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문강찬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남편에게 이삼십 년 동안 배신당했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죽을 뻔했다.남은 건 두 살 남짓한 아이 하나뿐이니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할아버지는 돌아오셨어?”문강찬이 물었다.“오는 길이예요.”문중엽에게 이 사실을 알린 건, 문강찬이 깨어난 뒤 내린 결정이었다.문서현과 문성환은 어른들이었기에 어떻게 처리할지는 어르신의 판단이 필요했다.두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문서현과 문성환이 들어왔다.문성환은 문강찬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강찬아, 드디어 깨어났구나.”문서현도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자애로운 척했다.“강찬아, 너 모를 거야. 네 아버지가 네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회사랑 집안까지 다 책임지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가 깨어나지 않았으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치 그동안 문강찬을 돌본 사람이 자신들인 것처럼 말했다.문강찬은 아무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차갑게 바라봤다.문서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뭔가 들은 게 있겠지만... 내가 보장할게. 네가 들은 건 사실이 아니야. 네 아버지가 한 모든 건 다 널 위한 거야.”그녀는 자신을 완전히 이 일에서 떼어내려 했다.문성환은 여동생의 속내도 모른 채 맞장구쳤다.“그래, 강찬아. 아빠는 다 널 위해서야.”문강찬은 오창윤을 향해 말했다.“내보내.”조금의 체면도 주지 않았다.오창윤은 문서현과 문성환을 밖으로 내보냈다.문서현이 낮게 불평했다.“봐요. 제가 뭐랬어요. 강찬의 마음에 오빠 자리는 없어요. 그렇게 말해도 결국 비서 시켜서 우리를 내쫓잖아요.”문성환도 체면이 구겨졌다.아무리 그래도 아버지인데 비서에게 쫓겨나다니.그의 표정을 살피던 문서현은 그가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말했다.“제 생각엔 오빠가 좀 더 강하게 나가야 할 것 같아요.”문성환은 어리둥절했다.“어떻게?”문서현은 그를 바라보며 말을 아꼈다.문성환의 얼굴이 굳었다.“설마..
그게 캐서린의 자신감이었다.성하린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 조향사가 자기밖에 없어서 인재 유출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스카우트 대상이 되어 있었다.“국내에 정착하려는 거 아니었어요?”성하린의 질문에 캐서린은 담담하게 웃었다.“해외든 국내든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죠.”그녀는 인재를 아꼈다. 그래서 직접 나선 것이었다.“생각해보세요. 앞으로 친구가 될지, 경쟁자가 될지.”성하린은 자세를 바로잡았다.“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하는 게 더 좋아요.”캐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방환기가 성하린 씨한테 약속한 거, 저도 해줄 수 있어요.”그녀는 방환기가 무언가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다.성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스승님은 저한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셨어요.”잠시 멈추던 그녀는 담담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저는 캐서린 씨와 한번 겨뤄보고 싶어요.”차갑고 단호한 말투는 도전이 명백했다.캐서린은 잠시 놀랐지만, 곧 비웃음을 지었다.“성하린 씨,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이렇게 무례한 후배는 오랜만이었다.성하린은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캐서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성하린에게,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격차를 보여줄 생각이었다.성하린은 이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회사와 병원을 오가며 밤에는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돌봤다.그리고 며칠 후, 문강찬이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그때, 성하린은 조용히 성지우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다.성하린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부드러웠다. 아이는 앳된 목소리로 중간중간 온갖 기발한 질문을 쏟아냈다.성하린은 아주 인내심 있게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문강찬은 천장을 바라보며 이 평온한 장면을 깨고 싶지 않았다.링거를 달아주고 들어 왔던 간호사는 그가 깨어난 걸 보고 깜짝 놀라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성하린은 잠시 멈칫했다가 성지우의 손을 잡고 앞으로 다가갔다.성지우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문강찬을 바
