 기사들의 제지도 뚫고 들어온 이는 태후 로잘린이었다.로잘린은 엘라엔의 책상 위에 놓인 해카테 파산 보고서를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황후, 정말로 한 부족의 숨통을 장부 하나로 끊어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황제가 전장에서 그들의 숨통을 조이는 동안, 그대는 그들의 가치 자체를 말소시켰군요.”엘라엔은 펜을 내려놓고 로잘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태후 폐하, 폐하의 제국에는 가난한 속국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오직 폐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거대한 생산 기지만이 필요할 뿐이지요. 해카테는 이제 완벽한 제국의 영토가 되었습니다.”로잘린은 엘라엔에게서 르세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위엄 그 자체였다.“황제가 돌아오면 황후를 두려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쥔 이 장부들이 황제의 검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이죠.”“폐하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기뻐하시겠지요. 태후 폐하, 이제 시작입니다.”엘라엔은 창밖을 보았다. 멀리서 승전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탓이었다.르세인의 함대가 개선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엘라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르세인에게 바칠 가장 화려한 전리품인, 파산한 해카테의 항복 문서를 손에 쥐고서.***황궁의 정문, 개선의 가도를 메운 것은 승전의 함성보다 더 무거운 경외였다.칠흑 같은 군마 위에 올라탄 르세인이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그의 말 안장 곁에는 해카테 족장이 평생을 지켜온 보석이 박힌 황금 왕관이 볼품없는, 하찮은 물건처럼 매달려 덜렁거렸다.르세인은 고개를 들어 황궁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그곳엔 제국의 휘장을 배경으로 엘라엔이 서 있었다. 그녀는 승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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