온은설과 캐서린의 갈등은 특별할 것도 없었다.온은설은 재능이 뛰어나고, 방환기는 편애했고, 캐서린은 이를 인정하지 못해 항상 1등을 놓고 다퉜다.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실제로는 물과 불처럼 대립했다.이후 온은설이 세상을 떠나고, 캐서린은 해외로 나갔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서린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방환기는 말을 이어가다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동양식 조향을 나한테 배워놓고, 그걸 서양식으로 포장해서 내놓더라.”그래서 과거 진세린이 캐서린의 향수를 들고 와 평가를 부탁했을 때, 그는 전혀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해외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향수 분자를 기반으로 조합하고 화학 구조 변화 이론을 중시한다.하지만 방환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향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믿었다.같은 재료라도 양이 다르면 전혀 다른 향이 만들어지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그게 바로 조향의 재미였다.모든 향수는 각각 고유해야 한다.모든 걸 정량화해버리면, 조향의 즐거움은 사라진다.“겉으로는 국내에 정착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해외 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하려는 거야.”방환기는 성하린의 팔을 톡톡 다독였다.“이번 대회에서 너랑 유권이는 나를 실망하게 하면 안 돼.”성하린은 그 뜻을 이해했다.방유권과 함께 대회에 나가라는 의미였다.그녀가 거절하지 않자 방환기는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하린아, 너무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이번엔 국내 참가자도 많으니까 쉽게 밀리진 않을 거야.”성하린은 물론 부담이 없었다.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하린아?”방환기는 그녀가 멍해 있는 걸 보고 불렀다.“왜 그래?”성하린은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방환기를 부축해 다시 거실로 들어왔다.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방유권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방환기가 무슨 일인지 묻자, 방유권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연구팀에서 두 명이 퇴사했어요.”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직감적으로 캐서린과 관련 있다고 느꼈
성하린은 알았다고 답했다.캐서린은 온은설의 사저이자, 지금은 자신의 사저이니 그녀를 만나야 할 때였다.거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서두르지 않고 일정한 리듬을 가진 차분한 목소리였다.성하린이 안으로 들어가 먼저 방환기에게 인사했다.“스승님.”방환기가 성하린과 캐서린을 서로 소개해주었다.캐서린은 매우 아름답고, 기품이 온화한 동양 여자였다.그녀는 성하린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성하린 씨에 대해 알고 있어요. 은설의 제자죠.”사실 엄밀히 말하면 제자라고 하기도 어려웠다.온은설이 외부에 공식적으로 밝힌 제자는 진윤슬뿐이었기 때문이다.성하린은 말했다.“캐서린 씨.”캐서린은 온화하게 웃으며 옆에 있던 가방에서 향수 한 병을 꺼냈다.“이건 제가 최근에 조향한 향수예요. 아직 정식 출시 전인데 만나서 반가운 의미로 드릴게요.”성하린은 받아들었다.“감사합니다.”캐서린은 다시 방환기와 이어서 이야기를 나눴다.그녀는 귀국해서 국내에서 활동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직 적절한 플랫폼을 찾지 못해 고민하다가, 윈드 블룸이나 윤슬락에 입사하고 싶다고 했다.성하린의 회사 윤슬락은 그녀가 일부러 옛사람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었다.방유권은 한쪽에서 얌전히 앉아 있었지만 미소에는 어쩐지 억지스러운 기색이 있었다.“아쉽네요. 저희는 이미 사람을 채용해서요.”사실상 공개적인 거절이었다.캐서린은 성하린을 바라봤다.성하린은 잠시 생각한 뒤, 역시 거절했다.“제 회사는 아직 설립된 지 얼마 안 돼서 당분간은 캐서린 씨를 모실 여력이 없을 것 같아요.”잠시 멈췄다가 덧붙였다.“대신 문산 그룹에서 조향사를 찾고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관심 있으시면 한번 알아보세요. 업계에서는 선두 기업이에요.”캐서린은 문산 그룹에 흥미를 보이며 성하린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성하린은 내부 구조부터 전반적인 시스템까지 상세히 설명해주었다.캐서린의 눈빛이 살짝 반짝였다.“국내에도 이런 좋은 플랫폼이 있었네요.”그녀가
성하린은 문성환과 문서현이 문산 그룹 지분 때문에 이런 짓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다행히 두 사람이 제때 도착했다.성동민은 망설임 없이 문성환을 때렸다.문서현이 소리를 지르며 무례하다고 했지만, 문성환은 결국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얻어맞았다.성동민은 손을 멈추고 문서현을 차갑게 노려봤다.“어르신 돌아오시면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문서현은 순간 말을 잃었다.문중엽은 얼마 전 팔리읍으로 떠났다.나이가 들며 과거를 자주 떠올리게 된 그는 한동안 그곳에서 지내기로 했다.문강찬이 사고를 당한 사실은 아직 문중엽에게 알리지 않았다.그래서 문서현은 이렇게 대담하게 권력을 노릴 수 있었다.어차피 문중엽이 돌아올 때쯤이면 자신이 이미 문산 그룹의 실권자가 되어 있을 것이고, 노쇠한 문중엽은 더는 그녀를 흔들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성동민과 오창윤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문서현은 불안한 기색을 숨기며 변명했다.“난 그냥 강찬이 아직 깨어나지 않아서... 회사 일 걱정돼서 그런 거야. 깨어나면 당연히 다 돌려줄 거고. 너희가 너무 과민반응하는 거야.”문성환도 거들었다.“맞아. 난 강찬의 아버지야. 내가 자기 자식을 해칠 리 있겠어?”그들에게 돌아온 건 최민경의 따귀였다.너무 힘을 줘서 때린 탓에, 금세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문서현이 화를 내며 소리치려던 순간, 최민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가씨, 아가씨가 돌아온 뒤로 강찬이 아가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몰라요? 집안일도 다 아가씨가 결정하게 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성환을 바라봤다.화가 났지만 더 할 말조차 없었다.마음속에는 오직 깊은 혐오만 남아 있었다.“나가요.”성하린이 냉정하게 말했다.오창윤이 두 사람을 거칠게 밖으로 내쫓았다.성동민은 성지우를 안아 들고, 진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건우야, 정말 잘했어.”조금 전, 진건우가 몰래 휴대폰으로 성동민에게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다.여섯 살 아이치고는
‘좋게 말할 때 듣는 게 좋을 텐데?’“둘을 떼어놔.”문성환은 더는 참지 못했다.경호원들이 다가와 성하린과 최민경을 억지로 떼어내고, 문강찬의 손에 강제로 지문을 찍었다.최민경은 분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문성환, 당신 정말 비열해.”문성환은 개의치 않았다.그는 비서에게 서류를 곧바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듯, 최민경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말했다.“최민경, 너 알아? 넌 전혀 여자답지 않아. 늘 질투하고, 나를 통제하려고만 했지.”그의 마음속에는 오랜 원망이 쌓여 있었다.아내가 다정하지 않았던 것도, 늘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망쳤던 것도 모두 원망스러웠다.그녀가 조금만 더 부드러웠다면 결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최민경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문성환은 이번엔 성하린을 바라보며, 그러나 말은 최민경에게 던졌다.“사실 성하린도 너랑 성격이 똑같아. 그래서 너희는 결국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거야.”그는 마치 자랑이라도 되는 듯 의기양양했다.성하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방금 성동민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니 곧 도착할 것이었다.문성환의 득의양양함은 오래가지 못했다.변호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급히 달려왔다.“문 대표님, 이상합니다.”문성환이 다급하게 물었다.“뭐가 이상해?”변호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확인해봤는데, 도련님 명의로 된 지분이 아예 없습니다.”“말도 안 돼.”“그럴 리가 없어.”문성환과 문서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문산 그룹의 책임자인 문강찬에게 지분이 하나도 없을 리가 없었다.‘이미 이 상황을 눈치채고 미리 지분을 이전해둔 걸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넘긴 걸까?’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성하린에게 꽂혔다.성하린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어떤 서류에도 서명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문서현과 문성환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잡아먹을 듯했다.최민경도 상황을 눈치채고 성하린의 앞을 막아섰다.“성하린, 네가 감히 문씨 가문 재산을 가져가?”문서현은 분노에
진윤슬의 인생은 어두웠다.부모에게 버림받고, 사랑에 버림받고, 병까지 얻었다.결국, 그녀는 운명에 짓눌려 무너졌다.성하린은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왜 하늘은 진윤슬에게 그런 비참한 삶을 안겨 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세상의 모든 고통을 한 사람에게 몰아준 것 같았다.처음에 성하린이 진윤슬의 신분을 사용하기로 한 건 둘이 함께 만든 향수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다.할머니의 노후를 책임지고 싶었고, 진윤슬이 평생 그리워하던 가족이 얼마나 냉혹한지 직접 보고 싶었다.그러다 우연히 진씨 가문에 남게 되었는데 어느
사실, 이날이 올 거라고 3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었다.24절기 향수를 세상에 널리 알리지도 못했고, 건우를 구하지도 못했다.성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세린의 위협은 솜뭉치에 펀치 하는 것처럼 허무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성하린이 대가를 치르길 바라는 사람은 그녀 혼자가 아닐 테니 말이다.주아란이 들이닥쳐 성하린을 가리키며 울부짖었다.“네가 내 사랑하는 딸을 죽였어! 이 살인자!”마치 딸을 시골에 버려두고 20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은 사람이 아닌 것 같
문강찬은 그녀가 대충 넘긴다고 느껴 가슴이 답답해 말투도 조금 거칠어졌다.“난 이미 온건우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네 말대로 술도 끊고 자제하며 지냈어. 그냥 사고 한 번 난 건데 넌 그걸 그렇게 따지고 내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몰아가. 진윤슬, 양심이 있어야지.”이 정도까지 했는데 그녀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었다.마치 그가 그 아이를 살리려고 매달리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난 강찬 씨를 원망한 적 없어.”진윤슬은 지쳐 있었다.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진세린만 끼면 관계는 바로 얼어붙었다.그는 그녀가
진윤슬을 보자 주아란의 웃음이 순식간에 즉시 사라졌다.“왔어?”진세린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언니, 마음이 바뀌어서 할머니를 설득하러 온 거야?”진윤슬은 다가가 진세린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그대로 따귀를 날렸다.찰싹.따귀 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자 주아란이 정신을 차리고 급히 말렸다.“진윤슬, 미쳤어?”진윤슬은 이미 손을 놓은 뒤였다.그녀는 진세린을 내려다보며 차갑고도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진세린, 건우는 그냥 아이야. 그런 더러운 계산 때문에 아이 목숨을 노리다니, 넌 사람이 아니야.”진세린은 뺨을